쿠바 광장
쿠바광장서 왠지 70년대 5.16광장의 씁쓸함이
류수한
▲ 아바나의 랜드 마크 아바나 리브레 호텔(Hotel Habana Libre)
이곳 쿠바는 다른 섬나라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물이 부족하다. 물론 이곳에 부족한 게 물 한 가지만은 아니다. 하지만 찌는 듯한 더위로 지친 몸에 비누를 칠한 뒤, 물이 나오지 않는 샤워기를 만나는 당황스러움은 형언하기 힘들 정도이다. 저녁마다 물이 잘 나오지 않는 샤워기와의 전쟁에 지쳐, 숙소를 센트로 지역에서 뉴타운 베다도 지역으로 옮겼다.
베다도 지역은 아바나의 전형적 모습이라고 생각되는 낡은 건물, 올드카, 남루한 사람들과는 조금 거리가 멀다. 현대적인 고층건물에 호텔, 항공사, 심지어 극장과 나이트 클럽도 있다. 다른 나라의 여느 대도시 못지 않아서 순간적으로 이곳이 쿠바인지 헷갈리기도 한다.
새로 숙소를 옮긴 곳은 말레꼰 바닷가에 있는 유서깊은 ‘나시오날 호텔(Hotel Nacional)’과 아바나의 대표적인 건물인 ‘아바나 리브레 호텔(Hotel Habana Libre)’인근이었다. 총 7층으로 되어 있는 고급아파트이지만, 허가를 받고 민박을 하는 집도 상당히 많았다.
▲ 썰렁한 혁명 광장
▲ 호세 마르띠 기념상 및 쿠바 국기
차를 타고 혁명 광장(Plaza de la Revolucion)으로 갔다. 비행장 활주로처럼 드넓은 광장 한쪽 편에는 체 게바라(Che Guevara)의 거대한 얼굴이 새겨진 내무성 건물이, 반대편에는 호세 마르띠 기념탑(Memorial Jose Marti)이 우뚝 솟아 있었다. 탑의 높이만 해도 110m로 아바나에서 가장 높은 이 탑은 언뜻 보기에는 북한 평양에 있는 주체사상탑과 비슷해 보였다. 하지만 알고 보니 혁명 전인 195년9 바띠스타 정권때 세워진 기념탑이었다. 옆으로는 호세마르띠 기념관(Museo Jose Marti)과 동상이 있었다.
▲ 체 게바라(Che Guevara)의 거대한 얼굴이 새겨진 내무성 건물
그런데 이 광장의 이런 분위기 어디선가 많이 본 듯했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사회주의 국가마다 이런 썰렁한 광장이 꼭 있던 것 같았다. 북한 관련 뉴스 속에서 군인들이 줄을 지어 저벅저벅 행진하던 그 광장같은 분위기였다. 그러면서도 과거 1970~80년대 우리나라 여의도 광장의 풍경도 이러했던 것 같다.
물론 지금은 ‘여의도 공원’으로 잘 단장됐지만, 1970년대에는 이름도 ‘5.16 광장’이지 않았는가. 생각해 보면 그 시절 우리나라는 헌법상 민주주의 공화국이었지만, 실제로 좀 낯부끄러운 것 같았다.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혁명광장에서 조금 걸어 나오니 전위적인 예술 작품이 돋보이는 꼬무니까시오네스 공원(Parquecito Comunicaciones: 소통의 공원)이 나왔다. 공원은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아 한적했지만, 대신 전위적인 예술 작품들이 즐비해 있었다. 사회주의 국가의 획일적인 이미지와는 어딘지 어울리지 않는 자유 분방하고 진보적인 예술 작품들이었다. 방금 지나친 사회주의에 전형적인 썰렁한 광장과 대비되는 곳이었다.
▲ 베다도에 위치한 멋진 유적지
▲ 전위적인 예술작품이 돋보이는 꼬무니까시오네스 공원
◆용어설명 : 호세 마르띠(José Martí 1853.1.28~1895.5.19)
쿠바 독립의 아버지라고 불리우는 19세기 쿠바의 시인이자 정치가. 아바나 출생하여 소년시절부터 쿠바의 독립운동에 가담하였다가 스페인으로 추방당하기도 했다. 쿠바의 독립과 남아메리카 국가들의 우호 증진에 노력하며 정당의 당수로서 1895년 4월 M.고메스 등과 무장독립군을 이끌고 쿠바에 상륙하였으나 스페인군과의 전투에서 전사하였다. 실제로 쿠바를 여행하다 보면 공항 이름부터 여러 곳에 호세 마르띠 라는 이름이 등장한다. 아마도 쿠바에서는 체 게바라 다음으로 많이 등장하는 이름일 것이다.
<출처> 2009. 7. 4 /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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