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양평 도일봉
짙은 녹음·시린 폭포… 여름이 쉼표를 찍다
이경택 기자
▲ 도일봉 정상 한편 바위에서의 조망. 양평시내가 까마득히 내려다보인다.
“앗 차가워!” 뼛속까지 시린 계곡물에 저절로 즐거운 비명이 쏟아진다. 여름 산행의 백미는 역시 계곡을 찾는 것이다. 경기도 양평에 있는 도일봉(864m)은 수도권에서 큰 부담 없이 다녀올 수 있는 계곡 산행지다. 등산로 초입부터 원시림을 방불케 하는 울창한 수림에, 크고 작은 폭포들이 이어지는 중원계곡의 맑고 투명한 계류가 등산객의 땀을 식혀준다. 또 계곡을 따라 난 숲길이 경사가 완만하며, 계곡이 끝나는 지점에서 산 정상부에 이르는 구간에도 딱히 어려운 부분이 없어 가족 산행지로 적합하다.
도일봉은 중원계곡을 사이에 놓고 중원산((817m)과 마주 보고 있다. 특히 도일봉과 중원산 모두 산행기점이 양평군 용문면 중원2리 마을이기 때문에 종주산행도 가능하다. 이 경우 도일봉에 올라 싸리봉을 거쳐 중원산을 경유해 하산한다. 그러나 한여름에는 등산로가 계곡과 나란히 이어진 도일봉 코스만 찾는 경우가 많다. 중원산은 제쳐놓고 도일봉에만 오른 후 하산해도 왕복 약 10㎞ 구간에 4, 5시간은 족히 걸린다.
산행 출발지는 마을 공영주차장서 약 300m 더 들어간 구간에 있는 예전 마을 주차장이다. 주차장 정면에 ‘피플 스테이 펜션’이 있고 왼쪽에 차량 통행을 막기 위해 커다란 바위가 한가운데 놓여진 길이 있는데 이 지점이 산행기점이다.
약 1분여 가면 길이 좁아지면서 ‘등산로 입구’라는 작은 안내판과 함께 ‘도일봉 4.28㎞·중원산 3.31㎞·중원폭포 0.31㎞’ 입간판이 보인다. 그리고 계곡을 가로질러 놓인 다리를 건너 약 5분여 더 산길을 걷다 보면 중원계곡 ‘제1의 비경’이라는 중원폭포가 모습을 보인다. 중원계곡은 마을 주차장에서 불과 1㎞ 지점으로 물놀이가 가능하기 때문에 여름철 주말이면 피서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그러나 중원계곡의 진수는 오히려 중원폭포 너머에 있다. 폭포를 지나면 곧 층층나무와 찔레꽃, 고광나무, 쪽동백나무들이 우거진 숲 사이로 계곡을 따라 오르는 완만한 자갈길과 흙길이 이어진다. 짙푸른 녹음 속으로 울려 퍼지는 우렁찬 물소리만 들어도 한여름 무더위가 가시는 듯하다. 길은 몇 차례 협곡과 엇갈려 계곡 암반을 타 넘어야 하는 구간도 있다. 그러나 물살이 험하지 않고, 바위들이 마치 징검돌처럼 계류 위에 놓여 있어 안전하다.
▲ 중원폭포. 밀짚모자를 쓴 때 이른 피서객들의 모습이 정겹다.
중원폭포를 지나면 중원산 이정표가 있는 샘골 갈림길과 합수곡이 연이어 모습을 드러낸다. 중원폭포에서 합수곡까지는 약 30여분 거리다. 합수곡은 도일봉까지 올라가는 두 갈림길이 시작되는 곳. 여름철 피서객들은 대부분 이곳 합수곡까지만 찾는다. 합수곡에서 오른쪽 산비탈길로 들어가면 먹뱅이골을 경유해 도일봉 정상에 오르고, 왼쪽 길은 계곡길을 따라 도일봉에 오르는 코스다. 합수곡에는 ‘도일봉 2.86㎞·중원산 7.78㎞·싸리재 2.67㎞’와 ‘도일봉 2.7㎞’ 방향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계곡 방향으로 길을 잡았다. 경사각이 조금 커지고 좁은 숲터널도 이따금 나타나지만 그래도 험한 길은 아니다. 중간에 산정으로 툭 트인 절벽이 길 한편에 모습을 보이는데 등반객들이 쉬어 가는 곳이다. 등산 안내서에는 전망대로 표시돼 있다.
본격적인 도일봉 산행은 합수곡으로부터 40여분 거리에 있는 도일봉과 싸리봉 갈림길에서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사가 심해지기 때문이다. 이 갈림길에는 ‘도일봉 2.6㎞·중원산 6.1㎞·싸리재 1.035㎞’와 ‘도일봉 1.23㎞’ 방향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어느 쪽으로 방향을 잡아도 도일봉에 오를 수 있지만 ‘도일봉 1.23㎞’ 코스로 올라 도일봉 정상을 밟은 후 싸리재를 경유해 다시 계곡길로 하산키로 했다.
이곳부터 도일봉 오르는 길은 어느 정도 ‘고행’을 감수해야 한다. 가파른 숲길이며 더위를 식혀 주던 계곡 물소리도 더 이상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물소리가 잠잠해진 대신 산새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린다. 능선에 자리 잡은 안부삼거리까지는 등산 전문가의 경우 30분이면 오르지만 초보자들은 숨을 고르며 쉬엄쉬엄 오르기 때문에 족히 50여분 정도는 소요된다. 오르는 도중에 한두 곳 등산로가 사라지는 곳이 있는데 자칫 길을 잃기 십상이다. 때문에 나뭇가지에 매달아 놓은 산악회 리본을 유심히 살펴보고 그쪽으로 길을 잡아야 한다.
안부삼거리에는 ‘도일봉 정상 0.21㎞’ 방향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정상까지는 200m 남짓한 구간이지만 가파른 암릉을 오르기 때문에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10여분 숨을 헉헉거리며 로프를 잡고 암릉을 오르다 보면 곧이어 헬기장 표시가 있는 탁 트인 평지가 모습을 드러낸다. 도일봉 정상이다.
정상에는 도일봉 표지석 대신 도일봉을 설명해 주는 대형 안내판이 있다. 안내판에는 ‘해발 864m의 이 산은 경기 제일의 명산이며 한강기맥이 마지막 기를 세워 올려 솟구친 용문산 동쪽, 즉 용의 어깨 쪽에 자리 잡은 봉우리’라면서 ‘산정에 서면 북으로 봉미산(856m) 너머 홍천강과 남으로 양평군을 내려다보는 조망이 장쾌하다’는 설명이 적혀 있다. 그러나 이날따라 폭염이 기승을 부려 시원스럽게 펼쳐진 주변 조망은 뛰어났지만 바람 한 점 불지 않고 내리쪼이는 뙤약볕을 가릴 그늘도 마땅치 않아 곧바로 하산키로 했다.
도일봉 정상에서 하산은 온 길로 다시 내려가는 것과 싸리봉을 경유해 내려가는 것, 그리고 먹뱅이골로 곧바로 치고 내려오는 것 중에 선택할 수 있다. 싸리봉을 경유할 수 있는 코스로 길을 잡았다. 능선 산행의 재미도 맛보면서 중원계곡의 진수를 또 한번 감상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도일봉에서 싸리봉을 거쳐 싸리재 가는 길은 좁은 숲길로 오르막 내리막이 반복되고 암릉에 설치된 로프 구간도 중간에 있다. 그러나 험하지는 않다. 싸리봉에는 벤치도 하나 놓여 있다.
싸리봉과 싸리재를 거쳐 계속 산을 내려오다 보면 어느 시점부터 다시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중원계곡이 가까워졌다는 신호다. 그리고 곧바로 계곡의 시원한 물줄기가 다시 눈앞에 펼쳐진다.
정상에 오른 후 다시 만난 중원계곡은 오를 때와 느낌이 또 달랐다. 하산한다는 편안한 마음 때문인지 짙푸른 녹음에 뒤덮인 계곡 경관이 더 수려하게 다가왔다. 쉼 없이 눈길을 잡아끄는 크고 작은 폭포와 소가 연출해 내는 풍광을 보고 있으면 한여름 산행의 보람을 저절로 만끽하게 된다. 어느 곳이건 자리를 펴고 앉아 계류에 얼굴을 씻고 발을 담그면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하산길의 거의 마지막 지점에 자리 잡은 중원폭포에는 오를 때와 달리 MT를 온 듯한 대학생들의 물놀이가 한창이다. 울긋불긋한 옷차림으로 밀짚모자를 쓴 채 폭포의 장관을 감상하는 이른 피서객들의 모습도 정겹기만 하다.
등산코스
▲중원2리~중원폭포~합수곡~안부삼거리~도일봉~싸리봉~싸리재~합수곡
▲중원2리~중원폭포~합수곡~먹뱅이골~도일봉
▲중원2리~합수곡~도일봉~싸리봉~중원산~중원계곡
대중교통
청량리역에서 중앙선 열차 이용, 용문역에서 하차. 하루 15회 운행. 청량리역에서 첫차는 오전 6시, 용문역에서 청량리 돌아가는 막차는 오후 10시. 1시간 정도 소요. 용문역 인근 용문버스정류장)에서 중원2리 마을까지 하루 5회 버스 운행(오전 7시10분·9시·11시·오후 2시10분·6시30분). 택시 이용도 가능. 용문역에서 중원2리까지 1만원
피서철인 7~8월 2개월간 마을에서 중원계곡 입장료 받고 있음. 어른 2000원, 어린이 1000원. 중원2리 마을회관
<출처> 2009. 7. 3 /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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