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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및 정보/- 인천. 경기

아는만큼 보이는 수도권 ‘조선 왕릉’의 숨은 매력

by 혜강(惠江) 2009. 9. 18.

 

조선 왕릉

아는 만큼 보이는 수도권 ‘조선 왕릉’의 숨은 매력

 그 곳에 가면… 500년 역사가 말을 건다

 

 

박경일 기자

 

 

 

▲ 고종의 능인 홍릉에서 내려다본 모습. 왕릉에 올라보면 문외한의 눈에도 ‘명당 중의 명당’임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가까이 두고 있는 것들의 소중함이나 위대함은 잘 모르는 법. 조선의 왕릉들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뒤에야 그 역사성에 새삼 눈이 가게 되는 곳이다. 조선 왕릉들은 대개 서울과 수도권 일대에 자리 잡고 있어 접근은 쉽지만, 정작 찾아드는 발길은 잦지 않다. 사실 ‘볼거리’와 ‘놀거리’를 찾는 사람들에게 왕릉은 따분하고 지루한 곳일 뿐이다. 그러나 조선의 역대 왕조의 역사를 좇으며 왕릉을 찾아가면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실타래처럼 풀려나온다. 자녀들의 역사교육은 물론이고 어른들에게도 짧은 여정으로는 이만한 곳이 없다.

한국관광공사가 ‘9월에 가볼만한 곳’으로 조선의 왕릉을 정했지만, 그저 무턱대고 왕릉을 찾아갔다가는 실망하기 쉽다. 모름지기 공부를 하고 찾아갈 여행지도 있는 법. 풍광이 아름다운 여행지라면 불쑥 찾아가도 그 매력을 즐길 수 있겠지만, 왕조의 역사가 얽혀 있는 왕릉은 그곳에 묻힌 왕에 얽힌 역사를 먼저 알아야 비로소 그 진면모가 보이는 법이다. 관광공사가 뽑은 6곳의 왕릉 중에서 수도권에서 가깝고 왕릉이 모여 있는 3곳을 꼽아봤다.


# 동구릉

경기 구리시 인창동의 동구릉은 태조의 건원릉부터 제24대 헌종의 경릉까지 9기의 능이 있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된 왕릉이 40기이니 그 중 22%가 동구릉에 있는 셈이다. 어찌 이렇듯 많은 능이 이곳에 모여 있을까. 그 이유는 영조의 원릉이나 헌종의 경릉에 올라보면 알 수 있다. 정면으로는 검단산이 양쪽으로는 좌청룡 우백호의 산봉우리에다가 앞으로는 왕숙천이 흘러내려 문외한의 눈으로도 풍수지리상 명당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동구릉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태조 이성계가 묻힌 건원릉. 고려 때 발달한 불교석조 예술의 흔적 때문인지 석물들의 조각이 유난히 섬세하고 화려하다. 봉분 위에는 억새가 자라고 있는데, 이성계의 아들 방원(태종)이 고향인 함흥 땅에 묻히길 원한 아버지의 뜻을 받들어 함흥의 흙과 억새를 가져다가 봉분을 덮었다고 전해진다. 영조의 능은 생전의 치세를 보여주듯 규모도 크고 힘이 느껴지는 반면, 임진왜란을 겪었던 선조의 능인 목릉은 석조물들이 투박한 느낌이다.

동구릉은 흔히 ‘조선왕조 500년의 왕릉 전시장’이라고도 일컬어지는데, 그것은 왕만 따로 능을 쓴 단릉, 왕과 왕비를 따로 능을 쓴 쌍릉, 산줄기를 달리해 두기의 능을 쓴 동원이강릉, 왕과 왕비를 함께 묻은 합장릉, 왕과 왕비, 계비의 능을 각각 만든 삼연릉 등 다양한 능의 형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9기의 능을 하나하나 돌면서 문인석과 무인석의 표정이나 봉분을 지키는 호랑이, 양 등의 석물을 들여다보고 각각 능의 차이와 생전의 왕의 업적을 비교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경릉 뒤편의 소나무, 참나무, 전나무들이 아름드리 숲을 이룬 3.5km 남짓의 산책로도 빼놓을 수 없다. 오전 10시와 오후 1시, 3시에 문화유산해설사의 풍부한 해설이 곁들여지는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에는 생태해설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동구릉 관리사무소 0...

 

▲ 왕릉 주변은 예로부터 성역으로 간주돼 숲이 훼손되지 않았다. 사진은 서삼릉의 운치있는 산책로

 


# 서오릉·서삼릉

경기 고양시의 서오릉에는 세조의 왕세자였던 의경세자의 능인 경릉을 비롯해 예종의 창릉, 숙종의 비 인경왕후의 익릉, 숙종과 인현왕후의 명릉, 영조의 비인 정성왕후의 홍릉 등 왕과 왕비의 능 5기가 모여 있다. 이곳 서오릉에서 유독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곳은 왕이나 왕비의 능이 아닌 1970년 경기 광주에서 이장해온 경종의 생모인 장희빈이 묻혀 있는 대빈묘. 장희빈이 궁중 권력의 암투를 다룬 TV사극으로 익숙한 인물이기 때문이리라.

서오릉은 특히 소나무 숲이 우거진 평지에 자리잡고 있어 산책하기에 좋고, 군데군데 벤치와 휴식공간도 만들어져 있어 가벼운 소풍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오전 10시, 오후 1시, 3시에 문화해설사의 해설을 들을 수 있다.

서오릉과 인접한 서삼릉은 중종의 계비 장경왕후의 희릉, 인종의 효릉, 철종의 예릉 등이 들어서 있다. 이 밖에도 연산군의 생모인 폐비 윤씨의 회묘, 소현세자의 소경원, 정조의 아들 문효세자의 효창원, 고종의 아들 의친왕의 묘를 비롯해 후궁과 대군, 군, 공주, 옹주 등의 왕실묘가 즐비하다.

서삼릉을 찾았다면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데이트코스로 알려진 원당 종마목장이다. 드넓은 초지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말을 바라보거나, 연초록 이파리가 바람에 하늘거리는 은사시나무 가로수길을 걷는 낭만을 만끽할 수 있다. 인근 농협대학 부근에는 허브랜드도 있고, 전통주를 전시한 배다리술 박물관도 있다. 테마동물원인 ‘주주’와 중남미문화원도 함께 돌아보면 좋을 곳들이다.

 

 

▲ 순종이 모셔진 유릉에는 문인·무인상과 함께 코끼리와 기린상 등 독특한 석물들이 줄지어 세워져 있다. 다른 왕릉의 것들과는 달리 석물들의 조각도 서양식 느낌이 강하다.

 


# 홍릉·유릉

경기 남양주시 금곡동의 홍릉과 유릉은 조선왕조의 마지막 왕이있던 26대 고종과 27대 순종이 모셔진 능이다. 홍릉과 유릉은 모두 합장릉인데 고종의 능인 홍릉에는 명성황후 민씨가 합장돼 있으며, 유릉에는 순명효황후 민씨와 순정효황후 윤씨가 합장됐다. 홍릉과 유릉은 다른 능과는 능제와 석물배치가 다르다. 조선의 국명을 대한제국으로 바꾸면서 왕이 아닌 황제라는 칭호로 불린 고종과 순종의 능은 이전의 역대 왕릉과는 달리 중국 황제의 능제에 따라 조성됐다. 신도를 중심으로 좌우에 어도(御道)가 설치돼 있는 점이나, 정(丁)자 형태의 정자각이 일(一)자 형으로 바뀐 것, 봉분 앞에 설치하던 석물을 홍살문과 침전 사이에 배치해 있는 것도 모두 이 때문이다. 석물들의 종류도 다른데 침전 앞의 무인·문인석 뒤로는 기존 조선왕릉의 양과 호랑이 대신 기린과 코끼리상이 들어서 있다. 석물의 조각 수법도 서양식의 느낌이 강하다.

홍릉과 유릉은 재임시 위업을 떠올리게 되는 다른 왕릉들에 비해 역사의 격변기에 기울어가는 나라를 지키기 위한 울분과 눈물이 서려 있어 더욱 애잔하다. 특히 홍릉과 유릉을 잇는 소나무와 잣나무, 전나무 등의 침엽수로 이뤄진 아름드리 숲길에 오르면 두 황제가 겪었을 고뇌에 마음이 쓸쓸해진다. 남양주시에는 홍릉과 유릉 외에도 세조와 정희왕후 윤씨의 능인 광릉과 광해군과 단종의 비 정순황후 송씨가 묻힌 사릉이 있다.

홍릉과 유릉 부근에는 다산 정약용의 생가인 여유당과 묘, 다산문화관, 다산기념관 등을 갖춘 ‘다산 정약용 유적지’가 있다. 또 운길산 남쪽에는 북한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운치있는 절집 수종사가 있다. 홍류릉 031-591-7043

 

 

 

<출처 :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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