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모도 해명산∼상봉산 종주
일행삼락(一行三樂), 발아래 산… 그 너머 바다, 그 위로 하늘
이경택 기자
▲ 낙가산에서의 조망. 푸른 서해바다를 배경으로 마을과 전답이 까마득히 내려다 보인다.
섬산행의 매력은 시원한 ‘바다 조망’이다. 인천 앞바다 석모도의 해명산(327m)에서 낙가산을 거쳐 상봉산(316m)으로 이어지는 10㎞ 남짓한 능선 종주코스에서도 그같은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 숲 터널 도처에 바다로 툭 트인 암반지대가 있고, 어김없이 하늘과 산과 바다가 어우러져 장쾌한 전망을 제공했다. 발 아래 까마득히 내려다 보이는 전답과 개펄, 그 너머 망망대해의 올망졸망한 섬들을 보고 있으면 마치 ‘아이맥스 영화’를 보고 있는 것 같다.
인천 앞바다 강화의 새끼섬 석모도는 민머루 해변에서의 휴식이나 보문사 관광 등을 위해 주말 나들이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그러나 등산 마니아들에게 석모도는 섬산행과 능선종주라는 ‘일석이조’의 산행지로 유명하다. 오히려 그들에게 해변이나 유명사찰은 보다 멋진 산행에 도움을 주는 ‘부수적인’ 주변 환경이다.
석모도 종주산행의 출발은 석모도의 종주산행 기점인 전득이고개 앞에서 시작된다. 전득이고개에 내리면 ‘강화군 석모도 해명산 등산안내 종합안내판’과 ‘보문사 낙가산 6.2㎞·해명산 1.8㎞·상봉산 7.3㎞’라고 쓰인 표지판이 나란히 세워져 있다. 그리고 바로 옆에 목조계단으로 시작하는 등산로가 놓여져 있다. 전득이고개란 이름은 예전에 전씨 성을 가진 사람들이 먼저 이 마을에 터를 잡고 살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전득이고개에서 해명산에 이르는 등산로는 어느 정도 경사가 있지만 소사나무와 떡갈나무, 굴참나무 같은 활엽수들이 우거져 뙤약볕을 막아준다. 땀을 흘리며 10여분 걷다보면 저절로 ‘아’하고 탄성을 지르게 되는 지역이 나온다. 강화 쪽으로 전망이 트인 230봉이다. 강화 마니산이 손에 잡힐듯 펼쳐진다.
전득이고개에서 해명산까지는 쉬엄쉬엄가도 1시간이면 충분히 주파가 가능하다. 해명산 정상 직전의 봉우리는 가파른 화강암 슬랩지대이지만 쇠말뚝에 로프를 매어놓아 산행초보자에게도 큰 무리가 없다. 해명산 정상에는 사방으로 시야가 탁트인 너른 암반지대에 ‘해명산 327m’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암반지대에서 서북방향으로 시선을 던지면 낙가산으로부터 상봉산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 해명상 정상 직전의 암릉지대. 로프가 설치돼 안전하게 오를 수 있다.(왼쪽 사진) 해명산에서 낙가산 가는길의 암반지대를 등반객들이 통과하고 있다.
해명산에서 낙가산에 이르는 길은 경사가 심하지 않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는 능선의 계속이다. 이 길에서도 숲이 짙어진다 싶으면 어김없이 너덜바위 지대가 나오고 곧바로 바다로 툭 터져 해풍이 밀려드는 암반지대가 모습을 보이면서 더위를 식혀준다. 또 숲길에서 ‘주먹바위’나 ‘부부바위’‘합죽이 바위’ ‘고인돌 바위’ 등 등산객들이 모양대로 이름을 붙여준 기암괴석들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해명산에서 낙가산 눈썹바위까지 가는 길에 2개의 산행 안내 표지판이 있다. 첫번째 표지판은 ‘공개’와 ‘보문사·낙가산’ 갈림길을 안내해주는 표지판이고, 두번째 표지판은 ‘매음리’와 ‘석모리(방개)’ ‘보문사(낙가산)’ 방향을 안내해주는 표지판이다. 두번째 표지판은 개념도상의 ‘방개고개’에 세워져 있는데 이 표지판에는 보문사(낙가산) 방향 2.5㎞라고 거리 표시도 돼 있다.
상봉산 종주를 원하건 보문사 쪽으로 내려가건 무조건 표지판의 보문사(낙가산) 방향으로 길을 잡아야 한다. 또 보문사까지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는 갈림길 외에도 몇차례 길을 잘못 접어들 수 있는 갈림길이 나오는데 반드시 ‘산악회’ 리본표시가 있는 길을 잡아야 낭패를 면할 수 있다. 자칫 마을이나 도로로 떨어져 다시 능선을 타야 하는 수고스러움을 감수해야 한다. 그리고 전득이고개, 방개고개, 새가리고개, 절고개 등 개념도상에 나와있는 지명도 표지판이 따로 세워져 있지 않기 때문에 너무 연연해서는 안된다.
낙가산 방향으로 계속 길을 잡고 걷다보면 거대한 너럭바위가 서해바다를 향해 자리잡은 지대를 만난다. 바위에 서면 하늘과 바다가 맞닿아 펼쳐지는 장관이 아찔하기까지 하다. 특히 이 너럭바위에서 맞는 서해 일몰이 일품으로 알려져 있다. 등산객의 안전을 위해 바위지대를 따라 연두색 안전 펜스가 쳐져 있다. 너럭바위에 서면 보문사와 주차장까지 까마득히 내려다 보인다. 너럭바위는 보문사의 명물인 눈썹바위의 윗 부분으로 바위 아래 암벽에는 높이 9.7m의 보문사 마애석불이 자리잡고 있다.
낙가산은 일부 ‘산행 안내서’에 해발이 ‘267m’나 ‘235m’ 등으로 혼동돼 기재돼 있는데 정작 해발고도 표지석은 어디에도 없다. 삼산면사무소 관계자에 따르면 “눈썹바위 윗부분 너럭바위 지대를 ‘낙가산 정상부’로 보면 맞는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어떤 이들은 절고개에서 상봉산 오르는 길목에 있는 산불감시초소를 낙가산 정상이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초소의 이름이 ‘낙가산’이어서 그런 얘기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눈썹바위를 지나 10여분 내려오면 거대한 바위가 길을 막아선다. 바위 단면에 왼쪽길로 가면 ‘절(보문사)’이 나온다고 표시돼 있다. 이곳에서 보문사까지는 급경사로 사찰 경내가 내려다보이는 지역에 오면 경사가 완만해진다. 등산로에서 보문사 사이에는 철조망이 쳐져 있기 때문에 보문사 관광을 하려면 입구까지 내려가 다시 입장권을 사서 들어가야 한다.
상봉사 종주 산행을 위해선 이 지점에서 바위를 왼쪽으로 끼고 계속 직진해야 한다. 절고개라는 지역에 이르면 ‘상봉산 2㎞’라고 적힌 표지판이 나온다. 표지판에는 보문사와 삼산면 방향도 같이 표시돼 있다. 종주산행의 경우 대부분 이 지역을 통과 상봉산에 오른 후 같은 지점으로 다시 내려와 보문사 주차장으로 하산한다.
상봉산 가는 길에는 산불감시초소가 있다. 그리고 숲이 우거진 소로길로 이어진다. 유난히 떡갈나무가 많다. 절고개에서 상봉산 정상까지는 40여분. 이곳에서도 역시 산행길 중간에 바다로 트인 등산객을 반긴다. 상봉산 정상은 암봉으로 이뤄져 있다. 정상 주변에 뾰족한 바위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고, 그 한가운데 마치 ‘비목’과도 같이 허름한 나무에 ‘상봉산’이라고 쓰여진 표시목이 있다. 정상에 서면 서남쪽으로 볼음도를 비롯, 올망졸망한 섬들의 펼쳐져 해명산과는 또다른 감흥을 안겨준다.
[ 등산코스 ]
▲ 전득이고개-해명산-낙가산-절고개-상봉산-절고개-보문사(종주코스)
▲ 전득이고개-해명산-낙가산-보문사
▲ 삼산면사무소-삼산초등학교-마을-절고개-상봉산-절고개-보문사
[ 대중교통 ]
석모도에 가기 위해선 강화 외포리선착장을 경유, 카페리를 이용하여 갔으나, 석모대교가 개통되면서 한층 편리해졌다.
*서울-강화터미널 : 3000번(신촌로터리 ~ 강화터미널 도착), 1시간30분 소요 / 88번(영등포~ 강화터미널 도착), 1시간30분 소요
*강화터미널에서 31번, 38변 버스이용 석모도행 출발(배차간격 40~60분), 전득이고개 하차
<출처> 2009-06-12 /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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