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도 호룡곡산 & 국사봉 종주산행
정상에 서면 “아!… 이래서 서해의 알프스”
글·사진 =이경택기자
▲ 호룡곡산 정상에는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었다. 그래도 시원스럽게 탁 트인 전망은 가히 일품이었다. 맑은날 호룡곡산 정상에 서면 하나개해변 너머 크고 작은 주변 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무의도 호룡곡산에 오르는 날은 마침 일기가 안 좋았다. 오전에 내리던 비는 그쳤지만 하늘은 여전히 시커멨고, 초속 10m에 이르는 바람은 연방 얼굴을 때렸다. 사방으로 탁 트인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숲을 통과하며 만들어낸 거친 숨소리는 등산로에서 빤히 내려다 보이는 해변의 파도소리까지 삼켜 버렸다.
바람의 저항에 떼놓는 발걸음도 평소보다 더 무겁게 느껴졌다. 그래도 정상에 서니 과연 호룡곡산을 ‘서해의 알프스’로 부르는 이유가 실감났다. 덕적도 등 먼 섬들은 운무에 가려 있었지만 시원스럽게 탁트인 시야로 무의도 해변과 어우러져 주변의 실미도 소무의도 팔미도 영흥도 자월도 등 옹기종기 수면 위에 자리잡고 있는 섬들이 연출해내는 풍광은 다도해 못잖았다.
무의도는 인천국제공항 인근 인천시 중구 용유동에 소재한 섬으로 매립지가 생기며 영종도와 이어진 용유도 남쪽 1.5㎞ 해상에 있다. 함께 있는 섬 중 큰 섬을 대무의도, 작은 섬을 소무의도라고 한다. 섬의 서북단엔 물때에 따라 대무의도와 연결되는 새끼섬 실미도가 있다. 이 가운데 등산객들이 즐겨찾는 호룡곡산(245m)과 국사봉(230m)은 대무의도에 있다.
호룡곡산에서 국사봉까지 이어지는 종주산행의 출발점은 섬 최남단의 광명항이다. 광명항에서 호룡곡산에 오른 후 국사봉을 거쳐 큰무리 선착장으로 하산하면 된다. 큰무리 선착장을 산행기점으로 잡을 경우 거꾸로 국사봉-호룡곡산 코스가 된다. 광명항에서 큰무리선착장까지 도로 길이는 6㎞. 따라서 호룡곡산-국사봉 종주 산행도 높낮이를 감안했을 때 약 6㎞ 정도 된다.
광명항은 섬주민들에게 샘꾸미로도 불리는 작은 어항으로 소무의도로 가는 배가 출발하는 곳이다. 최근 포구를 따라 펜션단지가 들어섰고 단지 초입에 호룡곡산 등산로 팻말이 있다. 등산로로 들어서면 작은 배나무밭이 보인다. 하얀 배꽃이 막 봉오리를 맺고 있다. 배나무밭을 지나면 바로 푸른 소나무 숲길이 이어진다. 길은 가벼운 오르막으로 간간이 연분홍 꽃잎의 진달래가 수줍은듯 산행객을 반긴다.
한 20여분 오르면 ‘호룡곡산 정상’과 ‘하나개유원지’ 갈림길을 알려주는 표지판이 보이고 표지판을 지나면 바다 쪽으로 툭 트인 조망대가 나온다. 소무의도가 손에 잡힐듯 한눈에 들어온다. 조망대 지나 정상까지는 갈참나무와 굴참나무, 물푸레나무 군락이 계속된다. 아직 앙상하다.
정상 0.2㎞ 못 미친 지점에 호룡곡산 정상과 하나개유원지 갈림길이 나온다. 이곳에서 하나개유원지로 방향을 잡으면 주민들이 관광객을 위해 조성해 놓은 ‘환상의 도로’가 나온다. 이름은 도로이지만 이곳 역시 해변 언덕 위 숲길로 걷는 동안 바다 조망이 계속 이어진다고해서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
정상이 가까워지면 잠깐 너덜바위지대가 나온다. 경사가 조금 있지만 로프 없이도 충분히 오를 수 있는 수준이다. 너덜바위지대를 지나면 곧 정상이다. 광명항에서 호룡곡산 정상까지 걸린 시간은 약 1시간 남짓. 정상에 서면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풍광이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날씨가 맑은 날이면 인근의 소무의도는 물론 영흥도와 선재도, 대부도, 멀리 대이작도와 소이작도 덕적도까지 보인다. 섬산행의 매력 중 하나가 바로 이런 주변 경관에 대한 조망일 것이다.
하산길은 정상 바로 밑의 국사봉을 가리키는 팻말을 따라 잡으면 된다. 이정표에 ‘국사봉 2.4㎞’라고 적혀있다. 이곳에서 하나개유원지로 방향을 잡으면 마당바위와 호랑바위를 거쳐 해변 인근에 조성된 자연휴양림을 내려갈 수 있다.
30분여 숲길을 내려오면 하나개해변 인근에 놓여진 구름다리가 보인다. 구름다리를 타지 않고 왼쪽 길로 내려가면 하나개해변이 나온다. 구름다리를 건너면 너른 분지 위에 반 이상 꽃이 진 벚꽃군락지가 보이고 그 너머 국사봉이 한눈에 들어온다.
국사봉 오르는 길은 호룡곡산에 비해 힘겨우면서도 심심하다. 숲길로 접어들면 곧 가파른 경사가 나오는데 너덜지대라고 하기엔 옹색한 자갈밭이다. 자갈밭과 흙길이 반복되는 경사를 20분여 오르면 로프가 놓여진 가파른 암반지대가 나온다. 이 지대를 통과하면 바로 국사봉 정상. 정상에는 지난해 목조데크가 설치됐다. 데크에 서면 호룡곡산과는 또따른 해변 풍광이 펼쳐진다. 서쪽으로는 실미도 영화촬영지와 하나개해변이 한눈에 들어오고, 동쪽으로는 인천국제공항이 보인다. 공항에서 뜨고 내리는 여객기들이 마치 장난감 비행기 같다.
국사봉에서 큰무리선착장까지의 하산길은 아늑한 흙길이다. 송림 사이로 바람에 실린 파도소리가 계속 이어지고 이따금 딱따구리가 나무를 쪼는 소리도 섞여 들린다. 당산 못 미처 실미 해변으로 이어지는 포장 도로와 만나는데 이를 가로질러 길 건너편 계단길로 들어서면 당산을 지나 큰무리 선착장으로 바로 하산할 수 있다.
광명항에서 호룡곡산과 국사봉을 거쳐 큰무리선착장까지 총 산행시간은 3시간30분. 무의도 종주산행은 길이 험하지 않아 가족산행객들도 즐겨 찾는다. 쉬엄쉬엄 걸어도 4시간 남짓한 시간이면 주파할 수 있다.
<등산코스>
▲ 광명항 - 호룡곡산 - 구름다리 - 국사봉-당산 - 큰무리선착장
▲ 큰무리선착장 - 구름다리 - 호룡곡산 -하나개해수욕장
▲ 큰무리선착장 - 광명항 - 호룡곡산 - 환상의 도로 - 하나개해수욕장
<대중교통>
과거에는 배를 타야만 갈 수 있었으나, 2019년 무의대교가 개통되면서 차량 접근이 가능해졌다. 다만 다리 개통 이후 교통량이 10배 가까이 늘면서 2019년 7월 29일까지 주말과 공휴일 무의도 입도 차량을 900대로 제한한다. 무의도 주변에는 실미도, 소무의도 등의 섬이 있는데 연륙교가 연결되어 있어(광명항선착장에서 소무의도)도보로 10분~15분이면 소무의도에 갈 수 있다.
◇인천공항 3층에서 시내버스 111번, 06번 용유역 2번 출구 앞에서 하차, 바로 앞 정류장에서 마을버스1번를 타면 무의대교를 건너 가고자 하는 정류장에 하차 하면 된다
◇인천공항역에서 자기부상 열차를 타고 용유역 하차 2번출구앞에서 무의도 마을버스 환승해도 된다
◇버스노선 : 용유역-공항회센타-잠진도-여도교입구-큰무리선착장-실미도해수욕장-실미도 촬영지-씨사이드호텔-홈플러스-대성팬션-개안치안센타-하나개삼거리-하나개해수욕장-천국의계단셋트장-호룡산등산로입구-소무의도-무의도 바다누리길
■등산코스 : 광명삼거리 등산로입구- 호룡곡산(244m)-구름다리-국사봉(230m)-봉우리재-실미재-
큰무리선착장
<출처> 2009-04-24 /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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