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중앙공원
콘크리트 아파트 숲속 천혜의 도심 쉼터
경기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65, 031-729-4907
글·사진 남상학
‘천당(天堂) 아래 분당(盆唐)’이란 말이 있다. 분당이 천당만큼은 아니지만, 다른 지역보다 주거환경이 월등히 좋아 그만큼 살기 좋은 곳이란 뜻이다. 이 말은 타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분당에 사는 사람들을 선망하는 데서 한 말이지만, 분당 사람들이 중앙공원에 대한 자부심 또한 대단하다. 사면 아파트에 둘러싸인 공원치고 분당 중앙공원만큼 면적이 넓고 시설과 조경이 뛰어난 곳을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콘크리트 아파트 숲으로 이뤄진 성남 분당신도시에서 중앙공원은 분명 인체의 허파와 같은 곳이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65번. 중앙공원은 1994년 7월 31일 개장했다. 영장산(해발 88m) 자락에 42만 982㎡의 넓이로 조성된 공원은 기존 지형 및 수림을 최대한 살리고 향토 수종을 새로 심어 자연스러운 경관을 만들어냈다.
시민이 쉽게 접근하여 이용할 수 있도록 공원 주변의 아파트단지와 연결된 육교 4개를 설치하고, 육교는 계단이 없어 휠체어로도 통행할 수 있게 만들었으며 맹인용 점자블럭도 갖춰져 있다. 공원에는 유아를 동반한 이용자를 위하여 유모차를 대여하며 수유여성을 위한 모유방까지 설치하였다.
공원은 시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계단 없는 육교 4개소와 연결되었고, 산책로는 모두 투수콘포장으로 설치하였다. 호수와 분수·물레방아·4개의 잔디광장과 상록수광장·역말광장·황새울광장 등 시설이 뛰어나 영화와 텔레비전은 물론 광고 촬영 장소로도 많이 이용되고 있으며, 일본과 타이완 등 해외에서도 견학을 온다고 한다.
야외공연장에서는 시민을 위한 각종 문화행사와 공연이 다채롭게 열린다. 황새울 광장에서는 유모차에 아기를 태워 산책을 하며 봄 햇살을 즐기는 주부들이 드문드문 눈에 띄었다. 야외공연장 앞 너른 잔디밭은 소풍 나온 유치원생들이 자리를 잡았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몰려드는 호수 앞 중앙광장 무대는 청소년 댄스 경연대회 등 행사가 단골로 열리는 곳이다.
호반에 세워진 돌마각(突馬閣)과 수내정(藪內亭)도 명물이다. 중앙공원의 대표적인 공간으로 활용되는 돌마각은 호숫가에 지어져 호수를 조망하기에 가장 좋다. 이 돌마각은 경복궁의 경회루와 그 모습이 많이 닮아 있는데, 처마 마루 위에 조각된 여러 가지 모양은 ‘잡상(雜像)’이라 부르는 인물과 토신들이다.
성남 시민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인공호수인 분당호는 공원을 가로지르며 흐르는 분당천을 끌어들여 조성한 연못이다. 약 1만 2500㎡의 넓이로 경주 안압지를 본 따 연못을 파고 사면을 선을 달리하여 배치하였고, 또한 작은 섬을 세 곳에 만들어 3개의 돌다리로 연결함으로써 동양적인 이상 세계를 표현하였다. 호수 둘레를 따라 푸른 소나무가 우거져 중후한 멋을 내고 온갖 꽃나무들이 화사하게 피어 호수를 아름답게 하고, 호수 곳곳에서 뿜어내는 분수의 물줄기가 시원스러운 풍광을 연출한다.
돌마각에 올라서니 호수에서 내품는 분수의 물줄기를 보노라면 물줄기 뒤로 흐드러지게 핀 꽃들과 어울려 환상적인 풍광을 자아낸다. 이곳에 서면 시인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든다. 아닌게 아니라 돌마각에는 한국토지 개발공사 김우석 사장이 정자를 짓고 그 감회를 시로 적어 걸어놓은 편액이 있다.
장구한 탄천이/ 유유히 흐르는/ 한아비 숨결 밴/ 너른 들판에/
뫼 깎고 들 메워/ 새터를 여니/ 남한산성 돌담,/ 비바람 막아주고/
문형산 솟은 태양/ 햇살 비추는/ 어우러져 길이/ 누릴 보금자라라/
이 곳에 소망 같이/ 우둑 집 짓고/ 옛 이름 이어서 돌마각이라.
돌마각에서 내려와 시계방향으로 조금남 가면 작은 연못가에 정자 하나가 오롯이 앉아 있다. 이것이 바로 수내정이다. 수내정의 잡상은 조선 시대 유몽인이 쓴 “어우야담”에 보면 대당 사부(大唐師父), 손행자(孫行者=손오공), 저팔계, 사화상(獅畵像=사오정), 마화상(馬畵像), 삼살보살(三殺菩薩), 이구룡(二口龍), 천산갑(穿山甲), 이귀박(二鬼朴), 나토두(羅土頭) 등 10여 가지 종류가 있다. 모두 서유기에 나오는 인물이나 토신들로서 액(厄)을 막아주는 신이라고 한다.
창덕궁의 애련정을 원형으로 삼아 만든 수내정은 작은 연못가에 목조로 축조하여 도심 속에서 옛 정취를 느끼며 조용히 사색하며 소요할 수 있는 곳이다. 돌다리로 연결된 산책로를 따라 돌마각과 수내정 등을 감상하며 한가롭게 호수를 끼고 산책하면 누구든지 신선이 된 느낌을 경험하게 된다.
영장산 기슭/ 아늑한 터에/ 물 끌어 연못 짓고/
정자 지은/ 맑은 물 비친/ 솔숲 한데 어울려/
쉬어가는 손들을/ 감싸주리니/ 옛 이름 살려서/ 수내정이라.
또 해발 70m의 영장산 정상에는 영장대 팔각정이 자리 잡고 있다. 개발 당시 건립된 이 정자는 자연을 사랑하는 이 지역 주민들의 민의를 바탕으로 전망 좋은 이곳에 쉼터를 제공한 것이다. 팔각정에 분당 신도시 건설개요가 아래와 같이 적혀 있다.
공원 안에는 문화재로 지정된 수내동 가옥 한 채가 자리 잡고 있다. 수내동 가옥은 한산 이씨(韓山李氏) 종가의 초가 한 채를 단장하여 경기도 문화재 78호로 운영, 관리되고 있다. 원래 수내동에는 약 70여 호가 마을을 형성하고 있었고, 그 중 한산 이씨는 약 30여 호가 집성촌을 이루며 조상 대대로 살아왔다. 그러나 지역이 개발되면서 대부분 가옥이 철거되고 이 집 한 채만 남게 되었다.
이 고택은 약 150~200년 전에 지어진 건물로 추측되며 이 가옥은 조선조 말 경기 지역 전통가옥의 하나로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옛 마을 모습 일부를 보여주고 있다. 지금 한산 이씨 문중에서 관리하고 있다.
구조는 바깥마당에 접한 ㅡ자형 문간채와 그 뒤로 ㄱ자형 안채가 안마당을 둘러싸고, 전체적으로 튼 ㅁ자형 배치를 이루었다. 그리고 안채 뒤로는 넓은 뒷마당이 곡장에 둘러싸여 있는 소박한 농촌 고가이다. 고가의 방과 마루, 부엌 등에는 각종 옛날의 생활도구를 구비해 놓아 공원을 찾는 이들에게 향토적 정취와 옛 생활문화를 엿볼 수 있다.
또 공원에는 고려 말 이색의 후손인 한산 이씨 묘역이 조선 중기부터 후기까지 모습 그대로 남아있다. 이곳에는 토정 이지함의 조부인 이장윤 등의 묘가를 비롯해 정남향과 남서향으로 이씨 종친회 묘역이 자리 잡고 있다.
더구나 공원 안에는 역사적, 문화적으로 큰 의미를 담고 있는 청동기 시대의 고인돌 지석묘군(支石墓群)이 조성되어 있다. 약 500평 규모의 고인돌군은 석기시대 이후 한반도에 우리 선조들이 터를 잡았던 지역으로 짐작되며, 지석묘군은 청동기 시대의 묘제(墓制)로서 당시 정치권력과 경제력을 가진 지배 계층의 대표적 상징물인 무덤들이다.
중앙공원 안쪽에 있는 이 지석묘들은 분당동, 야탑동, 도촌동 등 3개동에서 발굴된 것인데, 분당신도시 개발과정에서 발굴 조사된 171기의 지석묘들 중 대표적인 것 10기를 갖다가 모아 놓은 것이다. 분당 신도시 개발과정에서 조사된 지석묘들은 대부분 남방식의 지석묘들로 하부에 작은 할석을 받쳐 놓은 정도의 불규칙하고 소략한 구조를 보였다.
공원에는 각종 체육시설도 갖췄다. 공원 안쪽으로 들어가는 길목에는 발지압장이 조성되어 있고, 배드민턴장과 게이트볼장·기체조장·종합체육시설 등 운동시설이 많다. 또 공원 등산로를 따라 오르다보면 산 속에 조성된 게이트볼장이 있다.
산속이라 햇빛이 강하게 내리쬐는 날에도 시원하고 여유롭게 게이트볼을 즐길 수 있다. 건강을 생각하는 시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특별히 산자락 능선을 따라 설치한 등산로는 숲 향기를 맡으며 걷기에 좋고, 산중턱에 앉아 하늘빛 호수를 바라보면 누구나 시인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진다.
그러나 주차장이 좁다는 게 큰 흠이다. 그러나 아파트 숲에 자연을 끌어들여 숨통을 틔우는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 앞으로 대규모 신도시 개발 과정에서는 중앙공원을 좋은 모델로 삼아 쾌적한 삶의 공간을 만드는데 노력할 필요가 있다.
<가는 길>
지하철 8호선 서현역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위치하며, 좌석버스는 1005-2, 7007-1, 9414, 5500-1, 마을버스는 3, 222, 도시형버스는 17, 33, 55-1, 116-3, 220, 300 ,500, 520, 520-1, 720-1가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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