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 주금산·철마산
꼬불꼬불 노송길 아기자기 봉우리 곱디고운 비단산
엄주엽 기자
▲ 주금산 독바위 부근. 왼쪽으로 보이는 것이 옛적엔 덕암(德岩)이라 불렸던 독바위다.
등산객들이 향하는 방향으로 500m 정도 더 가면 주금산 정상이 나온다.
“주금산에 다녀왔다”고 했더니 얼핏 ‘죽음산’으로 들린 모양이다. “그런 산이 있느냐”며 깜짝 놀란다. 실제는 아름다운 산 이름이다. 한자로 ‘비단 금(錦)’자가 들어간 ‘鑄錦山’으로 마을 사람들은 ‘비단산’이라 부른다.
경기 남양주시 수동면과 포천시 내촌면, 가평군 상면에 걸쳐 있는 주금산은 산세가 비단결처럼 곱다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전해진다. 그보다는 산 남동쪽 아래 수동면 비금리(내방2리)의 ‘비금계곡’에서 유래한 산이름이 아닌가 싶다. 계곡이 산보다 훨씬 앞서 널리 알려졌기 때문이다.
주금산 아래 비금계곡은 서울 인근의 대표적인 계곡관광지 중 하나였다. 승용차가 대중화되지 않았던 시절엔 주말이면 신문에 버스관광객을 모으는 광고가 나올 정도로 유명했다.(인터넷 ‘한국의 산’ 참조) 그러다 지금도 기억이 생생한 1998년 기록적인 수해로 전국이 큰 피해를 당했을 때 이곳 계곡도 예전 모습을 찾지 못할 만큼 망가져 버렸다. 게다가 임도(林道)를 낸답시고 불도저가 곳곳을 파괴하는 바람에 비금계곡은 그 명성이 쇠퇴했다. 지난 28일 찾았을 때도 딱히 카메라를 들이댈 만한 경관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여하튼 지금은 찾는 이들이 줄어 호젓한 주금산의 등산코스로 다시 이름을 알려 가고 있다.
주금산은 북쪽으로는 운악산, 남쪽으로는 철마산과 천마산, 동쪽은 서리산으로 연결된다. 산의 서북쪽 자락에는 베어스타운 스키장이 있다. 산 전체의 모습을 조망하기엔 내촌면의 스키장 쪽이 좋다고들 말한다. 머리에 큰 바위를 이고 있는 모습으로 보인다.
주금산은 옛적엔 불기산(佛岐山)으로도 불렸다. 지금도 가평 상동리에 불기골, 불기마을, 불기고개가 있다. 예전에는 불기고개를 혼자 넘어선 안 된다고 할 만큼 여우나 늑대가 많은 첩첩산중이었다. 가평군지를 보면, 상면 상동리의 ‘돌아우마을’은 혼자 고개를 넘는 선비를 “돌아오우, 돌아오우”하고 애타게 불렀으나 그냥 넘었다가 ‘짐승 밥’이 됐다는 전설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여러 등반코스가 있지만 주금산의 들입목은 비금리 입구로 잡는 것이 좋아 보인다. 서울에서 바로 오는 버스편도 있어 내방리의 수동국민관광지 주차장 혹은 몽골문화촌 앞에서 하차하면 된다. 몽골문화촌은 남양주시와 몽골 울란바토르시가 교류협력 차원에서 2000년에 개관했다. 지금은 커다란 몽골민속예술공연장도 들어서 있는데 그 우측으로 난 길이 주금산의 들입목이자 비금계곡의 입구다.
▲ 수동국민관광지에 있는 몽골문화촌. 주금산을 등산하면서 한번 들러볼 만하다.
조금 올라가다 보면 계곡에 차광막과 평상을 펴 놓고 장사를 하고 있는데 고기를 구워 먹은 흔적 등 오염이 심했다. 더 올라가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그 주변에도 쓰레기가 쌓여 있다. 아직도 이런 사람들이 있나 싶다. 비금리는 주금산 청정지역 혹은 고로쇠마을로 유명한데 그 이름이 무색하다. 이 갈림길이 비금계곡 합수곡으로, 여기서 왼쪽 길이 정상 2코스(2.45㎞), 오른쪽이 정상 1코스(2.48㎞)다. 이 두 코스는 정상 부근 양지바위(805봉) 옆의 넓은 공터에서 만난다. 오른쪽을 택했다. 개울을 건너 나 있는 길을 올라야 한다.
주금산 전체는 육산이지만 정상 부근으로 가면서 바위봉우리가 제법 나온다. 등산로는 단조롭지 않고 아기자기한 편이다. 한 시간 남짓 오르면 양지바위 공터가 나온다. 여기서 주금산 정상까지는 480m. 사실은 이 공터가 주금산에서 가장 유명한 ‘독바위’와도 가까이 있고 정상보다 훨씬 경관이 좋다. 그다지 볼 것이 없는 정상보다 이곳이 사실상 정상 대접을 받는다. 그래서 철마산까지 연계산행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대개 여기서 남쪽으로 방향을 튼다. 이날 안개가 짙어 주변 경관이 들어오진 않았지만 국사봉과 운악산, 서리산, 축령산, 천마산까지 이곳에서 바라보인다.
능선을 따라 남쪽으로 조금 내려가면 독바위와 예전에 군부대 터가 있던 고개사거리가 나온다. 고개사거리에는 현재 팔각정이 지어져 있다. 30m는 족히 넘어 보이는 독바위는 마치 거대한 항아리를 엎어 놓은 모양이다. 예전엔 덕암(德岩)이라 불렸다는데 그것이 독바위로 바뀐 것 같다. 주금산의 또 다른 이름이 ‘독바위산’일 정도로 이 산의 대표적 상징물이다.
독바위 밑 자연동굴에서는 바위틈에서 샘물이 솟는다. 이 부근에는 돼지우물이라는 샘터도 있는데 해발 800m에서 솟는 샘물이라 영험한 기운이 있다고 전해진다. 철마산 방면으로 계속 연계산행을 한다면 그 중간에는 물을 만날 수가 없어 이곳에서 잊지 말고 수통을 채워야 한다.
아름드리 꼬불꼬불한 노송들이 있는 능선길을 1.74㎞ 정도 내려오면 왼편 비금리와 오른편 철마산으로 갈리는 이정표가 나온다. 여기서부터 철마산으로 건너는 길은 억센 풀들이 막고 있다. 운악산에서 주금산·철마산·천마산, 더 아래 예봉산으로 이어지는 광주산맥 주능선인 이 길을 찾는 등산객이 적다 보니 풀들이 웃자라서 그렇다. 반바지를 입고 산행을 했는데 나중에 풀독이 올라 고생을 했다.
철마산(鐵馬山)은 특별히 내세울 것은 없지만 사람들의 발길이 아직 많이 미치지 않아 신선한 맛이 있는 산이다. 겨우 사람 하나 지날 수 있는 정상 주능선은 뾰족한 바윗길로 지금도 옛 성터(철마산성)의 흔적이 남아 있다. 정상에서 남양주 진벌리 방면으로 하산하면 된다. 내려오는 길이 몹시 가파른데 로프가 설치되기 전에는 직접 로프를 지녀야 오르내릴 수 있었다고 한다.
겨울에는 주금산·철마산·천마산의 20㎞ 능선이 무릎까지 빠지는 눈산행으로 유명한 코스지만 역시 한여름에 이곳을 연계산행하기는 힘에 부쳤다. 두 산만 타는 데 넉넉히 8시간은 각오해야 한다.
<코스>
주금산
▲ 몽골문화촌-비금계곡 합수곡-우측계곡-795봉-양지바위-정상(2시간30분)
▲ 내촌초교-내촌4리 회관-365봉-독바위-정상(1시간40분)
▲ 사기막 평사교-합수곡-고개삼거리-정상(1시간40분)
주금산·철마산
▲ 주금산 정상-독바위-665봉-철마산 정상-물막골고개-진벌마을회관(6~7시간)
<대중교통>
▲ 청량리역 앞 내방리행 330-1 등
<출처> 2009-07-31 / 문화일보
'국내여행기 및 정보 > - 인천. 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천 성주산∼시흥 소래산, 산꼭대기에서 ‘도시와 바다’를 품다 (0) | 2009.09.18 |
---|---|
아는만큼 보이는 수도권 ‘조선 왕릉’의 숨은 매력 (0) | 2009.09.18 |
경기 양평 도일봉, 짙은 녹음·시린 폭포… 여름이 쉼표를 찍다 (0) | 2009.09.17 |
강화 석모도 해명산∼상봉산 종주 (0) | 2009.09.16 |
아침고요수목원, 한여름 녹음 사이로 피어난 예쁜 꽃들 (0) | 2009.09.1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