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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및 정보/- 충청남도

부여 궁남지, 꽃처럼 피어오르는 선화 공주에 대한 서동의 연정

by 혜강(惠江) 2009. 5. 7.

 

                                                                                            부여 궁남지 

연꽃처럼 피어오르는 선화 공주에 대한 서동의 연정

사비시대(538~660) 쌓은 도성의 인공 연못  -

 

 

·사진 남상학

 

 

 


* 궁남지 표지석 뒤로 연못 한 가운데 조산을 만들어 연회장을 만들었다 *

 

 

  부여에서 화려한 백제 문화의 보고를 찾는다면 궁남지를 들 수 있다. 백제의 뛰어난 미적 감각과 수준 높았던 생활문화를 보여줄 뿐 아니라 일본의 아스카 문화를 열었던 백제인들의 숨결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궁남지이기 때문이다. 

  궁남지는 사비시대(538~660) 도성의 인공 연못으로 부소산 왕궁터, 정림사지와 함께 남북으로 축을 이룬다. 삼국사기 백제본기 무왕 36년(635)에 '3월에 궁성 남쪽에 연못을 파고  20여 리나 되는 긴 수로를 통해 물을 끌어들였으며 물가 주변의 사방에는 버드나무를 심고 못 가운데에는 섬을 만들어 방장선산(方丈仙山)을 본떴다'라는 기록(삼국유사)이 남아 있다. 무왕은 궁남지 중앙에 중국 전설 속 방장선산을 모방한 조산(造山)을 쌓고 연회장(포룡정)을 지어 연못에서 뱃놀이와 연회를 즐겼다고 한다. 연못의 규모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당시 뱃놀이를 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그 크기가 보통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궁남지는 신라 선화공주와 결혼한 무왕의 서동요의 설화가 깃든 곳으로도 유명하다. 어느 흐린 날 밤, 궁궐 남쪽에 사는 한 여인이 잠을 이루지 못해 연못으로 산책을 나갔는데 갑자기 연못 속에서 용 한 마리가 솟구쳐 오르며 여인의 몸을 휘감았다. 그 후 여인은 태기를 느꼈고 열 달 뒤 아들을 낳았다. 이 아들이 서동이다.

 

  궁핍하게 살았던 서동은  마(薯)를 캐서 팔아 생활했는데, 사람들은 그를 맛둥(서동:薯童)이라 불렀다. 그 무렵 신라 진평왕의 셋째 딸인 선화공주는 그 아름다움이 백제에까지 소문나 있었다. 그 소문을 들은 서동은 머리를 깎고 경주로 가 중의 행색을 하고 마를 가져가 경주 근방의 동네 아이들에게 나눠주면서  노래를 지어 부르게 했다.(삼국유사-薯童謠條) 

 

   

   <善化公主主隱 / 他密只嫁良置古 / 薯童房乙 / 夜矣卯乙抱遣去如  

  "선화공주니믄 / 남그스기 / 얼어두고 / 서동 방으로 밤에 몰래 안겨 가다"   

 

 이를 현대어로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선화공주님은 남몰래 서동이와 정을 통하고, 
  밤에 몰래 나와 서동을 안고(궁궐에 돌아)간다. "

 

 

* 궁남지 초입에 서 있는 서동요비 *


  이 노래는 아이들의 입을 통해 온 나라에 퍼져 나갔다. 결국 대궐에까지 알려지자 선화공주는 귀양을 가게 됐는데, 이를 미리 알고 있던 서동은 선화공주를 백제로 데려와 행복하게 살았다고 한다. 서동은 뒷날 백제 제30대 왕인 무왕 장(璋)이다. 로맨스의 진실성은 접어두고라도 얼마나 드라마틱한 사랑인가.

 

 서동이 퍼뜨린 노래로 누명을 쓰고 귀양을 떠나게 된 선화 공주의 처지와 함께 한 영웅이 시련을 극복하고 왕이 되기까지의 과정에서 벌어지는 하나의 사건은 참으로 극적이다. 궁남지가 존재하는 한, 국경을 넘은 서동왕자(백제 무왕)와 선화공주의 애틋한 사랑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膾炙)되리라.

  현재는 세 개였던 섬이 한 개만 남아 있고, 그 섬에는 연꽃을 닮은 정자를 세우고, 다리를 만들어 드나들 수 있게 해 놓았다. 그리고 연못에는 분수 시설이 갖춰져 있다. 분수가 시원한 물줄기를 내뿜는 연못 주변으로 휘휘 가지를 드리운 수양버들이 운치를 더한다. 폭이 좁고 긴 다리를 건너 연못 중앙의 포룡정(抱龍亭)에 이르면 사위가 온통 버드나무에 가려져 1400여 년 전 사비시대로 시간 이동을 한 느낌이다. 이렇듯 무왕과 선화공주의 전설이 담긴 인공연못의 빼어난 조경미로 인해 선화공주의 향수를 달래주기위한 '사랑의 연못'으로 더 알려져 있다. 그래서 연꽃이 흐드러지게 핀 7~8월에는 사랑을 이루려는 청춘남녀들이 줄을 잇는다고 한다. 

 

 


  연못의 동쪽 언덕에서 백제 때의 기단석과 기와조각, 그릇조각,  짚신, 칠기, 나무 삽, 토기, 기와 등 백제인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물건이 대량으로 출토되어 근처에 이궁이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연못 주위로 산책로가 마련되어 있고, 주변 사방에는 대단위 연꽃단지를 조성하고, 연꽃을 감상할 수 있도록 나무테크도 만들어 놓았다. 또 원추리, 부초꽃 등 야생화단지도 만들어 인공정원의 백미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군데군데 쉼터를 만들어 산책하다 잠시 쉴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인근에 '서동요'의 세트장이 있다. 백제 무왕이 된 서동과 신라의 선화 공주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서동요가 SBS드라마로 방영되었을 때, 이 드라마를 위해 직접 이곳에 백제 오픈 세트장을 지었다. 오픈세트장은 가화 저수지 주변을 고풍스러운 옛 백제의 숨결이 살아있는 건축미를 보여주는 백제궁과 백제의 과학기술연구소라고 할 수 있는 '태학사'와 기술자들이 모여 사는 마을인 '하늘채 마을' 등을 현재 백제의 건축물이 남아있지 않은 상태에서 고증을 통해 지었다고 한다.

 

 



  서동요의 전설이 깃든 궁남지에서은 사랑과 연꽃을 주제로 다양한 축제 행사가 선보인다. 서동과 선화공주의 포룡정 재회 장면을 재연하는 것을 바롯하여 연꽃사진촬영대회, 연화문 목걸이 만들기, 부채연꽃 그리기, 종이연꽃 만들기, 각종 공연이 준비돼 있다.  


*가는 요령
경부고속도로에서 천안~논산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서논산 인터체인지에서 나와 4번 국도를 타고 석성면 방면으로 달린다. 능산리 고분군을 지나 충남종합관광안내소 주차장에서 우회전, 신호등에서 좌회전해 400m 더 간 후 4거리 신호등에서 다시 400m 직진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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