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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및 정보/- 충청남도

충남 서산 팔봉산, 기암괴석 포갠 듯 정상의 암릉미 ‘압권’

by 혜강(惠江) 2009. 9. 17.

 

충남 서산 팔봉산

 

기암괴석 포갠 듯 정상의 암릉미 ‘압권’

 

 

이경택 기자

 

 

 

▲ 팔봉산 정상. 특이한 모양으로 솟구친 바위가 많아 위험해 보이지만 고정로프나 철계단 등 정비가 잘 돼 있어 어려운 코스는 아니다

 

 

▲ 정상인 3봉을 거쳐 4봉으로 내려서는 구간. 하산길에 뒤를 돌아보면 서산시내가 시원스럽게 한눈에 들어온다.

 

 

  팔봉산 하면 산꾼들은 강원 홍천의 팔봉산을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충남 서산에도 8개의 봉우리가 마치 병풍처럼 일렬로 도열한 듯한 팔봉산(362m)이 있다. 그리고 서산의 팔봉산도 홍천의 팔봉산 못잖게 매력적인 산이다.

  서산 팔봉산의 가장 큰 매력은 기암괴석을 첩첩이 포개놓은 듯한 정상부 일대의 암릉미다. 그러면서도 산행 도중에 추락 위험이 있거나 가파른 바위길에는 로프와 철계단 등이 잘 갖춰져 있어 노약자들도 충분히 오를 수 있다. 또 종주 산행이 아니라 정상인 3봉을 중심으로 한 원점 회귀 산행의 경우 3시간 안쪽이면 주파가 가능하다.

  이와 함께 사방이 야트막한 산과 구릉이어서 조망도 뛰어나다. 정상에 서면 멀리 가로림만 일대의 서해바다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서산시에서도 최근 등산로 정비와 진입로 가꾸기 등을 통해 팔봉산 일대를 자연을 테마로 한 관광명소로 적극 육성하고 있다.

  팔봉산은 서산시 팔봉면 어송리, 양길리, 금학리의 3개 마을에 접해 있다. 1봉부터 8봉까지 종주 산행을 할 경우 양길리 마을에서 올라가 어송리 마을로 내려오면 된다. 그러나 팔봉산 산행의 진수를 맛보기 위해선 굳이 종주 산행을 할 필요가 없다. 1봉부터 4봉까지는 모두 암릉미가 뛰어난 암봉이지만 5봉 이후로는 육산이며 조망도 수수한 편이다.

  원점 회귀 산행시에는 양길리 주차장을 산행 기점으로 하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 이곳에서 출발해 1봉과 2봉 사이 안부에서 1봉을 거쳐 2봉, 3봉, 4봉까지 연이어 오른 후 3봉과 4봉 사이의 안부에 난 운암사지 방향 우회로를 통해 하산하면 된다.

  휴가기간이 시작돼서 그런지 양길리 주차장에는 평일인데도 승용차가 10여대 세워져 있다. 모두 팔봉산을 찾은 등반객들이다.

  주차장 인근 솔숲에는 마을 할머니들이 감자나 버섯, 산나물 등속을 펼쳐놓고 팔고 있다. 이 주차장 일대에선 매년 봄 ‘팔봉산 감자축제’가 열리고 있다. 팔봉산 감자는 해풍을 맞고 자라 저장성과 당도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차장을 끼고 난 솔숲 사이의 널찍한 산길을 따라 오르면 곧 등산로 이정표가 나온다. 이곳에서 등산로 방향으로 접어들어 5분여 임도를 걸어가면 돌탑에 이어 널찍한 쉼터가 나온다. 쉼터에는 거북샘과 화장실이 갖춰져 있다. 거북샘은 거북 모양의 바위를 조형한 약수터. 거북의 입부분에서 사철 물이 솟구쳐 나오는데 계곡물 못잖게 시원하다.

  쉼터 한쪽에는 돌계단이 놓여 있다. 본격적인 팔봉산 산행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돌계단을 지나면 곧이어 너덜바위 지대가 나오는데 험하지 않고 오히려 숲 속에 난 바위들을 타넘으며 오르는 재미가 솔쏠하다. 1봉과 2봉이 갈리는 안부는 거북샘 지역에서 불과 7분도 안 되는 지점이다. 숨이 약간 찰 정도면 벌써 안부에 도착해 있다. 안부에는 널찍한 평상도 놓여 있다. 안부에서 왼쪽으로 가면 1봉, 오른쪽으로 가면 2봉을 거쳐 정상인 3봉까지 곧바로 치고 오를 수 있다.

  안부에서 1봉까지는 채 5분이 안 걸린다. 1봉 정상에 서면 시원하게 펼쳐진 가로림만이 한눈에 들어온다. 안부로 다시 내려와 2봉 방향으로 길을 잡았다. 2봉 오름길부터 암릉 산행의 다이내믹한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 가파른 바윗길을 지나면 깎아지른 듯한 벼랑에 놓인 은회색 철계단과 이어서 로프와 초록색 철제 난간 등이 험난한 암릉을 따라 연달아 놓여 있다. 2봉을 오르다 뒤를 돌아보면 발 아래로 1봉의 자태가 한눈에 들어오는데 돌덩이들을 쌓아놓은 듯한 모습이 이채롭다.

  2봉에 서면 팔봉산의 여덟 봉우리를 대체적으로 가늠할 수 있다. 정확히 따지면 팔봉산에는 모두 9개의 봉우리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제일 작은 봉우리를 제외하고 팔봉산이라 했고, 매년 12월 말이면 작은 봉우리가 자신을 수에 넣지 않았다고 해서 울었다는 전설이 있다. 2봉을 뒤로하면 곧이어 헬기장이 모습을 드러낸다. 헬기장 한쪽에는 쉼터용 정자도 있다.

  정상인 3봉을 오르는 구간은 팔봉산 산행의 클라이맥스를 이루는 곳이다. 험한 바위 사이로 난 협소한 오르막 구간에 철계단과 로프가 잇따라 나오고 마지막 지점엔 비좁은 통천굴(용굴)까지 등산객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정상 암봉 직전에 길이 나뉜다. 하나는 통천굴이라 불리는 곳으로 바위 속으로 터널을 뚫어 오르는 듯한 구멍길이다. 입구가 좁아서 몸이 아주 비만한 사람이나 커다란 배낭을 메고 있으면 통과하기가 어렵다. 바위 밖으로 우회로인 철계단 길도 놓여 있다. 철계단을 택하면 굴을 통과하는 재미는 못 느끼지만 조망이 좋다.

  구멍을 통과하면 다시 철계단 길이 나오고 이 계단을 오르면 정상인 3봉이다. 3봉은 쌍봉 낙타처럼 2개의 커다란 암봉으로 이뤄져 있다. 4봉으로 계속 가기 위해선 첫번째 암봉을 넘은 후 마주보고 있는 두번째 정상 암봉까지 넘어야 한다. 암봉 정상에 서면 북쪽으로 산 아래 농촌마을 전경이 까마득히 내려다보이고 그 너머로 탁 트인 서해안 특유의 리아스식 해안과 갯벌이 펼쳐진다. 동으로는 팔봉산과 하나의 지맥으로 연결된 금강산(361m)이 시야에 들어오고 남동쪽으로는 팔봉산 봉우리들이 가지런히 자리를 잡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오른쪽에는 가야산과 덕숭산까지 아스라이 시야에 들어온다.

  3봉에서 4봉까지는 역시 철제 난간과 로프가 설치된 급경사 내리막길이다. 가파른 길을 내려오면 제3봉과 제4봉 그리고 운암사지 방향을 가리키는 표지판과 함께 헬기장이 또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원점 회귀 산행의 경우 이곳에서 4봉까지 오른 후 다시 돌아 내려와 운암사지 방향으로 길을 잡으면 된다.

  4봉은 암봉이지만 험난하지 않다. 특히 5봉쪽 능선 방향에서 4봉을 보면 마치 바위가 계단처럼 포개져 있어 오르기에 좋다. 제3봉의 위용을 감상하기 위해선 반드시 이 4봉에 올라야 한다. 4봉 정상에 서면 마치 불꽃처럼 솟구친 3봉의 위용을 만날 수 있다.

  3봉과 4봉 사이의 안부로부터 운암사지 방향으로 놓인 하산길은 편안하다. 내리막길을 천천히 걷다 보면 마치 공연무대 같은 재미있는 모양의 바위를 만날 수 있다. 이 바위지대를 지나면 평상이 갖춰진 쑥 들어간 작은 분지가 나온다. 쉼터다. 그런데 어떤 효과 때문인지 모르지만 마치 ‘천연 냉장고’ 안에 들어와 있는 듯 시원한 바람이 으스스 소름마저 돋게 한다. 암릉길을 걸으며 흘린 땀도 금세 말라 버린다. 점심참에 도착하면 도시락 먹기에 좋은 지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쉼터를 통과해 계속 내려가면 갑자기 길이 평탄해지면서 우거진 대숲을 만날 수 있다. 운암사지다. 말이 절터이지 ‘운암사지’라는 조그마한 입간판 외에는 사찰의 흔적은 전혀 찾아볼 수 없고, 그 대신 간이 테이블과 의자, 그리고 쉼터용 정자가 세워져 있다.

  운암사지를 지나 계속 내려오면 삼거리에 닿는다. 이곳에서 계단이 놓인 내리막길로 들어가야 한다. 자칫 오른쪽에 놓인 길로 들어설 수 있는데 계속 가면 길이 없어지고 만다. 삼거리를 경유해 계속 내려가면 양길리 주차장이 가까운 1봉과 2봉 사이 안부에 닿는다.

 

■ 등산코스
▲양길리 주차장-1, 2봉 안부-1봉-2봉-헬기장-용굴-3봉(정상)-3, 4봉 안부-헬기장-4봉-3, 4봉 안부-운암사지-능선 안부-양길리 주차장(원점 회귀 산행)
▲양길리 주차장-1, 2봉 안부-1봉-2봉-용굴-3봉(정상)-3, 4봉 안부-4봉-5, 6, 7, 8봉-서태사-어송리 마을(종주 산행)

■ 대중교통
서울강남고속버스터미널(호남선)에서 서산행 고속버스 30분 간격으로 운행. 서울남부터미널( 02...)과 동서울종합터미널( 0...)에서도 서산행 직행버스 운행중. 약 2시간 소요. 서산버스터미널에서 팔봉면 양길리행 시내버스 이용. 30분 소요. 팔봉산 입구에서 하차(서산공용버스터미널 041-665-4809 ).

 

 

 

<출처> 2009-07-24 /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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