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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및 정보/- 충청남도

공주 계룡산, ‘바위 성벽’ 오르면 마치 구름 탄 도사 된 듯

by 혜강(惠江) 2008. 7. 20.

 

공주 계룡산

‘바위 성벽’ 오르면 구름 탄 도사 된 듯

 

글·사진 엄주엽 기자

 

 

 

▲ 관음봉 쪽에서 바라본 자연성능.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성(城)’과 같다 해서 그런 이름이 지어졌다. 뒤편에 안개가 가려 희미하게 보이는 것이 삼불봉이고, 오른편 계곡은 동학사 계곡으로 맑은 날은 동학사도 한 눈에 들어온다.

 

 

▲ 자연성능에서 바라본 천황봉. 희미한 봉우리 위로 철탑들이 보인다.

 

 

지난 12일 공주 시내버스터미널에서 2번 버스를 타고 계룡산 갑사로 향했다. 버스 승객들은 대개 공주에 다니러온 갑사 인근 마을에 사는 노인들이었는데, 그 중 할머니 두 분이 충청도 사투리로 요즘 먹고 살기 어렵다는 얘기를 나누었다. “석유값이 올라서 그 난리라며∼?” “거, 요전에 바다에 석유를 쏟아부었다더니, 그거 때문인갑네, 잉.”

갑사는 한껏 물오른 녹음속에 의연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이날 주차장에서 갑사까지 ‘오리(五里)숲’은 하늘을 가린 나무들이 시원한 입김을 내뿜는 듯 안개에 쌓여있었다.

속리산 법주사에도 유명한 오리숲이 있지만 갑사 오리숲과 비교하자면 각기 개성이 있다. 속리산 오리숲은 수령 100년 이상의 키 큰 노송과 참나무들이 시원하지만 조금은 인공적인 느낌이, 갑사 오리숲은 갈참나무 회화나무 말채나무 느티나무 소나무 등 다양한 식생이 다소 혼잡스럽지만 자연스러운 맛이 있다.

이날 코스는 계룡산 등반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태극문양의 ‘갑사 2코스’를 택했다. 갑사에서 오른쪽 계곡을 끼고 원효대, 연천봉을 거쳐 관음봉, 자연성능, 삼불봉, 동학사에 이르는 가장 긴 코스다. 계룡산(845.1m)은 우리나라의 두 번째로 지정된 국립공원이란 명성에 비하면 높이나 전체 면적에서 다른 국립공원에 비해 위압감을 줄 정도는 아니다. 그런데 계룡산을 다녀온 이들은 아주 큰 산같은 느낌을 갖는데, 천황봉에서 삼불봉에 이르는 기기묘묘한 암반 연봉이 그렇게 만든다. ‘갑사 2코스’에선 그러한 느낌을 제대로 맛볼 수 있다.

계룡산을 ‘산태극 수태극의 길지(吉地)’라고 부른다. 지리산에서 시작한 산맥이 거꾸로 700리를 북상해 계룡산에서 다시 남하하는 형국이라 산태극(山太極)을 이뤘고, 또 계룡산을 싸고 흐르는 금강의 지류가 북으로 거슬러 올라가 계룡산을 휘돈 후 다시 동북으로 400리를 역류해 금강의 원줄기와 합류한다고 해서 수태극(水太極)의 형상을 이룬다고 한다.(‘계룡산’ 정종수, 1998) 그같은 기운이 산에도 그대로 전달됐는지, 계룡산의 주능선이 태극모양으로 잡혀있는데, 태극은 바로 만물의 시원(始原)이 되는 형상이며, 이에따라 오래전부터 ‘다가올 새 세상의 중심이 될 곳’으로 계룡산이 꼽혀왔다.

갑사에서 연천봉 고개까지, 주능선 초입에 이르는 길은 처음엔 완만하지만 중반부터 가파르게 이어진다. 크게 볼거리는 없고 1시간반에서 2시간 정도 그저 호흡을 조정하며 몸을 풀기에 적당한 거리다.

후터분한 날씨 탓에 사우나를 한 것처럼 함초롬하니 젖었다. 먹을 물도 동나서 고개에서 왼편 문필봉(756m) 방향으로 가지 않고, 오른편으로 10분 정도 오르는 연천봉(740m)으로 향했다. 그 아래 등운암에 샘이 있다. 등운암 주변은 필요 이상 넓게 흉한 철조망과 대나무로 펜스를 쳐놨고, 건설자재 등으로 복잡해 지나는 등반객들이 눈쌀을 찌푸렸다.

연천봉에서 되돌아 내려오면, 가파른 문필봉은 오르지 못하게 막아놓아 오른편으로 돌아 관음봉(816m) 고개로 가게 된다. 관음봉 고개에서 자연성능 방향과 바로 동학사로 내려가는 은선폭포 방향, 최고봉인 천황봉 방향으로 갈라지게 된다. 하지만 자연성능을 능가한다는 쌀개능선을 거치는 계룡산 천황봉은 관음봉 고개부터 차단돼 있다. 지도에도 아예 등산로를 지워 놓았다. 그렇게 된 것이 5공시절인 1984년 소위 ‘620사업’때부터. 1983년 6월20일 계획했다 해서 ‘620사업’이란 명칭이 붙은 이 사업은 육·해·공군 본부를 계룡산 남동쪽 기슭 신도안(新都內·신도내)으로 옮기는, 즉 지금의 계룡대를 만드는 것이었다. 사업이 아니라 작전이었고, 부연하자면 신도안에 모여있던 온갖 토속종교와 무속인들은 당시 ‘정화’란 이름으로 ‘작살’이 났다.

여하튼, 이 때부터 계룡산의 대표적 풍광으로 꼽히면서 갖가지 전설이 서린 천황봉과 쌀개봉, 쌀개능선, 수용추, 암용추 등이 군사보호시설에 묶여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천황봉에서 쌀개봉, 삼불봉으로 이어진 주능선이 마치 닭벼슬을 한 용(龍)의 형상이라는 데서 계룡산이란 이름이 생겼는데, 이름이 무색해 진 것이다.

천황봉 정상에는 군사시설과 KT가 관리하는 송신탑 등이 있다. 역시 군사적 요충지 중 하나인 양평 용문상 정상도 이와 비슷하지만 근래 주요시설만 차단하고 정상부분은 잘 정돈해 개방하면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국립공원 정상 중 유일하게 계룡산이 닫혀있는데, 이를 개방해야 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실 인터넷 구글어스로 세계 어디든 지형지물을 샅샅히 살펴볼 수 있는 세상에 군당국이 예전 방식으로 시설보안을 하진 않을 터이어서 정상개방이 기술적으로도 문제가 없어 보인다. 당국의 의지가 문제다. 지금도 등산 마니아들은 천황봉을 들락거린다.

주봉인 천황봉이 출입통제여서 계룡산의 실질적인 주봉은 관음봉이다. 이 봉우리에선 계룡산 전체를 조망할 수 있으며 전망대도 설치해 놓았다. 관음봉에서 자연성능으로 가는 길은 철계단으로 길게 연결돼 있다. 관음봉~자연성능 구간부터는 잠시도 무료함을 느낄 틈이 없다.

암봉들이 마치 간격을 조정해 놓은 듯 연달아 놓여 있으면서 자태를 뽐내고, 계룡산 전체의 경관들이 좌우로 한 눈에 들어온다. 이 구간을 설악과 비교하는 사람들도 있다. 자연성능은 흡사 자연적으로 생긴 성(城)같다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자연성능 중간 쯤에서 일기예보에 없던 큰 비를 만나 서둘러 하산 준비를 한 것이 아쉽다.

 

 

▲ 갑사 경내에서 바라다 보이는 삼불봉.

 

▲ 계룡산 등반객들이 오뉘탑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마치 세 개의 봉우리가 부처의 형상 같아 이름을 지었다는 삼불봉을 지나 동학사 방향으로 하산하다 보면 오뉘탑(남매탑)을 만난다. 정확한 이름은 청량사지 5층, 7층 석탑이다. 남녀의 인연을 넘어, 수행을 위해 오누이가 되었다는 남녀의 전설이 어려있는 탑이다. 여기서 동학사까지 내려오는 길은 순탄해서 어려움이 없으며 40분 정도 걸린다.

 계룡산 등반은 갑사와 동학사가 가장 일반적으로 이용되지만 최근엔 호젓한 산행을 즐길 수 있는 코스로 남서쪽 신원사를 들머리로도 이용하기도 한다. 자연암릉 등의 경관이 좋지만 가파른 편이다.



◆ 등산 코스
▲ 갑사 1코스=갑사~금잔디고개~삼불봉(2시간30분)

▲ 갑사 2코스=갑사~연천봉~관음봉~삼불봉~동학사(6시간)

▲ 동학사 1코스=동학사~운선폭포~관음봉(2시간30분)

▲ 동학사 2코스=동학사~은선폭포~관음봉 고개~삼불동~동학사(7시간)

◆ 대중교통
▲대전, 유성=대전 고속버스 및 동부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서 10여분 간격으로 동학사행 시내버스가 있음.

▲공주=공주에서 갑사까지 직행버스 및 시내버스 운행


 

<출처> 2008-07-18 /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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