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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및 정보/- 경북. 울산

경북 고령, 선사시대 거쳐 가야(伽倻)서 노닐다

by 혜강(惠江) 2008. 5. 9.

경북 고령 역사문화 체험

선사시대 거쳐 가야(伽倻)서 노닐다 

 

수 천년 풍상 암각화 눈요기 뒤 고분·유물 ‘완상’
옛 사대부 한옥에서 숨 돌리고 딸기밭 들러 꿀맛

 

 

한겨레 이병학 기자

 

 

 

* 고령 금산재에서 바라본 고령읍내. 멀리 지산동 고분군이 보인다.

 

 

 

<볼거리 체험거리>

 

△고령은 고대부족국가 6가야 중 대가야가 융성했던 곳. 대가야박물관과 지산동 고분군(200 여기) 등에서 대가야 유물·유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청동기~철기시대 선사시대인들이 바위에 새겨놓은 그림과 생활 흔적 등 유적이 곳곳에 있습니다.

△4월11~14일 고령읍 일대에서 대가야체험축제가 열립니다.

△조선 전기 성리학자 점필재 김종직의 종택이 있는 개실 마을에선 다양한 전통체험 행사 가 진행됩니다.

△고령은 딸기의 고장입니다. 개실마을 주변에서 딸기수확체험도 가능합니다.

△만발한 벚꽃 꽃길 드라이브는 덤입니다. 

 


  온 나라에 연두빛 붓질이 시작됐다. 바람 싱그럽고 햇볕 따뜻해, 보이는 풀과 나무마다 꽃답지 않은 것이 없다.
어디로 떠날 것인가? 잡다하게 얽히고 설킨 회삿일·집안일 일단 제쳐두면, 주말 1박2일을 즐길 만한 가족여행지가 보일 터다. 역사·문화유적이 두루 깔린 고장 경북 고령은 새봄맞이 가족 체험학습 여행지로 알맞춤하다. 자녀와 같이 함께 보고 즐기면서 배우고 익히는, 보람찬 봄나들이 여정을 만들 수 있다.

 


강변길 따라 바위그림(암각화) 탐방

 

 

 먼저 선사시대로 들어간다. 꽃그늘을 따라 마을길로 들어서면 마을 들머리나 끝 바위벽에서 수천년 풍상을 버텨온 선사시대인들의 삶의 흔적을 만난다. 대부분 고령읍에서 가까운 곳에 있어 한나절이면 서너 곳을 둘러볼 수 있다.

 

 

 

         

*고령의 양전동 암각화(왼쪽)와 안화리 암각화(오른쪽).

 

 

  

  암각화란 바위에 새긴 그림을 이른다. 단단한 물체를 이용해 쪼아내거나 갈아내고, 선을  그어 만든 그림으로 주로 신석기시대부터 청동기시대에 걸쳐 만들어졌다. 우리나라에선 한반도 동남지역 내륙 강변이나 해안에서 많이 발견된다. 울산 반구대암각화(국보)와 울주 천전리석각(국보) 등이 이름높다.

 

 고령엔 양전동암각화(보물 제605호·고령읍 장기리 알터마을)와 쌍림면의 안화리암각화가 있고, 쌍림면 산당리·하거리, 운수면 화암리 등에선 널찍한 바위에 무수히 파인 크고 작은 구멍들을 찾아볼 수 있다.


  양전동암각화는 알터마을 산밑 무너져가는 바위절벽 끝자락에 새긴 그림과 무늬들이다. 가로 6m, 세로 3m 가량의 바위벽에 20여개의 사람 얼굴 형상과 네 개의 동심원이 비교적 선명하게 남아 있다. 사각형 위와 옆으로 머리카락·수염을 표현한 듯한 선들이 그어져 있고, 사각형 안엔 구획선과 작은 구멍들이 파여 있다. 동심원은 동그라미 안에 작은 동그라미를 그리고 가운데 점을 찍었다. 태양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학자들은 이곳이 청동기 시대(BC 3~1세기)에 풍요·다산 기원 의식을 행하던 장소였을 것으로 추정한다. 바위 위쪽에선 공룡발자국처럼 보이는, 움푹 꺼진 큼직한 자국들의 행렬도 관찰된다.

 

 

 

 * 고령 양전동 암각화 앞에서 주민 방길정씨가 그림을 가리키고 있다.

 

 

  알터마을 주민 방길정(68)씨가 바위의 동심원을 가리키며 말했다. “옛날 이 똥골배이 가운데 구멍에 엄지손구락 한 마디가 드갔으예. 인자 흔적만 남고 다 달아?지예. 그래 이 풍화작용 카는기 얼매나 무서분지 알았다카이.”

 

  어릴적 암각화 바위 위에 집을 짓고 살았다는 방씨는 당시 친구들과 고무줄 새총으로 동심원 맞히기 내기를 하며 놀았다고 했다. 방씨는 지금 ‘문화재 보호관리원’으로 위촉돼 암각화를 관리하고 있다. 중고생들이 떼로 몰려와 숙제라며 바위에 먹물을 바르고 마구잡이로 탁본을 할 때 가장 당황스럽다고 한다. 가장 황당한 일은 50여년 전에 벌어졌다. 암각화 뒷산 골짜기인 장씨밭골서 흘러오는 냇물이 넘치자 석축을 쌓으면서 암각화 바위를 깨뜨려 썼다고 한다. 지금 양전동암각화는 투명지붕과 감시카메라를 설치해 보호하고 있다.

 

  안화리암각화(도 기념물 제92호)는 쌍림면 안화리 고령보물섬낚시터 옆 강변길 바위벽에 있다. 양전리암각화보다 규모는 작고 그림도 희미하나 그림 형식은 닮아 있어 비슷한 시기에 같은 문화집단에 의해 새겨진 것으로 추정된다. 다소 큰 얼굴 모습이 아래 바위에 희미하게 남아 있고, 위쪽엔 좀더 작은 형상들이 여러 개 보인다. 안화리 곽정만(70)씨는 “말 안장처럼 생긴 말구리산 끝에 암각화가 있고, 암각화 밑 강에는 옛날 천방이라고 부 르던 깊은 소가 있었다”고 말했다.

 

 

 

          

          

* 바위에 크고 작은 구멍이 있는 고령의 하거리 암각(왼쪽)과 산당리(오른쪽) 암각.

 


  쌍림면 산당리 석재공장 옆 밭 위의 경사진 바위와 하거1리(학골) 소나무숲 옆 바위에선 무수히 파인 크고 작은 구멍들을 볼 수 있다. 별자리를 새긴 것이라는 설과 다산을 기원해 여성의 성기를 새긴 것이라는 설이 있다. 하거리 바위에선 석기 따위를 연마한 흔적으로 보이는 깊은 홈들도 여러개 있다. 산당리 주민 서인순(72)씨는 “해마다 정월 대보름날  바위에 당제를 정성껏 지내왔는데 새마을사업 등으로 사라졌다”고 말했다. 안화리 뒷산과 운수면 화암리에도 같은 형식의 무수한 구멍이 파인 바위들이 남아 있다.

 

 

주산 산책로 따라 지산동 고분군 탐방

                            

  가야연맹은 대가야(고령)·금관가야(김해)·아라가야(함안)·소가야(고성)·고령가야(함창)·성산가야(성주) 등 6가야로 이뤄졌다. 대가야는 후기 가야연맹을 주도한 강력한 세력이었 다. 562년 신라에 신라에 흡수될 때까지 500년 동안 존속했다. 현재의 고령땅이 그 중심지였다.

 

  고령읍내 뒤쪽에 높이 310m의 주산이 솟아 있다. 주산에 오르면 고령읍내와 낙동강 지류인 대가천 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 주산 남동쪽 능선을 따라 대가야 왕릉으로 추정되는 200여기의 커다란 무덤들이 줄지어 있다.

 

 대가야박물관에서 왕릉전시관을 거쳐 산길을 오르면 거대한 봉분의 무덤들이 나타난다.  44호분은 국내 최초로 발견된 순장무덤이다. 주석식과 부석실에서 금동관·금귀고리 등이 발견됐고, 32개의 순장관이 확인됐다고 한다. 맨 위쪽 무덤 앞에서 남쪽 능선을 바라보면 부드럽게 솟은 봉분들의 행렬이 색다른 풍경화를 펼쳐보인다. 박물관에서 주산 정상까지 30여분이면 오를 수 있다.

 

 대가야박물관은 44호분을 본떠 만든 왕릉전시관과 출토 유물들을 전시한 대가야역사관, 우륵박물관으로 나뉜다. 입장료 2천원. 대가야체험축제 기간(4월11~14일)엔 고분체험·유물제작체험·금속공예·토기제작체험·임종체험 등 체험과 전시·학술행사가 진행된다.

 


개실마을 전통체험과 딸기밭 체험

 

 

  

 * 딸기의 고장 고령 쌍림면에서는 일부 농장에서 딸기 수확 체험을 한다 

 


  쌍림면 합가리 개실마을은 조선 전기 영남 사림파의 거두인 점필재 김종직의 후손들이 모여 사는 선산 김씨 집성촌이다. 연산군 때 무오사화로 화를 입은 김종직의 5대손이 1650년께 이곳으로 피신 와 살면서 마을을 이뤘다고 한다. 종택을 비롯해 다섯개의 재실 등 옛 한옥들이 즐비하다. 미리 예약하면 주민들이 준비한 엿만들기·한과만들기·짚풀공예·도자기만들기 등 행사를 체험할 수 있다.

 

  고령은 딸기의 고장이다. 특히 쌍림면 일대는 밭마다 딸기 비닐집들이 즐비한 곳이다. 일부 딸기농가들은 방문객들에게 비닐집을 개방하고 수확체험을 진행한다. 25년째 딸기농사를 한다는 김희자(60·쌍림면 개실마을)씨는 “꿀벌 수분을 하고 농약도 안 치는 무공해 딸기여서 즉석에서 따먹어도 된다”며 “요즘은 노인층이 늘면서 딸기농가도 줄어드는 추세”라고 말했다. 5천원을 내면 육보딸기 한바구니를 골라 딸 수 있다.

 

 

다른 볼거리들

 

 고령읍내와 개진면을 잇는 금산재길은 벚꽃길이다. 4월 중순까지 노란 개나리와 어울린 화사한 벚꽃잔치를 감상할 수 있다. 금산재 정상에서 내려다보면 산벚꽃 흐드러진 산줄기 너머로 고령읍내와 주산 능선의 지산동 고분군이 한눈에 잡힌다. 쌍림면 용리의 반룡사는 신라 때 창건된 절이다. 개진면 개경포는 조선 초기 팔만대장경을 강화도에서 해인사로 옮 길 때 한강·낙동강 뱃길로 이곳 나루터를 통해 옮겼다는 얘기가 전하는 곳이다.

 

여행 도우미

 

<묵을 곳> 개실마을( 054-955-0220 )에 예약하면 화장실이 딸린 깨끗한 황토한옥에서 묵을 수 있다. 한가족 5만원. 식사 5천원. 고령읍 일대에 제우스모텔·금산여관 등 여관과 모텔이 있다.

 

<먹을거리>  

△한우 참숯불구이 전문점 고령금산한우(성산면 어곡리)

△갈치정식·고등어 쌈정식과 고령산 쌀 ‘옥미’만으로 밥을 하는 옛촌가든

 

<가는 길>

대중교통=서울 남부터미널에서 고령까지 고속버스 하루 5회 운행(4시간20분  걸림),

대구 서부터미널에서 고령까지 4분 간격 운행(35분 걸림).

 

자가용=수도권에서 영 고속도로 여주분기점에서 중부내륙고속도로를 타고 직진해 김천, 성주 거쳐 동고령에서 88고속도로로 갈아탄 뒤 거창 쪽으로 가다 고령나들목에서 나간다.

 

 

<출처> 2008. 4. 17 /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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