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참회 · 1
- 남상학
사람들 앞에서
말하지 말아야 할 것을 수없이 말하고
혀 끝으로 수없이 거짓을 보태면서
작은 진실 하나에도
끝내 깃발을 들지 못하면서
비굴하게 살았습니다
낯빛 하나 변하지 않고
천연스럽게
아무런 일도 없었던 듯이
태연스럽게
그렇게 살았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나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듯한
이 거룩한 초연(超然)함
내 잘못을 남의 탓으로 여기면서
모른 척 눈 감고 살았습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입을 열 때마다 거룩거룩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기도는 거침없이 쏟아냈습니다
그리고 얼굴은 여전히
경건(敬虔)한 표정이 되었습니다
혀 끝으로 수없이 배반하며
혀 끝으로 수없이 맹세하며
<수록> 시집 '저만치 그리움이 보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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