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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및 정보/- 부산. 경남

경남 통영 기행, 화가를 홀린 바다

by 혜강(惠江) 2008. 2. 7.

 

경남 통영의 멋

통영 기행, 화가를 홀린 바다

 

글=김성윤기자 / 사진=조선영상미디어 김영훈기자


 

                           

          
 “사물의 윤곽을 희미하게 만들고 휘황찬란한 빛 속에 사물의 색채들을 뒤섞이게 하는, 산호초로 둘러싸인 해변 분위기가 이 도시(베네치아)의 화가들로 하여금 더 신중하고 민감하게 색채를 사용하게 했을지 모른다.” (E. H. 곰브리치)

 

   색채에 예민한 눈을 바다로부터 선물받은 화가는 한국에도 있다. ‘코발트빛의 화가’로도 불리는 전혁림(89)이 그 축복받은 화가다. 전혁림은 고향인 통영 앞바다 출렁대는 물결에 반사되는 강렬한 빛과 순수한 색채를 화폭에 그대로 옮겨놨다는 찬사를 듣는다. 전혁림에게 영감을 준 밝고 푸른 바다를 보러 통영을 1박2일 일정으로 다녀왔다.


 

◆ 첫째날: 남망산조각공원-청마거리

 

   먼저 남망산조각공원으로 갔다. 호수처럼 잔잔한 서호만에는 아침 햇살이 파도 위에 찬란하게 부서졌다. 고깃배, 여객선, 그리고 갈매기떼. 전혁림의 그림을 옮겨놓은 듯한 풍광이다. 그림에서는 맡을 수 없는 짭짤한 냄새가 바닷바람에 묻어 왔다.

 

 

▲ 화가 전혁림은 고향인 통영 앞바다 특유의 색채와 빛깔을 작품에 그대로  담았다는 찬사를 받는다. 그에게 쏟아지는 이러한 찬사는 '어머니' 통영이  평생 자신을 떠나지 않고 지켜준 '아들' 전혁림에게 전하고 싶었던 감사의 마음일지도 모른다.

 

 

    전시된 작품만 봐도 본전은 뽑는다. 라파엘 소토, 대니 카라반, 다카미치 이토, 이우환, 박종배 등 국내외 조각가 작품 15점이 언덕바지를 따라 배치돼 있다. 조각과 하늘과 바다가 어우러지는 풍광만으로도 충분히 즐겁다. 입장료는 없다. 초록색 조명으로 꽃단장하는 통영대교를 보러 밤에도 꽤 많은 사람들이 공원을 찾는다.

 

  통영은 음악가 윤이상, 시인 유치환, 김상옥, 김춘수, 극작가 유치진, 소설가 박경리 등 많은 예술인들의 고향이기도 하다. 청마 유치환 선생의 흔적이 희미하나마 ‘청마거리’에 남아 있다. 남망산조각공원에서 멀지 않은 중앙시장 뒤편이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청마가 쓴 ‘행복’에 등장하는 우체국이 여기 청마거리에 있다. ‘통영중앙우체국’.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더 의지 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방울 연련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 유치환 시, '행복' 전문

 

  

   수신인은 시조시인 정운 이영도. 딸 하나를 낳고 홀로 돼 청마가 근무하는 통영여중 교사로 부임한 정운. 청마는 정운에게 한눈에 반했지만 정운은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청마는 이 우체국에서 사랑의 편지를 쓰고 또 쓰며 안타까운 마음을 달랬다. 건너편 이층집에는 정운이 살고 있었다. 60세 되던 1967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기까지 20여년간 청마가 보낸 연서는 5000여통. ‘사랑하였으므로 행복하였네라’라는 시집으로 출간돼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청마문학관은 여기서 좀 떨어진 정량동에 있다.

 


◆ 요트-산양일주도로 드라이브-달아공원 해넘이

 

 

▲ 25인승 요트

 


  통영운하 위에 걸린 충무교를 넘었다. 섬, 미륵도다. 차를 몰아 충무마리나콘도 앞 요트선착장으로 갔다. 경남대 요트부 소속 학생 ‘YB’(Young Boy)들, 그리고 이제는 사회인이 된 ‘OB’(Old Boy)들과 그 가족 20여명이 탄 요트에 동승했다. 요트는 흰 돛을 높이 세우고 한려수도를 우아하게 미끄러졌다.

 

  “여러분, 김헌주 선배(86학번)님 부인, 이경희 형수님께서 성악을 전공하셨답니다! 노래 한 곡 부탁드립시다!” 이경희 ‘형수’님, 가곡 ‘사랑’을 멋지게 불렀다. 열광적인 박수. 형수님도 흥이 나셨나 보다. 앙코르 요청이 들어오자 한숨도 머뭇거리지 않고 ‘가고파’를 뽑는다. 요트는 오전 10시와 오후 1시 30분 출항해 2시간 한산도 인근 바다를 돈다. 선착장 뒤에 있는 충무마리나콘도 1층에서 예약할 수 있다.  (055)640-8180 . 10명 이상이라야 배가 뜬다.

 

  미륵도 산양일주도로는 미륵도의 관능적인 허리를 감고 도는 드라이브 코스. 충무마리나콘도를 빠져나와 왼쪽으로 꺾어지면 도로와 연결된다. 달아공원 부근 5㎞ 구간이 백미다. 흩뿌려진 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달아’(達牙)는 이곳 생김이 코끼리 어금니와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라는데, 요즘은 ‘달 구경하기 좋은 곳’이라는 뜻으로도 쓰인단다. 이곳 일출과 일몰도 아름답기로 이름났다. 공원 입구 주차장에서 5분 정도 올라가면 나오는 관해정(觀海亭)이 관람 포인트.


 

◆ 둘째날: 미륵산 정상-유람선터미널-한산도 제승관

 

 

 

 

▲ 한산도 제승관

 


  해가 뜨기 전 미륵산 정상에 올라간다. 해발 461m, 통영에서 가장 높은 이곳에 서면 통영 앞바다가 왜 ‘다도해’인지 알 수 있다. 섬과 섬이 겹쳐지며 만들어내는 풍광에 숨이 탁 막힌다. 섬 너머 섬, 섬 또 섬이다. 섬들 뒤에 붉은 해가 하늘을 붉히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하늘로 솟구친다. 맑은 날에는 대마도까지 보인다. 미륵산 중턱 용화사까지 차를 몰고 올라간다. 주차장에서 넉넉잡고 걸어서 1시간30분이면 정상이다.

 

   산양일주도로를 타고 유람선터미널로 내달린다. 미륵산 정상에서 본 그 섬들에 직접 가보는 코스. 요즘은 6개 코스가 운항 중인데, 대부분 코스는 한산도를 거치도록 돼 있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한산도 달 밝은 밤에…”를 읊었던 그 섬이다.

 

   한산도 선착장에서 내려 10분쯤 걸으면 제승당(制勝堂)이 나온다. 제승당은 해군 작전사령관실 같은 곳. 충무공은 이곳에서 1597년 2월 26일 한양으로 압송되기 전까지 3년8개월간 지냈다. 유람선은 정해진 시간에 또박또박 출발하지 않고, 인원과 날씨에 따라 출항시간이 다르거나 아예 출항을 않기도 한다. 유람선터미널  (055)646-2307 . 간식은 필수. 기왕이면 충무김밥을 준비한다. 터미널 안에 즉석에서 김밥을 말아주는 ‘아지매’들이 많이 있다. 


 

◆ 전혁림미술관

 

 

 

 

▲ 전혁림미술관

 


   전혁림의 작품에 등장하는 바다를 찾기 위해 떠났던 통영 여행, 그의 미술관에서 마감했다. 2003년 5월 개관한 전혁림미술관은 미륵도 용화사 가는 주택가에 숨어 있다. 하얀 바탕에 선명한 색깔로 알록달록 채색된 3층 건물 외관이 독특하다. 외벽엔 화가 부자 작품으로 제작한 타일 7500장을 빈틈없이 이어 붙였다. 1층 전시실에 들어서니 화가가 한쪽 벽을 가득 채운 작품에 몰두하고 있다. 작가가 작업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는 미술관, 희귀하다.                           

  

2층 휴게실에서는 통영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를 맛볼 수 있다. 주문이 들어가면 바로 커피원두를 갈아서 끓여주는 에스프레소 커피와 일반 커피가 2000원. 3~11월 오전 10시~오후 7시30분, 12~2월 오전 10시~오후 5시.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은 쉰다.  (055)643-8825 )

 

◆ 여행수첩 
가는 길 대전~통영고속도로를 타면 서울 등 수도권에서 4시간30분~5시간쯤 걸린다. 진주 분기점에서 남해고속도로를 따라 가다가 사천 나들목에서 33번 국도로 들어선다. 국도를 타고 사천과 고성을 지나면 통영 시내에 들어선다.

 

이것만은 조심

통영 사람들, 엄청 친절하다. 길을 물어보면 목적지까지 함께 가주기까지 한다. 그런데 이 착하고 친절한 분들이 자동차 핸들만 잡으면 ‘지킬 박사와 하이드’ 수준으로 변신한다. 길이 익숙지 않아 조금만 머뭇거려도 짜증스럽게 빵빵댄다. 약간 운전이 느리다 싶으면 급한 코너길에서도 위험하게 추월한다. 도로표지판도 헷갈린다. 여기서 우회전을 하라는 것인지, 아니면 5m 바로 뒤에 있는 사거리인지 정확하지 않다. 한번은 표지판을 따라 목적지로 향하는데 갑자기 길이 사라져 난감하기도 했다.

 

* 묵을 곳 - 충무마리나콘도( 055-646-7001 · 643-...)가 가장 유명하다. 콘도 바로 뒤 충무관광호텔( 05...)도 경관이 수려하다. 충무비치호텔( 642-...~3), 타워호텔( 642-...· 64...), 통영관광호텔( 055...)은 시내에 있어서 여기저기 다니기에 편하다. 그 밖에 장급 여관과 펜션 등 숙박정보는 통영시 문화관광 사이트 tour.gnty.net에서 검색할 수 있다.

 

* 문의 - 통영시 문화관광 사이트는 숙박뿐 아니라 통영을 여행하는 데 필요한 모든 정보가 꼼꼼하게 갖춰져 있다. 페이지 구성도 깔끔해 훑어보기 쉽다. 통영시 문화관광과( 055-645-0101 )나 관광안내소( 055-645-5375 ~8)로 전화해도 친절하게 답해준다.

 

  

 

<출처> 2005.12.12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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