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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및 정보/- 부산. 경남

통영 남망산공원, 충무공의 충절과 예술가들의 예술혼을 되새기는 곳

by 혜강(惠江) 2008. 2. 4.

 

통영 남망산공원

충무공의 충절과 예술가들의 예술혼을 되새기는 곳

-  역, 문화, 관광을 아우르는 문화 공간 -    

 

 

·사진 남상학

 

 

 

* 강구만이 내려다 보이는 남망산 자락  

 

 

  통영바다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이는 곳에 남망산공원(南望山公園)이 있다. 미륵도 관광특구 지정과 연계하여 통영을 세계적인 해양. 문화. 관광도시로 부상시키고자 ‘한국의 나폴리’로 불리는 통영의 모습을 가까이서 가장 볼 수 있는 곳에 1997년 10월 1일 시민 문화회관과 함께 공원을 조성했다.

 

 

  * 조각 작품들이 보이는 조각공원(상)과 공원으로 오른 길옆 소나무 숲(하)  

 

 

  비록 해발 80m의 불과한 낮고 아담한 언덕 정도의 산(남망산)이지만 벚나무와 소나무가 우거져 있고, 공원에 오르면 통영 시내가 한 눈에 들어오는 멋진 조망을 즐길 수 있고, 미항(美港)으로 이름난 통영항을 끼고 있어 그 경관이 수려하다. 특히 통영항 남쪽 12마일 해상에서 바라보는 매물도와 가왕도 사이의 일출은 더욱 장관이다.

 

 

* 남망산에서 본 강구항(상)과 충무교, 통영대교가 보인다.

 

 

  바다를 향하여 좌측은 동호만을 사이에 두고 정량동 통영기상대 아래에 청마문학관이 자리 잡은 한산대첩 기념공원이 잡힐 듯하고, 바다를 향하여 눈을 돌리면 남동쪽으로 거북등대와 한산도(閑山島)를 비롯한 한려수도(閑麗水道)의 절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또한 동남쪽으로는 동호만에 떠있는 선박과 물길을 가르는 배들, 멀리는 서호만과 동영운하를 넘나드는 각종 배들과 미륵도의 도남관광지에 높이 솟아 있는 충무마리나콘도가 마주선다.

 

 

 대표작 '깃발'을 새긴 청마 유치환 시비

 

 

   1만 5,700㎡(약 5,000평)의 부지에 조성한 이 공원은 인공 조각물과 녹지공간이 잘 조화되어 있는 야외문화공간으로, 공원으로 오르는 길목에는 통영 시민문화회관과 통영 출신의시인인 청마(靑馬) 유치환(柳致環)와 공원 안에 초정(艸丁) 김상옥(金相沃)의 시비가 있다. 시비에는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깃발’을 새겼다. 그는 아마도 소년 시절 통영의 산에 올라 통영 앞바다 ‘푸른 해원’을 바라보며 꿈을 키웠을 것이다.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海原)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 
     순정은 물결같이 바람에 나부끼고
     오로지 맑고 곧은 이념(理念)의 푯대 끝에
     애수(哀愁)는 백로처럼 날개를 펴다. 
     아! 누구인가? 
     이렇게 슬프고도 애닯은 마음을 
     맨 처음 공중에 달 줄을 안 그는. 

 

 

     - 청마 유치환의 '깃발' 전문

 

 

* 어린 유치환은 청소년 시절 이 언덕에 서서 통영 앞바다를 바라보며 이상향을 꿈꾸었을지도 모른다.

 

 

  이 작품은 '깃발'을 제재로 하여 이상향에 대한 동경과 좌절을 노래하고 있는 작품이다. 바람에 펄럭이는 깃발의 모습을 보면서 시적화자는 깃발처럼 어디론가 가고 싶어한다. 그곳은 '해원'으로 나타나 있는데, 이는 바다의 심연으로 일종의 이상향이라 볼 수 있다. 그리고 깃발의 펄럭이는 모습은 '아우성, 손수건, 순정' 등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깃발은 근본적으로 '푯대'에 묶여 있기 때문에 멀리 날아갈 수 없다. 이는 깃발의 숙명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적화자는 이상적인 상태를 추구하고 있다. 이는 인간이 현실에 매여 있으면서도 항상 이상을 지향하는 존재라는 것을 드러낸다. 즉 깃발은 이러한 인간의 양면성을 상징하는 것이다. 이상향으로 갈 수 없는 상태를 화자는 '애수', '슬프고도 애달픈 마음'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 초정 김상옥 시비

 

 

 청마의 시비가 남망산에 오르는 길목에 있는데 비하여 시조 시인 초정(艸丁) 김상옥(金相沃:1920~2004)의 시비는 통영 바다가 보이는 남망산 공원의 한 자리를 제대로 차지하고 있다. 가운데 초정의 육필 붓글씨로 새긴 '봉선화'와 백자 그림, 시력(詩歷)이 새겨진 시비가 있고, 그 둘레에 그의 시와 글씨와 그림이 새겨진 10개의 돌이 놓인, 시 동산이 조성되었다.



   비 오자 장독간에 봉선화 반만 벌어
   해마다 피는 꽃을 나만 두고 볼 것인가
   세세한 사연을 적어 누님께로 보내자

   누님이 편지 보며 하마 울까 웃으실까
   눈앞에 삼삼이는 고향집을 그리시고
   손톱에 꽃물 들이던 그날 생각하시리

   양지에 마주 앉아 실로 찬찬 매어 주던
   하얀 손 가락 가락이 연붉은 그 손톱을
   지금은 꿈 속에 본 듯 힘줄만이 서노나

 

 

  1939년 10월 [문장]을 통해 추천을 받은 이 작품은 봉선화라는 사물을 핵심으로 하여 전개된다.  시집을 가서 멀리 살고 있는 누님과 누님과 더불어 손톱에 꽃물을 들이며 천진난만하게 놀던 어린 시절의 평화로움에 대한 그리움이 진하게 배어 있다. 정서감이 물씬 풍기는 이 시를 읽고 있으면 괜히 눈물이 핑 돈다.

 

 

* 초정의 시와 글씨가 새겨진 돌  

 

 

  한편에는 그의 시조 '어느 날'을 새겨 놓았다. 아버지의 정을 영롱하고 섬세한 언어로 표현했다.



   구두를 새로 지어 딸에게 신겨 주고
   저만치 가는 양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한 생애 사무치던 일도 저리 쉽게 가겠네.

 


  통영은 예술인을 유난히 많이 배출하여 예향(藝鄕)이라고 부른다. 유치환, 김상옥 외에도 시인 김춘수, 극작가 유치진, 소설가 박경리, 음악가 윤이상 등이 모두 통영이 낳은 예술가들이다. 통영이 가진 그 어떤 것이 이들에게 예술적인 영감을 주었던 것일까. 남망산 공원에 올라 둥글게 휘어져 있는 통영항의 전경을 내려다본다. 아늑하고 순한 바다. 이 바다가 예술가들에게 고향의 풍경으로 담겨 평생 퍼 올릴 샘이 되었을 것이고, 그들은 그저 고향 통영을 시로 소설로 그림으로 음악으로 의역해내고 또 직역해낸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 남망산 조각공원에는 15개국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이런 예술적 분위기에 어울리게 남망산공원 내에는 조각공원(彫刻公園)이 마련되어 있다. 약 5,000여 평 부지의 넓고 확 트인 아름다운 자연공간에 15개국 유명 조각가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헤수스 라파엘 소토토(베네수엘라), 대니카리반(이스라엘), 장피에르 레이노(프랑스), 사막의 작가 엔터니 곰믈리(영국), 마늘리스마리다키스(그리스), 이토다카미치(일본), 김영원(한국), 후앙용핑(중국) 등 세계 유명조각가들의 작품 약 15점이 전시되어 있으며, 충무출신 신문섭 교수(중앙대 미술대 학장)의 조각품도 있다. 

 

 

* 조각공원의 작품들

 

 

  바다와 육지가 조화된 자연 풍광을 배경으로 한 작품마다 예술에 대한 무한한 상상력과 미지의 세계를 향한 희망과 안식감을 일깨워 주며 또한 아름다운 남해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개성 있는 작품세계를 선보임으로 예술적 자극과 상상력, 넓고 확 트인 공간이 주는 시원함으로 몸과 마음의 피로를 풀 수 있는 기분을 만끽 할 수 있다.

  또 다른 기슭에는 조선시대에 1년에 2번 한산무과(閑山武科)의 과거(科擧)를 보았다는 열무정(烈武亭)의 활터와 나전칠기공예(螺鈿漆器工藝)의 기술을 연마시키는 전수회관(專修會館)이 있다. 

 

 

* 수향정

 

 

  정상에 오르기 직전 전망 좋은 자리에 팔각지붕에 기와를 올린 수향정(水鄕亭)이란 정자가 있다. 주변에는 소나무가 우거져 있다. 정자에 오르면 한려수도를 조망하기에 좋으며 일출 포인트로도 최적의 장소가 되고 있다.

 

* 충무공 한산대첩비(상)와 동상(하)

 

 

  공원 정상에는 1953년에 건립한 충무공(李忠武公) 이순신 장군의 동상과 충무공 한산대첩비가 있고, 이충무공 시비도 있다. 통영은 조선 삼도수군 통제영이 설치되었던 곳으로 이순신 장군의 해상전투가 벌어진 군사요충지였다. 통영이 ‘호국의 고장’이라는 것을 실감 있게 보여주는 기념물들이다.

  갑주(甲胄)에 긴 칼 옆에 차고 바다를 바라보며 깊은 상념에 잠긴 듯한 공의 동상 앞에 서면 나라걱정으로 밤잠을 설치시던 공의 우국충정이 시공을 초월하여 감동으로 다가온다.  
이충무공 시비에는 그의 유명한 시조가 새겨져 있다.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수루에 혼자 앉아
    큰칼 옆에 차고 깊은 시름 하는 적에
    어디서 일성호가는 남의 애를 끊나니

 

 

*충무공 시비 *



  조정은 당파 싸움에 눈이 어두워 무비(無備)의 상황인데 왜적은 대거 침략하여 왔으니 삼도수군통제사였던 그는 풍전등화격인 나라의 운명에 잠 못 이루는 밤이 많았을 것이다. 우국충정에 불타는 그에게 한밤중 어디서인지 들려오는 구슬픈 피리 소리는 창자를 끊는 듯한 아픔을 주었을 것이다. 한산섬 수루(戍樓)에 혼자 앉아 구국의 열정을 불태우던 공의 모습이 아련히 떠오른다.

 

 

 

* 남망산에 오르는 길목에 있는 통영시민문화회관

 

   자연과 녹지공간이 잘 갖추어져 있는 공원은 통영시민의 휴식처인 동시에 역사, 문화, 관광을 아우르는 야외문화공간으로서 시민문화회관과 조화를 이루며 아름다운 통영의 모습을 한층 드높이는 구실을 하고 있다. 

 

 

* 강구만의 야경(강구만에 떠있는 거북선의 뒷모습이 보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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