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영흥도
소사나무 숲서 ‘신선놀음’에 빠지다
양영훈 한국여행작가협회 총무
*영흥도 십리포해수욕장의 백사장을 에워싼 소사나무 군락.숲 그늘이 짙어서 한낮에도 어둑하고 시원하다.
<당일 일정>
07:00 서울 출발 → 영흥
08:00 서해안고속도로 목감IC 통과
08:00~08:15 목감사거리~물왕교차로~나분들교차로(우회전) 등을 경유해 관곡지 (연꽃테마파크)로 이동
08:15~09:20 연꽃 감상 및 연꽃길 산책
09:20~09:40 장곡동의 시흥갯골생태공원(문의 갯물해안학습교실 031-310-2985)에 도착
09:40~11:00 시흥갯골생태공원의 염습지식물 관찰 및 염전 체험
11:00~12:00 선재도에 도착
12:00~12:40 점심식사
12:40~13:00 영흥대교 건너 영흥도의 십리포해수욕장으로 이동
13:00~15:00 국내 유일한 소사나무 인공림에서 휴식(돗자리를 준비할 것)
15:00~17:00 장경리해수욕장, 검은여선착장, 영흥수협직판장 둘러보기
17:00~18:00 영흥대교 출발, 소래포구로 이동
18:00~20:00 소래포구 어시장 구경 및 저녁식사 20:20 영동고속도로 월곶IC 진입
온몸이 물에 젖은 솜처럼 무겁다. 하루 종일 졸음만 쏟아진다. 목덜미가 뻐근하고 소화도 잘 안 된다. 몸이 이러니 일도 손에 잡히질 않는다. 여름 휴가철이 사실상 끝난 요즘 휴가 후유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나 역시 그런 사람들 가운데 하나였다. 일은 하기 싫고, 모처럼 만에 가족들과 오랜 시간을 함께했던 휴가지에서의 추억만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또 어디론가 떠나야만 치유될 성싶었다. 그러나 긴 여행을 할 처지도 못 되거니와 다시 먼 길을 떠나고 싶진 않았다. 그저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딱 하루 동안만 ‘바람’을 쐬며 무력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서 길을 나선 곳이 서울 근교에 위치한 시흥시와 옹진군 영흥도.
토요일 새벽 일찍 집을 나섰다. 시흥시 하중동의 연밭을 첫 목적지로 삼았다. 연꽃은 이른 아침부터 활짝 꽃을 피웠다가 오후 3~4시경이면 꽃잎을 닫아버린다. 집을 나선 지 40여 분 만에 상쾌한 아침 공기에 섞인 연꽃 향기가 은은히 후각을 자극한다. 이곳 연밭은 ‘관곡지’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진짜 관곡지는 연꽃 재배단지 옆의 안동 권씨 사유지 내에 있는 작은 연못이다. 조선 전기의 문신이자 농학자인 강희맹(1424~1483) 선생이 중국 난징에서 가져온 연꽃 씨앗을 여기서 시험재배한 뒤로 온 나라에 연꽃이 퍼졌다고 한다.
* 관곡지(연꽃테미피크)에 피어 있는 연꽃들
관곡지 옆 아담한 정자에 올라서면 근래 조성된 연밭이 한눈에 들어온다. 약 3만 평에 달하는 연밭은 25년여 동안 연꽃농사를 지은 오국진 씨가 연근 채취를 목적으로 조성한 개인농장이다. 그런데도 웬만한 수생식물원 못지 않게 잘 꾸며져 있다. 백련, 홍련, 수련, 가시연, 어리연 등 연꽃과 수생 식물의 종류도 다양하고 넓은 연밭 곳곳에 산책로와 쉼터도 마련돼 있다. 게다가 입장료와 울타리도 없다. 아주 가까이에서 연꽃의 향기와 빛깔을 오롯이 즐길 수 있다. 연꽃 개화기인 6월 중순에서 9월 초순 사이에는 꼭두새벽부터 구경꾼들의 발길이 줄을 잇는다.
시흥시 관곡지, 갯골생태공원 웰빙 여행 최적지
시흥갯골생태공원은 경기도 유일의 내만갯벌과 옛염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공원이다. 이 곳에서는 칠면초, 나문재, 퉁퉁마디 등의 염생식물을 관찰할 수 있으며, 붉은발농게, 방게 등을 관찰할 수 있다. 시흥갯골은 아름다운 경관과 생태적 우수성으로 시흥시의 생태환경 1등급 지역이며, 2012년 2월 국가 해양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었다.
시흥갯골생태공원을 나와 시흥, 안산 일대의 벽해(碧海)를 상전(桑田)으로 만든 시화방조제를 건넜다. 이내 대부도와 선재도를 징검다리 삼아 영흥도에 들어섰다. 이 섬도 역시 2001년에 개통된 영흥대교 덕택으로 배를 타지 않고서도 드나들 수 있게 되었다.
바닷가, 특히 조수간만의 차이가 큰 서해안을 여행할 때는 미리 물때를 확인해두는 것이 좋다. 국립해양조사원의 홈페이지나 조석예보 ARS(1588-9822)를 이용하면 쉽게 물때를 알 수 있다. 선재도와 대부도 주변에도 화성 제부도, 서산 웅도, 통영 소매물도의 등대섬처럼 썰물 때마다 바닷길이 열리는 섬이 여럿 있다. 선재도의 새끼 섬인 목섬과 측도, 선감도 옆의 탄도에 딸린 누에섬 등이 바로 그곳이다.
*선재도의 새끼 섬인 목섬(물이 들면 잠겼다가 썰물 때 드러난다)
선재 우리밀칼국숫집에서 손에 잡힐 듯 가까운 목섬은 드넓은 갯벌의 한가운데에 떠 있는 모래섬이다. 선재도에서 목섬까지의 약 500m에 이르는 모랫길 양쪽에는 바지락 양식장으로 활용되는 진흙 갯벌이 펼쳐져 있다. 영흥도, 선재도, 대부도의 어딜 가나 눈에 띄는 바지락칼국숫집의 바지락은 여기서 채취한 것이다. 그리고 탄도에서 1.2km 떨어진 누에섬은 총면적 7000평의 작은 무인도다. 썰물 때만 열리는 바닷길을 통해 누에섬에 들어가면 지상 3층, 높이 16.8m의 등대전망대에 올라설 수 있다. 운이 좋으면 멋진 일몰까지도 볼 수 있다. 이맘때 늦여름에는 영흥도의 장경리해수욕장, 대부도의 방아머리에서 황홀한 낙조와 저녁노을을 감상할 수 있다.
영흥도에는 장경리, 용담리, 십리포 등의 해수욕장이 있다. 그중 첫손에 꼽히는 곳은 국내 유일한 소사나무 군락이 있는 십리포해수욕장이다. 활처럼 휘어진 백사장을 따라서 길이 400여m의 소사나무숲이 띠처럼 둘러쳐져 있다. 130년 전쯤 농작물을 보호하기 위해 조성한 인공 방풍림이라고 한다. 쾌청한 날인데도 숲에 들어서니 한줄기 햇살조차 스며들지 않는다. 수령 100년 안팎의 소사나무 350여 그루가 가지를 넓게 펼친 채 촘촘히 들어차 있기 때문이다.
*영흥도 십리포해수욕장에 형성된 소사나무 군락
소사나무는 서어나무의 일종이다. 하지만 서어나무는 높이가 10~15m에 이르지만, 소사나무는 10m 이상 자라지 않는다. 이곳 나무들의 평균 키도 8m쯤 된다. 대체로 소사나무는 줄기가 뒤틀리고 울퉁불퉁해서 분재로 많이 활용되는데, 영흥도 소사나무 고목들도 하나같이 몸통과 줄기가 다이내믹하고 그로테스크한 형용이다. 날씨가 흐리거나 어둑한 밤중이면 음산한 기운마저 느껴질 법하다. 그늘이 짙고 바닷바람이 쉼 없이 살랑대는 이 숲은 피서지로도 손색이 없다. 돗자리를 하나 깔고누우면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솔직히 이 소사나무숲 하나만으로도 영흥도까지의 다리품이 전혀 아깝지 않다.
* 소래포구의 옛 수인선 철교에서 바라본 저녁노을. 서쪽 하늘이 거대한 불길에 휩싸인 듯하다(왼쪽). 썰물 때마다 드러나는 바닷길을 통해서만 드나들 수 있는 누에섬 등대전망대.
영흥도에서 나와 소래포구로 향했다. 소래포구는 인천 남동구에 위치해 있으며, 수도권에 가장 쉽게 바다를 느낄 수 있는 여행지 중 하나이다. 소래포구는 아픈 과거를 가지고 있고 또한 그 아픈 과거가 만들어낸 관광지다. 1930년 후반 화약의 원료인 양질의 소금을 이 지역에서 수탈하기 위해 철도를 건설하면서 소래포구의 발전사가 시작된 탓이다. 해방후에는 실향민들이 모여들어 무동력선 한 두 척으로 새우를 잡고 젓갈을 만들어 수인선 열차를 타고 인천, 수원, 부평, 서울 등지로 새벽부터 새우젓을 이고, 지고 나가 팔면서 소래사람들의 삶은 꾸려졌다.
그러나 이제는 고깃배가 드나드는 바다의 풍경과 해산물을 구입하고 즐기려는 사람들로 사철 붐비는 관광지가 되었다. 수인선의 옛 철길 위로 지는 석양의 모습이 아름답다.
여행정보
맛집 선재도 선재우리밀칼국수(032-889-7044)는 해초를 섞은 우리 밀 국수와 진한 바지락 육수가 잘 어우러진 칼국수도 일품이지만, 창문 너머로 보이는 목섬 일대의 바다 풍광이 기막히게 아름답다. 선재도 바다향기(032-889-8300)는 휴먼 다큐멘터리 ‘인간극장’에서 장님 아버지와 사진가 아들의 이야기로 유명해진 김선호 씨 가족이 운영하는 민박집 겸 음식점이다. 이 집도 석양에 물든 바다 풍경이 인상적이다. 돌아오는 길에는 소래포구에 들러서 생선회나 조개구이로 저녁식사를 하면서 짧은 여정을 마무리한다.
숙박 하룻밤을 묵으려면 비교적 조용하고 한가로운 영흥도나 선재도에 숙소를 잡는 것이 좋다. 지역 포털사이트인 선재도(www.seonjaedo.com)나 영흥도닷컴(www. youngheungdo.com)에는 해당 지역의 숙박업소에 관한 정보가 상세하게 올려져 있다.
<출처> 주간동아 520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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