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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및 정보/- 인천. 경기

용인, 안성 - 꽃 세상 흥겨운 장단 ‘어깨춤 저절로’

by 혜강(惠江) 2008. 1. 16.

 

용인·안성 하루 여행

 

꽃 세상 흥겨운 장단 ‘어깨춤 저절로’

 

 

양영훈 한국여행작가협회 총무

 



한택식물원의 꽃

 

* 당일 코스 *

 

07:00 서울 출발

08:20 영동고속도로 양지IC 도착

08:40~09:10 백암면 소재지에서 아침식사(순댓국밥)

9:30~12:00 한택식물원(031-333-3558, www.hantaek.com) 관람

12:00~13:00 한택식물원 ‘미담’에서 점심식사

13:40~15:00 대덕면 모산리, 소현리 일대의 배꽃 구경

16:00~17:00 태평무전수관(031-676-0141)에서 토요상설 공연 관람

17:40 남사당전수관(031-675-3925)에 도착, 임시 난장에서 간단하게 저녁식사(잔치국수·떡 등)

18:30~21:00 남사당 토요상설공연 관람

21:30 경부고속도로 안성IC 출발

 

 

봄바람은 꽃바람이다. 봄을 시샘하는 바람이 아무리 모질어도 제철을 만난 들꽃들은 어김없이 꽃망울을 터뜨린다. 복수초, 얼레지, 깽깽이풀, 노루귀, 꿩의바람꽃, 홀아비바람꽃, 괭이눈, 동의나물, 노랑제비꽃, 처녀치마…. 이름만 들어도 친밀감이 느껴지는 이 봄꽃들은 대개 인적 드문 첩첩산중에서 수줍은 듯 피고 진다. 게다가 꽃잎이 작고 꽃 빛깔도 수수해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도 않는다. 하지만 경기 용인시 한택식물원에서는 우리 땅에 자생하는 식물의 대부분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한택식물원은 용인시 백암면 옥산리 비봉산 기슭에 자리한 사설 식물원이다. 이 식물원에는 튤립·수선화·크로커스(사프란) 등 구근식물 수백 종이 심어진 구근원, 우아하고 탐스런 꽃을 피우는 모란 작약원,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 나오는 바오밥나무 등 호주 자생식물을 모아놓은 호주식물원, 1000여 종의 자생식물이 실제와 똑같은 생태환경에서 자라는 자연생태원, 절개지 석축을 이용한 월가든(wall garden), 고산식물 500여 종이 심어져 있는 암석원 등을 비롯해 30여 개의 테마정원이 조성돼 있다.

 

총면적 30여만 평에 8000여 종, 720만 그루의 식물을 보유한 이 식물원에서는 사시사철 꽃구경이 가능하다. 특히 유난히 꽃잎이 크고 빛깔도 화려한 튤립, 모란, 작약 등이 만개하는 4월 중순에서 5월 말 사이에 보기 드문 장관이 연출된다. 이맘때쯤이면 온갖 들꽃들도 앞 다투어 피어나 눈부시게 화사한 꽃 세상을 만든다. 젊은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도 손색이 없고, 호기심 많은 자녀들의 현장학습장으로도 안성맞춤이다.

 

 

남사당놀이 권원태 씨 줄타기 안 보면 후회

 

한택식물원은 용인과 안성의 경계 지점에 위치한다. 주차장에서 나와 몇 걸음만 옮기면 ‘안성맞춤의 고장’ 안성 땅이다. 춘광춘색(春光春色) 완연한 4월 중순, 안성 땅 산비탈과 들녘은 온통 새하얗다. 때늦은 서설(瑞雪)이라도 쏟아진 듯 눈부시게 하얀 배꽃이 만발하기 때문이다. 특히 배밭이 밀집된 안성시 대덕면 모산리와 소현리 일대는 맑은 봄 햇살 아래 무리 지어 핀 배꽃이 꽃 멀미조차 일으킬 지경이다.

 

 

* 안성시 대덕면 모산리 산비탈을 뒤덮은 배꽃. 4월15일 전후에 절정을 이룬다.

 

 

안성은 전통문화의 원형이 오롯이 살아 있는 고장이다. 다른 지방에서는 만만치 않은 관람료를 내고서도 볼 수 없는 전통공연을 여기서는 무료로 관람할 수가 있다. 공짜라고 그저 그럴 거라는 선입관을 갖는다면 큰 오산이다. 공연 수준이 전문가들도 감탄할 만큼 높을 뿐더러 처음부터 끝까지 잠시도 자리를 뜰 수 없을 정도로 감동과 재미를 안겨준다.

 

먼저 찾아볼 곳은 안성시 사곡동의 태평무전수관. 이곳에서는 4월에서 11월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4시부터 약 1시간 동안 토요상설공연이 열린다. 수백 회 해외공연을 통해 우리나라 전통 춤의 진수를 보여준 강선영무용단의 공연무대다. 왕과 왕비가 나라의 풍년과 태평성대를 기원하며 추었다는 태평무(중요무형문화재 제92호)를 비롯해 검무, 북춤, 장구춤, 향발무, 무당춤, 공작과 학, 한량무, 미얄할미, 황진이 등의 다채로운 전통 춤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가 있다.

 

태평무전수관의 전통 춤 공연이 끝나면 안성시 보개면 복평리의 남사당전수관으로 자리를 옮긴다. 이곳에서는 오후 6시30분부터 약 2시간 동안 남사당놀이가 펼쳐진다. 남사당놀이 공연에 앞서 시간 여유가 있다면, 남사당전수관과 같은 공간 안에 자리잡은 ‘아트센터 마노’를 둘러볼 만하다. 2만평 규모의 대지에 미술관, 아트숍, 세미나실, 펜션, 야외전시장, 야외예식장, 레스토랑, 산책로 등을 두루 갖춘 복합문화 공간이다.

 

‘안성시립 남사당바우덕이풍물단’ 단원들이 펼치는 남사당놀이는 공연자와 구경꾼이 따로 없다. 함께 어우러져 유쾌하게 놀아보는 한바탕 놀이마당이다. 그래서 처음부터 끝까지 숨돌릴 틈조차 없을 만큼 활기차고 발랄하다. 해거름 녘부터 시작되는 공연에서는 고사굿, 설장구 합주, 사물놀이, 살판(땅재주놀이), 덧뵈기(탈놀이), 버나놀이(가죽접시돌리기), 덜미(인형극), 어름(줄타기), 상모놀이, 북춤, 풍물놀이, 무동놀이 등이 순차적으로 선보인다. 그중 어릿광대와 재주꾼이 재담과 묘기를 주고받는 살판, 각각 1, 3, 5, 7명의 어린이를 어깨에 태운 채 덩실덩실 춤을 추는 무동놀이가 인상적이다. 서커스단 공연 같은 기교와 재주가 이어지면서 관객들로 하여금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남사당놀이의 압권은 역시 줄타기. 어름산이(줄타기 명인) 권원태 씨가 펼쳐보이는 줄타기에 관객들의 탄성과 박수가 끊임없이 터진다. 권 씨는 몇 해 전쯤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열린 세계줄타기대회에서 우승했는가 하면, 최근 한국영화 사상 최고 흥행기록을 돌파한 영화 ‘왕의 남자’에서 장생(감우성 역)의 대역으로 출연해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2시간가량 이어진 공연이 끝날 즈음에는 관객들이 무대로 나가 공연자들과 함께 어깨춤을 추는 뒤풀이 마당이 이어진다. 그마저도 모두 끝나면 가슴이 휑할 만큼 아쉬우면서도 머릿속까지 맑아지는 듯한 카타르시스를 맛보게 된다. 돌이켜보면 봄날 하루의 여정이 꿈결처럼 아름답고 아련하다. 오래도록 깨어나고 싶지 않은 일장춘몽 같다.

 

남사당놀이의 하이라이트인 줄타기. 영화 ‘왕의 남자’에서 장생의 대역을 맡았던 권원태 씨가 줄타 기 묘기를 선보이고 있다.

 

 

 

 

<출처> 주간동아 53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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