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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및 정보/- 전라북도

변산반도에 조각공원이 있다? - 금구원 조각공원

by 혜강(惠江) 2007. 10. 18.

변산 금구원조각공원

변산반도에 조각공원이 있다?

- 호랑가시나무 숲에서 꿈꾸는 여인들 -

 

글·사진 남상학

 

 

 



   산과 바다의 아름다움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다는 매력으로 서해의 변산반도는 항상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천혜의 관광지이다. 많은 사람들이 변산반도에서 변산해수욕장이나 채석강, 내소사 등의 유명 관광지만 둘러보고 돌아가는 것이 보통인데, 이곳에 아름다운 조각공원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전북 부안군 변산면 도청리 861-20번지. 변산반도를 한 바퀴 돌아나가는 30번 국도를 타고 격포해수욕장에 다다를 때쯤 나타나는 구불구불한 마을 오솔길을 따라 '금구원 조각공원'이란 표석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2.5km를 더 달리면 오른편으로 공원 입구가 나타난다.

 

금구원조각공원은 1966년 조성된 우리나라 최초의 사설 조각공원으로 조각가 김오성(金五聖) 씨의 30년간의 열정이 곳곳에 배어있다.

 

   하늘 바람 별이 잠자는 금구원

   신의 손이 빚은 생명 열린 여체 조각공원이 있다.

   격포항 돌아가는 물 뜰사람 물결에 빠져

   꿈이 영그는 바람이 있다.
   사운대는 댓잎소리 멈춘

   핏빛 동백 꽃 밭에서 여체의 숨결 가슴에 느낀다.

   미끄러져 흐르는 산자드락 눈길 거두는 깊은 계곡

   시위 살에 파르르 떠는 산봉여체의 극치를 체험한다.

   투박한 농부 아버지의 손밤 하늘 별을 헤이는

   아들의 심혼이 숨 쉬는 곳이다.

    - 동초 김형철

 

 



 금구원 조각공원의 설립 배경의 토대는 부친 김병렬(농촌개척자, 농민교육자, 1963년 대통령상금탑산업훈장, 1964년 제5회 3 ·1문화상 수상)씨가 농민학교를 설립하기 위하여 숲을 개척하고 금구원 농장을 세운 1966년부터였다.

 

 뒷날 농민학교는 무산되었으나, 독학으로 조각을 공부한 김오성 씨는 농부였던 선친이 황무지를 개척해 일군 2만여 평의 농장 금구원에다 평생을 바쳐 조각해온 자신의 작품 40여점을 전시해 두었다.

 

 초기에 심고 가꾸던 나무들이 90년대에 이르러서는 아름다운 숲이 되어 매우 번창한 듯 했으나, 1998년 9월말에 발생한 태풍 ‘애니’호의 강타로 큰 나무인 편백나무와 히말라야시다 나무들이 모두 쓰러지고 꺾여 하루아침에 초토화되었다.

 

 아름다운 숲은 없어졌지만 그 밑에서 자라던 동백나무, 호랑가시나무가 살아남아 몇 년 사이 잘 자라게 되었고, 서해안 고속도로의 개통, 또 사회의 관심에 힘입어 금구원 조각공원은 다시 일어서게 되었다.

 

 

 

 

 서울에서 왕성한 창작 활동을 하던 김오성은 1991년 이곳으로 귀향하여 조각공원을 직접 관리하고 작업에 전념하는 한편 천문대를 세워 우리나라 아마추어 천문분야에도 기여하고 있다.

 

 김구림 씨가 쓴 <금구원 행간에 살고 있는 소리 - 김오성 조각 여인상 앞>에서는 김오성 씨가 여인상 조각을 만들어 내는 예술혼을 잘 그려내고 있다.

 

   그는 날마다 낯선 길을 기웃거린다.
   낯선 길을 더듬더듬 정으로 쪼아 가면
   팔등신이 자꾸만 달아나다가 지치면
   기가 꺾여 더 깊은 곳에 누워 버렸다.
   모든 것이 밤으로 세워진 벽 속에서는
   아침을 여는 종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벽 속을 꺾어볼 수 없는
   굴절되지 않는 시선으로
   어제도 오늘도 그녀를 부르다가
   그리움마저 목매어 그녀를 부르다가
   그리움마저 목매어 가슴 두들기는
   둔탁한 소리만 금구원 행간에 살고 있었다
   천 겹의 돌문을 하나하나 열어 가면
   돌 속으로 배어 든 땀방울을 모아
   무거운 세상 흘려보내고
   백옥 같은 허리를 뒤척이며 그녀는
   마침내 알몸으로 일어섰다
   일어서서 이젠 수많은 시선을 끌고 간다.
   잔잔한 포말이 속삭이는 해안선을 지나
   몇 만 년 질서 있게 흐르는
   자옥 빛 은은한 좁은 길을 지나고
   7부 능선으로 이어진 쌍봉을 오르면
   모방할 수 없는 천둥소리가 들린다. 

  공원에는 연못 3개소, 등나무 돌기둥 선반을 중심으로 특히 많은 호랑가시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으며,(호랑가시나무는 천연기념물 122호로 지정되어 있는 귀한 나무이다.

 

 



  이곳에 있는 것은 인공육묘된 것이어서 천연 기념물은 아니다) 동백과 편백나무, 참대나무들이 어우러져 있다. 조각공원은 약 1만㎡이며, 인접한 4만㎡의 군유지에 대한 감수권이 있어서 간접적인 활용을 할 수 있다. , 여러 시인들의 금구원에 대한 헌시를 돌에 새긴 시비로 구성되어 있으며 관리실 겸 주거주택이 공원 가운데 자리잡고 있다.

  울타리가 없이 확 트인 공원 야외에 전시된 작품들은 대부분 여인상(女人像)으로 아름드리 수목과 작은 연못 등 자연과 함께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다.

  정원 곳곳에 하얀 놓인 화강암으로 빚어진 여인상은 호랑가시나무와 어울려 눈부실 정도로 매력적인 아름다움을 연출한다. 작품은 나무 사이, 혹은 연못 중간에서 부끄러운 듯 얼굴을 내밀고 있다.

  ‘연꽃과 소녀’, ‘농부의 손', '유한과 무한에 대한 사유', '강 언덕', '봄 하늘의 별자리', '서쪽하늘', '분수령' ’고요’, ‘침묵’ 등 이름도 소박한 조각들이 사실적 기법으로 화강석과 대리석 위에 표현되어 있어 공원길이 완만한 오르막길인데도 전혀 힘들지가 않다. 그만큼 여체상의 곡선이 아름답다.

 

 



  작은 것은 1m, 큰 것은 5m 정도에까지 이른다. 마치 산을 개간해 놓아 진입로 정상에서 내려다보면 높은 산에서 내려다보는 풍경같이 공원이 한눈에 쏙 들어온다.

  금구원조각공원에는 또 하나의 명물이 숨겨 있다. 바로 하늘의 별을 관측할 수 있는 개인 천문대가 그것이다. 개인 천문대 한국 제1호. 조각공원의 천문학적 위치는 동경 126도 29분, 북위 35도 37분, 고도는 해발 35~50m.

  김오성 씨의 천문대는 공원 안 저택을 그대로 이용해 만들어졌으며 나무로 만들어진 계단을 올라 작은 통로를 지나면 커다란 천체망원경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주의할 점은 하늘이 흐리거나 만월이 뜬 밤에는 별의 또렷한 관측이 불가능하므로 날을 잘 골라가야 하며, 천문대는 작가 작업실이자 개인집이므로 무작정 찾아가기보다는 미리 양해를 구하는 예의를 갖추는 게 좋다.

 

 

 


  변산반도 국립공원이 있는 변산반도 끝 부분에 위치하여, 조각공원으로부터 채석강·격포까지는 서쪽으로 3.5km(직선거리 1km), 변산해수욕장까지는 북쪽으로 9km, 새만금 방조제까지는 13km, 내소사까지는 동쪽으로 15km, 띄목(모항)까지는 동남쪽으로 9km, 상록해수욕장까지는 남쪽으로 4km, 그리고 고사포해수욕장까지 북쪽으로 6km가 되는 지점에 있다. 변산반도 여행에서 꼭 들러볼만한 곳이다. 문의 : 전화(063-584-6770)

 

 

◎주소 : 전북 부안군 변산면 도청리 861-22

 


 예술과 과학에 대한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곳에서 조각 작품 감상뿐만 아니라 조각가 김오성의 창작 생활공간과 만날 수 있고, 한국 개인 천문대 1호인 금구원 조각공원 천문대에서 우주에 대한 꿈을 꾸는 것도 좋으리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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