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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및 정보/- 전라북도

고창 청보리밭, 황금물결 출렁이는 보리밭 사잇길로 추억이 걸어온다

by 혜강(惠江) 2007. 6. 2.

 

고창 청보리밭

황금물결 출렁이는 보리밭 사잇길로 추억이 걸어온다

 

박상문기자

 

 

 

▲ 황금물결을 이루고 있는 고창군 공음면의 학원농장 보리밭이 파란 하늘에 점점이 떠있는 흰 구름과 어울려 목가적인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 청보리가 누렇게 익어가기 전 연록의 아름다움을 보이고 있다

 

▲ 학원농장 보리밭을 찾은 젊은이들이 초가로 지은 정자에 앉아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기후 여건이 좋아 대풍을 이룬 보리밭에서 콤바인을 사용해 보리를 수확하고 있다.

 

▲ 보리수확이 한창인 가운데 기계에 의해 자동으로 탈곡된 보리가 우수수 쏟아지고 있다.

 

▲ 학원농장 보리밭을 찾은 한 부부가 보리피리를 불며 어린 시절 추억을 음미하고 있다.

 

▲ 학생들이 보리 이삭을 불에 태우며 보리 서리를 체험하고 있다.

 

 

 

 남쪽 들녘은 지금 황금물결로 출렁이고 있다. 누렇게 익은 보리가 통통한 낟알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몸을 좌우로 흔들어 대고 있다. 그럴 때마다 자연의 향을 가득 머금은 진한 보리내음이 나그네의 코끝을 자극한다.

  살랑살랑 봄바람에 늘 푸르름을 뽐냈던 전북 고창의 청보리밭 은 어느새 보리걷이에 한창이다. 망종(6월6일)을 앞둔 이때가 농촌에서는 가장 바쁜 시기다. 보리도 베고 모내기도 해야 되기 때문이다. 하도 바빠 “발 등에 오줌 싼다”는 말도 있다.

  부드러운 곡선의 구릉이 풍요로움을 더해주는 공음면 선동리의 학원농장은 경관농업의 선두주자인 진영호(60)씨가 운영하는 개인농장이다. 30여만평의 이 농장은 봄엔 청보리밭, 여름과 가을에는 해바라기밭과 흰 메밀 꽃밭, 겨울에는 연을 날리며 대자연과 호흡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 계절에 따라 각기 다른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처음엔 단순한 농작물로서 보리를 재배했던 땅이었지만 이제는 전국에서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관광농원으로 탈바꿈했다. 올해만 해도 벌써 50여만명이 이 곳을 다녀갔다. 학생들은 농촌체험학습장으로 사진작가들은 작품을 찍기 위해 청보리밭을 찾았다. 그리고 어린 시절의 향수를 그리며 보리피리 만들어 신나게 불어 볼 수 있는 추억의 보리밭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보리피리 불며 봄 언덕

   고향 그리워 피-ㄹ 닐니리.
   보리피리 불며 꽃 청산

   어린 때 그리워 피-ㄹ 닐니리.
   보리피리 불며 인환의 거리

   인간사 그리워 피-ㄹ 닐니리.
   보리피리 불며 방랑의 기산하

   눈물의 언덕을 지나 피-ㄹ 닐니리.

  시인 한하운이 유년시절에 대한 향수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한 ‘보리피리’다. 불치의 병을 앓고 있던 자신이 정상인으로 회복되기를 간절히 소망하는 내용이기도 하지만 청보리밭을 찾는 사람들은 ‘보리피리’를 되뇌며 한번쯤은 시인이 되어 보기도 한다.

  보리밭 하면 떠올리게 되는 것이 또 있다. 보릿고개다. 요즈음 젊은이에게 보릿고개에 대해 물어보면 “그 고개가 어디 있는 건가요?”라고 반문하기도 한다. 그러나 30여 년 전만 해도 우리의 일부 농촌에서는 끼니조차 때우기 힘들었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

  춘궁기라고도 했던 보릿고개는 묵은 곡식이 다 떨어지고 보리가 아직 여물지 않았던 5~6월쯤을 이르던 말이다. 딱 요즈음이다. 60년대까지만 해도 농촌에서는 초여름 보리를 수확하기 전 1~2개월 동안 풀뿌리와 나무껍질을 벗겨 먹으며 빈곤한 생활을 했다. 속담에 ‘보릿고개가 태산보다 높다’고 했다. 햇보리가 나오기 전까지의 시기는 정말 넘기 힘든 고난의 고개였다.

  경제가 좋아지고 삶이 윤택해지면서 보리는 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지는 듯했다. 그러나 근래 들어 보리는 참살이 바람을 타고 현대인으로부터 특별한 사랑을 받고 있다.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먹었던 보리밥이 이젠 건강식으로 되돌아와 인기를 누리고 있으니 참 아이러니하다.

 

출처 : 2007. 6.2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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