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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및 정보/- 강원도

오봉산, 소양호를 내려다보는 맛 일품

by 혜강(惠江) 2007. 6. 2.

춘천 오봉산

양호가 내려다보이는 명품 바위산

글·사진  월간산 민병준 르포라이터

 

 

▲ 제2 정상에서의 조망. 왼쪽으로 제2봉과 정상이 보인다.

 

 

  강원도 춘천시와 화천군 간동면 사이에 솟은 오봉산(五峰山·779m)은 아름드리 소나무와 화강암 바위가 어우러진 암릉을 걸으며 소양호를 내려다보는 맛이 좋아 오래 전부터 많은 등산인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온 명산이다. 산림청에선 ‘산세는 크지 않으나 바위와 수목이 어우러진 경관이 아름답다’는 이유로 100명산으로 선정했다. 

 

 

소양호를 끼고 있어 인기 많아

  옛 이름이 경운산(慶雲山)인 오봉산이 유명해진 이유는 청평사, 고려정원, 구성폭포 등 명소가 많을 뿐만 아니라 산으로 둘러싸인 내륙임에도 소양호를 끼고 있어 산행을 위해 배를 타고 들어가는 맛이 좋기 때문이다. 그래서 청평사는 예전엔 배를 이용하지 않고는 드나들기 어려워 당시 막배를 놓친 연인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남긴 곳이기도 하다. 몇 년 전 오봉산 백치고개가 확포장되면서 이젠 막배에 대한 추억을 쌓을 길은 없어졌어도 청평댐에서 떠나는 배편엔 늘 사람들도 북적거린다.

  오봉산에는 이름 그대로 다섯 개 봉우리가 솟아 있다. 서쪽의 배후령부터 제1봉(나한봉)~제2봉(관음봉)~제3봉(문수봉)~제4봉(보현봉)~제5봉(정상·비로봉)이 차례로 주능선에 늘어서 있는데, 이중 제5봉이기도 한 정상에서 남쪽으로 뻗어내린 암릉이 특히 빼어난 풍광을 지녔다.

  아쉽게도 오봉산은 원점회귀 산행이 쉽지 않다. 주 등산로를 제외하곤 길이 많지 않고, 그나마 있는 길도 희미해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봉산은 청평사에서 정상에 올랐다 되짚어 내려오지 않는 한, 배후령~정상~청평사 코스를 따르거나, 반대로 청평사~정상~배후령 코스를 밟아야 한다.

  대부분의 등산인들은 배후령에서 산행을 시작하는데, 그렇게 하면 표고차가 크게 나지 않아 쉽게 정상을 밟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코스는 승용차가 2대 이상인 팀이거나 차량에 제약 받지 않는 안내산악회나 등산인들은 편리하지만, 차량이 한 대뿐일 경우에는 다시 배후령으로 되돌아와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배후령 정상에서 산행 시작


배후령(600m)으로 가려면 춘천쪽에선 샘밭 삼거리에서 46번 국도를 타고 양구 방면으로 10km쯤 오르면 된다. 화천의 비목문화제를 구경했을 경우라면 화천 읍내에서 461번 지방도를 타고 양구 방면으로 20여 분 달린 뒤 56번 국도를 만나면 좌회전해 춘천 방면으로 4km 정도 달리면 된다.


정상의 오봉산수 휴게소 주차장에 차를 대고 국도를 건너면 ‘여기는 배후령 정상입니다’라고 쓰인 커다란 안내판이 보인다. 그 옆에 소형 트럭을 개조한 간이매점이 있다. 등산로 초입은 입간판과 간이매점 사이로 뚜렷하게 나 있다.

가파른 산길을 15분쯤 올라가면 ‘←오봉산 1.3km 50분, →경운산 1.2km 50분’ 안내판이 있는 삼거리다. 여기서 왼쪽 길로 10여 분 오르면 주능선  삼거리에 닿는다. 특별한 이정표는 없으나 널찍한 북동쪽의 왼쪽 길로 가면 된다.

완만한 능선을 따라 5분쯤 가면 제1봉. 정상에는 ‘제1봉(나한봉)’이라 쓰인 팻말이 소나무에 매달려 있다. 하지만 이후 다른 봉우리는 팻말이 달려있지 않아 독도에 집중하지 않으면 정확히 몇 번째 봉우리인지 알아내기 까다롭다.

 

 

▲ (좌) 제3보의 청솔바위. 바위틈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소나무의

생명력이 놀랍다. (우) 빠져나오는 재미가 쏠쏠한 구멍바위.

 
 

  내리막을 잠깐 내려서서 참나무와 철쭉나무 빼곡한 완만한 산길을 콧노래 불러가며 20분쯤 가면 남동쪽으로 소양호가 살짝 내려다보이는 제2봉에 닿는다. 조망이 좋은 바위에 앉아 아침 안개가 걷히길 기다리지만 쉽게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다.

제2봉에서 제3봉 사이는 바윗길이다. 그다지 어렵지 않고 쇠줄도 설치되어 있어 안전한 편이지만 왼쪽으론 까마득한 벼랑이니 조심해야 한다. 이렇게 10분쯤 가면 정면으로 청솔바위가 올려다 보인다. 바위틈에 자라고 있는 소나무 한 그루가 경이롭다. 이어 도착한 제3봉 정상에는 1989년 이곳에서 추락사한 등산인을 기리는 추모비석이 소나무 아래 세워져 있다.

 

 

▲ 제3봉과 제4봉 사이는 노송과 암릉이 어우러진 한 폭의 동양화 같은 산길이 이어진다.

 

 

노송과 암릉이 어우러져 동양화 같은 산길



  제3봉부터 제4봉까지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고 발길이 자꾸 멈춰지는 아름다운 암릉길이다. 바람의 영향을 적지 않게 받았음에도 기상을 잃지 않고 하늘을 향해 곧게 솟아오른 아름드리 노송들이 곳곳에 있어 마치 동양화 속을 거닐고 있는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산길 옆엔 하얀 꽃을 피운 아기나리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암릉으로 이뤄진 제3봉을 내려선 안부에서 제4봉을 오르려면 경사 50도쯤의 가파른 바위지대를 지나야 한다. 쇠사슬도 설치되어 있고, 발디딤도 괜찮다. 또 산길의 폭도 2~3m 정도로 넓은 편이지만 바윗길 양쪽이 낭떠러지이니 조심한다. 역시 암릉의 경치는 좋다.

  이렇게 5분쯤 오르면 제4봉. 서쪽으로는 지나온 주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북으로는 까마득한 낭떠러지 너머로 오음리 분지가 내려다보이고, 동쪽으로는 46번 국도 너머로 병풍산, 사명산이 손에 잡힐 듯하다. 또 파란 소양호 너머로 가리산, 대룡산, 구절산, 금병산이 산물결로 넘실대지만, 오늘은 안개 탓에 먼 조망은 그다지 시원치 않다.

  제4봉을 떠나 숲속 능선길로 5분쯤 가면 정상인 비로봉이다. 정상임을 알리는 표지석이 세워져 있으나 숲으로 에워싸여 조망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남릉으로 10분쯤 내려가면 이윽고 경사가 가파른 암릉길이 시작된다. 역시 소나무 어우러져 경치는 좋으나 오른쪽 선동계곡(청평사계곡) 방면은 대부분 절벽이므로 긴장을 늦추지 않는 게 좋다.

 

 

 

                                                  ▲ 녹음의 물결 드리워진 참나무 숲을 지나는 등산인들

 

 

빠져나오는 재미가 쏠쏠한 구멍바위



  아기자기한 암릉을 타고 10분 정도 내려서면 이 구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구멍바위가 나온다. 큰 배낭을 멨거나 뚱뚱하면 조금 통과하기가 까다롭다. 안전을 위해 쇠사슬이 묶여 있다. 구멍바위를 어렵사리 빠져나와 20분쯤 내려서면 688m봉 전 안부에 다다른다.

  이 안부 삼거리의 이정표에는 곧장 가면 '청평사(천단), 부용계곡(냉장골), 향토음식점(2.0km)'이고, 오른쪽은 '청평사(해탈문) 1.0km'라고 쓰여 있다. 초보자나 노약자는 여기서 오른쪽으로 내려가는 것이 좋다. 양쪽 모두 가파르지만 오른쪽 산길은 나무 많은 흙길이라 가파른 절벽이 연달아 나타나는 남릉 바윗길에 비해 덜 위험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오른쪽의 선동계곡 코스를 택한다. 전날 비가 많이 온 탓에 바위가 미끄러울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쇠사슬이 설치되어 있는 10m 정도의 바위를 내려서면 곧 가파른 흙길이다. 곳곳에 흙이 쓸려나가며 쓰러진 나무가 눈에 띈다. 이곳은 추락 위험은 없어도 지면이 안정되지 않으면 짧은 구간이라도 산사태가 일어날 위험도 있어 보인다.

  이 가파른 산길을 10분쯤 내려서면 높은 바위에 세워져 있는 적멸보궁이 보인다. 이곳을 지나 계곡을 오른쪽으로 끼고 걷다가 물길을 한두 번 건너면 공주탕 지나 청평사에 닿는다. 만약에 아까의 688m봉 안부 삼거리에 남릉 길을 택했다면 지금쯤 청평사 범종각쪽으로 내려서게 된다.

  오봉산 산행의 마무리는 청평사 답사다. 예전엔 많은 문화재가 있었지만 국보로 지정된 극락전을 비롯한 많은 유적이 한국전쟁 때 소실되었고, 보물 제164호로 지정된 회전문(廻轉門)만이 절집의 오랜 내력을 설명하고 있다. 회전문은 빙글빙글 돌아가는 문이 아니고, 중생들에게 윤회의 전생을 깨우치기 위한 마음의 문이다. 용마루 곡선과 오봉산 바위봉우리의 조화가 일품이다.

  잠시 짝사랑에 관한 전설도 들어보자. 중국 당나라 때 공주를 짝사랑하던 총각이 있었다. 하지만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죽은 총각은 상사뱀으로 환생해 공주의 몸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점점 야위어간 공주는 결국 이 땅의 오봉산 청평사까지 찾아오게 되었고, 공주가 이 구성폭포에서 목욕재계하고 법당에서 염불을 하자 드디어 상사뱀이 떨어져 버렸다 한다. 구성폭포 위쪽 전망 좋은 바위 위에 서있는 삼층석탑은 당시 공주가 세운 탑이라 하여 ‘공주탑’이라고 불린다.

 

▲ (좌) 보물 제164호로 지정되어 있는 청평사회전문. 중생들에게 윤회의 전생을 깨우치기 위한 마음의 문이다.

(우)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고려정원의 흔적을 알 수 있는 영지(影池)  

 

 

  청평사에서 또 하나의 볼거리는 영지(影池).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고려정원(高麗庭園)이 원형대로 보존돼 있다. 영지를 만든 이는 고려 때 학자인 이자현. 973년 이곳에 창건했던 백암선원이 폐허가 된 자리에 아버지 이의가 세운 보현원을 문수원이라 고쳐 머물면서 이 산자락을 대규모 정원으로 꾸몄다. 규모는 구성폭포에서 오봉산 정상 부근의 식암(息庵)까지 3km에 이르는 방대함을 자랑한다. 일본 교토 사이호사(西芳寺)의 고산수식(枯山水式) 정원보다 200여 년 앞선 것이라 한다.

  청평사를 지나면 길은 널찍해진다. 얼마 뒤 아홉 가지의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는 전설의 구성폭포 소리가 요란하다. 단아한 바위 벼랑에 걸린 풍광이 깔끔해 등산인은 물론 탐승객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폭포다. 이어 구성폭포 아래쪽 계곡에 있는 공주와 상사뱀의 조형물을 지나면 이내 청평사 입구의 시설지구다.



산행 길잡이

오봉산은 이름 그대로 주능선에 5개 봉우리가 이어진다. 배후령 방면부터 제1봉(나한봉)~제2봉(관음봉)~제3봉(문수봉)~제4봉(보현봉)~제5봉(정상·비로봉)의 순서로 늘어서 있다. 산행 코스는 △배후령~정상~구멍바위~청평사~구성폭포~주차장(7km, 3시간30분 소요) △청평사 주차장~청평사~적멸보궁~정상~배후령(7km, 4시간30분 소요) △청평사 주차장~구성폭포~청평사~정상~청평사~주차장 회귀코스(7km, 3시간30분 소요) 이렇게 3개가 대표적이다. 대부분의 등산인들은 배후령에서 시작하는 코스를 택한다. 산불감시기간 중에는 배후령 입구를 통제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확인해봐야 한다.

청평사 입장료는 어른 2,300원(관광지입장료 1,000원, 문화재관람료 1,300원), 청소년 1,500원(관광지입장료 700원, 문화재관람료 800원), 어린이 1,000원(관광지입장료 500원, 문화재관람료 500원). 문의 청평사 매표소  033-243-9252 , 소양호 선착매표소  033-242-2455 ,

교통

드라이브 코스

 

46번 국도→청평→가평→춘천→배후령→간척 사거리(우회전)→청평사 / 경춘국도→춘천→소양2교 건너서 우회전(소양댐 방면)→소양댐 주차장→선박 이용→청평사 <수도권 기준 2시간 소요>

 

△화천→461번 지방도(간동·양구 방면)→간척리→청평사 <30분 소요>

 

대중교통

 

서울→춘천 상봉터미널에서 매일 28회(06:00~21:30) 운행.  1시간50분 소요. / 동서울터미널에서 매일 80여 회(06:00~22:00) 운행. 1시간30분 소요.
춘천→소양댐 춘천 시내 남춘천에서 20분 간격 수시 운행, 25분 소요.
춘천→배후령 종합정류장에서 오음리행 매일 5회(06:20 07:40 10:15 15:30 18:30) 운행, 30분 소요.
화천→춘천 공용버스정류장에서 매일 15회(06:30~21:00) 운행. 요금 3,700원, 40분 소요.
소양호→청평사 소양댐에서 배편이 30분 간격(09:00~17:30) 왕복 운행. 10분 소요.


별미

소양댐 아래의 세월교(일명 콧구멍다리) 근처 천전리 삼거리의 ‘윗샘막국수촌’에는 많은 막국수집이 있다. 이중에서도 원조샘밭막국수(242-1702, 1712)는 3대에 걸쳐 전통의 맛을 이어가는 막국수 전문집으로 유명하다. 졸깃졸깃한 편육과 집에서 직접 담근 동동주 맛도 일품이다.


숙식

청평사 입구에 청평산장(244-0580), 오봉산장(244-6606), 고려산장(243-1188)을 비롯해 식당이 여럿 있다. 대부분 민박을 친다. 청평사 관광지 내에 야영장도 있다.
*소양호 관리사무소  033-241-9251 
*청평사 관리사무소  033-243-9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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