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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및 정보/- 강원도

홍천강 소남이섬, 새벽·해질녘 특이한 분위기

by 혜강(惠江) 2007. 8. 11.

홍천강 소남이섬

 

새벽·해질녘 특이한 분위기

-  살가운 풍경, 담는 것 모두 아름답다 

 

 


손재식 

 

 

   아침부터 장맛비가 내린다. 쉬지 않고 내리는 비 때문에 눅눅하긴 하지만 그 덕에 무더위는 면할 수 있다. 그러나 계속 쏟아진다면 홍수가 날 테니 과해서 좋은 것은 없다. 계절의 변화도 제 때의 모습이 있다. 봄이 봄답고 여름이 여름다워야 하는 순리에 어긋나면 반드시 부작용이 있기 마련이다. 적절함을 유지하는 것은 자연이나 사람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다.    

 

  산들바람, 뭉게구름, 소나기, 여름밤의 모깃불, 과수원, 매미소리, 저녁노을 등 추억 어린 단어들이 여름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계절에 어울리는 풍경이란 기억만으로도 그 존재가치를 하는 것이다. 만일 이런 말이 필요치 않은 때가 온다면 결국 자연재해는 더 극심해지지 않까. 
                    

 

▲ 소남이섬의 심심한 풍경. 이곳엔 한강이 개발되기 전과 같이 강모래가 살아 있다.

 

 

  우연히 인터넷에서 소남이섬이란 단어가 눈에 띄었다.  반가운 마음에 읽어보니 환경훼손에 관한 기사였다. 소남이섬은 홍천강이 굽이쳐 흐르다가 청평호에 이르면서 형성된 삼각주다. 그곳의 골재 채취로 유속이 빨라져 재난이 닥칠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경제적 득실도 있겠지만, 자칫 섬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다는 주민들의 반발이 주목을 끌었다. 그 기사로 잊고 있었던 여름날의 기억이 문득 되살아났다.    

 

  정선의 동강이 온 나라에 알려지기 전, 동강의 살가운 풍경을 좋아한 나머지 물길 따라 걷거나 배를 타고 떠내려가는 방법으로 오붓하게 즐기곤 했었다. 어릴 때처럼 산딸기와 오디를 따먹으며 우리 땅의 원형을 보며 걷는 것으로도 여러 날을 보냈다.      어느 해 여름, 자연으로 쏘다니는 일을 즐기던 친구들과 군용 보트로 동강탐사에 나섰다. 동강은 어릴 때 풍경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으며,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하지만 가수리를 떠나 나리소를 돌아간 후 제장나루, 소사, 연포, 문희 마을을 거쳐 어라연으로 내려가려던 그 때의 계획은 아쉽게도 중도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일행 중 한 사람이 야영 중에 돌연 심장마비를 일으켰고, 그 사고는 바로 내 옆자리에서 발생했다. 슬픔에 젖어 배를 접고 돌아와 장례를 치렀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으며 강물에 뼈 가루를 흘려보내고 난 그 후. 한 동안 동강은 씁쓸한 기억의 장소가 되었다.

 

 

       

     

▲ 전형적인 우리의 시골 여름 풍경을 보여주는 홍천강.     

 

 

 동강은 곧 개발과 관련하여 사람들에게 알려지며 전국적으로 시끄러워졌다. 개발 보상을 노린 사람들이 나타나고 환경단체의 거센 반대가 일어났다. 결국 그 때부터 동강으로 가던 발길을 접었다. 그러던 어느 날 홍천강에 거처를 둔 친구로 인해 여울진 강에 가고픈 유혹이 슬그머니 살아났다. 홍천강은 뜻밖에 정겨운 곳이었다. 산경도를 이용하여 물길을 살펴보니 홍천에서 청평호까지 뱃길이 그려졌다.  배를 띄워 물길을 따라 내려가는 보트 여행은 동심을 다시 일깨우는 일이었다.    

 

  홍천 시내를 벗어난 강가에서 고무보트에 바람을 넣고 짐을 실었다.  강심으로 노를 저어가며 탐사에 나선 일은 정말 꿈만 같았다. 어느 때는 컴컴한 밤중에 배를 띄운 적도 있고, 또 어느 날은 이틀 동안 떠내려가기도 했다.  이름도 아름다운 도둔을 에돌아나가면 소매곡리의 넓고 편한 굽이에서 마음이 열렸다. 홍천강은 찰랑찰랑하게 얕은 물이 많아 자주 배를 끌고 가야했다. 굴지리, 왯벌, 여호내를 거쳐 노일리 변처럼 정겨운 곳을 만나면 배를 멈추고 밤을 지새기도 했다. 

 

 

 

 팔봉산 봉우리 오르내리며 경관 감상

 

 

 

                            

▲ 배를 타고 내려가는 여행은 홍천강의 원형을  보는 방법의 하나다.    

 


  구룡밭, 도룡골, 검실을 지나면 홍천강의 중심이 되는 팔봉산이다. 팔봉산은 높이 309m의 낮은 산이지만  풍치 좋은 낙락장송과 여덟 개의 바위봉우리가 아름다운 곳이다.  옛날 선비들은 홍천강이 아홉 굽이를 휘돌아 흐른다 해서  구곡강(九曲江)이라 부르기도 했다. 봉우리를 오르내리며 경관을 감상하기 좋으며,  강에서 시작해 강에서 끝나는 특이한 곳이 바로 팔봉산이다. 런 곳을 배 타고 지나가는 느낌 또한 특별하다.

 

  팔봉산을 뒤로하고 강폭이 넓어지는 곳에서 만나는 반곡은 제법 큰 마을이다. 식량을  보충하기 위해 내렸다가 마을사람들의 동네잔치를 함께 즐기기도 한 곳이다. 반곡 마을을 가로지르는 다리 밑으로 떠내려가다가 논골,  개야리,  안말을 지나 아름다운 모래벌이 나오는 모곡에 젓던 노를 멈추고 잔잔한 강물에 몸을 던진다.  여기서 여름 피서객들을 만나 유원지 같은 분위기에 잠시 들뜨기도 한다.

 

  견지낚시를 드리운 사람들의 모습을 지켜보다가 장곡을 지나면 갑자기 물소리가 조용해지고 넓은 모래벌이 펼쳐진다. 마치 강의 종점과도 같은 이곳 모래가 과연 어디서 흘러왔는지 궁금해진다. 홍천강을 떠내려가다가 그렇게 만나는 곳이 바로 소남이섬이다.

 

 

 

             

▲ 한적한 느낌을 주는 소남이섬의 모래벌.

 

  

 한강이 개발되기 전엔 모래가 아름다운 미사리가 있었다. 지금은 이름뿐이지만 미사리의 모래는 80년대 이전에 젊은 시절을 보낸 사람들에게 많은 시각적 즐거움과 추억을 안겨주었다, 은빛 모래와 동글동글 다듬어진 하얀 빛 자갈이 그곳에 지천이었다. 한강 개발을 이유로, 그리고 건설을 핑계로 그 모래를 퍼올려 지금의 높은 건물과 아파트를 지었으니 그게  실수라면 누구를 탓하랴.
  그 때의 한강을 기억하기에 소남이의 모래벌은 여간 정겹지 않다. 지도에 표기하기 어려울 정도의 작은 섬이긴 하지만, 그래도 마을 주민들 모두 귀중한 곳이라는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사라진 풍경에서 숨은 에센스 찾아야 

 

  홍천강은 백두대간의 동대산으로부터 내려오는 산줄기가 청량봉에서 갈라지면서 생겨난 물길이다.  동대산에서 오대산,  계방산,  청량봉, 용문산, 유명산, 오음산을 거쳐 양수리 앞 한강으로 떨어지는 산줄기는 산경표에서도 간과해왔다. 지금은 임의로 한강기맥으로 불리고 있다. 홍천강을 만들어내는 또 하나의 산줄기는 청량봉에서 갈라져 나온다. 홍천강의 수원인 셈인 응봉산, 가마봉, 소뿔산, 가리봉 등 1,000m가 넘는 산줄기는 연엽산, 고깔봉, 봉화산으로 몸을 낮추다가 가평의 한강으로 떨어진다.  홍천강은 이러한 두 개의 산줄기에 의해 만들어졌고 그것에 의해 이제껏 보존되어 왔다.

 

   소남이섬은 빼어나다고 하는 대개의 관광지에 비할 수는 없다. 그러나 틀림없이 존재가치를 말하게 되는 곳이다. 변하지 않은 공간들, 훼손되지 않고 급격한 변화를 거치지 않은 풍경과의 만은 참 묘한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그것이 시대에 부합하지 않는 반(反) 풍경이 될지언정 거기서 는 느낌은 어찌할 수 없다. 

 

   개발과 보존이란 가치의 틀에서 풍경은 여러 가지 의미를 지닌다. 눈앞의 현실에서 이면을 보야하는 현대 사진가들은 풍경 앞에서 비판적 시각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더 이상 아름다움만추구할 수 없도록 상황이 변하기 때문이다. 무덤덤한 시각,  무표정한 사람들, 살벌한 풍경들피할 수없는 현실의 주제이자 소재가 되어온 것이다.  

 

 

 

         

▲ 홍천강 주변의 마을은 아직도 농촌의 모습을 버리지 않고 있다.

 


  잘리고 훼손되어 원형을 잃어가는 풍경. 환경론자들은 자연의 훼손으로 닥쳐올 재난을 예고하지만, 사진가는 시각의 변형에서 오는 정신적 피해를 염려할 뿐이다. 신체를 훼손하거나 정신착란증 같은 현상이 위대한 예술가들에게 종종 나타나지만,  작품에 가려 개인의 불행은 그 뒤에 묻혀버리기 일쑤다.      

 

  풍경이 사라진 자리에는 인공적 아름다움이 대체한다.  전통적 풍경사진가들의 어려움은 풍이 사라지는 가운데서도 숨겨진 에센스를 찾아야하는 데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리고 환이 훼손될수록 이 일은 점점 더 어려운,  하늘의 별따기가 되어간다.  배를 타고 강을 떠내려가는 행은 변질되지 않은 자연을 경험하는 즐거움이 있다.  이 일은 강 때문에 길이 끊기거나 험난한 지형에 의해 개발이 어려워진 곳에서 부분적으로 가능하다. 시간이 갈수록 그런 구간은 짧아지겠지만 잠깐씩 만나는 풍경들은  빙산처럼 수면에 잠겨있는 원초적 감성을 자극하고 있다.    

 

  지금 우리는 너무 빨리 달리는 것에 익숙해 있다. 관광지도 아니고 빼어난 절경도 아니어서 차별적으로 파헤쳐져도 어쩔 수 없는 곳들이 생각할 겨를 없이 사라져가고 있다. 소남이섬의 모래벌이 아름답지 않거나 정화되지 않은 환경일지라도 그것은 우리 앞에 놓여있는 현실이다. 것 없는 심심한 풍경들. 그래도 그것은 우리에게 여유를 주는 여백의 공간이라 믿어 의심치 는다.  홍천강에 배를 띄워 물의 흐름에 시선을 맡기며, 소외된 풍경에 눈길을 주는 것으로 소이섬 여행을 접는다.

 

 

 

소남이섬 촬영 가이드

 

 

 

  

▲ 고갯마루에서 내려다본 소남이섬. 홍천강이 만들어 놓은 삼각주다.

 

  

  소남이섬은 특별한 아름다움이나 시각적 정보를 담고 있지 않다. 그래서 그곳을 찍기 위한 기술적 문제나 객관적 방법은 필요치 않다. 오히려 주관적 접근과 해석이 어울린다. 말하자면 평소 생각해 오던 이미지나 영상을 그곳에서 만드는 것이다. 소남이섬이란 정해진 공간에 어울리는 표현 방법이 있다고 하면, 그것은 주관적 해석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기 마련이다.

 

   상식적인 일이지만 신새벽이나 해질녘을 노려 특이한 분위기를 찾아보는 방법도 좋을 듯하다. 그의 심심한 풍경 자체가 하나의 대상이듯이 사람에 따라 달리 보이는 그 무엇을 소남이섬에찾아야 할 것이다.
 

 

 

소남이섬 가는 길

   소남이섬으로 가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우선 반곡 마을쯤에서 배를 타고 물길 따라 내려가는 방법이 있다. 길게는 홍천에서 시작할 수도 있지만 이 방법은 자동차와 배를 모두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쉬운 일은 아니다. 현실적인 방법은 서울에서 46번 경춘국도를 타고 가다가 강촌 다리를 건넌다.  강촌 시내를 빠져나가 403번 지방도를 탄다,  Y자 삼거리가 나오면 오른쪽 길로 접어든 다음 오른쪽 주유소에서 우회전해서 다리(창천교)를 건넌다.

 

  왼쪽 산을 끼고 가다보면 다시 Y자 삼거리가 나온다.  여기서 오른쪽 길로 고개(소주고개)를 오른 후 정상에서 꼬불꼬불 내려가면 또 다시  삼거리가 나온다. 왼쪽 남면파출소를 지나 오른쪽으로 가다 보면 개천이 왼쪽으로 흐르는 곳에서 다리를 건넌다. 지금 이곳 가정리와 황골 일대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여기서 다리 건너 비포장길을 따라 올라가면 소남이섬의 삼각주가 보인다. 이곳까지 별 다른 표지판이 없지만 청평호로 흐르는 홍천강을 목표로 찾아가면 된다. 

 

 

 

<출처>  2007. 8월호 월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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