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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및 정보/- 부산. 경남

경남 거창 제일의 명승지 수승대(搜勝臺)

by 혜강(惠江) 2007. 5. 24.

 

경남 거창

거창 제일의 명승지 수승대(搜勝臺)

 빼어난 경치에 학문과 예술의 조화 

 

·사진 남상학

 

 

 

 


 "흘러가는 게 물인 줄 았았더니 세월이더라."


  경치 좋은 곳에 앉아 넓은 청석 위로 넘쳐흐르는 물길을 보고 있노라면 이 말이 실감난다. 이처럼 우리나라에 산 좋고 물 좋은 곳이 어디 한두 곳이랴. 그러나 남도의 중심산이라 하는 덕유산 자락만큼 사람의 마음을 잡아끄는 계곡도 드물다. 

 

  수승대는 경남 거창군 제일의 명승지에 속한다. 무주구천동에서 신룡령을 넘어 거창 쪽으로 조금만 가면 수승대와 금원산이 있다. 행정 구역상으로 위천면 대정리에 자리 잡은 수승대는 위천 천변의 경승지로서 국민관광지로 지정되었다. 산 전체가 바위 벼랑으로 되어있는 기세 좋은 금원산을 옆으로 하고 강을 따라 조금만 올라가면 수승대 국민관광지라는 간판과 주차장 매표소가 나온다. 김암괴석과 울창한 숲, 맑은 계류가 손잡고 절경을 연출한다.

 

 

 

   백두대간 분수령인 덕유산에서 발원해 동쪽의 거창을 향해 흐르는 갈천·월성천·산수천·분계천 등이 하나로 모여 위천(渭川)이 된다. 이 물줄기는 북상면을 지나 위천면으로 들어서면서 구연폭포와 구연소를 만드는데, 계류 가운데 솟은 집채만 한 바위가 바로 수승대다.

 

 수승대 계곡 일원이 명승지로 이름난 이유는 그 중심에 요수정이라는 이름의 정자와 관수루라는 누각이 있기 때문이다. 풍류객들이 이들 누정에 올라 주변에 펼쳐진 산수 경관을 감상하고 정서적으로 교감하면 이 일원은 어느덧 명승 정원으로 탈바꿈 하였다. 우리나라에는 이 같은 성격의 산수정원이 많은데, 수승대 일원은 특히 물과 바위가 어우러진 산수정원으로 유명하다.

 

  주차장에서 강변길로 노송길을 따라 조금만 올라가면 큰 느티나무 뒤로 다목적으로 사용하는 야외음악당(수승대축제극장)이 있고, 해마다 거창국제연극제가 열리는 '수승대축제극장'이 마치 행글라이더 같은 젖빛 천막을 활짝 펼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현대식 구조물과는 달리 고색이 창연한 누각이 보이는데, 이것이 요수 신권선생이 후학을 가르치던 구연서원(龜淵書院)으로 들어가는 문의 역할을 하는 관수루(觀水樓)다. 관수루의 기둥은 다듬어지지 않고 휘어진 모습 그대로를 사용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관수루는 물을 관조하는 누각이라는 뜻이다. 맹자는, “물을 보는 데는 방법이 있으니, 반드시 물결을 봐야 한다(觀水有術必觀其瀾).”고 했다. 학문하는 자세를 계류의 흐름에 비유한 것이다. 흐르는 계곡 물은 웅덩이를 가득 채우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선비가 학문에 뜻을 두고 있다면 계곡 물이 웅덩이를 가득 채운 후에야 다시 물결을 이뤄 흘러가듯이, 공부도 한 단계씩 완성해 나가야 도에 통달할 수 있다는 것을 맹자는 가르친 것이다.

 

   2층 목조로 된 관수루는 구연서원의 문루(門樓)로서 기둥은 다듬어지지 않고 휘어진 모습 그대로를 사용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 문루는 영조(1740)때 세워진 것으로 당시의 안의 현감 조영우(趙榮祐)가 명명하여 기문(記文)하고, 부사 김인순이 건 누액(樓額)이 있다. 관수루 위에 서면 수승대와 강 건너 소나무 숲 속의 정자 요수정(樂水亭)이 한눈에 들어온다.

 

 

 

 

  관수루에 올라 요수정 쪽을 바라보면 울창한 솔숲과 거대한 너럭바위, 시원하게 펼쳐진 계곡 풍광이 눈에 들어온다. 과거 서원에서 공부하던 학인들은 여가를 틈타 이 누에 올라 산수 풍광을 감상하며 동중정의 휴식을 즐겼다. 옛 성현이 일컫기를, 군자는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공부하고 마음을 닦으며, 소요하고 휴식한다고 했다. 그래서 대개 서원처럼 공부하면서 수신하는 곳에는 반드시 소요하고 휴식하는 공간이 있게 마련인데 관수루 역시 그런 성격의 누각 중 하나다

 

   수승대 유원지 안에 있는 구연서원은 1694년(숙종 20)에 지방 유림이 신권(愼權)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하여 신권이 제자를 가르치던 구주서당(龜州書堂) 자리에 서원을 창건하여 위패를 모셨다. 그 뒤 성팽년(成彭年)과 1808년 신수이(愼守彛)를 추가 배향하여 선현 배향과 지방교육의 일익을 담당하였다. 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1868년에 훼철되었다. 이곳에는 신권의 사적비와 신권을 위한 산고수장비(山高水長碑), 열녀, 효자비가 많다.

 

 

 

 

  구연서원을 돌아나오면 곧바로 수승대의 중심부인 귀연암(龜淵岩)이다. 덕유산에서 흘러내린 계곡 중간에 높이 10m, 둘레 수십 m의 큰 바위가 떠 있는 묘한 형상이 마치 거북처럼 생겼다 하여 거북바위 즉 귀연암 혹은 구연대(龜淵臺), 암구대(岩龜臺)이라고 부른다.

 

  높이 약 10여m, 둘레 수십m, 넓이 약 50평의 거대한 암봉(岩峯)이 강 중간에 떠 있는 모습인데, 위에는 소나무가 자라나서 마치 커다란 분재를 보는 듯하다. 바위에는 빼곡하게 글이 새겨져 있다. 퇴계의 명명시와 갈천의 시, 요수 신권을 기리는 글 등이 암각되어 있다. 어디서도 보기 힘든 특이한 형상이다.

 

 

 

 

 

  이 거북바위의 원래 이름은 수송대(愁送臺)였다. ‘시름을 보낸다’는 뜻이다. 계류와 바위와 소나무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곳이라 세속의 근심 따위는 훌훌 털어버린 은자의 여유가 엿보이는 명칭이라 생각이 들겠지만, 역사적으로 애달픔 사연이 깃들여 있다.


  이 일대는 원래 신라와 백제의 국경이었던 곳으로, 백제가 멸망할 무렵 이곳에서 신라에 보내는 백제의 사신을 송별했는데, 한 번 신라로 간 백제의 사신은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신라로 간 백제의 사신이 돌아오지 못함을 슬퍼한다는 뜻에서 수송대(愁送臺)라 불렀다고 한다. 그러다가 퇴계(退溪) 이황(李滉)이 시 한 수와 함께 수승대(搜勝臺)라는 이름을 지어 보내 오늘날까지 그 이름이 전해진다. 그때 요수 신권 선생은 이곳에 은거하면서 구주서당(龜州書堂)을 세우고 제자들을 가르쳤다고 한다.

 

  수승이라 새로이 이름을 바꾸노니
  봄을 만난 경치 퍽 아름답구나
  머언 숲 속의 꽃들은 방긋거리고
  그늘 진 골짜기엔 아직 흰 눈이 잠겼네 
  먼 곳에서 수승대를 그윽이 바라보니
  오로지 서로를 그리워하는 마음 더하기만 하구나
  언젠가는 한 두루미의 술을 가지고
  큰 붓 들어 단애의 아름다움을 그려볼까 하노라

 

  搜勝名新換 逢春景益佳

  遠林花欲動 陰壑雪猶埋

  未寓搜尋眼 惟增想像懷

  他年一樽酒 巨筆寫雲崖

 

 

 

 

  퇴계 선생은 수송을 수승이라 새롭게 이름 하나니. 봄을 맞이한 경치는 더욱 아름답습니다. 먼 산의 꽃들은 방긋거리고 응달진 계곡에 잔설이 보입니다. 나의 눈 수승대로 자꾸만 쏠려 수승을 그리는 마음 더욱 간절합니다. 언젠가 한 동이 술을 가지고 큰 붓을 들어 수승의 정경을 그려볼까 합니다.”라고 읊었다이 시를 받은 신권 선생은 다음과 같은 시로 화답했다

 

  “자연은 온갖 빛을 더해 가는데, 대의 이름을 아름답게 지어주시니 좋은 날 맞아서 술동이 앞에 두고 구름 같은 근심을 붓으로 묻읍시다. 깊으신 마음과 귀한 가르침 보배로운데 서로 떨어져 그리움만 한스러우니 속세에 노닐며 쫒지 못하고 홀로 벼랑의 노송에 기대어 봅니다.”

 

  슬픈 역사의 현장으로 알려져 있었던 수송대의 자연이 퇴계 선생에 의해 아름다운 산수정원으로 탈바꿈 한 순간이었다.

   귀연암 주변에는 넓은 암반이 있고, 바위를 가로질러 청류가 흐르는 곳에 자그마한 돌다리가 놓여 있다. 무지개다리를 건너 언덕을 바라보면 소나무 숲 속에 넓은 암반, 푸른 물 위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요수정(樂水亭)이 실로 한 폭의 그림처럼 보인다. 요수 신권(愼權)이 제자들에게 강학하던 곳이다. 

 

 



   수승대을 한눈에 내려다보는 강 언덕에 지어진 요수정은 그곳에서 내려다보는 경치만큼이나 정자 스스로가 수승대의 멋과 아름다움을 고조시켜주고 있다. 바위와 그 앞으로 흐르는 물, 그리고 정자 뒤편의 울창한 소나무 숲과 조화되어 이곳의 경관을 절경으로 만들고 있다. 


   요수정에서 강 언덕을 따라 소나무 숲속으로 내려오는 오솔길은 산책하기에 그만이다. 소나무 그늘 곳곳에 벤치가 놓여 있어 쌍쌍이 자리를 잡고 앉아 시간을 보내는 모습들이 보기 좋다. 여유가 있다면 유서 깊은 절 하나를 방문해도 좋다. 

 

 



   또 오솔길은 강에 보를 막아 인공적으로 만들어놓은 자연 풀장으로 이어지고, 물썰매장 앞에는 야영과 야외놀이를 할 수 있는 야외 광장이 넓게 꾸며져 있는데, 이쯤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강을 가로 질어 놓여있는 빨간색의 커다란 현수교다. 수승대의 자연스런 멋에는 그리 어울리지 않지만 나름대로 이곳의 명물이다. 현수교에 올라 수승대의 절경을 조망하는 멋도 괜찮다.   

* 찾아가는 길 *

 

1. 서울이나 대전에서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하여 판암에서 대전-통영간 고속도로로 들어와 무주나들목 또는 덕유산 나들목으로 나와서 무주리조트, 무주구천동-37번국도-거창방향 -신룡령-위천을 거쳐 수승대로 들어오면 된다.
2.대전통영간고속도로-함양나들목-수동(화산리)-3번국도-안의방향-우명리-안의-말흘리
마리 삼거리-37번국도를 타고 위천방향-장풍교앞에서 위천방향으로 좌회전-위천-수승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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