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내여행기 및 정보/- 부산. 경남

부산의 명물,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자갈치 시장

by 혜강(惠江) 2007. 2. 16.

 

부산  갈치 시장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동남아시아 최대의 어시

 

·사진 남상학

 

 

 

 

 

  자갈치시장은 항도 부산의 명물이다. 자갈치 시장은 용두산공원에서 5분 거리, 부산 남포동 남항 바닷가에 위치한 대규모 수산시장이다.  시장의 위치는 원래 부산시청의 옆 용미산 해안과 남포동의 건어물시장 주변이었으나 남항이 매립된 뒤 현재의 자리로 옮겨 왔다. 6.25 전쟁 이후 여인네들 중심의 어시장 형태로 자리를 굳히며, 노상에서는 생선을 파는 아낙네들의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가 특이한 것으로 유명하다.

   우리나라 연안의 갈치, 조개, 대구, 해조류 등 생물을 취급하고 러시아나 중국 등지에서 수입한 냉동수산물을 유통하고 있다. 또한 수백 개에 달하는 건어물 상가가 밀집되어 있는 부산, 경남권의 대표적인 수산시장으로 발전했다.

 

 

   자갈치라는 지명은 동남아시아 최대의 어시장으로 개항(1876) 당시 보수천 하구에 주먹만 한 옥돌로 된 자갈이 많은 장소에 시장이 섰다하여 자갈치시장이라고 하였다고도 하며, 활어만을 취급한다고 하여 활어로서 많이 거래되는 자갈치란 어종의 명칭에서 유래되었다고도 한다.

   자갈치시장은 1889년 일본인들이 자국어민을 보호하기 위해 인근에 부산수산주식회사를 만들면서 수산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했고, 1922년 시장상권을 노린 부산어업협동조합이 위탁판매사업을 시작함에 따라 두 개로 갈라지게 됐다. 1924년 8월 처음에는 남빈시장으로 개설되었으며 8.15광복 이후 연근해 어선들의 수산물 집산지로서의 어항기능, 노점상들의 활어판매 기능이 혼재하는 시장으로 이루어졌다. 

 

   특히 오늘날의 자갈치시장으로 불리고 있는 곳은 자갈치어패류처리장이 들어서 있는 중구 남포동을 중심으로 하는 갯가 시장으로 본래 이 자리는 가건물로 들어서 있었던 곳이다. 즐비하게 늘어서 있던 판자집은 1961년∼1968년에 철거되었으며, 1974년 2월에 말쑥한 자갈치어패류처리장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신축 자갈치시장은 연 면적 7856평의 규모로 362억여 원의 공사비를 투입하여 지하 2층 지상 7층의 규모로, 건물 높이가 40.80m로서 4년여의 공사 기간으로 조성되었다고 한다. 지하 1, 2층은 50여 대의 차량을 주차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졌다. 자갈치 아지매의 거침없는 경상도 사투리처럼 금방 잡아 올린 생생한 횟감이 펄쩍펄쩍 뛰어오르는 자갈치 시장은 가장 신선한 활어와 선어를 가장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수산물 쇼핑의 천국이라 할 수 있다. 새벽에 고기를 가득 싣고 들어오는 뱃고동 소리와 자갈치 아지매들의 싱싱한 고함소리, 고기를 사려는 외지인들의 분주한 발걸음으로 시장의 하루는 시작된다.

 

 



   이곳에선 밤새 잡아 올린 싱싱한 활어는 물론이고 원양어선이 싣고 온 꽁꽁 얼린 해산물도 경매를 통해 전국으로 빠져 나간다. 소매 구입도 물론 가능하다. 조기, 도미, 우럭, 해삼, 전복, 낙지, 멍게 등 철에 따라 다양한 물고기들이 이곳을 거쳐 간다. 경상도 아지매들의 쉰 듯한, 활기찬 목소리 "오이소!, 보이소!, 사이소!"와 파닥거리는 생선들의 물 튀김 소리, 그리고 흥정하는 소리로 시끌벅적하다. 그래서 "자갈치 아지매"라는 정겨운 이름이 생겨난 숫한 사연과 애환이 서려있는 곳이기도 하다. 
 

  섬세하고 부드러움은 없으나, 오늘을 열심히 살아가는 억척스런 자갈치 아지매들은 부산 사람의 특유한 기질을 상징하는 가장 부산다운 사람들인지도 모른다.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자갈치 시장은 살아있는 부산의 축도요, 부산시민의 생활상을 대변해 주는 현장이기도 하여 부산의 대표적인 명소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매년 10월이면 이곳에서 오이소! 보이소! 사이소! 를 외치는 정겨운 자갈치 아지매들의 축제가 펼쳐진다. 풍성하고 다양한 볼거리, 먹거리, 살거리 행사로 전통과 현대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한국 최대의 수산물 축제의 한마당이다. 부산의 상징이며 부산 사람들의 마음의 고향인 자갈치에서 신선하고 특색 있는 이색적인 이 거리에서 추억과 낭만을 맛볼 수 있는 것, 그것이 축제가 아니고 무엇이랴.

 

 


 
  자갈치에는 언제나 싱싱하고 맛있는 수산물이 많아 살거리도 많고, 즉석에서 떠주는 회맛을 즐기기에도 좋고, 남쪽 최대어항의 번잡함만 맛보는 또한 즐거운 일이다. 그래서 부산에 온 여행자들은 자갈치를 찾아온다. 

 


  저 바다에 살다 보면
  그런 거지 고래 같은 삶도 
  다 그런 거지 
  남포동 갯가에서 반백의 머리에 보랏빛 닻이 내리고
  널판지 고깃배가 해를 지고 정박한다.
  고래 심줄 같은 고무줄 손목에 끼우고 장어를 들고
  파 껍질 벗기듯이 이골이 난 아지매
  벌건 번철에 바다 냄새를 피운다. 
  꽃핀 냄새는 허공을 가르고 달려간다. 
  하루 무게가 달라붙어 지친 발걸음을 당겨온다 
  푸른 등줄기 파닥이다가 바닥까지 피 흘리고 
  마른 명태처럼 말라가는 
  몸
  주머니 사정대로 소주잔에 푸른 바다 기울인다.
  에라 김나는 고래 삶도 한 점 뚝 떼어내는 아지매
  여윈 숨 비우고 등지느러미 곧추 세워도 
  뱃심 한 사발 더 담아주는 세상의 어머니
  살맛당기는 젖몸살을 풀어 
  마른입에 젖을 물리는,

        
- 이영휴의 시 '자갈치 아지매' 전문

 


   아직도 해안가 부두를 따라 즐비하게 늘어선 횟집의 각종 회맛은 서민들의 애환을 함께한 흔적이 역력하게 남아있다. 변화를 거부하고 현재까지 밀려온 자갈치시장은 새벽부터 사람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그런 곳이기도 하다. 우리는 시장 건물로 들어가 활어를 골라 회를 먹기로 했다. 흥정을 하고 나니 간이마루로 올라가서 듬뿍 접시에 담아온 회를 맛있게 들었다. 문득 한편의 시가 생각났다.


   자갈치 시장의 비린내 속에서            
   부산의 첫날밤이  내게 술잔을 권한다.
   한 사발 부산을 마시고
   한 사발 부산의 우정에 취한다.

   그 비린내 속에 한 소년이 걸어오고
   퍼어런 추위가 앉아있던 좌판대 위에
   그 아이를 키우던 새벽의 모성애가 스며 있다.

   그 소년과 어머니의 안부를 
   한 사발 고춧가루 눈물로 훌훌 마신다.
   부산 갈매기 같이 살아남았기를 빌어본다.

   소금기도 짭짤한 밤
   퍼어런 파도 속에서 막 건져온 
   싱싱한 횟감의 배를 가를 때
   그 때 부산은 내 가슴속에 와서 파닥거렸다.

   나는 부드럽고 쫄깃쫄깃한 
   그 횟감을 꼭꼭 씹으면서
   인생은 하나의 씹는 맛이라 생각했다.
   그 위에 인생은 술술 마시는 맛이라 더하였다.

        (생략)

   씹을수록 맛이 나는 횟감이여
   마실수록 맛이 나는 인생이여
   오오 비린내여 인생이여
   오 갈치 시장의 진한 삶의 냄새여.
          
       - 문병란의 시 ‘자갈치시장의 비린내’에서

 

 

 

 특히 자갈치시장은 부산 영화제의 주무대인 영화거리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보고 있다.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영화 <친구>의 열풍으로 자갈치 주변은 부산이 관광의 명소로 떠올랐다. 나팔바지와 교복이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사나이들 간의 의리와 또 그들만의 고독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영화. 투박하고 억센 부산 사투리를 유행시키며, 네 친구의 엇갈린 운명 속에서 피어나는 그들만의 진한 우정을 그린 작품이 생각난다. 친구 네 명이 부산 범어동 거리를 질주하는 장면과 "고마해라, 많이 묵었다 아니가"란 동수(장동건 분)의 대사가 인상에 남는다.

 
  어쨌거나 자갈치 시장은 부산의 영도대교와 국제시장, 용두산공원 등과 더불어 새로운 관광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더구나 태종대로 가는 길목이기도 해 부산의 중심역할을 해내기에 충분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가는방법

- 지하철 1호선 남포 역에서 도보 4분
- BIFF 광장에서 도보 3분

 

 

 

<끝>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