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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및 정보/- 인천. 경기

추억을 깨우는 김포 덕포진교육박물관

by 혜강(惠江) 2006. 11. 29.

 

김포 덕포진교육박물관


추억을 일깨우는 덕포진교육박물관

 

- '땡땡땡' 수업을 알리는 종소리, 연탄 난로의 추억 -

 

 

 

·사진 남상학

 

 

 

  강화 전등사를 다녀오는 길에 경기도 김포시 대곶면 신안리에 위치한 덕포진교육박물관을 찾았다. 덕포진 교육박물관은 강화도와 경계를 이루는 바닷가에서 그리 멀지 않다. 지척에는 김포의 유일한 포구인 '대명포구'와 병인양요, 신미양요를 치룬 덕포진(德浦鎭)이 있다. 

  좁은 언덕길 위에 자리한 박물관은 소박한 3층 건물이다. 규모는 대지 2000평,  건평 400평, 야외전시실 60평. 건물 앞 나무기둥에 매달린 '학교종'이 정겹다. 이 박물관은 전직 초등학교 부부교사인 김동선 씨가 1996년에 세웠다. 시력을 잃고 아이들을 더 이상 가르칠 수 없는 현실에 절망감을 느꼈던 아내를 위하여 아이들을 다시 만나게 해 주겠다는 남편 김동선 씨가 교사생활을 정리하고 건립한 사설박물관이다.

총 3층 건물인 교육박물관은 외견상으로는 흔히 보는 박물관처럼 깔끔하지 않았다. 입구에 들어서자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자 분이 반갑게 맞아 주신다. 박물관의 안주인, 이인숙 선생님이시다. 관람을 왔다고 하자 이인숙 선생님이 건물 앞에 매달린 종을 치고 들어오라고 한다.

평일 오후라 박물관 안에는 다른 관람객은 눈에 띄지 않았다. 이인숙 관장의 안내에 따라 들어간 곳은 출입문 안 우측에 마련된 3-2반 교실, 이인숙 선생님이 마지막으로 맡았던 반 이름이기도 하다. '엄마, 아빠 학교 다닐 적엔...'이라 이름 붙여진 작은 교실이다. 

 교실 안에는 '땡땡땡' 수업을 알리는 작은 종이 매달려 있고 중앙에는 나무나 갈탄을 때던 쇠난로와 난로 위에서 훈기를 피어내던 통통한 주전자와 그 곁엔 겹겹이 포개놓은 양은 도시락이 쌓여 있다. 난로 주변에서 데워진 도시락을 열고, 친구 도시락 반찬을 나누어 먹던 그 시절이 떠오른다.

 

 세월의 무게를 이고 있는, 낡아 삐걱거리는 의자와 책상이 반갑기 그지없다. 칠판에는 당번과 떠든 아이 이름, 그리고 오늘의 숙제도 적혀있다. 그리고 교실 구석구석을 살펴보니 낯익은 물건들이 많았다. 그 중에서 허름한 교탁과 겨우 소리가 날 정도의 낡은 풍금과 그 옆에 등사판, 지구본,  낡은 괘도 등이 지난 시간을 떠올리게 한다. 일제 강점기부터의 교과서·교복·교모는 물론 책가방, 통지표와 칠판 대용으로 쓰이던 석판(石板)·사판(沙板) 등도 전시되어 있다.  

  시작종이 울리자 이곳의 관장인 이인숙 선생님이 교단에 서서 자신을 소개했다. 불의의 사고로 시력을 잃은 전직교사이며, 자신을 사랑하는 남편이 뜻을 이루지 못한 아내를 위하여 이 교실을 마련해 주었다며 방문인사를 했다. 그리고 학생(방문객)들 중에 반장을 뽑고, ‘차렷 경례’를 킨 다음 고운 손으로 낡은 풍금을 울린다.

  오늘 첫 곡은 '오빠생각' 이다. 풍금소리 높아지면 어느 덧 교실은 생명력을 얻는다. 목소리는 어느 새 탁한 세월의 무게를 이었지만, 동요를 따라 부르는 이들의 표정은 훌쩍 10세, 11세 소년이 된다.  일행 중에 전직 음악교사였던 분이 맑은 소리로 노래를 따라부르자 음악수준이 보통이 아니라고 연신 칭찬을 하며 더욱 신이 났다.  

  유머와 재치를 겸한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거듭 질문을 던지며 옛날을 회상시킨다. 선생님과 함께 부르는 동요 속에 주름진 학생들의 얼굴에선 어릴 적 모습이 피어난다. 동요가 끝나면 옛적 엄마, 아빠들이 공부했던 모습 등 할머니가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듯 이야기를 들려준다. 

 

  기억 저편 잊혀진 유년시절을 깨우는 덕포진교육박물관의 풍경이다. 우리가 선생님보다 나이가 더 많고 모두 전직 교사들이라고 하자 허물없이 요즘의 세태를 안타까워하며 삶의 지혜와 오래 살라며 건강이야기까지 덧붙인다.

  이밖에도 1층에는 세계화교육실, 향토애교육실, 전통문화교육실, 이념교육실, 청소년교육실 등이 주제별로 꾸며져 각종 교육자료들을 전시해 놓았다. 세계화교육실은 관장 김동선 선생이 수집한 해외 교육 자료 및 외국의 풍물들과, 박물관을 방문했던 외국인들이 기증한 물건들로 채워져 있다.

   향토애 교육실은 병인양요와 신미양요를 겪었던 김포의 역사와 유래를 알 수 있는 사진 자료와 글, 소품이 전시되어 있다. 전통문화 교육실에는 인두·다리미·다듬이·화로·담뱃대 등 옛 생활용구들이 전시되어 있다. 건물 중앙에는 농기구들을 전시하였는데, 탈곡기, 메기틀(새끼 꼬는 기계), 가마니 짜는 기계, 도리깨, 어리(병아리를 가두어 기르던 망태), 소달구지, 수차, 풍구 등이 전시되어 있다.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들이 직접 쓰셨던 손때 묻은 물건들을 보면서 어른들에게는 향수를, 어린이들에게는 자신들의 뿌리를 생각하게 하는 곳이다. 색종이, 크레파스, 수채화 물감 등을 비롯하여 보이스카우트 뺏지와 사진, 교표와 각종 기념품 등이 멀어져 가는 옛 기억들을 일깨우고, 일기나 방학숙제에 선생님이 찍어 주시던 도장들 "참 잘 했어요." "검" "좀더 열심히".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잘했어요"는 그 시절 가장 많이 받고 싶은 도장이었다. 

  2층은 교육사료관이다. 우중충한 1층보다는 햇빛이 잘 드는 공간이다. 1층보다는 그야말로 우리나라 교육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서당 훈장님 앞에서 글을 읽던 아이들의 모습부터 온갖 교육자료들이 일목요연하게 전시되어 있다. 

  지나간 세월 속에 켜켜이 모아둔 교육자료들 - 잉크, 등사도구, 도장, 주판, 나무 삼각자 등 시대에 따라 익숙했던 물건들도 옛 이야기가 됐다. 공간에 비해 물품들이 많아서 인지 사람의 손길이 절실해 보인다. 

 

 3층 농경문화관에은 느낌부터 사뭇 다르다. 입구에서 퍼지는 향긋한 흙냄새와 은은한 조명이 포근하다. 아기자기하게 전시한 물품들은 단순히 구색을 맞추는 수준을 뛰어 넘었다. 지게나 수차 그리고 아이들이 타고 놀았던 썰매 등 그야말로 옛날을 회상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는 물건들로 꽉 채워져 있다.

 

  여느 집 살림살이를 재현한 듯한 공간에는 도톰한 이불 몇 채와 다리 달린 TV, 벽시계, 앉은뱅이 책상, 키 작은 선풍기 등이 전시되어 있다. 부엌 찬장과 놋 식기도 보는 이의 마음 속에 많은 이야기를 풀어낸다. 벽과 나란히 서있는 크고 작은 뒤주와 경첩장식, 자물쇠 등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덕포진교육박물관은 체험교실을 운영한다. 평소에 학교 교육 이외에 어린이들이 직접 체험하며 배울 수 있는 학습장을 꿈꿔왔던 김동선 선생님의 의지의 밑바탕이 된 것이다.

 

  옛날 교실에서 이인숙 선생님의 풍금을 사용한 음악수업과 김동선 선생님의 수집물(그림연극틀, 1960년도 자연교과서, 책보, 양은 도시락 등)을 사용한 수업이 알려지면서 유치원부터 초. 중. 고 대학생은 물론 가족 단위의 관람객들이 많이 찾아온다. 요즘에는 외국 관광객까지 한국의 교육 역사를 체험하기 위해 많이들 찾고 있다. 박물관에 조성되어 있는 밭은 청소년들의 실습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야외 전시장에는 헛간과 장독대가 있고, 오래된 목관·맷돌·절구 등을 볼 수 있다. 

  발길을 돌리며 나는 생각한다. 시름에 젖어있는 아내를 위해 약속을 지킨  남편 김동선 씨의 마음도 중요하지만, 퇴직한 뒤에도 평생 종사했던 교직(敎職)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후세들을 위하여 실천으로 옮긴 고귀한 뜻이 돋보인다. 아무리 철부지 아이들이라도 여기를 찾아오는 우리 후세들이 아버지, 할아버지 대의 삶의 모습을 지켜보며 무언의 교훈을 받을 수 있을 것이기에. 두 부부에게 애정과 존경을 표한다.

 

 

 

◆여행정보

 

* 개관시간: 오전10시~오후6시 / 이용요금: 어른 2천원, 어린이 1천원 / 문의: 031-989-8580

* 도로안내

1) 공항에서 48번 국도를 따라 강화 쪽으로 가다가 17.6km지점인 누산삼거 리에서 좌회전, 양곡에서 352번 지방도로를 타고 8k쯤 가서 대명포구 못 미쳐 우회전하여 덕포진 표시를 따라 1.5km쯤 간다.
2) 인천에서 305번 지방도를 따라 양곡에서 352번 지방도를 타고 8km쯤 와서 대명포구 못 미쳐 우회전하여 덕포진 표시를 따라오면 됨.


* 현지교통 : 영등포나 공항에서 시외버스 6, 7번(양곡행)을 이용, 양곡에서 하차 후 양곡버스정류장에서 대명리행 버스를 타고 대명리(대명초등학교 앞)에서 하차, 덕포진 푯말을
따라 도보로 20분 정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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