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운림산방, 남종 문인화의 본산
진도 운림산방(雲林山房)엔 예술의 향기가 ...
글·사진 남상학
진도군 의신면 사천리, 진도의 중심 산 역할을 하는 첨찰산(尖察山) 서쪽 기슭에 전통 남화(南畵)의 성지라고 할 수 있는 운림산방이 있다. (전라남도 지정기념물 제51호). 이곳은 세계에서 유일한 일가직계 4대의 화맥이 200여 년 동안 이어지고 있는 대화맥의 산실이다. 조선 말기 남종화의 거봉이었던 소치 허련(小痴 許鍊, 1808∼1893) 선생의 화실의 당호로 ‘소허암(小許庵)’ 또는 '운림각'(雲林閣)‘이라고도 불렸다.
소치는 비록 낙도에서 태어났으나 (초명은 허유(許維, 후에 ‘허련’으로 개명) 천부적인 재질과 강한 의지로 시·서·화에 뛰어나 20대에 대흥사 초의선사와 추사 김정희의 문하에서 서화를 배워 남종문인화의 대가가 되어 조선 후기 삼절(三絶)이라고 칭송을 받았다.
또 40세에 헌종을 뵐 수가 있었고, 헌종이 쓰는 벼루에 먹을 찍어 그림을 그렸는가 하면, 당대 권면세가들과 어울리면서 시를 짓고 글을 쓰며 그림을 그렸다. 그러다 1856년 추사가 세상을 떠나자 고향으로 돌아와 자연 경관이 아름다운 첨찰산 아래 쌍께사 남쪽에 자리를 잡아 집을 짓고 화실을 만들어 여생을 보냈다.
4대에 걸쳐 5명의 화가를 배출한 운림산방은 초대 소치 허련, 2대 미산 허형(米山 許瀅), 3대 남농 허건(南農 許楗), 임인 허림(林人 許林) 형제, 그리고 4대 임전 허문(林田 許文)이 그 찬란한 화맥을 이어가고 있다. 소치의 방계인 의재 허백련(毅齋 許百鍊)에 이르기까지 그의 화풍에 뿌리를 둔 수많은 화가들은 운린산방을 정신적 고향으로 삼아 많은 제자들을 배출시켜 남화의 요람이자 후진 화가들의 순례지로 예향 진도의 한 기둥을 이루고 있다.
첨찰산 기슭 넓고 평평한 뜰에는 14평의 초가와 사랑채, 화실, 소치기념관 등이 있으며 남종 문인화의 본산이다. 산방에 들어서면 산방으로 들어가는 길 바로 우측으로 가장 먼저 잘 자란 소나무 한 그루가 장승처럼 손님을 맞는다. 그리고 그 옆에 윤기가 흐르는 실한 동백나무 세 그루, 감나무가 운치를 더한다. 그 옆으로 작은 사당이 있다.
소나무를 지나면 정면에 연꽃이 무성한 연못이 보이고 연못 건너에 운림산방의 작은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산방 앞으로 480평의 연지(蓮池, 일명 운림지)가 있고 연못 가운데 직경 6m 크기의 원형으로 된 섬이 있다.
둥근 섬에는 소치가 심은 큰 배롱나무(목백일홍) 한 그루가 있어 운치를 더해 준다. 봄철이라면 배롱나무에 새빨간 꽃들이 화사하게 피어 주변의 풍치를 더욱 돋보이게 하리라. 연못에는 연잎을 헤집고 잉어들이 한가롭게 유영을 하고 있는 평화로운 정경으로 다가온다.
연못 뒤로 보이는 운림산방은 규모가 생각보다 작고 단순하지만 그림 그리는 화가의 집이라 생각하니 그 풍광이 가벼이 느껴지지 않는다. 산방에는 운림산방이라는 현판이 붙어 있다. 현재의 건물은 1982년 남농 허건이 복원한 것으로, 경치가 수려하여 진도의 명소로도 손꼽힌다.
뒤로 첨찰산 봉우리를 담장 삼아 날렵하게 지어진 ㄷ자의 기와집이다. 정면 우측3칸은 화실이며 나머지는 손님을 접대하는 방이다. 현재도 화실 안에는 허씨 집안 3대의 복제된 그림이 전시되어 있다.
그리고 그 바로 뒤로 소치 선생이 기거하던 생가(초가)가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살림채 뒤에는 허련의 제사를 지내는 사당이 제일 높은 곳에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운림산방에서 왼쪽으로 조금만 올라가면 쌍계사라는 작은 사찰이 있다. 겉모양은 보잘 것 없지만, 신라 말 도선국사가 창건했다고 전해는 고찰이다.
쌍계사에서 계곡을 따라 첨찰산을 오르면 동백나무와 후박나무, 감탕나무, 참식나무들의 무성한 상록림이 이어진다. 대낮에도 빛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빽빽한 자연림이다. 천연기념물 107호로 지정되어 있는 이곳 상록수림은 진도에서 가장 울창한 천연림으로 이름 높다.
우측 뒤로 자리잡은 소치기념관(小痴記念館)에는 4대에 걸친 소중한 작품과 수석, 도자기 등이 전시되어 관람객을 맞는다. 그 옆으로는 진도역사관이 있다.
* 운림산방 산쪽 길 옆에 세운 진도아리랑 노래비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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