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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및 정보/- 광주. 전남

영광 불갑사(佛甲寺), 그 역사의 무게와 자생식물

by 혜강(惠江) 2006. 11. 12.

 

전남 영광 불갑사   

 

불갑사(佛甲寺), 그 역사의 무게와 자생식물

 

- 참식나무와 꽃무릇(상사화)의 군락 -

 

 

·사진 남상학

 

 

 

 

  가을이 깊어 스산한 날, 서해안고속도로에서 영광 IC로 나와 23번 국도를 타고 함평방면으로 달리다 불갑면에 자리잡고 있는 불갑사(佛甲寺)를 찾았다. 식당주인이 불갑사를 가보았냐고 질문을 하는 것으로 보아 꽤 소문난 절이란 생각이 들었다. 

 

 불갑산(516m)은 따뜻한 남도의 산이다. 노령산맥의 서남쪽 끝자락, 호남정맥의 큰 산인 내장산에서 지맥으로 갈려져 나온 산줄기 하나가 남진해 내려오면서 방장산(733m)-문수산(620m)-고성산(546m)-태청산(593m)을 세운 뒤에 서해 바다가 굽어보이는 곳에 솟구친 산이다. 높이는 5백여 미터에 불과하지만, 작은 몸집에 비해 역사의 무게와 산림이 울창하고 다양한 식물들이 자생하는 생태계의 보고로서 생태적 넓이를 가진 산이다.


   불갑사는 전라남도 영광군(靈光郡) 불갑면(佛甲面) 모악리(母岳里) 불갑산 북쪽 능선에 있는 절. 대한불교조계종 제18교구 본사인 백양사(白羊寺)의 말사이다. 창건 연대는 미상이며, 이 절이 크게 번성한 것은 고려 진각국사(眞覺國師)가 머무르면서부터이다. 1938년 설제(雪霽)가 아홉 번째로 중수하였다. 

  이 절은 중국의 동진에서 우리나라에 최초로 불교를 전파한 인도승 마라난타가 백제 침류왕 원년에 제일 처음 지은 도량으로 우리나라 불교의 효시가 되는 곳이라 한다. 아직 정확한 자료가 없어 확실한 면은 없지만, 고증되기만 한다면 국내최고의 불교유산임에 틀림없는 곳이다. 

 

 

불교가 최초로 전해진 영광 법성포


  가까이에 있는 법성포라는 지명도 영광의 법성포라는 지명도 성인이 법을 가지고 들어온 포구였다고 해서 부용포라는 이름에서 바뀌었다는 기록이 있어 신빙성만큼은 높은 편이라는 게 주변 사람들의 얘기다.


  아스콘으로 포장되어 버린 드넓은 주차장에 내려 벽돌 블록으로 바뀐 넓은 진입로로 발길을 옮겼다. 왠지 썰렁한 느낌이 들었다. 근래에 세웠다는 일주문이며, 저로 향하는 진입로 왼쪽에 조성한 연못과 정자 등이 어색하기 짝이 없는 것으로 보아 불갑사를 관광지로 개발하는  과정에서 자연환경이 많이 파괴되었다는 점을 쉽게 알 수 있다. 개울물도 인위적으로 돌린 흔적이 역력했다. 그리고 드넓은 잔디와 함부로 심겨진 외래 수종들이 마치 시민공원처럼 반생태적으로 조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근래에 세웠다는 불갑사 일주문은 주변에 어울리지 않게 덩그렇게 서 있어 민망스럽기도 했지만 그 자체로는 보기 드문 눈맛을 보여준다. 근래 일주문 불사는 대개 미주산 수입목(홍송)을 쓰지만, 불갑사 일주문은 우리 땅에서 자란 느티나무로 기둥을 세웠다는 점에서 한 번 더 바라보게 된다. 


  자연성을 그대로 살린 Y자형 느티나무 2개는 우람한 몸집도 그렇거니와 표면에 나타난 나무결이 오묘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요즘 불갑사는 중창 불사가 한창이다. 불사는 조선 중기인 1741년에 기록된 사적기를 근거로 5개년 계획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현존하는 당우로는 대웅전·팔상전(八相殿)·칠성각 등 15동의 건물이 있다. 

 

  절 초입의 활엽수림을 지나 자연석을 끼워 맞춘 돌계단을 오르면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천왕문 안에는 신라 진흥왕 때 연기조사가 목각하고 고종 1년에 설두선사가 불갑사를 중수하면서 폐사된 전북 무장 연기사에서 옮겨 왔다고 전해지는 사천왕상이 모셔져 있다. 

  사천왕상은 국내 제일의 규모를 자랑하는 거상으로 재질은 은행나무라고 한다. 은행나무는 ‘화두목’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은 ‘불을 먹는 나무’쯤으로 해석할 수 있다. 즉, 은행나무는 불에 강한 성질이 있어서 불이 나면 줄기에서 물을 뿜어 불을 끈다는 이야기가 있다. 물론 살아있는 은행나무 이야기이다. 

 

  천왕문 좌측에는 1층과 2층에 각각 종과 북이 걸린 육각누각이 있고 만세루 뒤에 대웅전이 단아하게 서 있다. 보물 제830호인 대웅전은 정면 3칸. 측면3칸의 팔작지붕 건물로 정면과 측면 모두 가운데 칸의 세 짝 문을 연화문과 국화문으로 장식했고, 좌우칸에는 소슬 빗살무늬로 처리하여 분위기가 매우 화사한 게 특징이다. 

   또한 대웅전 지붕 위를 쳐다보면 지붕 중간에 귀면와 위에 작은 함을 얹어놓은 듯한 특이한 형상을 보게 된다. 이는 '스투파' 라 불리는 것으로 부처의 사리를 봉안하기 위한 일종의 사리탑이다. 이 스투파는 남방 불교권에서 보여 지는 양식으로 불갑사의 건축양식이 인도에서 전래되었음을 알게해 준다.

 

   다음으로 대웅전 앞에 서서 정면에 달린 문의 문살을 자세히 살펴 볼 일이다. 연화문, 설발문, 국화문, 목단문, 보상화문 다섯 가지의 꽂 무늬를 수려하게 조각해 아름답기 그지없다. 부안 내소사의 국보급 문살문양에 결코 뒤지지 않는 모습이다.

 

  불갑사의 또 다른 특징은 대웅전 안의 삼신불에 있다. 대부분의 불상들은 건문의 정면에 앉아 있으나 이곳 불갑사의 부처는 대웅전의 왼쪽에 앉아있다. 중앙에 석가모니불, 왼쪽에 약사여래불, 오른쪽에 아미타불을 모셔 특이한 불상배치를 보여준다. 이러한 모습은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 마곡사 대광보전과 더불어 이곳에서만 볼 수 있다.

 

 이외에도 불갑사 안에는 만세루, 명부전, 일광당 그리고 요사채가 있고,  1359년에 세운 진각국사비와 전일암(餞日庵)·해불암(海佛庵) 등의 부속암자와 천연기념물 제112호인 수령 700여 년의 참식나무가 있다.

 

 

 

  나무 군락은 불갑사 뒷산과 덫고개 계곡에 있다. 참식나무는 녹나무과에 속하는 상록 활엽수로 10월이나 11월에 암꽃과 수꽃이 각각 딴 그루에서 피고 다음해 10월쯤에 열매가 빨갛게 익어 꽃과 열매를 함께 볼 수 있다. 불갑사가 북방 한계선이며 목질이 단단하여 가구재로 쓰이고 타원형의 열매는 염주로 쓰인다. 

 

  불갑사 참식나무에는 아름다운 전설이 깃들어 있는데-. 신라 때 법명이 경운이란 스님이 인도에 유학하고 있었다. 스님의 출중한 인물과 학덕에 반한 인도 공주 진희수와 짝사랑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부왕의 반대로 사랑을 이루지 못하자, 공주는 귀국하는 스님에게 내세의 인연을 기약하는 증표로 참식나무를 주었는데, 스님이 가지고 와서 절 주위에 심은 것이 퍼져 오늘날의 숲이 되었다 한다. 
 
  또 불갑산은 고창 선운사, 함평 용천사와 함께 우리나라 최대 꽃무릇(상사화) 군락지로 알려져 있었다. 철이 지나  자생하던 꽃무릇의 아름다움이 알려지면서 일부러 심어 지금은 거대한 군락지를 형성하게 된 것이다.

 

  불갑사 꽃무릇은 일주문부터 부도밭, 불갑사에서 구수재까지 이르는 산기슭 등을 중심으로 3만여 평에 걸쳐 군락을 이뤄 장관을 이룬다. 불갑사 일주문 앞에서 5분정도 산길을 오르면 작은 저수지가 나오는데, 그곳 저수지 옆 산길 전부가 꽃무릇으로 물든다. 


  더위가 가시기 시작하는 9월초부터 중순까지는 불갑사 초입에서 모악산 정상으로 오르는 등산길에 상사화가 지천으로 피어 장관을 이룬다. 그래서 9월이면 전국 최대 규모로 자생하는 꽃무릇 군락지 불갑산에서 꽃무릇 축제가 열린다.

  꽃대로 잎은 잎대로 피어 서로가 서로를 그리워한다는 꽃. 한 몸 한 뿌리에서 나서 꽃과 잎이 한 번도 만나지 못하는 설움이 꽃잎으로 전해져 분홍빛으로 산자락을 물들인다는 상사화(相思花).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 바로 상사화다. 상사화를 보고 있노라면 화려하지만 한없이 슬퍼 보이고 애틋한 사연을 가진 듯하다. 초가을 꽃 색깔이 짙고 청초하여 단아한 느낌으로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고 한다.

   그래서 가을에는 힘들이지 않고 상사화를 보는 호사스러움과 가벼운 산행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철이 지나 꽃이 핀 상사화를 구경하지 못한 아쉬움은 있지만 돌탑과 담장 주위로 은행잎이 노랗게 쌓이고, 고즈넉한 산사의 분위기가 늦가을의 풍치를 한층 돋보이게 했다. 불갑사의 진면목은 아무래도 가을이란 생각이 들었다. (관리사무소  061-352-8097 )

 

 

 

 

 

  영광에 간 김에 이 지방의 대표음식 굴비를 맛보고 싶다면 가볼만한 식당 하나 - 굴비요리의 명가로 알려진 ‘국일관’(영광읍 단주

리, 061-351-2020 , 352-2423)은 MBC, SBS에서 선전한 맛집이다. 굴비백반은 영광 법성포의 조기를 사용한다.

 

 

 


* 가는 길 : 서해안고속도로->영광 ic->영광에서 23번 국도-함평방면 8km-불갑면 소재지-불갑 초등학교 앞에서 좌회전-(900m)-왼쪽 산자락으로 난 작은 길-내산서원 지나 2.5km->모악리->불갑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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