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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하5

중심의 괴로움 / 김지하 중심의 괴로움 - 김지하 봄에 가만 보니 꽃대가 흔들린다 흙 밑으로부터 밀고 올라오던 치열한 중심의 힘 꽃피어 퍼지려 사방으로 흩어지려 괴롭다 흔들린다 나도 흔들린다 내일 시골 가 비우리라 피우리라. - 시집 《중심의 괴로움》(1994) 수록 ▲이해와 감상 이 시는 꽃이 피는 과정을 관조적인 자세로 바라보며, 새로운 생명을 얻는 방법에 대한 깨달음을 노래하고 있다. 화자는 꽃대가 흔들리고 중심에서 벗어나야 꽃이 핀다는 사실을 깨닫고, 중심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난 새로운 생명에의 추구를 형상화하였다. 화자는 꽃이 피는 모습을 바라본다. ‘흙 밑으로부터/ 밀고 올라오던 치열한/ 중심의 힘’인 꽃대는 흔들린다. 꽃이 피어 사방으로 흩어지는 것은 중심에 서 있는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보여 준다. 중심을 지키고.. 2020. 5. 6.
무화과 / 김지하 무화과 - 김지하 돌담 기대 친구 손 붙들고 토한 뒤 눈물 닦고 코 풀고 나서 우러른 잿빛 하늘 무화과 한 그루가 그마저 가려 섰다. 이봐 내겐 꽃 시절이 없었어 꽃 없이 바로 열매 맺는 게 그게 무화과 아닌가 어떤가 친구는 손 뽑아 등 다스려주며 이것 봐 열매 속에서 속 꽃 피는 게 그게 .. 2020. 5. 5.
오적(五賊) / 김지하 오적(五賊) - 김지하 시(詩)를 쓰되 좀스럽게* 쓰지 말고 똑 이렇게 쓰럇다*. 내 어쩌다 붓끝이 험한 죄로 칠전*에 끌려가 볼기를 맞은 지도 하도 오래라 삭신*이 근질근질 방정맞은 조동아리 손목댕이 오물오물 수물수물 뭐든 자꾸 쓰고 싶어 견딜 수가 없으니, 에라 모르겄다 볼기가 확확 불이 나게 맞을 때는 맞더라도 내 별별 이상한 도둑 이야길 하나 쓰것다. 옛날도, 먼 옛날 상달* 초사흗날 백두산 아래 나라 선 뒷날 배꼽으로 보고 똥구멍으로 듣던 중엔 으뜸 아동방(我東方)*이 바야흐로 단군 아래 으뜸 으뜸가는 태평 태평 태평성대라 그 무슨 가난이 있겠느냐 도둑이 있겠느냐 포식한 농민은 배 터져 죽는 게 일쑤요 비단옷 신물나서 사시장철 벗고 사니 고재봉 제 비록 도둑이라곤 하나 공자님 당년*에도 도척*이.. 2020. 5. 5.
서울 길 / 김지하 <사진 : 김지하 시인> 서울 길 - 김지하 간다 울지마라 간다 흰 고개 검은 고개 목마른 고개 넘어 팍팍한 서울길 몸 팔러 간다 언제야 돌아오리란 언제야 웃음으로 화안히 꽃 피어 돌아오리란 댕기 풀 안쓰러운 약속도 없이 간다 울지마라 간다 모질고 모진 세상에 살아도 분꽃이 잊힐.. 2020. 5. 5.
타는 목마름으로 / 김지하 타는 목마름으로 - 김지하 신새벽 뒷골목에 네 이름을 쓴다 민주주의여 내 머리는 너를 잊은 지 오래 내 발길은 너를 잊은 지 너무도 너무도 오래 오직 한 가닥 있어 타는 가슴 속 목마름의 기억이 네 이름을 남몰래 쓴다 민주주의여 아직 동트지 않은 뒷골목의 어딘가 발자국소리 호르락.. 2020. 2.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