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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5

그리움 / 이용악 그리움 - 이용악 눈이 오는가 북쪽엔 함박눈 쏟아져 내리는가 험한 벼랑을 굽이굽이 돌아간 백무선(白茂線)* 철길 위에 느릿느릿 밤새워 달리는 화물차의 검은 지붕에 연달린* 산과 산 사이 너를 남기고 온 작은 마을에도 복된 눈 내리는가 잉크병 얼어드는 이러한 밤에 어쩌자고 잠을 깨어 그리운 곳 차마 그리운 곳 눈이 오는가 북쪽엔 함박눈 쏟아져 내리는가 - 《협동》 (1947) 수록 ◎시어 풀이 *백무선(白茂線) : 함경북도 백암에서 두만강의 삼림 지대를 가로질러 무산을 잇는 철도. *연달린 : 끊어지지 않고 붙어 있는. ▲이해와 감상 1947년 2월 《협동》에 발표된 작품으로 이용악의 네 번째 시집 《이용악집》(1949)에 수록되어 있다. 이용악의 시에서는 보기 드문 연가풍의 작품이다. 광복 직후 홀로 상.. 2020. 8. 11.
그리움 / 유치환 그리움 - 유치환 1 오늘은 바람이 불고 나의 마음은 울고 있다 일찍이 너와 거닐고 바라보던 그 하늘 아래 거리건마는 아무리 찾으려도 없는 얼굴이여 바람 센 오늘은 진종일 헛되이 나의 마음은 공중의 깃발처럼 울고만 있나니 오오 너는 어드메 꽃같이 숨었느뇨 2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임은 물같이 까딱 않는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날 어쩌란 말이냐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1935년 12월 《시원》 5호에 발표한 시로, 청마 유치환의 첫 번째 시집 《청마시초(靑馬詩抄)》(1939)에 수록된 작품이다. ‘의지의 시인’이라 불리는 유치환의 또 다른 감성적인 모습이 잘 드러나는 수작(秀作)이다. 이 시는 부재(不在)한 임에 대한 그리움과 괴로움을 서정적이고 격정적인 어조로 표현하고 있다. 평이.. 2020. 2. 26.
(시) 그리움 불꽃이 되어 / 남상학 시(詩) 그리움 불꽃이 되어 남상학 모든 것 다 털어 버려도 또다시 남은 삶이 있다는 건 참 신기한 일이네 길이 끝나는 곳에서 또 다른 길이 시작되듯이 바다가 끝나는 수평선에 다시 피어오르는 것들 맑고 청명한 바람 타고 끝없이 출렁이는 파도 타고 바닷가 소년의 가슴처럼 구름은 더 높이 부풀어 오르네! 유리 저편 풍경들 뒤로 어른거리는 시간의 무늬 그리움은 여전히 내 존재의 몸짓 의식의 바다 빈터에서 울리는 어디선가 나를 부르는 소리 아직 살아 꿈꾸는 동안 그리움은 내 생명의 불꽃이 되어 발자국마다 따라와 출렁거리는 물결처럼 내 영혼의 깊은 바다 위에 활활 불 지피며 타오르네. 2020. 1. 22.
(시) 그리움 / 남상학 (시) 그리움 남상학 우리는 그리움의 바닷가에서 너는 발 빠르게 달려오는 밀물로 나는 발 빠르게 달려가는 썰물로 서로 뜨겁게 만난다 한 번은 하늘과 맞닿은 곳에서 젖은 눈물로 만나고 한 번은 육지와 맞닿은 곳에서 만월(滿月)의 가슴으로 만난다 하늘이 바다가 되고 바다가 육지가 되고 우리는 비로소 사랑으로 하나가 되어 밀물과 썰물이 서로 만나듯 너와 나는 그리움의 바닷가에서 뜨거운 입맞춤으로 다시 만난다. 2019. 12. 31.
(시) 기다림 - 간월암 / 남상학 기다림 - 간월암 저 풍상에 머리 깎는 보살(菩薩)님 좀 보아 그냥 스쳐 지나가는 찬 바람 한 몸에 안고 먼 바다를 향하여 귀를 연 기다림은 기쁨 같은 형벌 한 사리 물길에나 눈을 떴다 감는 졸음에 겨운 빈 소라껍질 * 간월암은 충남 서산 방조제 중간에 있는 바닷가 작은 섬의 암자 바다가 그립고, 섬이 가고싶을 때 떠올리는 곳입니다. 만조(滿潮)가 되어 간월도가 마치 섬처럼 떠있습니다. 그 가운데 작은 암자는 오랜 세월 속에서 기다림을 잘 참아내고 있었습니다. , 은 버릴 수 없는 속성인가 봅니다. 2005.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