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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및 정보/- 강원도

하조대(河趙臺), 해변의 기암절벽과 노송 그리고 등대

by 혜강(惠江) 2006. 5. 5.


양양 하조대

해변의 기암절벽과 노송 그리고 등대

- 조선 개국 공신인 하륜(河崙)과 조준(趙浚)이 은거했던 곳 -

 

·사진 남상학

 

 

남애항 인근 해변



  서울에서 동해 바다를 보고 싶다면 영동고속도로를 거쳐 강릉으로 달려가는 것이 가장 가깝다. 예전 같으면 좀 힘이 들어도 대관령을 넘어 꼬불꼬불한 산길을 넘어가는 멋이 있었다.  그런데 여기 터널이 시원스럽게 뚫리면서 단 시간에 다다를 수 있어서 바쁜 생활을 하는 사람에게는 한결 수월해졌다. 



7번 국도를 따라가는 해안 드라이브 

 차는 터널을 지나 강릉시 주문진으로 빠져 나갔다. 여기서부터 7번 국도를 따라가는 북향길은 드라이브의 멋을 즐길 수 있는 코스이다. 아기자기한 어촌마을과 부두에 정박한 소형 어선들, 그리고 넘실거리는 파도의 푸른 물결은 스트레스를 단숨에 씻어내기에 족하다.

  울창한 소나무 숲을 배경으로 지경해수욕장이 누워 있고, 남애리에 이르면 남애해수욕장을 비롯하여 크고 작은 해수욕장들이 연하여 이어진다. 바닷가에 소나무 숲에 세운 해송정에 잠시 눈길을 주고 있노라면 벌써 죽도해수욕장에 이른다. 
전에는 대나무 숲이 있는 섬이었는데, 지금은 대나무는 간 곳이 없고 소나무 숲으로 덮여 육지와 이어져 있어 경치가 뛰어나다. 이런 해안 곳곳에 요즘 운치 있게 ‘언덕 위의 바다’ ‘고독’ 등의 예쁜 카페들이 들어서서 여행객을 맞는다. 

  다만 눈에 거슬리는 것은 해변을 따라 이어지는 철조망이다. 철조망은 시야를 방해하고 때로는 바다로의 접근을 어렵게 한다. 그것은 단순히 불편하다는 의미를 떠나 정서적으로도 단절의 이미지로 다가온다. 철조망이 남김없이 제거된, 육지와 바다가 자연스럽게 조화되는 그날을 언제나 볼 수 있을지 안타까울 뿐이다.

 

죽도해변

 

'하조대(河趙臺)’라는 이름

 

   잠간 이런 생각을 하는 사이 차는 38선을 알리는 표지석을 지나 하조대(河趙臺)와 하조대해수욕장에 이른다. '하조대'는 조선 개국 공신인 하륜(河崙)과 조준(趙浚) 두 사람이 고려 말 한때 이곳에 은거하며 미래의 역사를 논한 것을 기념하여 두 사람의 이름 첫 자를 따서 붙여진 이름이다.

  달리 전설에 의하면, 신라 때 견원지간(犬猿之間)이던 지방호족인 하씨(河氏)와 조씨(趙氏) 문중의 하랑 총각과 조당 처녀의 비극적인 사연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남몰래 사랑을 나누던 사이로 끝내 이룰 수 없는 사랑이었기에 두 사람이 이곳 절벽에서 몸을 던짐으로써 그 이름을 얻게 되었다는데 믿가나 말거나.  어찌되었든정자 앞 큰 바위에는 '하조대'라는 한자를 음각해 세웠다.

 

   하조대는 해안에 우뚝 솟은 기암절벽과 노송이 우거진 경승지로, 우측으로 계단을 오르면 절벽 끝에 하조대 정자가 우뚝 서있다. 깎아지른 바닷가 절벽 위에 자리 잡은 작은 정자지만 그 풍경이 아주 일품이다.

 

  이 정자에 오르면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바로 정자 앞 바위 절벽 위에 뿌리 박고 자란 소나무가 운치를 더한다. 그리고 그 뒤로 바다 한가운데 떠있는 조도(鳥島)가 어울려 더욱 아름답다.


규모는 작지만 풍경은 일품(一品)    

 

  그리고 언덕을 내려와 좌측 난간과 계단을 오르면 절벽 위에는 하얀 등대가 서있어 해안을 아름답게 한다. 이곳에 서서 일망무제의 바다 풍치를 감상하고 있으면 가슴 속이 후련해진다.

 

  또 양 옆 해안 절벽에 와서 흰 거품을 일으키며 산산이 부서지는 파도는 바라보는 이의 피곤을 말끔히 씻어낸다. 특히 하조대 등대에서 맞아하는 동해 일출은 연인과의 추억만들기에 감동적인 곳이다.

 

  또 이곳 정자와 등대로 갈라지는 움푹 패인 낮은 지대에 돌너와를 지붕에 얹은 낡은 카페 ‘등대’가 있어 색다른 풍경을 자아낸다.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들이라면 이색카페에 한번 들러 추억을 만들어 볼 만하다. 그러나 철조망은 지긋지긋하게도 여기까지 따라와 있다. 

 

  하조대에 이어져 있는 하조대해수욕장은 경사가 완만하고 수심이 깊지 않아 아이들이 안전하게 해수욕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울창한 송림을 배경으로 1.5KM 의 백사장이 펼쳐져 있다. 또 해수욕장 오른쪽으로 담수가 흐르며 바위섬과 방파제가 있어 바다낚시를 즐기기에도 좋다. 

 

  그러나 철 지난 하조대 해변은 적적했다. 드넓은 모래사장은 텅 비어있고, 해수욕객의 안전을 돌보기 위한 망루(望樓)만이 덩그렇게 해안을 지키고 서있다. 다시 찾아올 젊은이들을 기다리는 그리움으로 말이다.

  푸른 파도와 함께 하는 동해드라이브는 낙산에 이르면서 기분이 잿빛으로 변한다. 그 울창한 노송의 숲은 간데없고, 잿빛으로 변한 산하에는 화재의 잔해들이 여기저기 상흔(傷痕)으로 남아 있다. 자연 자원은 고사하고 문화재까지 소실된 현장을 보며 가슴이 답답해진다. 바다 끝에서 간신히 제몸을 지킨 의상대만이 화상으로 온몸을 싸맨 몇 그루 소나무 옆에 외롭게 서 있을 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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