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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및 정보/- 미국. 캐나다

그랜드캐니언 : 바위에 새긴 세월의 흔적, 그 경이로운 대협곡의 장관

by 혜강(惠江) 2005. 12. 28.

 

 미국 그랜드캐니언

 

바위에 새겨진 세월의 흔적, 경이로운 대협곡(大峽谷)의 장관

 

 

· 남상학 

 

 

 

▲데스벨리



   
그랜드캐니언(Grand Canyon), 그 경이로운 대협곡을 보기 위해 LA에서 버스를 타고 출발했다. 콜로라도 강 중류 유역에 위치한 그랜드캐니언을 가기 위해서는 캘리포니아를 가로질러 애리조나주까지 14시간 정도를 달려야 한다. 15번 도로를 이용하여 동북쪽으로 가다가 40번 이스트을 타면 된다. 30분 정도 LA를 벗어나서야 멀리 산이 보였다.

   산 아래 황량해 보이는 벌판을 가로질러 기차가 달리는 모습이 보인다. 멀리 서부 영화에나 등장할 것 같은, 꼬리가 긴 화물 열차들은 바로 미 서부와 동부, 애리조나 주 등으로 연결하는 화물수송 회사인 산타페 철도 회사의 열차들이다. 하도 열차의 길이가 길어 세어보니 차량의 수가 100여 개는 훨씬 넘어 보인다.

    일찌기 지금의 캘리포니아 주도인 세크라멘토 시티 옆 코로마 지방에서 황금이 발견되면서 그 소식이 미국 전역을 강타하게 되자, 골드러쉬(Gold Rush)의 열풍이 불기 시작했고, 그 뒤로 동부의 수많은 사람들과 물자를 운송하는 구실을 톡톡히 했으나, 지금도 여전히 화물의 운송수단으로서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메마르고 황량한 벌판이 계속된다. 나무와 풀들이 말라붙어 이곳이 말로만 듣던 서부의 모하비(Mohave) 사막의 한 자락임을 알 수 있다.  나무 한그루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그저 밋밋하고 황량한 흙더미나 돌 산 뿐이다. 제대로 살아 있는 나무라고는 여기저기 사막의 파수꾼처럼 서 있는 '여호수아나무' 정도가 고작이다. 이 나무는 선인장과에 속하는 것으로서 몰몬교들이 유타로 피신 중 사막 한가운데서 밤을 보내는데 이 나무가 꼭 예수님같이 보여서 그들이 붙인 이름이라 한다.   

  수많은 서부 영화의 실제 무대였고, 인디언들의 삶의 터전이었던 황량한 대 사막!  새의 깃털로 화려하게 장식하고 활과 긴 창으로 무장한 위엄 있는 추장이 위에서 지나가는 과객들을 내려다보는 것 같은 풍경이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흙먼지를 날리며 수많은 기병대가 인디언을 추격하는 장면이 연상된다. 그러나 서부에서의 황금의 발견은 실제로 수많은 웨스턴 영화의 소재가 되었다.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을 즈음 어디선가 갑자기 현대 피아노와 아름답게 어울어진 북미 인디언 플루트의 음악 'Flight song(탈주의 노래)'이 들려오는 착각이 들었다. 북미 인디언 플루트 음악을 세계에 알린 독보적인 거장 칼로스 나카이의 플루트 선율은 마치 잃어버린 땅과 잃어버린 삶에 대한 신음처럼 애절하게 다가온다.

   백인들에게 서부는 '승리'와 '개척'이었지만, 그 땅의 주인이었던 인디언에게는 되찾을 수 없는 ' 빼앗김'이었다.  이 곡은 미국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6시간에 걸쳐 방영되었던 다큐멘터리의 삽입곡이다. 그리고 이 작품은 1800년대 중반-후반까지 북미 대륙의 주인이었던 인디언들이 미국의 서부를 잃어가는 과정과 그들의 비극적인 삶을 그린 것이 아니었던가. 웬지 가슴이 뭉클해 왔다.

 

 

*미 대륙 횡단열차 *
*인디안 유적지*

 


끝없이 펼쳐지는 모하비(Mohave) 사막

 

  횡단철도가 개설되기 이전, 교통수단이 발달하지 못했던 당시에는 오직 말과 마차로 사막을 관통하였을 것이며, 식수가 부족하여 많은 사람들이 황금을 보지 못한 채 사막에서 아깝게 목숨을 잃어갔을 것이다. 그때 주인 잃은 나귀와 말들이 야생화하여 지금도 모하비 사막 곳곳에는 그들의 후손인 야생 나귀와 말들을 가끔 볼 수 있다고 한다.

   오죽했으면 간신히 목마름을 참고 건너온 개척자들이 모하비강 줄기를 발견하고 목을 축이면서 죽음에서 승리했다고 하여 강 주변을 ‘승리자의 마을’이란 뜻의 ‘빅터 빌’이라고 명명했을까. 그것이 유래가 되어 오늘날 빅토빌 시티(Victorville City)가 된 것이다.

   우리의 안내자는 이런 우리의 기분을 알아차렸는지, 마차를 몰고 가는 마부의 기분을 내어 카셋트에서 서부영화 음악을 틀어 주었다. 흐르는 음악이 제법 운치를 더해 주고, 삭막한 사막을 관통하는 지루함을 잊게 해 준다.

   빅터 빌에서 약 30분을 지나노라면 사막 우측에 꼭 교도소와 같은 기다란 흰 건물이 나타나는데, 이것이 바로 유명한 바스토우 (Barstow)의 팩토리 아웃렛(Factory Outlet)이란다. 이곳에서는 세계 유명 상표의 각종 의류, 신발 및 생활 용구들이 공장도 가격으로 저렴하게 판매하는데, 사이즈가 다양하지 못한 것이 흠이란다. 

   여기서 약 7분 정도. 15번 도로를 타고 계속 달리니 좌우에 사막도시 바스토우(Barstow) 시티가 펼쳐진다.  LA에서 130마일, 2시간 거리인 바스토우는 산타페 철도 회사의 본부가 있는 곳으로, 그 회사의 10대 회장인 윌리엄 바스토우 (William Barstow)씨의 이름을 따서 명명 되었다고 한다. 그만큼 산타페 철도회사가 이 지역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우리는 이곳 바스토우의 ‘시즐러(Sizzler)’식당에서 뷔페음식으로 점심식사를 했다.

   이 지역 광활한 대지에는 그 유명한 우주 왕복선의 착륙지로 이름난 에드워드 공군 기지를 비롯하여 9개의 공군기지와 미 해병신병 훈련소, 태양열 발전소들이 자리 잡고 있다. 메마른 땅에는 군데군데 수분이 없어 자라지 못한 난장이나무들와 선인장들 뿐이다. 레스트 에어리어(REST AREA), ‘사막학교’라고 불리는 휴게소에 잠시 정차했다.

   버스에서 내리니 숨 막힐 듯한 후끈한 공기가 휩싸고, 강렬한 사막의 햇볕을 받은 피부가 따끔거린다. 몇 시간을 더 달리고 낮은 구릉을 넘으니, 농산물 시험소가 나오고 초록으로 덮인 건초마초 지대가 등장한다. 군데군데 집들이 보이면서 멀리 푸른 강줄기가 보인다.

 

 

*모하비 사막*
*빅토빌 *
*바스토우 *

 


콜로라도 강변 휴양도시 라플린(Laughlin) 

 

   아리조나 주에 위치한 그랜드 캐니언을 가기위해서는 콜로라도 강가의 도박의 도시인 "라플린"을 떠나 콜로라도 강을 건너 해발 1,800 m의 작은 마을인 "윌리암스"를 거쳐 도착하게 되는데 버스로4시간 정도 걸린다.

   우리는 첫 경유지인 라플린으로 들어가 1박한 뒤 다음날 새벽에 윌리엄스를 거쳐 그랜드캐니언으로 들어가도록 되어 있어 라플린으로 행한다.

   쏜살 같은 모터보트들, 강변의 수많은 별장들, 이제 오늘 쉬어갈 곳 라플린 (Laughlin)에 도착한 것이다.  LA를 출발해서 295 마일, 15번 North FWY를 타고 북동쪽으로 계속 전진, 남한의 면적과 거의 맞먹는 2,500만 에이커의 광활한 황야인 모하비(Mojave)사막을 관통하여, Barstow City를 거쳐 40번 FWY로 달려 도착한 네바다주의 휴양도시 라플린(Laughlin).

  1,450 마일, 사막의 젖줄이라는 콜로라도 강이 유유히 흐르는 강변에 아름답게 자리 잡은 라플린은 1964년 카지노업계의 대부로 불리던 단 라플린이 자가용 경비행기를 몰고 라스베가스 인근지역을 비행하던 도중 콜로라도 강가의 백사장을 발견하였다.

  강이 없어 삭막한 라스베가스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지형의 아름다움에 반해 제2의 라스베가스를 꿈꾸며 2년 후인 1966년, 이 지역을 정부로부터 매입하기에 이르렀고, 이곳에 14층 높이의 660개 객실을 갖춘 리버사이드 리조트 호텔을 건립하면서, 라플린은 강변 휴양도시로 기초를 닦았다.

  1968년 연방우정국에 의해 단 라플린의 이름을 따서 라플린으로 명명되었다. 이곳에서 라스베가스까지는 95마일밖에 되지 않아서, 라스베가스의 복잡함에 싫증을 느끼는 관광객은 낮 시간은 이곳에서 강변의 운치를 즐기고 밤에 라스베가스로 돌아갈 정도로 이곳을 더 선호하는 경향을 보여, 라스베가스와 라플린 간의 무료 셔틀버스가 ‘훌라밍고’호텔 앞에서 정기적으로 운행되고 있다. 현재 약 9개의 호텔과 1만3천여 개의 객실이 건설되어있으나 계속 제2의 라스베가스를 꿈꾸며 발전하고 있다.

   라플린 시가를 흐르는 콜로라도 강변에서 즐기는 수상 제트스키, 누구나 값싸게 즐길 수 있다.각각의 호텔지하층의 선착장에는 Water Taxi라고 불리는 30인승의 유람요트가 있으며 $3불을 내면 약30분간 각 호텔들 선착장에 내리면서 다시 원위치로 돌아온다. 호텔의 네온사인이 켜지면서 호화로운 야경이 펼쳐진다.

   어두워진 콜로라도 강을 Water Taxi를 타고 한 바퀴 돌아오는 것도 제법 운치가 있으며, 더욱 여유 있는 시간을 가지려면 규모가 큰 범선모양의 유람선을 이용하면서 천천히 즐기는 것도 좋겠다. 화려한 호텔들의 네온사인과 야경을 만끽하면서 유람선을 즐긴다면 정말 추억의 하룻밤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호텔에 올라와 룸의 욕실에서 나오는 수돗물을 틀어보니 유난히 물이 부드럽고 매끈거린다. 데이비스 댐에서 정수된 물이어서 수질이 매우 좋다고 한다. 샤워로 하루 종일 걸려 사막을 달려온 피로를 풀고, 내일 새벽 일찍 기상해야 하는 점을 감안하여 잠자리에 들었다.

 

 


 

그랜드캐년(Grand Canyon)으로 가는 길

 

   새벽 4시 30분에 기상하여 날이 밝기도 전에 버스를 탔다. 윌리암스에 도착하여 조식을 하고 그랜드캐니언을 관광한 뒤 오늘 라스베가스(Las Vegas)에서 도착, 여장을 풀고 라스베가스의 야경을 둘러보게 되어 있다.

   콜로라도 강가의 도박의 도시인 라플린을 떠나 콜로라도 강을 건너 해발 1,800 m의 작은 마을인 "윌리암스"를 거쳐 그랜드캐니언까지 버스로 4시간 정도 걸리는 대장정에 오른다.

   우리를 태운 버스는 라플린으로 들어오던 반대방향으로 중심도로의(Casino Dr.) 우측으로 빠져서 네바다와 아리조나주를 경계하는 콜로라도 강의 라플린 브릿지를 건넌다. 콜로라도가 잠에서 깨어나고 멀리 스카이라인이 눈에 들어온다. 차는 달려 아리조나주의 Bullhead City 외곽으로 들어간다. 

  대관령 고갯길 같은 Union Pass를 오르는데, 해발 1200m가 넘는 숨가쁜 고갯길이다. 어렴풋이 좌우에 보이는 기암괴석들을 보면서 언덕을 넘어서면 사막 한복판에 서부시대의 판자촌 동네같이 띄엄띄엄 집들이 보이는데, 대부분 라플린에서 근무하는 직원들과 막노동꾼들의 집들이며 더러는 인디언들의 집들도 있다고 한다.

   가는 도중에 드넓은 평원 뒤로 바라보이는 돌산들의 기묘한 모습이 서부영화의 배경들을 생각나게 한다. 그 위로 붉은 아침 해가 떠오른다. 아침 해를 받은 돌산들의 풍경이 예사롭지 않다. 라플린에서 출발하여 킹맨을 거쳐 그랜드캐니언의 관문이라고 하는 윌리엄스(Williams)마을까지는 113마일, 약 2시간이 조금 넘게 걸렸다. 우거진 향나무와 소나무 숲이 우릴 반겼다.

   윌리암스는 사람이 몇 명 안 살던 작은 시골마을이었는데, 그랜드 캐니언이 널리 알려지면서 관광객들이 쇄도하자 이곳에 살던 빌 윌리암스라는 사냥꾼이 관광객의 안내를 맡아 가이드로 일하게 되면서 많은 돈을 벌게되어 마을에 길도 닦고,교회도 짓고,학교도 기증하는 등 마을 발전에 많이 기여하여 그를 기리면서 마을 이름을 윌리암즈라고 하였다. 

   이곳까지 새벽길을 달려온 우리는 아침식사를 위하여 서부영화의 배경을 살린 한국음식집으로 안내되었다. 서부영화에 등장하는 갖가지 장신구와 소도구들로 가득찬 집이었다. 북어국으로 개운하게 아침을 먹고 나서 우리는 그랜드 캐니언을 향했다.

   안내인은 이 벌판을 주름잡던 주인공 인디언들에 대하여 열심히 설명해 준다. 이들은 오래전 이 땅으로 이주한 몽고족의 일부로서, 이들은 자연 더불어 그 자연에 순응하며 살았던 순박한 사람들이었다.

   이들의 언어는 어순(語順)이 우리와 같고, 음악도 5음계로서 리듬이 우리 고유의 음악과 많이 닮았다고 한다. 아이를 업어서 기르는 풍습 등 생활 방법도 우리와 흡사하다고 한다. 그러나 화려했던 아메리카의 고대 문명인 아주텍, 마야, 잉카 문명이 그러했듯이 인디언들도 그들의 자리를 빼앗긴 채 밀려났다.  

   용맹의 대명사처럼 불렸던 인디언 마지막 추장이었던 아팟치, 그러나 그도 결국 백인에게 체포되어 기독교의 성직자가 되었으며, 현재 인디언들은  그 수가 점정 줄어 350만 명 정도가 정부의 보호를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고 했다.

 

 

*그랜드캐년 가는 길*
* 킹맨*

 

 


그랜드 캐니언 빌리지(Grand Canyon Village)에서의 투어  

 

  안내자의 설명을 듣는 동안, 차는 어느 새 그랜드 캐니언 국립공원의 관광 거점인 그랜드 캐니언 빌리지(Grand Canyon Village)에 도착했다.  본래 그랜드 캐니언 국립공원은 동서로 길게 이어지는 중앙의 협곡을 중심으로 남쪽과 북쪽으로 나뉘어 있다. 입구는 사우스 림(South Rim)과 노스 림(North Rim), 데저트 뷰(Desert View) 등이 있는데, 이 사우스 림은 연중 오픈하는데다 교통이 편리하여 관광객들이 많이 이용한다.

   그리고 사우스 림은 그랜드 캐니언 빌리지를 중심으로 이스트 림과 웨스트림으로 나뉜다. 그랜드 캐니언 빌리지는 사우스 림의 중심지역에 있다. 이곳에는 비지터 센터와 호텔, 레스토랑, 병원, 우체국 등이 모여 있다.


   이곳에서 우리 일행은 그랜드 캐니언 투어를 둘로 나누어 실시했다. 경비행기 투어와I-MAX 영화 관람 중 선택하는 것이다. 비행기 투어는 단시간의 지상 관람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부분을 경비행기를 이용하여 스릴 있게 즐기고 돌아보는 것으로 시간은 45분 소요된다(130$ 개인 부담).  반대로 I-MAX 영화는 ‘그랜드 캐니언의 숨겨진 비밀’이란 내용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경비행기를 타고 탐험하는 형식으로 엮어져 마찬가지의 스릴을 느끼며 그랜드 캐니언의 장엄한 모습을 속속들이 볼 수 있다.(개인 부담 10$) 시간은 비슷하다. 

  이 둘 중 장단점은 있으나 경비의 문제를 떠나서 후자를 선택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 처음 타는 사람은 불안을 느끼기도 하지만, 기류 관계로 멀미하는 경우도 가끔 있다.

 

 

 


그랜드 캐니언 대협곡의 장관 

   

  선택 투어를 끝내고 다시 버스에 올라 그랜드 캐니언의 장관을 실제로 감상하기 위해 가장 전망이 좋은 곳으로 이동했다. 빌리지에서 멀지 않은 곳에 그랜드 캐니언의 깎아지른 듯한 절벽 위에 야바파이 포인트, 마더 포인트, 그랜저 포인트 등의 전망대가 있는 곳으로 안내되었다.

   절벽 위에 있는 전망대에 올라서니, 드디어 겹겹이 이어지는 장대한 계곡이 한눈에 들어온다. 말로서, 그림에서, 영화에서만 보았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온다. 그야말로 신(神)만이 빚을 수 있는 장관이다. 

   고등학교 2학년 때인가, 국어교과서에 실린 그랜드 캐니언 기행문을 공부하면서 필자의 과장이 ‘커도 너무 크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수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갑자기 필자에게 죄송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높은 산이 있는 것도 아니다. 멀리 바라보면 단순하고 평평한 지형일 뿐인데, 발밑을 내려다보면 땅에 까마득하게 푹 꺼져 있다. 그리고 그 꺼진 자리가 엄청나게 넓고, 그 단층의 모습이 기기묘묘하다. 

   어느 때 신이 노하여 이 땅을 지진으로 마구 흔들어 댄 것인가. 그 꺼진 자리의 길이가 동서로 걸쳐 무려 350㎞, 폭이 7∼29㎞, 가장 깊은 곳의 깊이가 1600m라니. 그야말로 대협곡(大峽谷)의 규모에 먼저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계곡은 대부분 층층이 잘라놓은 것 같은 단구형(段丘形) 지형이며, 곡벽(谷壁)의 지층은 거의 수평을 이루고 있다. 지층의 최하부는 시생대(始生代)의 것이고, 최상부는 신생대(新生代)의 것이라고 한다. 지층의 색채는 건조 지역이어서 전체적으로 붉은색을 띠고 있다. 이 기묘한 형상 앞에 입이 저절로 벌어진다.

   어떻게 이런 장대한 지형이 형성되었을까?  생성 원인은 오랜 동안 콜로라도 고원을 흐르는 콜로라도 강의 침식으로 만들어진 것이란다. 본래 이곳의 지층은 침식에 약한 사암이나 석회암이어서 하천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협곡을 이루게 되었고, 그 협곡은 세월의 흐름 따라 사암층이나 석회암층과 같은 경암층(硬巖層)은 단애(斷崖)를 이루게 되었고, 셰일층과 같은 연암층(軟巖層)은 완경사의 사면을 이루게 된 것이다. 

   특히 협곡의 양쪽에는 지층의 경연을 반영하는 계단 모양의 사면이 두드러지고,  그리고 기후가 건조하고 식생이 빈약하여 퇴적암층의 암석 경관이 탁월하게 보이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전형적인 층서(層序)로 보존되어 있어 학술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협곡을 흐르는 콜로라도 강의 양안(兩岸)을 연결하는 다리는 좁은 현수교(懸垂橋) 하나뿐이어서 자동차로는 건널 수가 없다. 

   지금도 이 협곡을 흐르는 콜로라도 강의 물줄기를 이용하여 모험적인 <강 따라 내려가기>래프팅 장소로 각광을 받고 있으며, 라스베이거스에서 출발하는 유람 비행이 그랜드 캐니언 상공까지 이어지고 있다.

 

 

 

 

떨어지지 않는 발길

 

    대협곡의 장엄한 경관을 투어를 포함하여 불과 2시간 정도의 관광으로 그치고 그대로 돌아서는 것이 못내 아쉽다. ‘수박겉핥기’란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그리고 언제 또 다시 이곳에 와서 저 대자연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인가 생각하니 더욱 그렇다. 

   적어도 일방 관광객이 비교적 적은 노스 림(North)을 비롯하여 각 포인트를 이동하면서 그랜드 캐니언의 각양각색의 모양을 감상하거나, 계곡 아래로 이어지는 트레일과 도로를 이용하여 협곡 중앙을 흐르는 콜로라도 강 가까이 내려가 보거나, 그래서 그 강가  인디언이 운영하는 유일한 호텔에서 강의 급류가 흘러가는 소리를 들으며 하루라도 묵어보기라도 했으면 좋으련만.

   더구나 로키 산색 서부의 애리조나 주와 유타 주 접경 지역에는 그랜드 캐니언 국립공원 외에도 자이언(Zion), 브라이스 캐니언(Bryce Canyon) 등 많은 국립공원들이 몰려 있는 곳이 아닌가. 

   어쩔 수 없는 마음으로 그랜드 캐니언을 뒤로 하고 떠나면서 위대한 대자연 앞에 인간의 모습은 얼마나 초라하고 보잘 것인지 다시 한 번 실감하며, 세계인들이 방문하는 그랜드 캐니언이야말로 미국이 가진 또 하나의 엄청난 자원이란 생각이 들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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