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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및 교회, 학교/- 가족

귤을 수확하며 경험하는 ‘나눔의 기쁨’, 제주 동생네 귤 농원에서의 2주간

by 혜강(惠江) 2023. 12. 19.

 

귤을 수확하며 경험하는 ‘나눔의 기쁨’

 

제주 동생네 귤 농원에서의 2주간

 

글·사진 남상학

 

 

 

  막냇동생 내외가 제주도에 정착한 지 몇 년이 지났다. 평생 연구와 교육에 매진하던 동생으로선 귤 농장을 관리한다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전문지식이나 경험이 없는 데다 친환경 농업을 고집하기 때문이다.

  수확이 끝나면 새로운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가지치기를 한다. 가지치기는 웃자란 가지를 제거하여 영양의 낭비를 막고 공기 순환과 햇빛 침투에 도움을 주므로 필수적이다. 이 작업은 봄이 될 때까지 틈틈이 계속된다. 나아가 다음 해 알찬 열매를 거두려면 친환경 거름도 해야 한다.

  봄이 되어 새잎이 돋고, 한참 성장할 때쯤에는 잡초와의 싸움이 시작된다. 어디 그뿐인가? 사정없이 달려드는 해충과 질병에 대처하는 일은 더욱 골칫거리다. 일반적인 해충인 진딧물, 비늘 벌레, 진드기는 물론 뿌리부패나 감귤의 구내염과 같은 질병이 나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잡초와 벌레와의 싸움! 농약을 치지 않고, 친환경 농업을 하다 보니 그야말로 이 일은 전쟁 그 자체나 다름없다.

  이런 고된 작업 끝에 올해도 3천여 평 가까운 농장에 귤이 많이 열렸다. 초록의 농원에 노랗게 익은 귤이 주렁주렁 달려있는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뿌듯한 느낌이다. 공들인 정성을 하나님께서 좋게 보셨는지 많은 수확을 허락하셨다. 이럴 때 농부는 한없이 감사할 수밖에 없다. 

 

 

  이제 할 일은 나무에서 귤을 수확하는 일. 귤을 따서 귤 바구니를 이동용 수레에 실어 창고로 옮기고, 깨끗이 닦아 상자에 담아 포장하여 출하해야 한다. 아무리 수확의 기쁨이 크다지만, 이 과정은 타인의 도움 없이 동생 내외가 감당하기에는 그리 쉽지 않다. 그렇다고 수익이 없는 처지에 굳이 사람을 사서 할 일도 아니었다.

  그런 처지를 알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하여 작년에는 누님 내외와 조카, 그리고 둘째 동생 내외가 제주 동생네를 방문하여 일손을 도왔다. 올해에는 우리 내외가 현지로 달려갔다.

  동생은 고령인 우리를 걱정하며 쉬엄쉬엄하라고 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동생과 나는 열심히 귤을 따서 작업장으로 옮기고, 아내와 제수는 귤을 깨끗이 손질하여 상자에 담아 포장을 했다. 그리고 나서 각처 보낼 곳으로 배송하면 끝이 난다. 수확의 즐거움과 형제간의 우애를 나누는 좋은 기회였기에 우리는 좀 힘들기는 해도 매일매일이 즐거웠다. 

 

 

  그러던 차에 하루는 돕는 일손이 도착했다. 본교회(꽃재교회) 전형정 목사님이 주일 예배를 마치고 오후 늦게 제주도에 오신 것이다.

  그리고 다음 날, 장인호 목사님 가족 네 식구가 합류했다. 전 목사님은 사회봉사를 담당하고 있는 책임이 있어 귤 공급을 돕기 위해서였고, 장 목사님은 본교회를 사임하고 다른 교회에 부임하기 전 잠시 짬을 내어 제주도로 가족여행을 오신 것이다.

  덕분에 하루 수확량이 평소의 두 배 정도 되었다. 모처럼의 가족여행인데 귀한 시간을 내셔서 농원을 방문해 주셔서 고마웠다. 오전부터 저녁 늦게까지 하루 종일 목사님 가족은 처음  해 보는 귤따기 체험을 재미있게 즐기고 돌아갔다.

 

 

  우리가 머문 열흘 동안 내보낸 귤이 10㎏ 상자 600여 개, 우리 도착 전 나간 300여 상자를 포함하면 꽤 많은 분량이다. 이것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친척과 친지, 이웃, 특히 어려운 형제들을 돕는 교회와 기관에 전량 보내어졌다. 

  동생 내외는 힘들여 수확한 것을 ‘나누고 돕는 일’에 사용할 수 있어서 기쁘고 행복하다며, 언제까지일지 모르나 하나님께서 건강과 여건을 허락해 주실 때까지 계속할 것이라고도 했다. 곧 성탄절과 연말이 다가오는데, 어려운 이웃들에게는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내일부터 계속 비가 내릴 것이라는 일기예보가 있어 며칠간 귤 수확 작업이 어렵게 되어 남은 일을 남겨둔 채 서울로 돌아오게 되어 아쉽다.  그러나 짧은 기간이지만 동생 부부와 함께하며 '나눔의 기쁨'을 체험할 수 있어서 우리는 행복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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