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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및 정보/- 경북. 울산

청송 주산지 : 산으로 병풍을 두른 저수지, 그 물속에 자생하는 왕버들

by 혜강(惠江) 2023. 12. 2.

 

 청송 주산지

 

산으로 병풍을 두른 저수지, 그 물속에 자생하는 왕버들

 

글·사진 남상학

 

 

 

  주왕산 용추협곡을 들러본 뒤에 주산지(注山池)로 향했다. 주산지는 경북 청송군 주왕산면 주산지리 73에 있다. 길 양쪽으로는 청송 사과단지다. 몇 년 전 가을 이곳을 지나다가 사과 한 상자를 사서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새롭다. 나는 육질이 단단하고 당도와 산미가 뛰어난 청송 사과를 좋아한다.

  주산지 주차장에 도착하여 차에서 내리면 사과장수 아주머니들이 사과를 깎아주며 맛을 보라고 한다. 군밤장수 아저씨도 있다. 군밤 한 봉지 사 들고 오른다, 주차장에서부터 주차장까지는 1의 협곡을 걸어가야 한다. (15분 거리)

 

 

  길은 약간 오르막이지만 평탄하여 어렵지 않다. 말끔하게 정리된 길이다. 계곡에는 키 큰 낙엽송들이 잎을 떨군 채 절벽을 끼고 하늘을 찌르고 있다. 계곡에 아무렇게나 쓰러져 누운 것도 보인다. 아마도 태풍에 넘어지고 쓰러진 것들이리라.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잠시 후에 주산지가 드러났다. 마치 계곡 속에 숨어있는 것처럼 보였다. 저수지 주위는 주왕산 자락이 뻗어 병풍을 둘렀다. 손으로 호수를 감싼 듯한 형상으로 푸근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입구 건너편은 산세가 서로 내리막으로 만나 시원한 풍경을 전한다. 인공 저수지임에도 어색함은 전혀 찾아볼 수 없으며, 조선 시대에 만들어진 저수지라고는 믿지 않는 신비함이 꼭꼭 숨었다.

  주산지는 준공 이후 현재까지 아무리 오랜 가뭄에도 물이 말라 밑바닥이 드러난 적이 없다고 한다. 그 이유는 저수지 바닥이 뜨거운 화산재가 엉겨 붙어 단단하게 만들어진 용결 응회암이며, 그 위로 비용결 응회암과 퇴적암이 쌓여 큰 그릇과 같은 지형을 이루고 있으므로, 비가 오면 비응결 응회암과 퇴적암층에서 스펀지처럼 물을 머금고 있다가 조금씩 물을 흘려보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저수지는 특이하게도 150여 년이나 묵은 능수버들과 왕버들이 물속에 자생하고 있어 주변 경치와 어우러져 그 풍광이 매우 아름답다. 왕버들은 국내 30여 종의 버드나무 중 하나로, 물이 많은 곳에서 자라는 나무다. 수면에서 큰 줄기가 뻗은 왕버들은 주산지 말고는 찾기 어려운 장관이다. 겨울이라 화려한 잎은 떨어지고 가지만 남았으나 오히려 태고의 신비함과 속살을 엿볼 수 있다.

  호숫가에 조성된 길을 따라 안쪽으로 들어가면 데크로 만들어진 전망대가 있다. 잔잔한 물결 속 햇살이 눈부시다. 그림자가 진 산, 햇빛을 받아 겨울임에도 형형색색을 드러낸 반대편 산이 서로 매력을 뽐낸다. 이 산 사이에 멋진 그림이 수면에 담겼다. 물속에 구름이 지나고, 산이 솟고, 왕버들이 곧은 자태를 지녔다.

  주산지의 아름다움은 김기덕 감독의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이란 영화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다. 영화의 내용과 관계없이 봄, 여름, 가을, 눈 덮인 겨울의 주산지 풍경을 상상해 본다. 특히 새벽 물안개 자욱한 풍경은 어떨까? 그야말로 몽환적인 분위기 그 자체일 것이니 그 광경을 보려면 새벽에 찾아오길 권한다.

 

 

  돌아 나오면서 보니 주산지 입구에 작은 비석 하나가 보였다. 자세히 보니 조선 후기의 송덕비(頌德碑)였다. 이 비는 1771(영조 47)에 주산지 축조에 공이 컸던 이진표(李震杓)와 임지훤(林枝萱)을 기리기 위해 세운 것으로 그들의 후손이 건립하였다. 전면에 기록된 송덕비 내용은 정성으로 둑을 쌓아 물을 가두어 만인에게 혜택을 베푸니 그 뜻을 오래도록 기리기 위해 한 조각 돌을 세운다."였다. 

  주산지는 1720(조선 경종 원년) 8월에 착공되어 이듬해인 172110월에 완공되었다. 수차례의 보수공사를 거쳐 현재에 이르는데, 주위의 산에서 흘러내려 온 물이 주산저수지에 고이면서 아랫마을인 주산지리에서 농업용수로 사용하고 있다. 이들은 먼 훗날 관광자원으로서 주목을 받게 될 줄 알았을까? 아무튼, 그분들의 공적 앞에 머리가 숙어진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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