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의 라르고
(남상학 · 유화웅 · 이충섭 · 최복현 4인의 공동 산문집)
▲ ≪황혼의 라르고≫ 공동산문집을 내면서
2012년, 우리 시반사우(詩伴四友)가 뜻을 모아 합동시집 《넷이 걷는 시솔길》을 출간한 바 있다. 이 시집을 낸 후 주변으로부터 긍정적인 평을 들었다. 정서의 폭이나 문학적 연마와는 별개로 좋은 평가를 얻은 이유는 두 가지 면에서였다. 하나는 네 사람의 돈독한 우정이다. 우리 넷은 모두 고려대학교 국문과 1964년 졸업한 동기로서 교우(校友)라는 이름으로 만나 뜻을 하나로 모을 수 있었다는 점이며, 또 하나는 시는 본디 정서와 감성의 산물인데, 고희(古稀)를 넘겨 시심이 고갈된 나이에 시집을 출간했다는 점이다.
그 후 10년이 훌쩍 지났다. 이 시간은 향산 유화웅을 빼고는 모두 별일 없이 보낸 노년의 삶이었다. 이런 노년의 삶은 누구에게나 정신적 원숙함을 향한 여정인 동시에 아름다운 마무리를 준비하는 시기로서 ‘웰에이징’(Well-aging)의 삶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런데 ‘코로나 19’가 휘몰아쳤다. 3년여의 칩거 끝에 살아남아 다시 만난 어느 날, 부암 이충섭이 불쑥 말을 꺼냈다. 이번에는 수필집을 만들자는 것이다. 그의 제안은 강력했다. 부암은 그사이 사랑하는 아내를 저세상으로 보낸 뒤 아픔을 달랠 길 없어 매주 서울에서 춘천 부인 묘원까지 찾아가 눈물의 대화를 나누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연가 《당신은 푸른 하늘》이라는 시집을 냈다. 가장 소중한 이와의 이별을 겪으면서, 아마도 그는 살아 있는 동안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우리는 난감했다. 그런 가운데 우리 사우(四友)는 공동시집을 발행할 때 성포가 서문에서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시작할 때”라고 한 말을 떠올리며 한번 해보자고 동의했다. 그러나 막상 동의해 놓고 생각하니, 각자에게 배당된 20편 (A4 40면 내외)의 글을 쓴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80을 넘긴 나이에 새로 글을 쓴다는 것은 정말 큰 부담이었다. 그래서 정 새로 쓰기 힘들면 발표한 글이라도 노년의 시각으로 고치고 다듬어서 채워 보자고 했다. 글의 내용이나 형식도 자기 색깔대로 다양하고 자유롭게 쓰다 보니, 처음에 대강 뜻을 모았던 감성적 수필에서 보다 넓은 영역의 산문집이 되었다. 어찌보면 이것도 독자 편에서는 구미에 맞는 것을 골라 읽을 수 있는 장점이 될 수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번에도 책 표지부터 편집과 제작 전반을 성포가 담당했다. 작품의 수록 순서는 집필자의 아호 江山岩浦와 이름 南劉李崔의 가나다순을 따랐는데, 江山岩浦는 우리 네 사람 惠江 남상학, 向山 유화웅, 富岩 이충섭, 星浦 최복현의 아호에서 한 글자씩 따온 약호(略號)로서 모두 자연(自然)과 연관되어 있다.
표지 그림과 책 제목은 우리의 황혼을 비춰봤다. “노년에는 추억을 먹고 산다.”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황혼을 마주한 우리에게는 아직도 빈센트 반 고흐의 말처럼 “별을 보는 것은 언제나 나를 꿈꾸게 한다.” 이만하게 인생 팔십 중반을 넘어서고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멀리 가까이 지난날을 회상하며 여기 적은 글에는 마지막 하고 싶은 말, 남기고 싶은 말들도 들어있다. 나와 삶에 함께한 가족과 친구와 이웃들에게 두루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지식과 감성> 출판사의 장길수 사장님께도 감사를 드린다.
2023년 4월 惠江 남상학
▲ 책의 앞 표지 (위)와 뒤 표지 (아래)
▲ 목차 보기
남상학 편
교육 낙수(落穗)
화려한 백수
나의 글쓰기
끝나지 않은 싸움
비움과 채움
진정한 쉼
동검도 채플, 그 영혼의 쉼터
내 사랑 남산
나의 고질병
십리포 소사나무
잠들지 않는 섬, 백령도
마지막 선물
잊을 수 없는 소매물도 여행
앙코르가 주는 교훈
인간 숭배의 극치, 피라미드
마사다, 이스라엘의 최대 격전지
카타콤베와 카파도키아
나치 잔학 행위의 현장
땅끝마을에 서서
동생의 제주살이
유화웅 편
한무숙, 한묘숙, 한말숙
세 치 혀(三寸之舌)
세사(世事)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
씨름 포에버
하회마을
김형석 선생과 양구
토끼한테 배우라니요
고종 황제와 고영근
거짓의 입
동상(東上)의 치욕
정한숙 선생 탄신 100주년
자포자기
출장비를 반납한 외무부장관
그대, 피리 불지 마오
당신이 부통령을 맡아주세요
위험한 디지털 지구
용과 지렁이
항복문서를 읽어보셨습니까
구상 선생과 왜관(倭館)
어머니의 전화번호
윤오영, 양명문, 서정주, 정한모 선생님 죄송합니다
이충섭 편
하늘에게
나는 작은 우주다
흙은 나의 모태
하늘을 닮는 마음
생명의 뿌리
부모는 하늘 다음 나의 높음
꿈은 하늘을 향한 바람
하늘은 언제나 청춘
고향을 떠난 인생길
길 위에 형상들
세상에 사랑이라는 그물을 치고
최복현 편
제1부 조선시대 제반 외
조선의 실학사상
조선은 왕권국가인가 신권국가인가?
우리 전래의 호칭법
조선의 청백리
조선의 서예 4품
조선의 삼당시인
4·19 세대가 본 대한민국의 어제와 오늘
제2부 역사를 만든 인물들
교황 요한 23세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터키인의 아버지,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
러시아 국민음악의 대부 이반 레브로프
Ace 중의 Ace, 리히트호펜
세계 Top3 저격수
▲출판사 서평
《황혼의 라르고》는 인생의 황혼기에 있는 작가들이 걸어온 길을 깊이 고증한 에세이집입니다. 이 책은 인생의 마지막 장을 엮는 네 명의 작가들의 고백과 경험을 담아냈습니다. 그들은 각자의 노래를 부르며 깨달음을 마주합니다. 이 책은 고요함 속에서 작게 빛나는 순간들을 그려내며, 한 사람의 삶이 어떻게 아름다움으로 가득 찰 수 있는지를 은유적으로 전달합니다. 《황혼의 라르고》는 노년의 저녁 햇살 아래에서 가슴 뭉클한 감동을 선사하며, 인생의 마무리에 대한 깊은 생각을 불러일으킵니다.
▲필자 (좌로부터 이충섭, 최복현, 남상학, 유화웅 -영인문학관 앞에서)
▲저자 소개
►저자 : 남상학
충남 서산에서 태어나 유년 시절 인천 옹진군 이작도에서 자랐다. 한국전쟁 후 육지로 나와 제천중고등학교를 거쳐 고려대학교 문리과대학 국문학과와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대학 재학 시절에는 일반 성인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신진논문모집에 두 차례 입선하였다.
숭실고등학교에서 교사 생활을 시작하여 숭의여자중·고등학교로 옮겨 숭의여자중·고등학교 교장을 역임하고, 정년퇴직 후에는 학교법인 숭의학원 이사와 감사, 배화학원, 관악학원 이사를 맡았다. 또 기독교대한감리회 꽃재교회에서 장로로 시무하였다.
문단 경력으로는 주간 《크리스챤신문》과 월간 《교육평론》에서 시 부문 신인상을 받았으며, 1997년 문예지 《문학과 의식》의 추천을 받아 등단하였다. 《기원》, 《교평문학(문덕)》, 《문학과 의식-흐름》, 《장로문학》 동인으로 활동하였으며, 교평문학회 회장을 역임하였다.
저서로는 시집 《가장 낮은 목소리로》, 《하늘을 꿈꾸는 새》, 《비상 연습》, 《저만치 그리움이 보이네》, 《그리움 불꽃이 되어》 등이 있으며, 자전 수필집으로 《아름다운 동행》과 시반사우(詩伴四友)의 공동 시집 《넷이 걷는 시솔길》을 출간했다. 현재 블로그 〈시솔길을 함께 걸어보실까요〉(https://nam-sh0302.tistory.com/)를 운영 중이다.
►저자 : 유화웅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나 원주고등학교, 고려대학교 국문학과와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재학 중 국문학지에 ‘채만식론’을 발표했고, 연대와 이대 학생들과 가람문학회를 조직하여 연합 문학 활동을 하였다. 기억나는 것은 1961년 12월 19일 명동 S.S.홀에서 문학 발표회를 하던 중 포고령 1호 위반으로 경찰에 연행됐던 것이 생각난다. 대학 재학 중에는 실존주의에 심취했었다.
군 제대 후 신흥중고, 환일고, 신림고, 개포고 교사를 거쳐 안산동산고, 백영고, 예일여고 교장, 경기 사립중고등학교 교장회 회장과 성결대학교 평의원회 의장 및 객원교수, 교원소청심사위원회 심사위원을 역임했다. 퇴직 후 Global NGO Goodpartners 이사장을 지냈다. 현재는 예닮글로벌학교 교장으로 재직 중이다. 수상경력은 문교부장관 표창 2회, 제15회 남강교육대상, 제2회 아산교육상, 대한민국 홍조근정훈장을 받았다.
문단 활동으로는 계간 〈뿌리문학〉(시조)과 〈상록수문학〉(수필)을 통해 등단하였고,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국민일보, 중부일보, 안양광역신문 등에 800여 편의 칼럼을 실었다. 저서로는 《나는 희망만 가지면 된다》, 《모든 색깔은 다 아름답다》, 《넷이 걷는 시솔길》(공저), 《시조로 읽는 모세 오경》, 《시조로 읽는 4복음서》가 있다.
►저자 : 이충섭
경기도 이천군 율면 석산리 부래미 마을에서 태어나 고향에서 초·중 과정을 마치고 서울 균명고등학교를 거쳐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였다. 졸업 후 안양 근명여자중·고등학교에서 국어 교사로 40년간 근속하고 교감으로 퇴직, 대통령 근정포장을 수여받았다.
문단 활동은 교직 중 문예지 《문학과 의식》에 시조 작품이 당선되어 시조시인(時調詩人)으로 등단 후 현대시인협회 회원, 팬클럽 한국본부 회원, 마포문학회 이사, 문인산악회 회원, 농민문학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시조분과 회원으로 시조시인협회에서 활동, 《문학과 의식》 문학회 회장, 한국 풍류문학회회장, 뿌리문학회 고문, 계간 《뿌리문학지》 주간 등으로 활동했으며, 수상 경력은 《문학과 의식》 문학회 본상, 뿌리문학회 공로상, 경복궁 과거 재현 시조백일장에서 차하상을 수상하였다.
시집과 시조집 저작으로는 《아침이 나를 붙잡고》, 《그래도 꽃은 울지 않는다》, 《넷이 걷는 시솔길》, 《당신은 푸른 하늘》, 《잎새는 져도 가지는 남아》, 《해돋이》, 《시조 꽃피다》, 《부래미 오솔길》 등이 있으며, 전기로는 《조선의 정치가 안성부원군 이숙번》, 수상집(隨想集)으로 《늘 닦아야 할 것은 마음이다》가 있고, 장편 시조로 〈곡부 장편 기행시조〉와 〈고구려 역사 기행시조〉가 있다.
►저자 : 최복현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성호로 130(옛 수원군 반월면 이리 첨성마을)에서 태어나 성호 이익 선생의 경세치용과 상록수 최용신 선생의 농촌 계몽사상의 영향을 받고 성장했으며, 한국전쟁 후 안산고등공민학교를 거쳐 서울 용문고등학교와 고려대학교 문리대 국문학과를 졸업하였다.
사회생활은 주로 출판업에 종사했는데 월간 《루크코리아》에서 기획부장으로 2년 근무하고, 인문사회과학 대학교재 전문 출판사 법문사(法文社)에서 전무로 40년간 편집(編輯) 외길을 걸어 한국출판문화공로상과 산업포장을 수상했으며, 고려대학교 교우회 및 문과대 교우회 상임이사, 범종교신문 편집위원, 고운말·바른말회 자문위원, 천주교 심곡본동성당 평신도사도직협의회 회장 등을 역임하였고, 계간 《뿌리문학》의 시 부문에 추천되어 시인으로 등단하였다.
저서로는 산문집 ‘생의 그루터기에 앉아서 들려주는’ 《삶의 대화와 노래》, 시집으로 《길섶에 피는 노래》, 시반사우(詩伴四友)의 공동 시집 《넷이 걷는 시솔길》이 있고, 논집으로 《가치와 정향의 회고록》이 있다.
▲좌로부터 유화웅, 최복현, 남상학, 이충섭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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