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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문학 일반

홍찬선 시집 '해원가' - “이젠 DMZ 원한 풀고 평화와 통일 노래하자”

by 혜강(惠江) 2018. 12. 11.

 

 

홍찬선 시인, 네 번째 시집 '삶-解寃歌(해원가)' 펴내

 

홍찬선 시인 “이젠 DMZ 원한 풀고 평화와 통일 노래하자”

 

 

조정진 기자

 

 

 

 

“온다/ 그날// 아무리/ 살 에는 눈보라쳐도/ 졸졸졸 흐르는 시냇물/ 막지 못하듯// 잘린 나무 옆구리/ 새싹 파릇파릇/ 돋아나듯// 먹구름/ 벼락 천둥 휘몰아 와도/ 눈부신 무지개/ 뜻 찾아 스스로 빛나듯// 온다/ 그날”(‘서시-삶, 온다 그날’ 중에서).

“그대여 오라/ 그 많은 바람 그 많은 그리움/ 큰 가슴에 듬뿍 안고 (중략) 그대여 오라/ 이 땅의 모든 아픔 휩쓸어 가려/ 달려오는 天軍(천군) 天吏(천리) 함성 들으며// 단단하게 보이는 철조망은/ 나약한 인간의 두려움 표시/ 오는 그대여/ 그 활활 타오르는 뜨거움으로/ 한숨에 녹여버리고 오라”(‘종시-꿈덩이’ 중에서).

 

 

시단에 나오자마자 네 권의 시집을 내는 등 단박에 중견 시인으로 발돋움한 홍찬선 시인. 경제학도이자 언론인 출신으로 몸에 밴 기사체를 극복한 독특한 시인이다.

 

 

 

 시인은 ‘서시’에서 ‘그날’이 오리라 희구했고, ‘종시’에서는 ‘그대여 오라’고 손짓햇다. 서시는 올해 4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던 날 쓴 것이고, 종시는 속초 앞바다에서 떠오르는 아침 해를 보고 쓴 것이다. 시인은 그렇게 평화와 통일은 반드시 올 것으로 굳게 믿고 있다.

 언론인 출신 중견 시인 초인(礎仁) 홍찬선(洪讚善·55)이 서사시집 ‘삶-DMZ 해원가(解寃歌)’를 펴냈다. 시인의 4번째 시집으로 군사분계선(MDL)과 비무장지대(DMZ)의 원통함을 푸는 노래 이야기다.

 MDL과 DMZ는 한민족을 짓누르고 있는 멍에다. 8·15광복과 동시에 소련과 미국에 의해 국토가 38도선으로 분단되고, 북한 김일성의 남침으로 MDL과 DMZ이 만들어져 분단이 고착된 지 65년. 이젠 그 멍에를 벗어던지고 한민족이 21세기 세계사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 비상해야 할 때다.

 “이 세상에 있어야 것은 반드시 있게 하고 없어야 할 것은 없도록 하는 게 정의다. 한 평생 살아가면서 그 정의를 실현하는 게 우리의 책무이자 존재 의의다. 남북분단과 6·25전쟁은 한반도 허리를 잘랐을 뿐만 아니라 오천년 넘게 함께 살아온 배달겨레도 갈라놓은 있어서는 안 될, 없어야할 것이다. 무심한 철새와 홀씨와 강물만이 오고 갈 뿐. 한(恨) 품고 저 세상으로 가신 분들이 많아지면서 시간은 70여 년이나 속절없이 흘렀다.” 

 

 

 

 

홍찬선 시집 ‘삶-DMZ 解寃歌’ 표지

 

 

 올해 들어서만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을 거쳐 한반도에 ‘평화’를 내건 대화가 시작됐다. 아직도 가야 할 길은 멀기는 하다. 하지만 DMZ라는 멍에를 벗겨내자는 희망만은 간직하게 됐다. 이런 애절한 희망의 시기에 홍찬선 시인은 ‘삶-DMZ 해원가(넥센미디어)’를 펴냈다.

 “이젠 없어져야 할 것 없도록 하고, 있어야 할 것 있도록 해야 한다. 단군 할아버지 이 땅에 나라 세운 지 4351년 되는 해, 분단 73년, 휴전 65년 만에 그 어느 때부터 평화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종전을 선언하고 평화가 정착되고 남북이 자유롭게 오고 가고 통일되는 날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한을 풀고 새롭게 비상하기 위한 길고 긴 여정에 함께 하고자 길을 나섰다.”

 홍 시인은 강화도 최북단 제적봉평화전망대에서 강원도 고성의 평화전망대까지 동서 DMZ 지역은 물론 6·25전쟁 격전지까지 두루 답사했다. 철원의 옛 노동당사와 월정리역, 백마고지전적비, 연천의 1.21공비침투지역, 파주 제3땅굴과 도라산전망대 등을 열심히 찾아다녔다. 북한의 기습남침으로 후퇴를 거듭하다 최후의 방어전을 폈던 낙동강 전선의 다부동 유학산과 영천 신녕, 황간 노근리 쌍굴다리도 다녀왔다.

 홍 시인이 털어놓은 ‘삶-DMZ 해원가’ 집필 계기를 들어보자.

“휴전협정으로 6·25전쟁의 총성이 멎은 지 벌써 65년이나 지났습니다. 전쟁 때 태어난 분들의 나이가 고희를 바라보고, 분단과 전쟁으로 생이별 고통을 안고 사는 이산가족 가운데 돌아가시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분단 장기화로 민족동질성이 희박해지고 경제 문화 역사 등에서도 부정적 측면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고요. DMZ 곳곳을 다니면서 그곳의 아픈 삶을 노래함으로써 DMZ의 멍에를 벗어던져야 한다는 공감대를 넓혔으면 하는 생각에서 쓰게 됐습니다. 이젠 없어져야 할 MDL이나 DMZ 같은 것은 없도록 하고, 있어야 할 평화정착과 통일 같은 것은 있도록 해야 할 때가 됐으니까요.”

 민간인 신분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곳이 많았기 때문에 난관도 적지 않았다.

“매헌 윤봉길 의사가 상해 ‘훙커우공원(虹口公園, 현 루쉰공원)’ 폭탄의거를 거행했을 때 백범 김구가 ‘뜻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일을 이룬다(有志者 事竟成)’는 말을 했고, 그것이 진리였음을 증명했습니다. 지난해 11월쯤부터 새해에는 ‘DMZ 서사시’를 쓰겠다고 다짐하고, 임진각과 도라산전망대 등을 다녀온 뒤에 아주 좋은 기회가 생겼습니다. 사단법인 DMZ문화원에서 ‘DMZ안보생태관광’ 상품을 내놓아 그 프로그램에 참여함으로써 혼자서는 갈 수 없는 DMZ 지역을 운 좋게 짧은 시간에 갈 수 있었습니다. ‘DMZ 해원가’를 준비하면서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격언이 진실이라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사유의 깊이와 폭이 깊고 넓은 홍 시인의 다음 작품에 벌써 기대가 된다. 앞으로는 어떤 시를 쓸 예정인지 물었다.

 “‘삶-DMZ 해원가’는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DMZ 삶의 현장을 찾아다니며 한반도 평화정착과 통일을 앞당길 수 있는 공감대를 넓힐 수 있는 시를 쓸 것입니다. 저 혼자만이 아니라 많은 문학도와 음악 미술가들도 함께 DMZ의 원통함을 풀고 통일의 길로 나아갈 수 있는 작품을 많이 만들 것이라고 믿습니다.”

 유용원 조선일보 논설위원은 추천사에서 “저자의 시집은 단순히 감상적으로 평화와 통일을 노래한 것이 아니라 분단의 아픔과 냉엄한 안보 현실을 객관적이고 입체적으로 소개한 서사시”하며 “격변기에 혼란을 겪고 있는 국민들, 특히 젊은 세대가 꼭 읽어보길 권한다”고 말했다. 

 

 

 

홍찬선 시인(뒷줄 흰옷 뒤)이 10월 19일 강원도 철원에서 열린 DMZ 평화생태 관광 중 일행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충남 아산 출신인 홍 시인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서강대에서 MBA와 경영학과 박사과정을 공부했고, 지금은 동국대에서 정치학과 박사 코스를 밟는 평생 학도이다. 한국경제신문·동아일보 기자를 거쳐 머니투데이 북경특파원, 편집국장, 상무를 역임했다.

 20016년 ‘시세계’ 시부문·시조부문 신인상과, 같은 해 ‘한국시조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나온 홍 시인은 첫 시집 ‘틈’(2016), 첫 시조시집 ‘결’(2017), 첫 서사시집 ‘길-대한제국 진혼곡’(2018)을 펴냈고, 동인시집 ‘독도 플래시 몹1, 2’(2016, 2017)와 ‘청록빛 사랑 속으로’(2018)에 참여하는 등 활발한 창작 활동을 하고 있다.

 2017년 4회 수안보온천시조문학상 본상을 수상했고, 2018년 1회 한국시조문학대상 특별작가상을 수상했다.

 

 

<출처> 2018. 12. 11 /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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