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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및 정보/- 강원도

잔 미술관·잔 미술관 카페를 가다

by 혜강(惠江) 2022. 9. 28.

 

커피 잔의 성지

 

잔 미술관·잔 미술관 카페를 가다

“커피 맛은 원두에서 시작되고, 잔(盞)으로 완성된다.”

 

글·사진 남상학

 

 

 

     “가을날 노랗게 물들인 은행잎이 /  바람에 흔들려 휘날리듯이 /  그렇게 가오리다 / 임께서 부르시면……

      호수에 안개 끼어 자욱한 밤에 /  말없이 재 넘는 초승달처럼 /  그렇게 가오리다 /   임께서 부르시면…… ”(이하 생략)

 

  자연을 즐겨 노래한 시인 신석정의 <임께서 부르시면>의 한 구절을 흥얼거리며 차를 몬다. 쾌청한 가을, 춘천에 사시는 우 선생님의 초청을 받아 세 분 선생님과 함께 춘천으로 가는 길은 가을 공기의 상쾌함을 맛보는 신선함으로 가득했다.

  우리는 춘천에 도착하여 선생님의 차로 갈아타고 환호작약하며 화천에서 점심을 먹고 자작나무 숲속에 자리 잡은 ‘잔 미술관’으로 향했다.

 

 

  바람을 쐴 겸 지방 나들이 가는 사람이 아니라면, 커피잔의 성지 ‘잔(盞) 미술관’을 찾아가는 일은 만만치 않다.  강원도에서도 화천, 그것도 사창리에서 김화읍으로 이어지는 56번 도로에서 산길로 2km 정도 수피령 골짜기로 올라가야 한다.   마주 오는 차라도 있으면 어쩌나 싶은 좁은 길이다. 그 길이 끝나는 곳에 ‘잔 미술관’과 ‘잔 미술관 카페’가 있다.

 

▲강원도 화천의 청정구역에 자리 잡은 '잔 미술관'

  자작나무 숲이 펼쳐진 곳에 설치된 ‘소도마을’ 표지판과 함께 잔 미술관 표지판을 따라 올라가면 넓은 마당 뒤로 한국 최초의 커피잔 미술관인 ‘잔 미술관’이 모습을 드러냈다.

  산골 청정구역에 자리한 잔 미술관 앞뜰에는 가마 근처에서나 볼 수 있는 도자기의 깨진 조각들이 수북이 쌓여있고, 입구의 양옆과 벽에도 커피잔을 진열한 진열대가 있다.

 

 

  잔 미술관 내에는 국내 도예 작가들의 뛰어난 작품들과 문화재적 가치를 지닌 고려 조선 사발을 엄선해 놓은 커피잔이 있어 가히 ‘커피잔의 성지’라고 할 만하다. 잔 미술관이 소장한 커피잔은 1만여 점이 넘고, 전시된 것만 해도 3,000여 점에 이른다.

  이것은 잔 미술관의 관장인 금유길(68년생) 씨는 한국 고문자 금문 연구가로 활동하면서 젊은 시절부터 커피잔 모으기에 취미를 붙여 거의 20여 년 본격적으로 수집하여 이제 국내에서는 그를 따라갈 사람이 없을 정도가 되었다.

 

 

  그는 자신이 심혈을 기울여 모은 잔을 타인과 공유하기 위하여 이곳 강원도 화천에 터를 잡고 잔 미술관을 개설하기에 이르렀고, ‘잔 미술관 카페’를 겸하여 커피를 마시며 여유 있게 쉬면서 잔을 관람할 수 있도록 하였다.

  잔 미술관은 1층은 전시실과 카페로 구성되어 있고, 2층과 다락방은 모두 전시실이다. 1층을 가득 채운 잔들을 구경하고 2층에 오르면 2층에는 비교적 귀한 잔들로 채워져 있다.

  문외한이 보더라도 영롱하고 아름다운 빛깔이며, 유약의 발림들이 돋보여 황홀하기만 하다. 전시된 잔은 에티오피아 전통 사발 잔인 시니(Cini) 스타일과 손잡이 스타일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전시된 잔들을 찬찬히 감상하고 카페에 앉아 커피를 주문했다. 이곳 미술관 카페는 취향에 따라 자기가 사용할 잔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커피 맛은 원두에서 시작되고, 잔으로 완성된다.”라는 신념에 따라 맛있는 커피를 즐길 수 있게 하려는 취지였다.

  우리는 제각기 잔을 선택하여 언젠가 베트남 여행 중에 맛본 코피루왁을 주문했다. 잔 마술관 카페 김민교 바리스타는 ‘코피’는 인도네시아어로 커피를 뜻하며, ‘루왁’은 긴꼬리 사향고양이를 일컫는 인도네시아 방언이며, 코피루왁은 사향고양이가 먹은 커피 열매의 씨를 재료로 한 것이라고 일러 준다.

  다시 말하면 사향고양이의 침과 위액 등이 섞여서 발효과정을 거치며 생두에 특별한 맛과 향이 더해지는 것이어서 그만큼 값이 비싸다. 커피 맛을 잘 모는 나도 커피가 풍기는 향이 다른 커피 맛과는 다른 것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잔 미술관에서는 2021년 10월 30일부터 11월 30일간 경보 김태수 초대전으로 <천지와 백록담>이라는 이름으로 사발 커피잔 특별전을 개최한 바 있다. 그리고 잔 미술관에서는 사업 영역을 확장하기 위하여 기존 건물 뒤에 현대식 건물을 건축 중이다.

 

 

  잔 미술관 우측에 있는 단층 건물은 공예 미술학교 ‘신농학당(神農學堂)’과 신농 소도마을 ‘자연치유학교’와 작가공방으로 사용되고 있다.

  금유길 관장은 신농학당의 훈장을 겸하고 있다. 신농학당은 소안마을의 대안학교로 탁본, 간식 만들기 및 커피 수업, 목공예 수업, 한지공예·미술 표현 교실, 동시·노랫말 짓기, 숲에서 춤추기 등 오감으로 즐길 수 있는 ‘숲속 캠프’를 운영한다.

 

 

  잔 미술관은 매주 화요일은 휴무이다. 먼 곳까지 가서 허탕 치고 돌아오지 않으려면 사전에 확인하고 가는 것이 좋다. 돌아오는 길에 풍치가 좋기로 유명한 화천 사내면의 곡운구곡(신녀협) 출렁다리를 걸어보는 것도 좋다.

 

 

  농사일에 바쁜 가운데서도 우리를 초청하여 늘 좋은 곳을 보여주려 애쓰는 춘천의 우남일 교장님께 감사드리며 동행한 세 분 선생님께도 감사드린다.

 

◎상세정보

 

 

►주소 : 강원 화천군 사내면 수피령로 131-353 (사내면 사창리 628)

►전화 : 0507-1332-8386, 010-5689-8386, 010-8201-8386(김민교)

►휴무일 : 화요일, 명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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