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내여행기 및 정보/- 서울

인왕산자락길 (윤동주문학관 - 청운문학도서관 - 더숲 초소책방 - 무무대 - 수성동 계곡)

by 혜강(惠江) 2022. 9. 24.

 

 

인왕산자락길를 산책하다.

 

윤동주문학관 - 청운문학도서관 - 더숲 초소책방 - 무무대 - 수성동 계곡

 

 

글·사진 남상학

 

 

 

 

▲인왕산자락길에서 바라본 인왕산 모습

 

 

  서울 종로구 경복궁 서쪽에 자리한 해발 338m인 인왕산은 산 전체가 화강암으로 이뤄져 있고, 암반이 노출돼 있어서 우람하고 당당하게 보인다.

 

  인왕산은 조선 초 도성을 세울 때 주산(主山)인 북악산, 안산(案山)인 남산, 좌청룡(左靑龍) 낙산과 함께 우백호(右白虎)로 여겨진 명산이다. 조선의 대표적인 화가 겸재 정선(1676~1759)의 진경산수화에도 자주 등장하는 아름다운 산이다.

 

  인왕산을 즐기는 방법은 인왕산 정상을 오르는 인왕산 등산길을 비롯하여 둘레길, 자락길, 숲길 등 여러 가지기 있으나 오늘은 인왕산자락길을 걷기로 했다.

 

  인왕산자락길은 조선 시대부터 근대까지의 유적을 고스란히 품고 있어 도심에서 역사와 문화생태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 대표적인 명소로 2.5km 구간걸어서 약 1시간 30분가량 소요된다.

 

 

 

 

 

 

  예로부터 수려한 경치를 감상하며 풍류를 즐기던 화가와 시인들의 주 활동부대로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 배경이 된 수성동 계곡, 윤동주가 시상을 떠올리기 위해 올랐다는 윤동주 시인의 언덕과 윤동주문학관 등이 자리해 바쁜 일상을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시간이 느리게 가는 장소'로도 불리고 있다.

 

  코스는 지하철 경복궁역에서 버스를 타고 윤동주문학관 앞에서 하차하여 ‘별’을 노래한 시인 윤동주문학관과 시인의 언덕-청운문학도서관-청운공원-더숲초소책방-무무대-수성동 계곡까지로 잡았다.

 

  이 구간은 걷기에 편하며, 윤동주의 문학과 겸재 선생의 미술의 향기를 즐길 수 있으며, 조용히 책을 읽거나 잠시 차를 마시며 쉬었다 가기 편한 장소가 있어 누구나 이용하기에 편하다.

 

 

 

▲청색 표시가 인왕산자락길, 빨간색은 인왕산 숲길

 

 

윤동주문학관과 시인의 언덕

 

 

  창의문 맞은편 청원공원 내에 윤동주문학관이 있다. 이곳은 인왕산자락길 들머리이다. 윤동주문학관은 인왕산 자락에 버려져 있던 상수도 청운 수도가압장을 리모델링하여 2012년 7월 25일 개관하였다.

 

  그의 주옥 같은 시 <별 헤는 밤>, <자화상>, <또 다른 고향> 등 한국인이 사랑하는 민족 저항 시인 윤동주의 발자취와 세상을 향한 그의 시선(視線)을 기억하기 위해서였다. 

 

 

 

 

 

 

  윤동주문학관이 종로구에 자리 잡은 것은 윤동주가 연희전문에 재학하던 시절 기숙사에 들어갔다가 1941년 5월 벗이자 후배인 정병욱과 함께 기숙사를 나와 종로구 누상동 9번지의 소설가 김 송의 집에서 하숙하였던 인연 때문이다.

 

  후일 국문학자가 된 정병욱은 윤동주로부터 증정받은 자필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원고를 보존하여 해방 후 출간하였으며 누상동 하숙 시절을 추억하며 윤동주 시 여러 편이 이곳에서 씌웠음을 증언하였다. 이러한 인연을 살려 종로구에서 문학관을 건립하였다.

 

  멀리서 한눈에 보이는 윤동주문학관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시인 윤동주의 이미지처럼 하얗고 순수한 모습이다. 입구 계단을 걸어 올라가면, 하얀 벽에 새겨진 시인의 얼굴과 그가 1938년에 남긴 시 「새로운 길」을 먼저 만나게 된다.

 

 

   내를 건너서 숲으로 /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 나의 길 새로운 길

   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 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 오늘도… 내일도…

   내를 건너서 숲으로 /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一九三八. 五. 十

 

  윤동주문학관은 우리에게 시인을 새롭게 경험하게 해주는 ‘새로운 길’처럼 보인다. 안으로 들어가면 제1전시실은 시인채로 시인의 유품과 시인의 작품이 실린 다양한 책들을 볼 수 있다.  전시실 가운데에는 우물 목판이 있다. 시인의 생가에 있던 것을 복원한 것이다.

 

 

 

▲제1전시실의 저서, 사진, 그리고 우물 형상의 목판

 

 

 

  제1전시실 왼편에 두꺼운 검은색 철문은 제2전시실로 가는 길이다. 무거운 철문을 옆으로 밀고 들어가면 갑자기 하늘이 열리고 빛으로 가득한 고요한 공간이 나타난다. 실내가 아닌 야외 공간이다. 바로 ‘열린 우물’이다.

 

  이것은 바로 물탱크였던 자리다. 오랫동안 물탱크로 사용되었던, 아무 쓸모없는 콘크리트 구조물이 멋진 전시 공간으로 탄생한 것이다. 윤동주의 시 「자화상」에 나오는 ‘우물’의 이미지를 살린 것이다. 시인의 시어에서 영감을 얻은 건축가는 물탱크의 기존 콘크리트 지붕을 걷어내고 하늘을 담은 ‘열린 우물’로 변형시킨 것이다. 

 

  빛이 들어오지 않는 뒤쪽 방은 '영상'을 통해 시인의 생애와 시세계를 보여주는  ‘닫힌 우물’로 디자인하였다. 리모델링한 건축가의 기발한 아이디어로 기상천외한 문학관이 탄생했다. 윤동주의 시적 세계를 다른 감각으로 새롭게 표현한 것이다.

 

   산모퉁이를 돌아 논 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 어쩐지 그 사나이가 니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 도로 가 들여다 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 윤동주의 <자화상> 전문

 

 

   이 시는 우물을 들여다보는 행위를 통해, 일제 강점기를 살아가는 자신의 초라하고 부끄러운 모습을 객관적으로 성찰하고 있다.   그 자신의 이러한 부끄러움은 암담했던 시대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식민지 지식인의 고뇌로 볼 수 있다.

 

 

 

▲ ‘우물’의 이미지를 살린 제2전시실

 

 

  윤동주문학관에서 나와 계단 위 윤동주 시인의 언덕으로 오르기 전에는 별뜨락 카페가 있다. 노천에서 차를 마시며, 개인 날 밤에는 하늘의 별을 보며 <별 헤는 밤>을 떠올려 볼 수 있다. 

 

  윤동주 시인의 언덕은 시인 윤동주가 연희전문학교에 다니던 1941년 종로구 누상동에 있는 후배 소설가 김 송의 집에서 하숙했을 때 청운동과 누상동 일대를 산책하며 시상을 가다듬었던 곳이었다.  그때 <서시>, <별 헤는 밤>, <또 다른 고향> 같은 대표작을 썼다고 한다. 지금은 시화 공모전 수상작 전시패널과 윤동주의 시 가림막이 전시되어 있었다.

 

  시인의 언덕에는 <서시> 시비를 비롯하여 가수 이승환과 그의 팬들이 기증한 소나무 10그루, 시인의 주옥같은 시를 새겨넣어 눈으로 감상할 수 있게 한 돌계단 등으로 모습을 갖추고 있다. 그리고 정자 ‘서시정’이 있어서 윤동주의 시 세계를 느끼도록 하였다.  서시정에서  <서시>를 음미해 본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윤동주의 <서시(序詩)>는 널리 애송하는 시이다. 순결한 도덕적 삶을 살고자 하는 시인의 의지와 고뇌를 고백적으로 표현한 이 시는 윤동주의 생애와 시의 전모를 단적으로 암시해주는 상징적인 작품이다.

 

 

 

▲시인의 언덕의 시비. 전시물, 그리고 서시정

 

 

청운문학도서관

 

 

  윤동주 시인의 언덕 좀 지나 아래쪽에 고즈넉한 한옥 한 채가 숲 사이로 눈에 들어온다. 안내표지판을 따라 내려가 보니 한옥으로 꾸며진 청운문학도서관이다.

 

  청운문학도서관은 인왕산의 경사 지형과 자연경관을 고려하여 설계했다. 도서관은 2개 층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콘크리트 구조로 만든 지하층을 기초로 삼아 지상층에 한옥을 지어 올리고 넓은 마당을 조성하였다.

 

  주변의 경사 지형을 거스르지 않고 건물을 앉힌 덕분에 지하층의 남쪽 입면이 겉으로 드러나 있다. 입면은 모두 벽돌로 마감하여 외부에서 볼 때 지상층의 한옥과 조화를 잘 이룬다. 창을 통해 내부 공간으로 햇빛이 풍부하게 유입된다.

 

   맑은 바람이 살랑이고 / 목화솜처럼 하얀 구름이 너울대는

   청운동 인왕산 품 안에 / 선비의 소매 깃 같은 처마를 드리운 / 이 도서관을 앉힙니다.

   화려하기보다는 / 아담하면서도 품격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 정갈한 한옥 한 채를 지었습니다..

     (중략)

    이곳에서 사람들이 꿈을 키우고 소통하며 / 책과 함께 한옥의 아름다움을 / 누릴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청운문학도서관 개관에 즈음한 종로구청장의 인사말 

 

 

  지하층에는 열람실, 사무실, 화장실이 있다. 열람실은 책 종류도 많고 곳곳에 앉아서 책을 읽거나 공부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잘 꾸며져 있다. 종로구에서 주민들을 위하여 독서나 다양한 문화예술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다.

 

  콘크리트 구조의 지하층 위에 올려진 한옥은 지하층에서 대여한 책을 읽을 수 있는 열람실 역할을 한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 본다. 책을 읽을 수 있는 독서대가 가지런하게 놓여 있다. 여기서 책을 읽으면 잡음도 없이 고요한 가운데 집중하여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독서를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환영한다고 한다.

 

 

 

▲인왕산자락길에서 바라본 숲속의 청운문확도서관 모습

 

▲전면에서 바라본 청운문학도서관(윗층은 한옥)

 

▲아랫층의 서가와 열람실

 

 

  한옥의 대청마루, 누마루, 툇마루에 앉아 남쪽으로 탁 트인 경관을 바라보면 한옥의 안마당과 인왕산 자락의 푸른 숲, 저 멀리 도심의 빌딩 숲이 한눈에 들어온다. 도시의 복잡한 삶에서 잠시 벗어나 자연 속에 묻혀 있다는 생각에 마음의 평안과 여유를 느끼게 한다.

 

  한옥 본채 곁에 별채는 폭포와 작은 연못 위에 지어져 있다. 신발을 벗고 전면으로 앉으니 폭포의 물줄기가 바로 눈앞이다. 폭포를 배경으로 인증사진을 찍는 명소로 알려져 있다. 흘러내리는 물소리, 주변의 나무에서 들려오는 새소리, 연못 위 파란 잎에 반짝이는 햇살이 어우러진 정자에 앉아 책을 읽으면 겸재의 진경산수화에 나오는 옛 선비들의 풍류를 느낄 수 있다.

 

  청운문학도서관은 주민들에게 각종 독서모임 장소로 제공하는 것은 물론 국내 문학작품 및 작가 중심의 기획전시와 인문학 강연, 시 창작교실을 운영한다. 또한, ‘청운까치서당’, 1박2알 독서캠프 등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독서문화예술 교육을 위한 최적의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한옥의 단아함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 한옥의 깨끗하고 잘 정리된 열람실

 

▲한옥 별채 창문으로 바로 보이는 폭포

 

 

  더숲초소책방으로 가는 길에 청운공원 청운어린이집과 숲속쉼터도 잠시 들러본다. 서울 종로구 청운동에 있는 청운공원은 자하문 옆 윤동주 시인의 언덕부터 청운어린이집 부근까지 포괄해서 일컫는다. 인왕산 자락에 이런 공원과 어린이시설이 있다니 참으로 놀랍다

 

 

 

▲청운공원의 어린이집 앞 놀이터

 

 

  잠시 사색의 공간에 들러본다. 사색의 공간은 생각이 복잡해질 때 찾아와 잠시 쉬면서 자연과 함께 사색에 잠길 수 있는 곳으로 이만한 데가 또 있을까 생각이 든다.

 

 

 

▲청운공원·사색의 공간을 거쳐 더숲초소책방으로 향했다. 

 

 

 

더숲 초소책방

 

 

  내킨 김에 인왕산 인근 최고의 명소로 거듭난 초소 책방으로 가 본다. 초소 책방은 김신조 사건 이후 청와대 방호 목적인 경찰초소로 건축했으나 2018년 인왕산 전면 개방에 따라 리모델링을 진행했다. 기존 2개 높이의 1층 건물을 일부 증축해 서로 다른 2개의 층높이를 유지했다. 서울시 건축 분야 최고 권위의 상인 제39회 서울특별시 건축상 우수상을 받아 문화적 의미와 예술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인왕산자락길 한가운데 자리 잡은 초소 책방은 카페, 책방, 갤러리 등 다양한 문화적 기능을 동시에 지니는 복합문화공간을 지향하고 있다. 1층에는 계산대, 빵과 함께 다양한 책이 진열돼 있다. 그러나 책을 읽는 사람은 볼 수가 없고 찻잔을 앞에 놓고 대화를 나누는 이들의 차지가 되었다. 2층으로 오르면, 다양한 미술 작품이 전시돼 있다. 2층과 연결되는 루프탑은 카페 음식과 함께 인왕산의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명당이다.

 

  꾸물꾸물하던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퍼부어 잠시 비가 그치기 기다리며 커피 한잔하며 잠시 쉬기로 했다. 서울 한복판 산속 둘레길에서 잠시 머물며 차를 들며 쉬는 기분이 괜찮다.  초소 책방의 멋진 모습이 소문이 나면서 평일인데도 차들이 몰려들었다. 걷기보다는 분위기 좋은 곳을 찾아 차를 마치며 즐기기 위한 사람들이다. 10여 대밖에 댈 수 없는 협소한 주차공간이다 보니 길가에 대기하다 차가 빠지는 대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

 

  만약 초소 책방만 다녀올 생각이라면 승용차를 타고 오기보다는 ‘종로 09번’ 마을버스를 타고 수성동 계곡 입구에 내려 수성동 계곡을 구경하고 계단으로 올라가는 것을 권한다. 

 

 

 

▲더숲초소책방 내외부 모습 (초소책방에 머무는 동안 소나기가 지나갔다)

 

 

무무대 (無無帶)

 

 

  다행히 30여 분 퍼붓던 소나기가 그쳐 초소 책방에서 나왔다. 다시 발길을 재촉하여 내려오면 무무대(無無帶)가 나온다. 인왕산 자락길 중간지점에 있어 매년 1월 1일 일출을 보기 위한 인파로 붐비는 곳이기도 하다.

 

  인왕산 무무대 전망대에서는 청와대 주변이 내려다보였다. 이제 청와대가 삼엄한 권력의 공간으로부터 국민에게 공개됐다. ‘아무것도 없구나. 오직 아름다운 것만 있을 뿐’이라는 뜻을 가진 무무대(無無帶)는 해가 뜰 때 그 말의 의미를 온전히 알게 된다. 광활하게 펼쳐진 서울이 갓 떠오르는 햇빛에 물 들어갈 때, 근심할 무엇도 없이 그저 아름답다는 생각으로 덩달아 물들 수 있는 곳, 무무대다. 서울 시내의 풍경을 감상하며 생각을 '무'의 상태로 만들어 자락길을 다시금 걷다 보면 저절로 힐링이 된다.

 

 

 

▲무무대 전망대에서 바라본 전망 (소나기가 막 지난 뒤여서 전망이 흐림) 

 

 

수성동 계곡

 

 

  무무대에서 사직공원 쪽으로 좀 휘어진 길을 돌아 내려오면 수성동 계곡을 알리는 표지판이 보인다. 표지판을 따라 돌계단을 내려가면 수성동 계곡이다. 계곡은 소나무를 비롯해 자귀나무·산사나무·화살나무 등이 울창한 숲을 이룬다.  조금 전 소나기가 지나갔으나 암반을 통해 다 흘렀는지 계곡이지만 흐르는 물이 많지 않다. 계곡을 건너지르는 돌다리가 있고, 하류로 내려오면서 제법 계곡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

 

  수성동 계곡은 조선 시대 역사지리서인 『동국여지비고(東國輿地備考)』, 『한경지략(漢京識略)』 등에서 ‘명승지’로 소개되었고, 조선 시대에 선비들이 여름철에 모여 휴양을 즐기던 계곡으로 잘 알려져 있다. 또, 겸재 정선이 그린 『장동팔경첩(壯洞八景帖)』의 「수성동」에 등장하면서 더욱 유명한 장소가 되었다.

 

  수성동은 종로구 옥인동과 누상동의 경계에 자리한 인왕산 아래의 첫 번째 계곡으로, 조선 시대에 ‘물소리가 유명한 계곡’이라 하여 수성동(水聲洞)으로 불리게 되었다. 수성동의 ‘동(洞)’은 지금 사용되는 도시의 행정단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골짜기 또는 계곡을 의미한다.  수성동 계곡은 인구 팽창으로 인한 무분별한 개발로 옥인동에 옥인아파트가 들어서면서 황폐되었다가 지금은 옥인아파트가 철거되고 그 자리에 정선의 그림을 참고하여 복원되었다. 계곡의 길이는 약 190m이고, 폭은 4.8∼26.2m이다. 하류에는 과거의 모습을 간직한 돌다리 1기가 남아 있다.

 

  계곡 아래에 걸려 있는 이 돌다리는 기린교로서 겸재 정선의 그림에도 등장한다. 기린교는 도성 내에서 유일하게 원위치에 원형대로 보존된 통돌로 만든 제일 긴 다리라는 점에서 큰 의의도 가진다. 수성동 계곡은 2010년 10월 21일에 서울특별시 기념물로 지정되었다. 그리고 인왕산 수성동 계곡은 2014년에 국토교통부가 주최한 ‘2014년 국토 도시디자인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았다.

 

  과거에 인왕산의 물줄기는 크게 수성동과 옥류동으로 나뉘어 흘렀는데, 이 물줄기들이 기린교(麒麟橋)에서 합류하여 청계천으로 유입하였다. 세월이 흘러 옥류동 계곡은 콘크리트로 덮이고 주택가로 변하였지만, 수성동 계곡은 아파트 철거 후 옛 모습을 되찾아 맑고 아름다운 물소리를 내며 흐른다. 수성동 계곡 주변으로는 산책로가 잘 정비되어 주민들의 휴식공간으로도 활용된다.

 

  물줄기가 흐르는 하천 바닥은 대부분 기반암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으며, 오랜 기간에 걸친 마식 작용으로 인해 암반의 표면은 부드럽다. 청계천의 발원지로 서울특별시 보호종인 도롱뇽을 비롯하여 가재·개구리·버들치 등이 계곡에 서식한다.  수성동 계곡이 시작되는 하류 지역에는 철책으로 되어 있는데 그 앞에서 화가 두 분이 수성동 계곡을 화폭에 담고 있다. 겸재의 까마득한 후배들이다.

 

 

 

▲인왕산자락길에서 내려선 수성동계곡에 물이 졸졸 흐르고 있다. 

 

▲수성동 계곡과 그 옆에 선 정자

 

▲계곡의 암반이 예사롭지 않다. 가로놓인 돌은 기린교

 

▲겸재 정선의 그림 소개 및 수성동계곡의 정경을 화폭에 담고 있는 화가들

 

▲수성동 계곡의 복원 전후 모습을 보여주는 안내판

 

 

  나는 수성동 계곡을 등지고 수성동 계곡의 아래 동네인 서촌으로 발길을 옮겼다. 서촌은 조선 후기 역관이나 의관 등 전문직 중인층을 중심으로 한 위항문학(委巷文學)의 주 무대였다. 윤동주 시인이 대학 시절 하숙을 했다는 옛집 앞을 지나 박노수미술관을 거쳐 통인시장으로 내려왔다.

 

 

 

▲윤동주 하숙집과 그 사실을 알리는 표지판

 

 

▲박노수미술관

 

 

  오랜 전통을 지닌 통인시장은 기름떡볶이, 간장떡볶이, 떡갈비, 닭꼬치 등 약 70여 개의 다양한 점포가 있어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다.  불과 3시간 남짓한 시간이었지만, 오늘의 탐방 코스는 문학과 예술의 향기를 느끼며 가볍게 자연의 품에 안겨 걷는 행복한 시간이 되었다.

 

 

▲통인시장 서편 입구

 

 

◎ 상세정보

 

A. 윤동주문학관

 

주소 : 서울 종로구 창의문로 119구(청운동 3-100) / 전화 : 02-2148-4175

이용 : 10:00~18:00 / 휴무 : 월요일, 추석 연휴

 

B. 청운문화도서관

 

►주소 : 종로구 자하문로36길 40 (청운동 4-20) / ►전화 : 070-4680-4032

►이용 : 종로구 홈페이지에서 가입하여 회원증을 발급받은 자 / ►휴무 : 월요일, 추석 연휴

►기타 : 주차 가능

►가는 길 (대중교통) : 3호선 경복궁역 3번 출구 경복궁역 버스정류장 또는 5호선 광화문역 2번 출구 버스정류장에서 7212번, 1020번, 7022번 버스 탑승 후 자하문고개, 윤동주문학관에서 하차

 

C. 더숲초소책방 (북카페)

 

►주소 : 종로구 인왕산로 172 (옥인동 산 3-1) / ►영업 : 08:00~22:00

►전화 : 02-735-0206 / ►기타 : 주차 가능 (협소)

 

D. 무무대  (전망대)

 

►주소 :서울 종로구 옥인동 산 3-13 

 

E. 수성동 계곡

 

►주소 : 서울 종로구 옥인동 179-1

 

 

 

 

 

 

<끝>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