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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및 정보/- 인천. 경기

동검도 채플과 채플 갤러리, 기쁨과 평안으로 채워지는 ‘영혼의 쉼터’

by 혜강(惠江) 2022. 9. 20.

 

동검도 채플과 채플 갤러리

 

기쁨과 평안으로 채워지는 ‘영혼의 쉼터’

 

 

글·사진 남상학

 

 

 

 

 

  강화대교 부근 갑곶순교성지를 둘러보고 동검도로 향했다. 동검도는 강화도 동남쪽에 딸린 작은 섬이다.

 

  동검도가 있는 강화해협은 옛날 삼남 지방에서 한양으로 향하는 선박은 물론 중국에서 우리나라 서울을 왕래하던 사신이나 상인들이 통과하는 길목이었다.

 

  이 길목의 초입에 자리한 동검도는 이들 선박을 강화도 동쪽 편에서 검문하던 곳이라 하여 ‘동검도(東檢島)’라는 이름이 붙었다. 강화군 서북쪽 삼산면에 있는 ‘서검도(西檢島)’와 대비를 이루는 섬이다. 동검도는 본래 섬이었으나 1985년 강화군 길상면 선두리와 연륙교로 연결되어 육지에 속하게 되었다.

 

  바닷속을 유영하는 거북의 형상을 닮은 동검도의 면적은 1.6㎢이고, 해안선 길이는 약 7㎞에 불과한 작은 섬이다. 하지만 섬 둘레에 광활한 연안 갯벌이 펼쳐져 있어서 고즈넉하고 그 풍경이 매우 아름답다.

 

 

동검도 채플

 

  사방이 갯벌로 둘러싸인 고요한 섬 동검도, 그 낮은 언덕에 23㎡(약 7평)의 채플(chapel)과 갤러리가 들어섰다. 순백의 외관, 스테인드글라스가 조화를 이루는 채플은 서너덧 사람이 머물기 딱 좋은 공간이다. 작아서 아늑하고 편안하다.

 

  동검도 채플은 천주교 사제이며 화가인 조광호 신부(1947)가 새로운 건축 양식과 유리화로 표현한 아름다운 작품이다.

 

 

▲전면에서 본 동검도 채플(사진 제공 : 염영식 장로님)

 

 

  조 신부는 인천가톨릭대 조형예술대학에 재직할 때 강화도에 딸린 동검도를 탐방한 적이 있었다. 그때 동검도가 태고의 고요와 평화가 깃들어 있고, 일출과 일몰을 함께 볼 수 있으며, 하루 두 번씩 드나드는 밀물과 썰물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점에 마음이 끌려 동검도에 멋진 채플을 지었다. 조 신부는 초대하는 글에서 이같이 말한다.

 

  “문이 있지만 열려있는 이곳은 주인이 없는 집입니다. 굳이 주인을 찾으면 이 집의 주인은 하느님이십니다. 경건한 마음으로 당신이 이 공간에 머무는 동안, 이 집은 당신의 집입니다. 고요와 침묵과 경건함으로 비워진 이 공간에서 당신에게 기쁨과 평화로 채워지는 ‘영혼의 쉼터’가 되길 바랍니다.”

 

 

▲조광호 신부의 인사말과 안내의 글

 

  “기쁨과 평화로 채워지는 영혼의 쉼터”라는 말에 이끌려 ’우주의 신비를 가득 품은 출입문에 들어서면 스테인드글라스로 만들어진 십자가가 가슴에 와락 안긴다. 지붕에서 벽으로 연결되며 자연스럽게 굴절된 형태가 매우 특이하다.

 

  유리화 십자가가 꼭대기가 아닌, 지붕에서 벽을 타고 실내 깊숙이 내려진 이 독특한 구조는 하늘의 빛이 종교의 위엄과 권위를 내려놓고, 허리를 굽히듯 겸손한 자세로 편안하게 인간에게 다가오도록 하기 위함일 것이다.

 

  신의 뜻을 헤아리는 사제의 꿈이 고스란히 실현된 공간이다. 그래서 이 작은 공간은 고요와 침묵과 경건함으로 채워진 명상의 자리, 기도의 자리가 되었다.

 

 

▲채플문 (안쪽에서 찍은 것)

 

▲천정에서 벽을 타고 내려진 십자가

 

  기도의 자리에 앉아 묵상하다 창밖 세상을 바라보면 바로 눈 앞에 산사나무가 보인다.산사나무의 가시는 예수가 십자가에 달리기 전 써야 했던 가시관의 그 가시이다. 그 고통의 산사나무 뒤로 열린 세상은 생명을 잉태한 드넓은 갯벌이 수평선과 하늘에 맞닿아 있다.  

 

   “저 멀리 피안의 수평선으로 이어진 창밖의 십자가와 산사나무는 채플 안의 유리화(가시관)와 일직 선상에 놓여 있습니다. 가시 돋친 산사나무의 꽃말이 '유일한 사랑'이듯 우리에 대한 예수의 한없는 사랑도 화려한 왕관이 아니라 고통의 가시관으로 표현됩니다.

 

   모세의 가시덤불에서 하느님이 나타나셨듯이 희생의 고통 속에서 탄생 되는 생명의 본질은 하느님의 사랑입니다. 하느님이 영원하듯 생명도 영원하고, 이 아름답고 귀한 선물인 생명은 '영원한 기쁨'이 됩니다. 그러므로 당신이 구하는 기쁨과 행복은 물론, 부활의 삶도 극락왕생의 희망도 그 누군가를 위한 당신의 작은 사랑의 희생으로부터 이루어질 것입니다.”

 

 명상의 자리 앞 유리창에 붙여놓은 조 신부의 설명문이다. 그렇다. 명상과 기도의 본질은 채플 주임 조광호 신부의 말 그대로, ‘희생의 고통 속에서 탄생 되는 생명’ 곧 ‘하나님의 사랑’을 이해하고 기뻐하며 나누는 것으로 귀결되어야 할 것을 깨닫게 한다.

 

 

 

  

  채플 전면 통창으로 보이는 풍경도 압도적이다. 예수의 십자가 틀 뒤로 가까이는 싱그런 꽃과 나무, 드넓게 갯벌이 펼쳐져 있고, 멀리 하늘과 바다가 만나는 수평선 위로 민족의 영산인 마니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하늘과 바다와 산으로 이어진 생명의 갯벌이 온통 하나가 되어 아늑하면서도 편안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꽃과 나무에는 가을 열매가 달려있다. 방울토마토와 호박도 몇 개 보인다. 토양은 꽃과 나무를 잉태하여 햇볓을 선물로 받아 열매를 맺어 자신을 아낌없이 남을 위해 내어준다. 

 

  갯벌도 마찬가지다. 한 번도 거르는 일 없이 ‘들숨’과 ‘날숨’을 쉬듯 하루 두 번씩 드나들며 생명을 키워 아낌없이 내어주고, ‘비움’과 ‘채움’을 반복하며 인간에게 ‘갈망’과 ‘충만’의 신비를 깨닫게 한다. 그래서 조 신부는 이렇게 말한다.

 

   “당신이 몹시 외롭고 쓸쓸하다면

   당신이 지금 무척 화가 나 있다면

   당신이 무언가로 인해 몹시 불안해하고 있다면

   당신이 이 세상 모두로부터 외면당했다면

   당신이 까닭 모를 불안에 힘겨워하고 있다면

   당신이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한다면

   당신이 누구에겐가 억울한 일을 하소연하고 싶다면

   당신이 어떤 절박한 일로 쫓기고 있다면

   당신이 죽고 싶을 만큼 큰 절망에 빠져 있다면

   당신이 돌이킬 수 없는 실패로 괴로워하고 있다면

   당신이 그 어떤 죄책감에 한없이 시달린다면

   당신이 누군가의 피할 수 없는 오해로 마음이 괴롭다면

 

   여기 빈방에 앉아서, 저 광활한 갯벌을 바라보십시오.

   하늘과 바다와 산으로 이어진 저 생명의 갯벌을 바라보십시오.”

 

 

 

  이런 점에서 동검도 채플은 잠시 머물며 쉬면서 기도하는 공간인 동시에 영혼의 쉼터인 셈이다. 가슴이 답답한 사람, 외로운 사람, 쉼이 필요한 사람, 누구든 이 안에서 조용히 자신을 돌아보며 위안과 평안, 영적 충만을 얻는 열린 공간이다. 언젠가 영적 감격의 순간에 썼던 시 <내재율>이 저절로 떠오른다.

 

   “속삭이지 않으나

   내 속에 여울지는 소리

   번쩍이지 않으나
   내 속에 아롱지는 빛깔

   바람으로 나의 옷깃을 스치다가
   파도로 나를 설레게 하다가
   아침으로 나에게 빛을 주다가
   햇빛으로 나를 꽃 피우게 하다가
   이토록 뜨거운 열기로 달아오르게 하는가.

   그 어디에도 없으면서
   그 어디에나 가득 차는 충만(充滿)

   그 속에
   흔들리는 나의 영혼

   해맑은 눈물로 닦아
   잠들게 하소서.”

 

  동검도 채플은 종교를 초월하여 모든 사람에게 개방되어 있으니, “지친 영혼들이여, 모두 이곳으로 오라”는 신의 말씀이 들리는 듯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예쁜 동검도 채플이 널리 세가에 알려지면서 아이러니하게도 고요와 침묵, 경건의 공간이 아닌 관광지가 된 듯한 느낌이다. 나 역시 그중의 하나가 아닌가 죄송한 마음이다.

 

 

▲위 사진은 염영식 장로님이 드론으로 촬영하여 제공해 주셨습니다.(좌측은 채플,  우측은 캘러리)

 

 

 

♠ 사진 모음 ♠

 

▲."환영합니다" - 동검도 채플은 누구나에게 열려 있다.

 

▲각 방향에서 본 체플 모습

 

▲천정에서 벽으로 껶여 내려온 스테인드글라스 십자가, 이곳으로 영롱한 햇빛이 들어온다.

 

▲전면 통창을 통해 바라본 바깥 풍경

 

▲채플에서 바라본 나무 뒤로 갯벌이 펼쳐져 있다. (맨 위 나무는 가시관을 만드는 가시 돋친 산사나무)

 

 

 채플 갤러리

 

 

 

  채플 옆에는 국내 최초 스테인드글라스갤러리가 자리했다. 2022년 4월 20일 ‘채플 갤러리 개관 기념 조광호 유리화 작품전’을 열었다.

 

  조 신부는 1947년 강원도 삼척에서 태어나 1977년 가톨릭대학교 신학과를 졸업했다. 1979년 사제 서품을 받은 후 1985년~90년 독일 뉘른베르크대학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그는 사목 활동을 하면서 미술 자료 및 전통 아이콘화, 벽화를 연구하고 동판화 및 유리화 연구에 몰두했다.

 

  월간 <들숨날숨> 창간 및 편집인, 인천가톨릭대학교 조형예술대학 교수(학장)를 역임했다. 현재는 인천가톨릭대학 조형예술대학 명예교수, 가톨릭조형예술연구소 space & glass art 대표, 동검도 채플 주임신부를 맡고 있다.

 

  조 신부는 유리에 투명 유약으로 그림을 직접 그리는 스테인드글라스 아트로 정평이 나 있다. 그는 회화, 드로잉, 환경조형물 등의 영역에서도 활동해 온 멀티미디어 작가이다. 다양한 재료와 디지털 기법을 발전시켜 날로 새로운 작품을 만들고 있다.

 

  국내외에서 개인전·단체전을 합하여 30여 회, 서소문 순교자현양탑 등 국내외 30여 곳의 가톨릭교회에 대형 회화와 조각, 제단 벽화를 제작했다. 서울 지하철 2호선 당산철교 구간에서도 그의 대형 벽화(250×6m)를 볼 수 있다. 그는 평생 유리를 만지며 작가정신을 쏟아부어 갤러리를 마련했다.

 

   자연과 인간이 빚어낸 빛과 색채의 완벽한 예술 작품은 한 마디로 신비스럽다. 스테인드글라스 창 사이로 햇살이 스며들고, 흔들리는 나뭇잎과 물결이 일렁인다. 그 빛은 햇살의 농도와 기울기에 따라 시시각각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3층으로 된 갤러리의 창과 벽, 계단, 그의 손길이 닿는 곳마다 영성과 예술이 함께 어우러진 작품들이 걸려있다. 이 작품들은 보는 이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마력이 있어 소문을 듣고 하루에도 수십 명씩 찾아온다.

 

 

▲동검도 채플 바로 옆에 자리한 동검도 갤러리

 

 

<추가사진>

▲위 추가된 사진(4장)은 염영식 장로님이 촬영하여 제공해 주셨습니다.

 

 

   갤러리 관람은 무료이다. 갤러리와 채플을 관리하는 분은 “언제나 열려있으니 찾아와 감상하라”라며 방문한 우리 일행에게 커피까지 내어주셨다. 관람료도 없이 커피까지 베풀어 주시니 고맙기 그지없다. 오늘의 성지순례는 감사의 연속이었다.

 

 

◎ 상세정보

 

►주소 : 인천시 강화군 길상면 동검리 245

►미사 : 주일 11시

►개방 : 오전 10시~오후 6시 (월요일 휴무)

►문의 : 010-8876-2525 (채플 갤러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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