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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및 정보/- 인천. 경기

신탄리역(新炭里驛), 아련한 철길 뒤로 통일의 기운(氣運)이 …

by 혜강(惠江) 2022. 5. 25.

 

신탄리역(新炭里驛)

 

아련한 철길 뒤로 통일의 기운(氣運)이 …

 

 

글·사진 남상학

 

 

 

 

  5월, 감염병의 굴레에서 벗어나 한국의 최북단 경기도 연천에 있는 ‘신탄리역’을 가봤다. 경기도 연천군은 파주, 철원과 함께 한국전쟁 당시 나라의 아픔을 오로지 몸으로 겪어온 지역으로 지금은 안보 관광지로 주목을 받는 곳이다.

 

  연천에는 북녘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지역에 안보교육 및 망향의 한을 달래주는 열쇠전망대와 태풍전망대, 한국전쟁 때 터키군이 수행해 성공적인 작전을 이룬 장승천전투기념비, 휴전선과 가장 가까운 산행지로 수려한 멋을 자랑하는 고대산, 경원선 철도중단점 푯말이 있는 신탄리 역사 등이 있다.

 

  특히, 신탄리역이 있는 신탄리는 연천군의 최북단 마을인 신서면에서도 또 최북단에 자리 잡고 있다. 고개 하나만 넘으면 강원도 철원군이 시작된다. 사실 신서면도 원래는 강원도 땅이었으나 1963년 경기도 연천군으로 편입되었다.

 

  신탄리는 ‘新炭’이라는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고대산의 임산 자원을 목재나 숯으로 가공하여 생계를 유지했던 마을이었다. 경원선 철도가 부설된 이후에는 숯 가공이 더욱 활발했다.

 

 

 

 

  이름 없는 작은 산이 병풍처럼 뒤에 버티고 있으며, 작은 냇물이 마을을 두르며 흐른다. 평온한 이 마을에 애달픈 사연들이 반세기 동안 쌓인 곳이 ‘신탄리역’이다.

 

  신탄리역이 속한 경원선은 탄생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일제강점기 일본은 서울과 원산을 잇는 철도로 1942년 12월 1일 영업 개시하여, 경의선과 함께 동서를 잇는 육지 교통의 중심이었다. 이 철로를 통해 일본은 우리의 각종 자원을 수탈했다. 이런 일본의 의도를 막고자, 공사 당시에는 의병의 저항이 거셌다.

 

  해방 후에는 38선 이북에 있어서 한국전쟁 이전에는 북한에 귀속되어 전쟁 중에는 국토 방위의 요충지로 격렬한 전투가 끊임없었으며 이로 인해 사상자도 많이 발생했다.

 

 

 

 

  휴전선이 되면서 신탄리역은 다행히 대한민국으로 넘어오게 되었다. 1950년 한국전쟁 때 소실된 신탄리역 역사는 1961년 11월 지금의 역사로 다시 건립되었으나, 경원선 철도는 더이상 북으로 통과할 수 없게 되어 신탄리역이 경원선의 종점이 되었다. 따라서 분단 이후 서울과 원산을 오가며 사람과 물자를 실어나르던 기차는 신탄리역에서 회차할 수밖에 없었다.

 

  현재는 신탄리역에서 북으로 백마고지역이 신설되어 대광리역과 백마고지역의 중간역이 되어 백마고지역을 기준으로 하면 남쪽으로 두 번째 역인 셈이다. 현재 용산역~신탄리역 사이의 88.8㎞, 경원선 전체구간의 반도 못 미치는 철로만이 살아 있는 셈이다.

 

  2011년 7월 중부 집중호우로 인하여 선로가 유실되어 영업이 전면 중단되었다가 2012년 3월 21일 경원선 통근 열차가 다시 영업을 개시했으나, 2018년에는 연천~백마고지 구간 개량공사, 2019년 4월부터 경원선 복선전철 동두천역~연천역 구간 공사로 통근 열차가 중단되어 하루 46회 대체버스가 운행 중이다.

 

  신탄리역사는 겉보기에는 시골의 간이역처럼 아담하다. 붉은 벽돌과 낮은 지붕의 역건물에서 시골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역 앞에는 신탄리의 유래와 마을 소개 표지판을 설치하여 이곳을 방문하는 이들은 발길을 멈추고 신탄리 마을의 어제와 오늘을 알려준다.

 

 

 

 

  역사 안으로 들어가면 승차권을 판매하는 창구는 막혀 있고, ‘顧客中心生活鐵道’라는 액자가 걸려 있고, 이 지역을 찾아드는 겨울 철새 사진 몇 장, 비무장지대에 멈춰 선 녹슨 철마 사진 시를 적은 액자 등이 걸려 있다. 승객이 없으니 모두가 쓸쓸하다.

 

 

 

 

  그래도 북쪽에 집을 두고 나온 실향민들은 신탄리역을 즐겨 찾았고, 그때마다 분단의 아픔과 철도중단의 안타까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  “돌아서야 할 운명의/ 변방 마을 삼거리에 바람이 분다// 고대산 정상에 눈발이 성성이고/ 죽은 나뭇가지에 앉아 있던/ 검은 새 한 마리 날아가 버렸다.// 낙엽 구르고 억새 서걱이는/ 레일 없는 철길/ 아물지 못하는 전쟁의 탄흔들이/ 아픈 역사를 노래한다.// 북으로 더 못 가고/ 그렁거리던 통일호 열차가/ 잡목숲 산을 돌아 남으로 간다.// 고향의/ 강 하나 산 하나 사람 하나 품고/ 살아온 사람들// 이산의 아픔으로/ 실향의 그리움으로/ 시인의 가슴으로/ 다음 역 이정표 없는 철도 중단역에서/ 머뭇거린다.// 아- 지금은/ 북천을 가리웠던 구름이 바람에 밀려/ 북녘 산하가 햇살에 비추인다.”  -이돈희의 시 <신탄리> 전문

 

 

 

  신탄리역 안에 걸린 시들은 실향민들의 안타까운 마음을 고스란히 말해준다. 혹시 기차가 기적을 울리며 들어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플랫폼으로 나가본다. 역사 한쪽에 신탄리역 쉼터가 있지만 아무도 없다. 시가 담긴 액자가 몇 개 놓였다. 그중 한 구절을 메모해왔다.

 

  “숨을 고르며 달리기를 중단하고/ 아늑한 고대산 품에 안기어/ 한숨 쉬어가는 최북단에 앉은 신탄리역”(조성좌의 ‘신탄리역’ 중에서)

 

 

 

 

  우측으로 슬레이트 지붕을 한 우물 ‘新炭井’도 버려진 듯하고 옛날 농기구 전시장 안에 있는 농기구가 이곳을 찾는 도시인이나 아이들의 교육용으로 전시되고 있을 뿐이다.

 

 

 

  플랫폼 위에 덩그렇게 올라앉은 승객대기실은 텅 비어 휑하니 쓸쓸하고, 남북으로 길게 뻗은 레일은 녹슨 채 누워있다. 플랫폼이 끝난 지점에서 북쪽으로 200m쯤 레일을 따라가면 높이 3m의 ‘철도중단점’ 표지판이 서 있다. 철제 판은 녹이 슬었다. 표지판에 쓰여 있는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글은 분단의 슬픔을 표현한 것이면서 통일에의 염원을 담고 있다. 여기서 휴전선까지는 약 9.5km 떨어진 거리다. 가슴이 먹먹하다.

 

  이제 철도중단점은 2012년 11월 20일 백마고지역이 연장 개통되면서 최북단 역의 타이틀을 백마고지역에 넘겨주게 되었지만, 60년 넘게 달리기를 중단하고 경원선의 중단 역으로 역사에 남게 된 것이다.

 

 

 

 

  신탄리역에는 눈길을 사로잡는 풍경이나 이색적인 체험 거리가 없다. 하지만 추억의 열차, 시골의 한적한 분위기 등 느리게 사는 미학을 다시금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잠시 벤치에 앉아 사색하고, 소소한 옛 기억에 웃음이 절로 나는, 그런 공간이랄까.

 

 

 

 

  신탄리역사에서 나와 마을을 한 바퀴 둘러보기로 했다. 접경지역이라 그런지 마을은 한적했다. 신탄리역 광장 앞 국도변을 따라 상점과 식당들이 포진해 있다. 바로 앞에는 등산 가기 전에 담아가라는 ‘경일수퍼’를 비롯하여, ‘방실매운탕’, ‘평양메밀막국수’, ‘경춘막국수’, ‘호식이치킨’, ‘강변더덕오리’, ‘약수오리’, ‘은사갓주막’ 등이 있다.

 

  지금은 거의 사라지고 없는 다방도 있다. ‘원다방’이라는 곳인데 ‘일상 속 차 한 잔의 여유’를 이라는 문구를 적어놓았다. 지금은 거의 사라지고 없는 다방이 신탄리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재미있다. ‘평화상회’, ‘진흥수퍼’도 보인다.

 

 

 

 

  철도 건널목을 건너에도 식당이 여럿 있다. ‘봉구네’, ‘원조양평손두부’, ‘우렁이랑장어랑’ 등이 있다. 내가 찾아 들어간 ‘우렁이랑장어랑’은 한산한 마을과는 달리 넓은 식당에 손님으로 꽉 차 있었다. 우렁쌈밥을 주문했는데, 우렁이를 푸짐하게 넣은 쌈장을 비롯하여 떡갈비, 달걀찜, 신성한 채소가 입맛을 돋웠다. 동네 맛집으로 동네 사람은 물론 고대산 등산객들도 즐겨 찾는 곳이었다.

 

 

 

 

  특히, 고대산 입구에서 좀 오르면 연천 고대산 캠핑리조트, 고대산 자연휴양림이 있다. 하루를 묵는다면 고적한 산하, 자연의 숲속에서의 밤은 안온(安穩)하리라 생각해 본다.

 

  한나절, 친구와 함께 둘러본 신탄리는 일제강점의 뼈아픈 역사와 동족상잔의 아픔을 되새기기 위해 좋은 곳이었다. 경원선의 마지막 역이었던 곳이라니~ 언제 백마고지역을 지나 휴전선 넘어 원산까지 갈 수 있을지 그 통일의 소망이 철로 위에 아지랑이처럼 번진다.

 

►가는 길

 

  2019년 4월 1일부터 경원선 복선전철 동두천역~연천역 구간 공사로 지금은 열차가 운행을 중지한 상태이므로 동두천역 ~ 백마고지역을 운행하는 빨간색 ‘대체 운송 버스’를 타면 된다. 셔틀버스는 급행과 완행 두 가지기 있는데 어느 것을 타도 된다. 

 *급행 : 동두천역-소요산역- 대광리역- 신탄진역-백마고지 운행

 *완행 : 동두천역-소요산역-초성리역-한탄강역- 전곡역-연천역-신망리역-대광리역-신탄진역-백마고지 운행

 

  또 신탄리역 앞에는 동두천시 및 철원군 방면의 버스가 운행되고 있다. G2001 번 버스는 신탄리역을 출발해 대광리역, 연천터미널, 전곡터미널, 동두천 보산역과 지행역, 의정부 성모병원, 의정부터미널, 의정부역, 회룡역, 망월사역을 거쳐 도봉산역 환승센터까지 운행한다. 신탄리역 기준 오전 4시 30분부터 오후 10시 30분까지 30∼60분 간격으로 하루 23회 운행한다.

 

 

 

 

◎상세정보

 

►주소 : 경기 연천군 신서면 고대산길 4 (신서면 대광리 169-2)

►문의처 : 031-3684-3174(연천 문화관광) / 1544-7788(철도고객센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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