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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문학기행(국내)

요산문학관 탐방, ‘사하촌’, ‘인간단지’의 작가 김정한의 문학세계

by 혜강(惠江) 2022. 4. 8.

 

요산문학관 탐방

 

‘사하촌’, ‘인간단지’의 작가 김정한의 문학세계

 

글·사진 남상학

 

“사람답게 살아가라! 비록 고통스러울지라도 불의에 타협한다든가 굴복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사람이 갈 길 아니다.”

- 김정한의 「산거족」에 나오는 주인공의 말 -

 

 

  1971년 『월간중앙』에 발표된, 요산(樂山) 김정한(金廷漢,1908~1996)의 단편 「산거족」의 주인공 황거칠의 대사 중 하나다. 이 대사는 정의를 위해 분투하는 주인공 황거칠의 말인 동시에 소설가 김정한의 작가정신을 단적으로 표현한 것이기도 하다.

  경남 부산 동래 출신인 요산 김정한은 ‘사람다운 삶’을 추구하는 데 일생을 바친 소설가였다. 일제강점기로부터 이어지는 근대사의 질곡 속에서 그는 각종 고초와 수모를 겪으며 소외된 주변부 인간의 현실에 맞서 싸웠던 지식인이자 평생 지역에서 삶의 텃밭을 가꿨던 작가였다.

 

 

요산문학로를 걷다.

 부산시는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금정구 남산동 일대에 민족문학의 거장 요산 김정한의 삶을 되돌아보고 그의 문학세계를 엿볼 수 있는 '요산 문학로'를 조성하고 생가와 요산문학관을 개관했다.  요산문학관을 탐방하기 위해서는 대중교통을 이용, 지하철 범어사역에서 하차하여 요산문학로를 걸어가며 문학로에 설치한 게시물을 통해 요산의 문학에 대하여 공부하면서 문학로 끝에 자리하고 있는 문학관을 탐방하는 것이 좋다.

  요산문학로는 청룡초등학교에서 요산 김정한 선생의 생가가 있는 요산문학관까지 664m 구간에 걸쳐 요산 선생의 삶과 문학세계를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꾸몄다.  스토리 안내판과 스토리보드, 상징 게이트, 거리상징 조형물, 담장 벽화 등을 만들어 누구든지 이 길을 걸으며 요산 선생의 생애와 작품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요산 김정한의 문학 활동

  요산 김정한은 동래고등보통학교 시절부터 작품 쓰기에 주력하였다. 1928년 『동아일보』에 시 「어느 겨울날」을 발표한 뒤, 일본 유학 시절 유학생회에서 발간하는 『학지광(學之光)』 등에도 시를 발표했다. 그 후 1930년 일본 와세다[早稻田]대학 제일고등학원 문과에 입학, 1931년 『학지광』의 편집에 참여하였다.

 

 

  1932년에 귀국, 경남 양산 농민 봉기사건에 관련되어 투옥되기도 한 그는 1933년 남해보통학교 교사로 있으면서 농민문학에 투신하여, 1936년 단편 「사하촌(寺下村)」이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한다.

  ‘사하촌’은 사찰 소유의 논밭을 빌어 농사를 지으며 가난하게 살아가는 소작농들의 삶의 터전이다. 농민들은 가뭄, 일제의 억압과 착취도 이를 악물고 견디며 살아간다. 하지만 중생을 구제해야 하는 사찰이 일제에 빌붙어 가난한 농민을 억압하고 착취한다. 농민들은 사찰의 논밭에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기 때문에 사찰의 횡포에도 마을을 떠나지도 못한다. 사찰의 횡포를 참다못한 농민들은 이에 저항하며 들고 일어난다.

 

 

  데뷔작이자 대표작이기도 한 「사하촌」은 일제강점기의 불합리한 토지 소유 관계로 인해 궁핍해진 1930년대 농촌의 현실을 고발하고, 이에 항거하여 일어선 농민들을 사실주의적 수법으로 그린 농민 소설의 하나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그는 「사하촌」에 이어 이어서 소설 「옥심이」, 「항진기(抗進記)」, 「기로(岐路)」 등을 발표하였다. 그 후 동아일보사 동래지국을 인수하여 그 일에 관여하다가 '조선교원연맹조직사건', '양산농민봉기사건' 등에 관련되어 두 차례 옥고를 치렀고, 일제의 탄압이 극심해지자 1941년 붓을 꺾었다.

 

 

  광복 후, 1945년 『민주신보』 논설위원, 1947년 부산중학교 교사, 1949년 부산대학교 강사를 지냈으며, 1950년 부산대 문리대 조교수가 되었다. 1959년 『부산일보』 논설위원, 1960년 부산대 문리대 문학부장을 지내다가 1961년 5ㆍ16쿠데타를 비판하다 교수직을 박탈당했다가 1965년 복직되는 수난을 겼었다.  1966년 단편 「모래톱이야기」를 시작으로 다시 펜을 들게 되는데, 이 작품은 토지를 둘러싸고 불합리한 관계가 지속되는 현실을 폭로한 작품이다.

 

 

  문제작으로 평가된 「수라도」(1969)역시 낙동강 하류의 어느 농촌에 자리 잡은 허 진사(許進士)댁 며느리인 가야부인을 중심으로 5대에 걸친 가족사를 통해 우리 민족의 수난과 저항의 역사를 전형적으로 보여주었다.

 

 

  이후 「인간단지(人間團地)」 (1971) 등을 통해 박정희 정권의 무리한 근대화정책 강행에 희생당하는 서민들의 삶을 고발하는가 하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폭로한 「오키나와에서 온 편지」를 쓰기도 하였다.  1978년 발간한 수상록 『낙동강의 파숫군』의 제목 그대로 평생 고향 부산을 떠나지 않았던 그는 작품마다 자신의 고향인 낙동강을 배경으로 삼아 향토애를 형상화하였다.

  작품집으로 일제강점기에 발표했던 작품을 묶은 『낙일홍』, 1966년 문단복귀 이후의 작품을 묶은 『인간단지(人間團地)』 외에 문고판 『수라도·인간단지』, 『김정한소설선집』, 『사밧재』 등이 있다. 그밖에 한 편뿐인 장편소설 『삼별초』 등이 있다.

 

 

  1969년 한국문학상, 1971년 대한민국 문화예술상을 받았으며, 1976년에는 은관문화훈장을 받았고, 1994년 심산(心山)상 문학 부문을 수상하였다. 1974년 정년퇴직 후 진보적 문학가들의 단체인 자유실천문인협의회의 고문과 1987년 그 후신인 민족문학작가회의 초대 의장을 역임했다. 1996년 89세를 일기로 타계한 그의 장례는 부산 남천성당에서 사회장으로 치러졌으며, 신불산 공원묘지에 영면했다.

  한국문학사에 뚜렷한 업적을 남긴 그를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요산기념사업회는 작가 김정한을 기념하고 그의 문학을 기리기 위해 1998년 ‘요산문학제’를 제정한 것을 비롯하여 2003년 요산 생가를 복원하고 2006년에는 요산 생가 옆에 요산문학관을 개관하고 일반에 개방됐다.

 

요산문학관의 이모저모

 

 

  요산문학관은 작가 김정한의 문학 정신과 민족정신을 계승, 발전, 육성시키고 지역문화 발전과 시민 정신을 함양하기 위하여 2006년 11월 20일 건립한 문학관이다. 요산 문학관의 장점은 요산의 생가가 있던 자리에 복원되어 역사성 및 상징성이 매우 강하다는 점이다.

 

 

  문학관 입구에 들어서면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는 공간이라는 느낌이 든다. 넓은 마당을 사이에 두고 좌측으로는 생가가 정면에는 선생의 흉상 뒤로 문학관이 한눈에 들어온다. 정면 네 칸에 팔작지붕의 단아한 기와집으로 잘 복원된 생가에는 아직 요산이 기거하는 것과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요산문학관은 662의 부지에 지하 1, 지상 3층 건물로 이루어져 있다. 1층은 북카페와 관리실, 2층은 전시실과 도서실, 3층은 창작실로 나뉘어 있다.

 

 

  1층 피로티 공간에는 벙거지 모자를 눌러쓴 요산의 대형 사진이 걸려있는데 마치 옆집 할아버지 같은 정겨운 표정이 인상적이다. 너그러운 웃음 가진 옆집 할아버지의 모습이지만, 민중을 선동하는 요주의 작가로 지목될 만큼 평생을 민족의식 고취에 남다른 의욕을 보였다.

 

 

  그 옆으로 보이는 글귀는 골목 벽화에서도 거듭 보이던 “사람답게 살아가라”였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지나며 권력에 빌붙어 불의를 일삼는 사람들을 향해 그의 소설 속 주인공은 ‘사람답게 살아가라’고 일침을 놓는다.

  문학관 내부로 들어가면, 먼저 북카페가 맞이한다. 관람객이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다. 관람객이 원하면 문학관에 대해 간단한 설명도 해주고, 문학관에서 이루어지는 주요행사 등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어 요산 문학관에 대해 이해를 도와준다.  북카페를 나와 문학관의 세부공간을 둘러보기 위해 2층으로 올라갔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요산의 사진과 함께 “무청 긴 어둠의 날들을 살아온 셈이지만 밝고 곧은 것에 대한 희망을 포기해 본 적이 없다”라는 글이 선명하다.

 

 

  2층 전시실은 은 요산의 삶과 문학세계를 조명하고 있는 곳이다. 요산의 일대기와 요산의 120여 점의 유품, 요산의 작품 세계를 설명하는 자료들이 패널과 전시대를 통해 보여주고 있고, 육성 및 생전 인터뷰 등이 담긴 영상 자료 등을 갖추고 있다. 또 한쪽 공간은 요산의 서재 공간을 재현하여 요산이 사용하던 휠체어와 책상, 육필원고 등이 전시되어 있다.

 

 

  전시실과 바로 인접하여 도서관이 자리를 잡았다. 이곳에는 1만3000여 권의 장서들이 비치되어 있고, 80여 석의 열람석을 갖췄다. 특별히 부산·경남 작가의 코너가 따로 마련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3층에는 일반인이나 문인 등이 이용할 수 있는 집필실이 있고, 지하 1층에는 대관이 가능한 강당과 다목적실이 있다.

  현재 문학관에서는 요산문학제를 비롯, 요산문학기행, 요산백일장, 작가와의 만남 등의 행사를 기획, 운영하고 있다. 이주홍문학관, 추리문학관과 함께 부산의 3대 문학관으로 지역문화의 요람이 되고 있다.

 

 

 

◎상세정보

▻주소 : 부산 금정구 팔송로 60-6 (남산동 662)

▻전화 : 051-515-1655

▻관람 : 화~일 10:00~17:00

▻휴관 : 매주 월요일

▻주차 : 주차장 협소(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함)

▻교통

-시내버스 이용 시 : 장전역에서 80번 버스를 타고 남산동 하차하여 요산문학관 이정표 따라 골목으로 도보 이동하거나 범어사입구 방향 49-1번 버스를 타고 남산동농협 하차하여 청룡초등학교 정문을 지나 10분 도보로 이동하면 된다.

-지하철 이용 시 : 노포동 방향 1호선 지하철 범어사역 하차하여 1번 출구로 나 청룡초등학교 정문 지나 10분 정도 도보로 이동하면 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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