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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문학기행(국내)

낙동강문학관, 낙동강 변 상주에 꽃 핀 문학의 향기

by 혜강(惠江) 2022. 4. 2.

 

낙동강문학관

 

낙동강변 상주에 꽃 핀 문학의 향기

 

 


글·사진 남상학

 

 

 

 

 

 

 

  “강은/ 과거에 이어져 있으면서/ 과거에 사로잡히지 않는다. // 강은/ 오늘을 살면서 미래를 산다./⃫ 강은/ 헤아릴 수 없는 집합이면서/  단일과 평등을 유지한다.// 강은 스스로를 거울같이 비춰서/ 모든 것의 제 모습을 비춘다.//⃫ 강은/ 어느 때 어느 곳에서나/ 가장 낮은 자리를 택한다.(하략)”    - 구상의 「강 16」에서

 

 

 

 

 

 

 

  그렇다. 강(江)은 과거이면서 현재이고 미래인 것이다. “강은 스스로를 거울같이 비춰서 모든 것의 제 모습을 비춘다.”라고 한다. 빼어난 정취를 자랑하는 자연과 인문이 조화를 이룬 낙동강이 과거에 이어 요즘 새롭게 주목받는 이유이다.

 

  일찍이 낙동강은 심원한 정신문화의 꽃을 피웠다. 영남지방의 거의 전역을 휘돌아 남해로 들어가는 낙동강은 가야와 신라 천 년간의 민족의 애환과 정서가 서려 있고, 조선 시대에는 강을 동서로 하여 퇴계학파와 남명학파가 쌍벽을 이루면서 영남학파의 학맥이 만들어져 조선 유학을 주도하였으며, 임진왜란과 6·25전쟁의 비극을 간직하고 있으며, 오랜 세월 동안 영남인들의 삶의 젖줄이 되어왔다.

 

 

 

 

 

  흔히들 ‘낙동강 칠백 리’라고 할 때의 낙동강 칠백 리의 시발점에 조선 시대 경상감영이 있던 문학의 고장 상주가 있다. 조선 초기의 역사지리지인 『동국여지승람』에는 낙동강을 ‘낙수(洛水)’ 혹은 ‘낙동강’이라고 썼고, “낙동강은 상주의 동쪽 36리에 있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18세기 이긍익이 지은 『연려실기술』에도 ‘낙동강은 상주의 동쪽을 말함이다’라고 적고 있다.

 

  이런 배경으로 낙동강 강변인 상주에 세운 낙동강문학관에서 어제와 오늘을 아우르며 꽃을 피워온 낙동강 문학의 발자취를 더듬어 보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낙강시회(洛江詩會)’의 터전

 

 

  각종 문헌과 보고에 따르면 옛 선비들은 상주의 낙동강 선상과 누각(관수루), 경천대 도남서원 등 약 40리 구간에서 뱃놀이를 겸한 '낙강시회(洛江詩會)'라는 시회를 열었다.

 

  '낙강시회'는 1196년(고려 명종 26년) 최충헌의 난을 피해 상주로 피신한 고려 시대의 명문장가 백운 이규보(李奎報·1168~1241)의 시회로부터 1862년(조선 철종 13년) 서애 류성룡의 9세손인 계당 류주목(柳疇睦)의 시회까지 기라성 같은 학자와 선비들이 모여 경북 상주 낙동강 변에서 666년간 51회가 있었다고 전해온다.

 

  현존하는 공동시문집은 『낙강범월시(洛江泛月詩:임술범월록의 별칭)』가 있으며 『낙강범월시』는 강에 달 띄우고 뱃놀이를 겸한 시회를 통해 171년 동안 같은 공간에서 같은 제재(뱃놀이시회)로 대를 이으며 창작해 온 8회의 작품을 한 책자에 기록하여 도남서원에 갈무리해 온 시집이다.

 

  도남서원은 정몽주, 김굉필, 정여창, 이언적, 이황 선생을 봉안하고 있다. 상주 낙동강의 관수루 누각에는 이규보, 주세붕, 안축, 유호인, 김종직, 김일손, 권오복, 이황, 권상일, 허전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역대 대학자들이 시와 비문을 남겼다. 길이 22.47m의 낙유첩(洛遊帖) 복사물은 경천대에서 관수루에 이르는 4~5십 리 구간을 뱃놀이한 그림이다.

 

 

 

 

 

 

'낙강시회'의 전통을 이어가는 낙동강문학관

 

 

  상주시는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유서 깊은 낙동강 문학을 새롭게 조명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2016년 경천섬 인근에 상주 '낙동강 문학관'을 개관했다. 낙동강을 사이에 두고 도남서원과 마주하고 있다. 상주 낙동강의 명물인 경천섬과 상주보, 낙강교 등이 한눈에 조망돼 최고의 풍광을 자랑하는 곳이다.

 

  대지 2천552㎡ 건평 405㎡의 규모의 기역(ㄱ)자의 아담한 문학관은 전시실 외에 다목적·기획실, 사무실, 창작실, 도서실을 갖췄다.  낙동강문학관은 특정 시대와 한 사람을 기리는 곳이 아니라 고려말에서부터 조선조를 꿰뚫는 장구한 기간에 그때마다 뜨겁게 생애를 마친 선비들을 모시는 문학의 전당이 다.

 

  나아가 낙동강문학을 정립하고 상주문학의 진수를 보여주는 공간이다. 여기서 낙동강문학이란 상주 낙동강을 소재로 하여 창작된 문학 작품을 망라하여 총칭하여 이르는 개념이다.

 

 

 

 

 

 

◎ 중앙홀, 낙동강의 3대 루와 누정문학

 

 

  낙동강문학관 중앙홀에는 낙동강 32대 누(樓)인 안동의 영호루와 의성 관수루, 밀양 영남루 등 낙동강 3대 누(樓)에서 피어난 누정문학의 작품 9편을 동영상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

 

 

 

 

 

  옛 선비들은 풍광이 좋은 곳에 누정(樓亭, 정자)을 지어 아름다운 자연을 즐겼다, 누정은 휴식과 풍류 생활, 시문 창작, 교류의 공간이었다. 오래된 누정에서 역사와 인물들의 발자취를 더듬을 수 있으며, 시문의 향기를 맡을 수 있다. 우탁, 정도전, 이황, 김종직 등 아홉 분의 시문을 감상할 수 있다.

 

  "나는 용이 하늘에서 맑은 구슬을 희롱하다가 / 멀리 영가고을 영호루에 떨어뜨렸구나. / 밤 경치 구경코자 불 밝힐 일 따로 없네. / 신기한 광채가 물가를 만 길이나 비추네." (飛龍在天弄明珠 遙落永嘉湖上樓 夜賞不須勤秉燭 神光萬丈射汀洲 -삼봉 정도전의 「제영호루(題暎湖樓)」

 

 

 

 

 

 

   "낙동강 물은 우리 남국의 자랑 /  뭇 강물의 으뜸이라네 / 누각 이름은 묘리의 깨달음을 알게 하고 / 지세는 웅대하게 분리됨을 보여 /  들은 넓어 안개가 나무숲에 엉기고 / 강물은 맑아 비온 뒤 구름이 걷히었네. / 총총히 역마를 재촉해 달리니 / 공문을 좇아 전하기 때문일세"

   (洛水吾南國 尊爲衆水君 樓名知妙悟 地勢見雄分 野濶煙凝樹 江淸雨捲雲 怱怱催馹騎 要爲趁公文) -퇴계 이황의 「題詠詩 洛東觀水樓」

 

 

 

 

 

 

  앞의 시는 조선 개국 1등 공신이었던 삼봉 정도전의 시 ‘제영호루(題暎湖樓)’이며, 뒤의 시는 퇴계 이황의 「제영시 낙동관수루(題詠詩 洛東觀水樓)」이다. 이들 노래는 낙동강 변의 누정이 우리나라의 고유 문학사에 어떤 위치에 있는가를 보여준다.

 

 

◎낙동강과 상주문학

 

 

  제1실은 ‘낙동강과 상주문학’을 보여주는 곳이다. 낙동강은 자연과 인문의 조화로 빛나는 문학을 남겼다. 창석 이준(李埈)은 『낙강범월시서(洛江泛月詩序)』에서 “이 땅은 참으로 책 많고 현인이 많았던 고장이요, 신선이 살았던 고을”이라고 말한 것처럼 낙동강은 문학의 현장이다.

 

  허실생백(虛室生白)의 소탈한 삶을 보여준 허백정虛白亭) 홍귀달(洪貴達)을 비롯하여 상주의 낙동강 문학인 16명의 시문을 소개하고 있다. 낙동강을 영감의 원천으로 활동한 역대 영남 문학인들의 시, 소설이 실린 각종 출판물을 살펴볼 수 있다.

 

  특히, 조선 후기 이경유(李敬儒, 1750~1821)의 시평집인 『창해시안(滄海詩眼)』과 최초의 한글 소설로 평가받는 『설공찬전(薛公瓚傳)』을 지은 난재(懶齋) 채수(蔡壽, 1449~1515) 선생에 대한 소개가 있다.  『설공찬전』은 1511년(중종 6) 무렵 채수가 상주시 함창의 쾌재정에 머물면서 쓴 고전소설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소설로 알려진 허균의 『홍길동전』보다 100년이나 앞선다고 하니 놀랍다.

 

 

 

 

 

 

◎낙강시회실

 

 

  제2실 ‘낙강시회’실에는 700년 시(詩)놀이 낙강시회를 잇는 낙강시제가 소개돼 있다. 낙동강을 중심으로 1196년 이규보의 시회(詩會)로부터 1862년 류주목의 시회까지 666년 동안 51회의 시회가 있었다. 낙동강과 상주문학의 연관성이 나타나는 역사적인 ‘낙강시회’에 대해 연대별로 자세히 소개하고 있으며, 정도전, 김흔, 이황, 권상일, 김종직, 이색, 문익점 등 기라성 같은 학자들의 시를 소개하고 있다.

 

  1622년 임술년에 기록한 한시첩 『낙강범월록(洛江泛月錄)』의 시 정신을 이어받아 2002년에 재현한 낙강시제와 이후 매년 발간한 시선집 ‘낙동강’을 통해 시(詩) 공간의 확대와 심화를 볼 수 있다.  그리고 1862년 낙강시회의 시문과 풍경을 그린 『합강선유록』(22.47m)이 옛일을 되살리고 있다. 그때와 지금의 문인들이 느끼고 표현한 낙동강은 어떠한가를 비교해보는 것도 흥미롭다.

 

 

 

 

 

 

◎‘동시(童詩)의 마을‘ 상주

 

 

    다목적기획실에서는 『동시의 마을』(1963. 서울 배영사) 상주 어린이 현상 당선작품집이 알려주듯, 한국 아동문학의 보고요, 보금자리로서 빛나는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실체를 볼 수 있다.  2015년을 전후하여 ‘동시의 마을 상주’를 일군 신현득, 김종상 시인을 비롯해 22명 상주 아동문학가의 약력과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또한, 근현대 상주문학의 현황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낙동강문학관에서는 낙강시회를 ‘낙강시제’로 개칭하여 재현하고 있으며, 상주문학을 비롯한 낙동강 문학 창출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 일을 주도하고 있는 이는 낙동강문학관 관장으로 있는 박찬선 시인이다.

 

 

 

 

▲낙동강문학관 관장 박찬선 시인

 

 

 

  박찬선 시인은 경북 상주 출생으로 1976년 『현대시학』을 통해 등단했으며. 저서로 시집 『상주』, 『우리도 사람입니다』, 『길은 발자국을 남기지 않는다』, 『물의 집』 등이 있다. ‘흙의 문학상’, ‘한국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사)한국문인협회 경북지회장, (사)한국문인협회부 이사장 역임했다.

 

 

 

 

 

 

  문학관을 둘러보고 나오니 앞뜰에서 바라보는 낙동강 풍광이 매우 아름답다. 유유히 흘러가는 낙동강 물줄기 뒤로 경천섬이 떠 있고, 주탑을 높이 세운 채 회상나루에서 경천섬까지 이어지는 낙강교가 멋진 풍광을 자아낸다.

 

 

 

 

 

 

  수상 둘레길, 배는 보이지 않지만 끝없는 수상 산책로가 이어진다. 약 1km 길이 뜬 다리 산책로로 시원하게 강 풍경을 즐길 수 있다. 비봉산 중턱에는 현대식 전망대도 설치돼 있다. 두루미를 형상화한 ‘학전망대’다. 이곳에서는 왼편으로 경천섬이 길쭉하게 펼쳐지고, 장대하게 흐르는 낙동강 물줄기가 파노라마로 연결된다.

 

 

 

 

 

◎상세정보

 

 

▻주소 : 경북 상주시 중동면 갱다불길 100 (중동면 회상리 765)

▻전화 : 054-531-0120 (문학관) / 054-537-6092(상주시청 관광진흥과)

▻운영 : 화~일(오전 9:00~18:00), 월요일 휴관

 

 

 

♣탐방일 : 2022. 3. 29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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