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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여행기 및 정보/- 서해

서산 웅도, 가로림만 안의 고즈넉한 풍경을 지닌 섬

by 혜강(惠江) 2021. 12. 11.

 

서산 웅도 (熊島)

 

가로림만 안의 고즈넉한 풍경을 지닌 섬

 

 

글·사진 남상학

 

 

 

 

 

 

  “살기 점점 더 덤덤해지면,/ 부음(訃音)이 겹으로 몰려올 때/ 잠들 때쯤 죽은 자들의 삶이 떠오르고/ 그들이 좀 무례하게 앞서갔구나 싶어지면,/ 관광객도 나대지 않는 서산 가로림만(灣)쯤에 가서/ 썰물 때 곰섬(熊島)에 건너가/ 살가운 비린내/ 평상 위에 생선들이 누워 쉬고 있는 집들을 지나/섬 끝에 신발 벗어놓고/ 갯벌에 들어/ 무릎까지 뻘이 차와도/ 아무도 눈 주지 않는 섬 한구석에 잊힌 듯 꽂혀 있다가/ 물때 놓치고 세상에 나오지 못하듯이.”

 

 

  이 시는 시인 황동규의 ‘소유언시(小遺言詩)’의 일부이다. 서산 웅도는 서산에서 북서쪽으로 16㎞, 대산읍 대로리 통계 마을에서 약 750m 거리에 있는 섬이다. 세계 5대 갯벌 가운데 하나인 서해 갯벌 중 보존상태가 가장 양호한 가로림만 내에 있는 여러 도서 중 가장 큰 섬이다.

 

  코로나 감염병으로 2년 넘게 시달리면서, 살기 점점 덤덤해지던 어느 날 가로림만 한끝에 자리 잡은 웅도(곰섬)로 향했다. 곰이 웅크리고 있는 형상을 닮아 웅도(熊島)라는 이름이 붙여졌지만, 웅도는 지난 2016년부터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휴가철 가보고 싶은 섬에 2년 연속 선정되었고, 2020년 비대면 관광지 100선에 뽑힌 명소로 널리 알려지면서 주말에는 많은 관광객이 찾아들고 있다.

 

  이근숙 시인은 “새끼 잃은 어미 곰 한 마리 울고 있어 곰섬인가/ 자식 버린 어미가 곰섬에서 울고 있네”라고 노래했다. 드넓은 갯벌에 고립된 섬은 적막하기 그지없어 울기보다는 마치 오수에 졸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웅도로 가는 길

 

 서산-대산읍-대호방조제로 이어지는 29번 도로에서 ‘웅도리’ 표지판을 따라 들어가면 마치 숲속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울창한 소나무 사잇길을 통과한다.

 

  반대편에서 차라도 오면 대책이 서지 않을 정도로 길이 좁다. 하지만 상쾌한 소나무의 향기가 이를 보상하는 듯 싱그럽다. 언제 섬이 나타날지 궁금하게 여기며 숲속 길을 지나자 갑자기 터널을 통과한 것처럼 시야가 확 트이고 드디어 웅도의 모습이 드러난다. 뭍에서 불과 700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육안으로 봐도 가깝다.

 

  조수간만의 차에 따라 육지와 연결되거나 섬이 되는 웅도는 하루 두 번 간조 앞뒤로 바닷길이 열린다. 이때만 200m 길이의 잠수교를 이용해 섬을 드나들 수 있다. 주민들이 '유두교'라고 부른다.

 

  하루에 2차례씩 다리가 물에 잠겨 4~5시간 동안 건널 수 없다. 밀물이 들어 다리가 잠기길 때에는 물길이 열리기를 기다리거나, 아니면 선박을 이용해야 갈 수 있다. 물때를 알려면, 국립해양조사원에서 발표하는 '바다 갈라짐' 시간을 인터넷에서 확인해야 한다.

 

  다행히 썰물 때여서 자동차로 다리를 쉽게 건널 수 있었지만, 폭이 3m도 채 되지 않는 다리여서 차가 지나가려면 양쪽에서 눈치를 보다가 교대로 한 대씩 건너야 하는 불편을 겪어야 한다.

 

 

 

 

 

고즈넉한 마을, 웅도의 이모저모

 

  섬에 들어서자마자 반기는 것은 우뚝 선 석상. 석상에는 “환영합니다. 바지락·굴·낙지의 고장 웅도리”라는 글이 새겨져 있다. 이 글로 보아 웅도는 바지락·굴·낙지의 산지로 유명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웅도는 고조선의 왕 후예들이 정착하였던 곳으로 추정되는 곳이다. 당산의 제단 주위에는 수백 그루의 아름드리 노송들이 있는데, 이를 먼 곳에서 바라보면 마치 섬의 배꼽처럼 보인다고 하여 주민들이 이 섬을 ‘배꼽섬’이라고 부른다.

 

 

 

 

  웅도의 면적이 면적이 68㎢에 불과한 작은 섬 웅도의 최고지점은 경사가 완만한 86m의 구릉지로 이루어져 있다. 해안은 대체로 드나듦이 단조로우며, 간석지가 발달해 있다.

 

  마을은 남쪽 해안가에 분포한다. 50가구, 120여 명의 주민이 장골 마을, 큰골마을, 큰마을, 동편마을 등 네 개의 구역으로 나뉘어 살고 있다.

 

  멀리 펼쳐진 웅도 앞바다에는 드넓은 갯벌이 지평선을 이루고 있다. 썰물에 드러난 갯벌은 평야를 방불케 할 정도로 넓다. 주민은 대부분 어업과 농업을 겸하나 어업에 주력하는 편이다. 따라서 섬 주민의 주 수입원은 갯벌서 캔 바지락, 굴, 낙지 등 바다에서 나는 것들이다. 따라서 소득원을 올리기 위하여 웅도 어촌체험 마을을 운영 중이다.

 

 

 

 

 

  선착장으로 가는 길에 문화재로 보이는 한옥 건물이 나온다. 김해 김씨 사당이다. 조선 인조 때 김자점(金自點)이 역적으로 몰려 귀양을 온 섬이라는 유래와 함께 현재까지 보존되어 왔다. 지금도 주민의 절반 이상이 김해 김씨이다.

 

 

 

 

 

 

  또 웅도에는 큰골 서편 야산 기슭의 소나무 숲속에 수령 400여 년 된 소나무가 있다. 이 웅장한 모습의 반송은 외부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현지인들에게는 마을의 수호신으로 섬겨지고 있다. 한 뿌리에서 보리수처럼 수십 가닥 줄기가 뻗어 나간 모습이 살아 있는 나무 정령 같아 신비스러운 느낌마저 든다.

 

 

 

 

  또한, 선착장에서 북서쪽으로 30m 떨어진 지점에 있는 바위들은 선캄브리아시대 규암 층으로 12억 년의 시간을 간직한 지질학 교과서가 되어 준다. 엄청난 퇴적암과 함께석회암, 규암 등을 볼 수 있어서 각종 지질 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

 

 

 

 

 

웅도를 찾는 사람들

 

 

  웅도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대체로 세 가지 매력 때문에 찾아온다. 그 첫째는 낚싯꾼들이다. 웅도는 해안선의 굴곡이 심하고 수심이 얕아 어류 산란장으로 적합하며, 봄여름에 제주 난류의 북상에 따라 많은 난해성 어족이 모여든다. 봄에는 도다리, 여름엔 우럭, 가을에는 붕장어가 많이 잡힌다.

 

  둘째는 바다체험, 즉 바지락 캐기, 낙지잡이, 망둥어 낚시, 고둥 줍기, 족대 체험 등 어촌체험을 위해 온다. 전국 1위 어업 공동체답게 웅도는 주민이 주도적으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갯벌 한구석에 관광객들이 직접 조개 등을 캘 수 있도록 웅도 어촌휴양마을 체험수련관도 만들어 놓았다.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들이 주로 고객이 된다.

 

 

 

 

  또 하나는 웅도의 아름다운 해안 풍경을 즐기며 걷는 사람들이다. '모세의 기적'을 연출하는 다리를 지나 본격적으로 섬에 들어서면 야트막한 언덕에서 내려다보이는 바다가 너무도 정겹다.

 

  섬 둘레가 5㎞밖에 되지 않아 해안도로를 타고 한 바퀴 둘러보는 데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해안도로를 따라 나무로 만들어진 '조망 데크'가 설치되어 해안에서 바다 풍경을 감상하기에 좋다. 넓게 드리워진 갯벌이며, 바다 저편에 떠 있는 고파도, 조도 등 귀여운 섬들이 내려다보인다.

 

 

 

 

 

  갯벌에 기대 살아가는 칠면초의 자줏빛은 이국적인 정취마저 느끼게 한다. 바닷물이 빠진 자리에 덩그러니 남은 배도 훌륭한 피사체가 된다.

 

 

 

 

  웅도는 잠시 들렀다가 나가기보다는 느긋하게 하룻밤이라도 묵어가기에 좋은 휴양지이다. 고즈넉한 어촌 분위기 속에서 바다 향기를 맡으며, 드넓은 가로림만으로 지는 석양의 아름다움을 추억으로 간직하고 싶다면 말이다.

 

 

 

 

 

◎상세정보

 

 

◯웅도 잠잘 곳

 

웅도 어촌휴양마을 체험수련관(010-8800-2992), 웅도 체험 휴양마을 펜션

웅도 스토리펜션(041-669-2535), 웅도 하우스(010-3959-5677)

키토산 민박(010-6435-8916), 웅도 민박(010-2252-8842)

 

 

 

 

 

◯웅도 먹을 곳

 

  웅도 내에는 식당이 없다. 숙박하는 사람은 숙소에 부탁하여 해결할 수 있다. 하루 다녀올 사람이라면 준비해 가든지,   미리 식사하고 들어가거나 나와서 해야 한다. 주변 식당으로는

  웅도낙지 : 낙지볶음 / 서산시 대산읍 탑골1길 19-14, 041-663-8497

  명지 해물찜 칼국수 : 칼국수 / 서산시 대산읍 물안2길 6, 041-662-3938

  서산꽃게장 : 꽃게장 / 서산시 한마음5로 97, 041-665-8829

  대도관 : 한정식 / 서산시 부춘3로 19, 041-666-0333

  진국집 : 게국지 / 서산시 관아문길 19-10(읍내동 1-7), 041-664-4994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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