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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및 정보/- 서울

양재천 예술제, 자연과 인간 그리고 문화의 하모니

by 혜강(惠江) 2021. 11. 2.

 

양재천 예술제

 

자연과 인간, 그리고 문화의 하모니

 

 

글·사진 남상학

 

 

 

 

 

 

  나는 개포동에 살면서 양재천의 혜택을 크게 받고 살았다. 40년 가까이 개포동에 살면서 양재천은 내 집 앞마당 구실을 했다.

 

  아이들이 자랄 때는 아이들과 놀던 놀이터였고, 중년에는 아침저녁 명상을 위한 산책길이었다. 나이 들어 직장에서 은퇴한 다음에는 건강을 다지는 걷기 운동의 장소이기도 하다.

 

  최근 2년간 코로나 팬데믹으로 마음 놓고 외출을 하지 못하는 날이 계속되자 내가 갈 수 있는 곳이라곤 양재천밖에 없었다. 아파트에만 박혀 있을 수 없을 때니까 양재천은 나의 유일한 탈출구가 되었던 셈이다.

 

 

 

 

  이러한 사정은 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너도나도 마스크를 쓰고 양재천을 걷는 사람들의 물결을 보고 있노라면, 만약 양재천이 없었다면 어찌했을까 괜한 염려가 들 때도 있다.

 

  양재천은 과천의 관악산 남동쪽에서 물줄기가 시작하여 서울 서초구와 강남구를 거쳐 탄천으로 흘러든다. 이름이 양재천인 것은 아마도 서초구 양재동을 관류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일 것이다.

 

 

 

 

  나의 걷기 코스는 집에서 가까운 영동5교에서 출발하여 서초동 쪽으로 올라간 다음 다시 탄천까지 내려왔다가 온다. 강남구와 서초구 담당 지역을 두루 걷는 셈이다.

 

  걷는 길은 양재천을 사이에 두고 남북으로 세 개씩 여섯 개의 길이 나 있다. 맨 아래 하천길, 맨 위의 둑방길, 그 사이의 중간 길이 있어 자기가 원하는 길을 걸으면 된다. 하천길은 자전거도 일방 통행할 수 있는 길이다.

 

  해가 뜨는 방향에 따라 그늘진 곳을 찾아 걷기도 좋고, 홍수가 나서 양재천 아랫길이 잠기면 중간 길이나 윗길을 걸어도 되니까 얼마나 편리한가.

 

  또 양재천의 가로지르는 다리는 과천 지역을 포함하면 돌다리를 빼고서도 무려 15개가 넘는다. 같은 길이 싫증 나면 양재천을 건너서 반대편 쪽 길을 걸을 수도 있다.

 

 

 

 

 

  영동 4교(개포동 쪽) 아래에는 농구코트가 있고, 영동5교 근처부터 대치교까지는 다양한 운동기구가 비치된 공원이 주변에 잘 마련되어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그런가 하면, 지금은 코로나 문제로 잠정 중단하고 있으나 가을철이면 다리(영동 3교~6교 아래에서는 각종 음악 공연이 열린다.

 

  영동 4교와 5교 사이 남측(개포동 쪽)에는 벼농사 체험장이 있다. 벼농사 체험장은 봄에는 개구리 부화장으로 사용되고, 벼가 익을 때는 참새를 쫓는 허수아비를 세워 색다른 풍경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겨울에는 얼음썰매장으로 활용된다. 도심에서 보기 어려운 것이 농촌 풍경이 양재천에 재현되는 셈이다.

 

  모든 길에는 적당한 거리를 두고 벤치를 설치하여 걷다가 힘들면 쉬었다 갈 수도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야간에도 걸을 수 있도록 조명(가로등)을 설치하여 불편을 없앴다. 곳곳에 화장실도 있고, 수도 시설도 있으니 그만큼 편리하다.

 

  하지만 내가 양재천을 좋아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환경오염 시대에 양재천에는 깨끗한 물이 흐르기 때문이다. 구청에서 공을 들여 양재천으로 흘러드는 생활 오·폐수의 유입을 막아 친환경 생태천으로 바꾼 것이다.

 

 

 

 

 

  각종 물고기가 노닐고, 오리와 학이 함께 살림을 차렸다. 잉어가 봄철 산란을 위해 양재천으로 올라올 때는 그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너구리가 살았으나 감염병을 옮긴다고 하여 추방하는 바람에 볼 수 없게 되어 좀 아쉽다.

 

  그런가 하면, 양재천 양쪽으로 나무와 풀을 심고, 꽃도 잘 가꿔서 철 따라 꽃을 피운다. 유자꽃, 메밀꽃, 해바라기, 코스모스, 억새 숲, 갈대숲, 핑크뮬리 군락이 저마다의 자태를 자랑한다.

 

  그런 점에서 양재천은 자연 친화적인 도심형 생태공원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손꼽힌다. 2015년 12월 23일 서울시는 양재천을 도심 공원으로서 보전가치가 있다는 이유로 미래유산으로 선정하였다.

 

 

 

 

 

  그런데 요즘, 서초구 구간(영동 1교~영동2교)에 조각 작품들이 들어섰다. 2년 전에는 강남구 구간에 설치한 적이 있었는데, 인간과 자연이 어울리는 자연 친화적 공간에 예술을 도입한 것이다.

 

  양재천의 흐드러지는 코스모스와 갈대숲 앞에서 열리는 ‘양재천 예술제’는 주민들이 일상생활 공간에서 문화예술을 접하고 직접 참여하면서 생기 넘치는 가을을 보낼 수 있도록 기획한 것이다.

 

  이러한 시도는 자연과 인간, 그리고 문화가 한데 어우러져 양재천이 단지 쉼터가 아니라 품격 높은 문화의 공간으로 변신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다. 비록 영구적인 것은 아닐지라도 잠시 문화 욕구를 채워줄 수 있다는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나는 오늘도 양재천 길을 걸으며 무한한 행복감을 느낀다. 양재천을 옆에 끼고 살아온 40여 년의 삶이 모두 그랬다. 양재천 낙엽의 거리에서 낙엽을 밟으며 돌아오는 발길이 가벼운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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