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송정해변
명품(名品) 소나무 숲길을 걷다.
글·사진 남상학
강릉 사는 친구의 초청으로 강릉을 방문했다. “벗이 있어 먼 곳으로부터 찾아오면 또한 즐겁지 않겠는가?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공자 학이편)”라는 말이 있듯이, 친구는 강릉을 찾아간 우리를 극진하고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강릉에 도착한 우리는 먼저 김시습기념관을 둘러보았다. 김시습은 최초의 한문 소설 「금오신화」를 쓴 사람이며, 생육신의 한 사람이다. 기념관은 전통 한옥의 멋스러움을 지녔고, 내부 전시관의 전시물은 그의 삶과 문학을 엿볼 수 있는 내용으로 꾸몄다.
그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송정해변, 소나무 숲길을 걷기로 하고 경포-강문해변 길을 달려 송정해변에 도착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먼저 푸른 물이 넘실거리는 백사장으로 향했다.
넘실거리는 푸른 바다가 코로나로 옴츠러들었던 마음을 단숨에 풀어주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흰 모래가 깔린 긴 백사장 역시 바다 물결에 내맡긴 듯 누워 있어 해방감의 극치를 더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송정해변의 자랑거리는 명품 소나무 숲이다. 해변이 온통 무성한 소나무 숲으로 둘러싸여 그 어느 해변보다도 아담하고 한적하여 아름다운 해변 풍경의 진수를 보는 듯했다.
이 숲은 고려 충숙왕의 부마 최문한(崔文漢)이 송도에서 강릉으로 올 때 가져와 심은 여덟 그루의 소나무가 자라기 시작하면서 생긴 것으로, 처음에는 이곳을 ‘팔송정’이라 부르다가 그 후 ‘송정’으로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소나무가 어찌나 울창한지 입구에서부터 굽은 소나무들이 도로 보도블록 위로 간간이 뚫고 나와 여느 사찰의 일주문을 향해 난 숲길 느낌을 준다.
소나무 숲길을 따라 드라이브하는 것도 좋지만, 해변의 정취를 바라보며 소나무 숲속 길을 천천히 걸으며 명상할 수 있고, 나무 사이로 드러나는 바다의 풍광도 감상할 수 있어 즐거움은 훨씬 배가 된다.
더구나 바닷가 숲속 곳곳에 벤치가 놓여있어서 걷다가 힘들면 잠시 쉬면서 차 한잔이나 음료수를 마시며 시원하게 펼쳐진 푸른 바다의 풍광을 바라보며 삶의 여유를 누리는 것이야말로 행복 그 자체가 될 수 있다.
일 년 열두 달 밤낮으로 무료개방되고 있으니 언제든 제약 없이 걸을 수 있어 좋고, 매점과 화장실, 야영장, 전망데크 등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을 뿐 아니라 주차장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니 얼마나 편리한가.
특히, 커피 거리로 유명한 안목해변과 강문해변의 중간에 있어서 명품 커피를 골라 마실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강릉 커피 거리는 커피 박물관, 커피 공장, 로스터리 카페 등이 줄지어 있어서 커피를 맛보려고 먼 곳에서 일부러 찾아오는 곳이다.
서울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당일치기로 여행을 다녀올 수도 있다. 서울역에서 강릉역까지 가는 ktx를 타는 것이 가장 빠르고 편리하다. 서울고속버스터미널~강릉고속버스터미널, 동서울종합터미널~강릉 시외버스터미널교통편을 이용할 수도 있다.
만약 2박 3일 정도 동해안 여행을 계획한다면 하루쯤 이곳에서 보내는 것도 좋으리라. 가시연꽃 군락지가 있는 경포대 및 경포호와 경포해변과 인접해 있고, 에디슨과학박물관, 참소리 축음기박물관, 손성목 영화박물관 등 주변에 가볼 만한 곳이 많다.
숙소는 안목해변이나 강문해변의 민박·펜션·호텔을 이용하면 된다. 횟집 등 맛집도 즐비하다. 친구의 초대로 우리는 경포대해변 근처 ‘라카이 키친’으로 안내되어 점심식사 대접을 받았다. 라카이 키친(강릉시 안현동 88, 033-820-7385)은 ‘라카이샌드 파인리조트’ 안에 있는 식당이다. 그곳에서 먹은 “LA갈비와 낙지 돌솥비빔밥”은 매우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강릉에 오면 제대로 된 커피를 마셔야 한다며 찾아간 곳은 ‘테라로사 경포대점’(강릉시 강문동 304-6, 033-644-7075). 테라로사 커피점은 ‘보헤미안’과 더불어 강릉 커피의 양대산맥이다. 테라로사의 구수한 커피에서 문득 바다 향기, 솔향을 느낀 것은 나만의 느낌이었을까?
나이 팔십의 친구(향산)가 먼 곳의 친구를 불러 온종일 함께하며 극진히 대접해주는 마음이 따뜻하고 고맙다. 마음껏 주고 기뻐하는 친구에게 무한 감사를 드린다. 함께 과거의 추억을 회상하며 정을 나눌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즐거워 돌아오는 길이 멀어도 조금도 피곤하지 않은 하루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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