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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및 정보/- 강원도

화천 곡운구곡, 최고의 계곡미를 뽑내는 용담계곡

by 혜강(惠江) 2021. 6. 15.

 

화천 곡운구곡(谷雲九曲)

 

최고의 계곡미(美)를 뽐내는 용담계곡

 

 

글·사진 남상학

 

 

 

 

 강원도 화천이 품은 계곡 가운데 역사적으로 가장 뜻깊은 곳은 곡운구곡이다. 지촌천을 따라 7㎞ 남짓 펼쳐지는 곡운구곡은 북한강의 지류 하천인 지촌천의 일부 구간으로,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 용담리와 삼일리에 걸쳐 있다. 하류에서 상류로 물길을 거슬러 1곡부터 9곡이 차례로 이어진다.

 

 이곳은 남쪽으로 1486m의 화악산과 그 북쪽의 여러 높은 산들로 둘러싸인 암반이 침식되어 단단한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강바닥을 따라 다채로운 하천지형이 발달해 있다. 따라서 선캄브리아기 (25억 년~5억 7000만 년 전) 변성암의 습곡 및 단층구조를 관찰할 수 있는 중요한 지질명소에 해당한다.

 

 

 

 

 곡운구곡의 이름은 조선 후기의 성리학자인 김수증(金壽增, 1624~1701)의 호 ‘곡운’에서 딴 것이다. 서인 노론계의 문중에서 태어난 그는 젊어서부터 산수를 좋아해 금강산 등 여러 곳을 유람하면서 기행문을 썼다.

 

 그는 평안 현감으로 부임하면서 이곳을 지나가다가 그 아름다움에 반해 이곳을 ‘유가(儒家)의 이상향’으로 낙점하고, 성천부사를 지내던 1675년, 아우 김수항이 송시열과 함께 유배되자 벼슬을 버리고 화천군 사내면 영당동에 거주하며 주자의 무이구곡에서 영감을 얻어 지촌천 위 물굽이 아홉 개에 각각 이름을 지었다.

 

 그 이름은 방화계(榜花溪, 봄 바위마다 꽃이 만발하는 계절), 청옥협(靑玉峽, 맑고 깊은 물이 옥색과 같은 협곡), 신녀협(神女峽, 신녀의 협곡), 백운담(白雲담, 흰 구름 같은 못), 명옥뢰(鳴玉瀨, 옥이 부서지는 듯한 소리의 여울), 와룡담(臥龍潭, 와룡의 못), 명월계(明月溪, 밝은 달의 계곡), 융의연(隆義淵, 의지를 기리는 깊은 물), 첩석대(疊石坮, 층층이 쌓인 바위)의 아홉 가지를 뜻한다.

 

 

 

 

 이는 속세를 떠나 심산유곡으로 몰입해 은둔과 안락을 통해 학문을 정진하고자 하는 성리학의 이상을 구현하기 위한 것이다. 절경 아홉 곳에는 방문객들을 위한 비석이 세워져 있다. 비석에는 곡운구곡에 대한 구절이 적혀있어 계곡의 특징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제대로 감상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곡운구곡 일대는 하천의 규모가 작은 편에 속하고 일부 남아있던 지형이 도로 개설 과정에서 소실되었지만, 전체적으로 화강암을 기반으로 한 수려한 암석 경관, 청정함 등으로 인해 구곡 문화의 측면과 아울러 지형 경관지원 측면에서도 손색이 없는 우수한 자원으로 손꼽히고 있다.

 

 전체 9곡 중에서 곡운구곡의 진수(眞髓)는 화강암 지대에 있는 제3곡인 신녀협과 제4곡인 백운담 사이의 1㎞ 남짓한 구간으로 용담계곡이라고 일컫기도 한다. 이곳 용담계곡은 편상절리가 잘 발달한 넓고 평평한 화강암 반석이 있고, 그 위로 물굽이가 흐르는 모습이 장관이어서 여행자가 가장 많이 찾는다.

 

 

 

 

 용담숲매점 앞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이 구간을 걷기로 했다. 곡운구곡 제3곡은 물의 신 하백의 딸 신녀가 머물렀다고 해서 '신녀협'이라고 불린다. 신녀협 돌비에는

 

  “소나무에 걸린 달은 천년을 훌렀세라 / 청한자 놀던 뜻을 이제사 알겠으니 / 흰 돌 위에 나는 여울 그 모양이 아름답다”

 

  라는 글이 새겨져 있다. 삼곡이라 빈터에는 신녀의 자취 묘연한데 신녀협 위에는 청은대가 세워져 있다. 신녀협은 매월당 김시습도 즐겨 찾은 곳으로 정자의 본디 이름은 수운대였다. 김시습을 흠모한 김수증이 그의 법명인 벽산청은(碧山淸隱)을 따서 청은대로 고쳐 부른 것이다. 지금의 청은대는 2006년 재건했다. 그 옆으로 비스듬히 세워진 소나무 한그루가 청은대와 함께 제3곡을 지키고 있다.

 

 

 

 

 제3곡인 신녀협으로 내려가기 전 '청은대'라는 이름의 누각이 하나 서 있다. 이는 김수증이 선녀협의 언덕인 수운대를 매월대라고 부르는 것을 보고 이곳에 매월당 김시습이 머물렀다고 확신하고 누각을 지은 후 김시습의 호를 따 '청은대'라고 불렀다고 한다.

 

 또한, 청은대 아래 곡운구곡에는 출렁다리와 다리 건너편 탐방로가 마련돼 관광객들의 운치 있는 산책을 돕는다. 그 아래 구름다리인 곡운구곡 출렁다리는 다리 양 끝 위에 빨간색의 토마토 조각물을 얹혀 놓아 눈에 확 띄었다. 출렁다리 한가운데에서 바라본 신녀협은 꽤 넓어 보이는 반석과 포트홀(pot hole)이 예사롭지 않다.

 

 

 

 

 출렁다리를 지나 탐방로를 걸으며 백운담으로 걸음을 옮긴다. 지하 깊은 곳에서 만들어진 화강암이 땅 위로 솟아오를 때, 바위를 누르던 압력이 힘을 잃고 화강암이 팽창하면서 수평 방향의 결이 발달한 것을 판상절리라고 한다. 곡운구곡 곳곳에서 판상절리를 볼 수 있는데 특히 3곡과 4곡에 걸쳐 많이 발달해 있다.

 



 

 백운담은 역시 편상절리 화강암석이 넓게 계곡 바닥에 자리하고 있다. 계곡 주변이 모두 산림으로 뒤덮여 있어 시원한 풍경을 자아낸다. 층층이 주름진 바위 면이 매우 특이하고 급류를 이룬 물살과 잔잔히 흐르는 물결이 대조를 이루는 곳이다.

 

 암석 주변으로 쏟아져 내리는 물이 작은 폭포수처럼 시원하게 들린다. 새하얀 화강암 암반 위로 흐르는 물소리가 상쾌하다. 평평하고 넓은 화강암석이 여행자에게 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맑은 물에 발 담그고 푹 쉬기에 그만이다.

 

  “사곡이라 시냇물 푸른 바위 기대보니,/ 가까운 솔 그림자 물속에서 어른댄다./ 날뛰며 뿜는 물 그칠 줄을 모르니, / 기세 좋은 못 위엔 안개 가득 끼었네.”

 

 안개가 없는 계곡엔 물소리 요란하고, 푸른 소나무 그늘이 운치를 더한다. 백운담을 둘러보고 우리는 가던 길을 되돌아 나왔다. 곡운구곡은 큰 매력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인지도가 낮아 인적이 드물어 깨끗하다. 또한, 깊은 산자락과 시원한 물줄기는 드라이브 코스로도 추천할 만하다.

 

 

 

 

●여행 정보

 

*곡운구곡 출렁다리 : 강원 화천군 사내면 용담리 913

*문의 : 화천군청 관광정책과 033-442-1211

 

 

*곡운구곡 가는 길

 


-승용차: 춘천 5번 국도 경유 – 지촌 삼거리(56번 국도) - 사창리(391번 지방도) - 삼일리 - 법정사산길 1km
-열차: ITX 및 전철승차 - 남춘천역 하차 - 춘천시외버스터미널 화천행 버스 승차 – 화천하차
-버스: 동서울 시외버스 터미널(구의동),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상봉터미널 또는 춘천시외버스터미널 승차 - 화천시외버스터미널 하차
-화천 시내에서: 화천 시내버스 터미널에서 21번 버스 승차 – 사창리 도착 – 마을버스 환승 – 삼일리 하차 

 

 

  우리 일행은 곡운구곡 중의 용담계곡 탐방을 마치고 춘천으로 돌아와 '명가 춘천막국수'(033-254-2232)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100% 막국수를 제공하는 것으로 자부심이 강한 이 집은 제2회 막국수축제 명가로 선정된 집으로  매스컴에도 소개된 집이다.  

 

  하루 여행을 마치며, 점심을 접대해 주고 친히 차량으로 화천 명소를 안내해 준 우남일 교장님과 저녁식사를 제공해 주신 이상열 교장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또 김성암 총무의 카메라가 아니었다면 여기 사진을 올리지 못했을 것이다. 김성암 총무에게도 감사드린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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