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 동구래마을
북한강변에 조성된 들꽃단지
글·사진 남상학
춘천 사는 지인의 안내를 받아 강원도 화천 나들이에 나섰다. 먼저 찾아간 곳은 화천 하남면 원천리에 있는 동구래마을이었다. 동구래마을에 대한 사전 설명이 없어서 마을의 특징이 무엇일까 궁금했다. 동구래마을은 화천읍에서 북한강 변을 따라 하류 쪽으로 한참 내려가 있었다.
안내판을 보니, 동구래마을은 집들이 모여 있는 사람 사는 동네가 아니고, 야생화 단지 이름이다. 집이라고는 촌장댁 한 채가 전부일 뿐 들꽃이 동구래마을 주민은 사람이 아니라 들꽃들이다.
바로 앞에 북한강이 펼쳐지는 이곳은 원래 황폐한 땅이었다. 그러다 2003년 이호상 씨가 정착하며 야생화를 가꾸기 시작했고, 화사한 야생화 정원으로 탈바꿈하자 방문객들이 줄을 잇고 있다. ‘동구래’라는 마을 이름도 이 씨가 지었다. 그의 말이다.
“동그랗게, 둥글둥글하게 지역 주민들과 어울려 사는 마을이라는 뜻입니다. 이 일대가 원래 원천리인데, 원천은 곧 씨앗이고, 씨앗은 동그랗지 않습니까.”
그는 우리 토종야생화에 미친 사람이다. “저도 어려운 시기를 겪으며, 우리 토종 야생화의 강인한 생명력이 우리의 삶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담하고 은은한 멋이 우리 정서와도 맞지 않습니까.” 그는 이곳에 온실을 지어 토종 야생화를 키우고, 이를 보급하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
약 1,000평 정도 되는 규모인 동구래마을에 들어서자마자 예쁜 조각상이 반긴다. 길옆에 누워 사랑을 전해 준다. 모녀의 웃는 소리가 행복하게 들린다. 북한강과 나란히 이어지는 숲에서 강물의 속삭임을 듣고 숲과 놀아주고 있는 모양새가 감성을 자극한다. 자그마한 연못도 있다. 잉어가 노니는 연못 주변에도 야생화 천지다.
잔디밭에 놓인 예쁜 디딤돌을 따라가면 각종 꽃을 만날 수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수목원같이 예쁘게 가꿔진 들꽃 속에 아기자기한 소품이 가지런하게 놓여 있다. 자연과 어우러진 도예 작품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래서 이곳의 정원은 정감이 넘치고 사람 마음을 푸근하게 만든다.
단순히 넓은 터에 꽃을 잔뜩 심어놓은 그렇고 그런 일반 꽃 단지가 아니다. 동구래마을에서는 찬찬히 음미하듯 둘러봐야 한다. 주로 봄과 가을에 만개하는 야생화이지만 늦여름인 지금 이미 벌개미취 꽃이 한창이고, 달맞이꽃, 금불초, 부처꽃, 삼잎국화가 간간이 얼굴을 내밀고 있다. 이 꽃들은 고향을 떠올리게 하고 꿈꾸어 오던 이상향을 보는 듯 착각하게 만든다. 온실에는 토종 난들이 전시되어 있다.
단지를 꾸미면서 들꽃마당카페와 화천공예공방을 만들었다. 꽃단지를 구경하고 바로 옆에 있는 동구래마을 공예공방을 가 본다. 자그마한 실내 전시장에서는 도예 작품들을 전시한다. 그리고 옆방에서는 도예교실을 운영하고 있었다. 공방에서 만난 도예가 심옥경 씨는 실습생들이 직접 만든 작품을 옆방 전기 가마, 가스 가마에서 직접 구워낸다고 한다.
들꽃마당 카페에서는 향 그윽한 꽃차를 내놓는다. 꽃차·구절초환·꽃비누 등 야생화를 이용한 상품도 개발하고, 주변에 이 방법을 무료로 전수해 주고 있다. 요즘은 코로나로 인해 관람객이 줄어들어 잠시 영업을 중단하고 있다.
동구래마을에는 '동구래마을 창작 스튜디오' 5동이 조성됐다. 250㎡ 규모로 지어진 집들은 예술인들의 창작활동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동구래마을에선 매년 가을이면 희귀 야생화 500여종을 구경하며 작품전과 음악회 등의 들꽃 마당전이 열려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여행정보
동구래마을 : 강원 화천군 하남면 호수길 333-1 (하남면 원천리), 010-9244-0868
화천공예공방 : 강원 화천군 하남면 호수길 333, 033-441-6201,
가는 길
승용차 : 춘천 5번 국도를 따라 화천 방향 – 하남면사무소 우측으로 북한강 끼고 가다가 비포장도로 진입 – 동구래마을 이정표
열차 : 용산, 청량리, 옥수 춘천행 iTX, 또는 전철 이용 - 남춘천역 하차 - 춘천 시외버스터미널 화천 원천리행 버스 승차 - 원천리 하차
버스 :화천원천리행 버스 승차 – 원천리 하차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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