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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및 정보/- 인천. 경기

이천 설봉공원, 품격 높은 시민의 편안한 휴식처

by 혜강(惠江) 2021. 6. 23.

이천 설봉공원

 

품격 높은 시민의 편안한 휴식처

 

 

글·사진 남상학

 

 

 

 

  도자의 도시로 이름난 이천의 설봉공원은 이천의 상징인 설봉산(雪峯山, 394.3m) 자락에 자리 잡고 있다. 설봉산은 수려한 경치와 진달래 군락으로 유명하며, 영월암(향토유적 14), 설봉서원(雪峰書院) 등이 있는 이천의 진산이다.

 

  이천 시가지를 감싼 설봉산 바로 앞자락, 50년 전에 만들어진 인공저수지 설봉호수를 중심으로 주변에는 이천세라피아(구 세계도자센터), 이천시립박물관, 시립월전미술관, 국제조각공원, 문학동산, 국궁정, 현충탑, 공연장 등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이 일대를 가리켜 설봉공원으로 통칭한다.

 

  99㎢의 면적을 자랑하는 설봉공원은 중앙의 호수 설봉호를 중심으로 산책로와 정원이 아름답게 조성되어 있어서 시민들이 즐겨 찾는 품격 높은 휴식처로 자리를 잡았다.

 

  설봉공원은 2001 세계도자기엑스포를 성공적으로 이끈 중심지였다. 세계도자비엔날레와 해마다 열리는 이천도자기축제, 이천쌀문화축제도 여기서 열린다.

 

 

 

 

A. 1.05㎞의 호수 둘레길 걷기

 

  설봉호는 설봉공원의 중심이다. 먼저 산책 코스로 인기가 많은 호수 둘레길을 걷는다. 호수 둘레길 산책로는 걷기 편하게 아름답게 조성되어 있다. 본래 설봉호는 농사지을 때 물을 대기 위해 만든 저수지였다. 이름도 관고저수지였다. 그후 이 일대가 설봉공원으로 조성되면서 ‘설봉호’ ‘설봉호수’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1.05㎞의 둘레길 옆에는 각종 꽃이 피고, 호수에는 수련과 가시연꽃 등이 반긴다. 호수 가운데는 분수가 무려 80m의 높이까지 무지개빛 물을 뿜어낸다. 이 둘레길에는 군데군데 ‘좋아해’ ‘보고 싶다’ ‘응원할게’ ‘두근두근’ ‘설렘’ ‘스치기만 해도 인연‘ 등 감성적이고 따뜻한 느낌의 문구들의 글자판을 걸어놓아 산책하는 이의 마음을 토닥여 준다.

 

  둘레길 중간쯤 제방을 통해 아랫마을로 내려가는 긴 계단은 건강계단이다. 이 계단을 내려가면 설봉 힐링스테이션이 있다. 마치 편지지 그림 같은 작은 간이역과 전화 부스 속 도서관 그리고 길지 않은 기찻길이 있다. 그 길을 따라가면 완성도 높은 벽화가 그려진 담장들이 이어진다.

 

  호수를 싸고 도는 순환도로 산책로에는 벚나무가 우거져 봄에는 벚꽃, 가을에는 단풍을 즐기는 인파로 붐빈다. 순환도로를 따라 조각작품이 품격을 높여준다. 설봉호수 변에는 2005년에 지은 설봉정이라는 아담한 정자가 있다.

 

 

 

 

B. 세계 유명 조각가의 작품 설치, 설봉조각공원

 

  설봉호를 감싸고 있는 순환도로를 따라 세계 38개국 90여 명의 유명 작가의 조각작품으로 빼곡하다. 이 작품은 1998년부터 2002년까지 5회에 걸쳐 개최된 이천국제조각심포지움을 통해 만든 작품들이다.

 

  1998년 제1회 대상을 수상한 독일의 올리케 비르코프의 작품, 제2회 대상을 받은 푸에르토리코의 라몬 베리오스의 작품 등 60여 점의 조각이 전시되어 있다.

 

  그 외에도 매년 여름 이천국제조각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출품작 중 우수한 작품들을 선별하여 이곳과 도자기엑스포조각공원에도 전시하고 있다.  이 작품들은 공원을 아름답게 하는 역할을 하며, 시민의 삶을 문화적으로 풍요롭게 하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C. 도자테마파크 세라피아와 이천시립 월전미술관

 

  설봉공원 안에는 도자테마파크 세라피아와 이천시립 월전미술관이 있어 함께 둘러볼 수 있다. 도자테마파크 세피아의 '세라피아'는 '세라믹'과 '유토피아'를 결합된 것으로 '도자기의 이상향'이라는 의미를 나타낸 것이다.

 

  도자 천국답게 이천 세라피아는 전시관, 화장실, 놀이터 등 모든 시설물이 도자기로 만들어졌다. 전국의 도예인으로부터 12억 원에 사들인 재고 도자 48만 점과 도자 파편 90t을 활용해 만든 테마파크다.

 

  이곳에서는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수많은 도자를 감상할 수 있으며, 단순히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예술가들과 소통하며 직접 도자를 만들어볼 수도 있다.

 

 

 

  또, 이천시립 월전미술관은 한국화의 거장이자 현대 화단의 마지막 문인화가였던 월전 장우성(1912~2005) 화백의 예술혼을 기리기 위한 미술관이다.

 

  여주가 고향인 월전은 동양 고유의 정신과 격조를 계승해 현대적 조형 기법을 조화시킨 인물로, 해방 이후 ‘신문인화’의 회화세계라는 새로운 미술의 형성과 발전에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

 

  월전 선생은 말년에 월전미술문화재단을 설립해 평생의 업적을 공익화하여 월전미술관을 이천시립미술관으로 전환한다는 유지를 남겼다. 이천시는 2007년 선생의 유작과 소장품 1500여 점을 기증받아 이천시립월전미술관으로 다시 개관했다.

 

 

 

 

D. 유서 깊은 설봉서원

 

  설봉서원은 설봉공원 주차장에서 멀리 않은 곳에 있다. 울창한 숲길을 잠깐 달리면 설봉서원에 닿는다. 설봉서원은 조선 명종 때(1564년) 이천 부사 정현(鄭賢)을 중심으로 서희(徐熙)·이관의(李寬義)·김안국(金安國)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해 삼현사를 창건하여 위패를 모셨다.

 

  1593년(선조 26)에 이천시 관고지로 이건하였으며, 최숙정(崔淑精)을 추가 배향하였다. 이때 선현의 제향과 유생을 교육하는 정식 서원으로 ‘설봉’이란 이름을 갖게 되었다.

 

  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1868년(고종 5)에 훼철되어 위패는 서원 자리에 매안(埋安)하고 단(壇)을 설치하여 향사를 지내다가 1977년 현충탑을 건립하여 네 명 선조의 우국충정을 추모하는 글을 새겼으며, 그 옆에 설봉서원유허비(雪峯書院遺墟碑)를 세워 매년 9월에 향사를 지내왔다.

 

  현재 설봉서원에는 대성전, 동·서재, 내·회상문 등 건물 10채가 있고, 현충탑과 유허비 외에 하마비(下馬碑)와 6칸의 재실이 있다. 2007년 9월 20일 이천시의 향토유적 제18호로 지정되었다.

 

 우리기 방문한 월요일은 모두 휴관이라 내부 관람은 다음 기회로 미루고 내킨 김에 설봉산이 품고 있는 설봉서원과 영월암을 찾아보기로 했다.

 

 

 

 

E. 마애여래입상을 지닌 영월암(映月庵)

 

 

  영월암은 등산로를 이용하면 설봉공원부터 1.3km를 올라야 한다. 우리는 설봉서원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700m 정도 걷기로 했다. 영월암으로 오른 길은 넓은 시멘트 길과 또 하나는 숲속으로 난 옛길이다. 우리는 넓은 길을 제쳐두고 숲속 옛길을 택했다.

 

  옛길로 들어서서 몇 번의 가파른 계단을 오르고  나니 삼형제바위가 나타났다. 바위가 많은 산도 아닌데 어떻게 저런 바위가 나란히 불쑥 솟았는지 알 수 없다. 

 

 

 

  새소리를 들으며 두 다리에 꾹꾹 힘을 실어 15분쯤 올랐을까? 우거진 숲 사이로 암자가 알굴을 들어냈다. 가쁜 숨을 내쉬며 올라선 곳에서 정토(淨土)를 만난 기분이다. 먼저 시야에 들어온 것은 암자를 압도하는 수령 640년 된 은행나무였다. 이 노거수는 고려 말의 고승 나옹선사가 영월암에 머물며 꽂아 놓은 지팡이가 자란 것이라고 했다.

 

  신라 의상이 창건했다는 도량 안에는 정면에 대웅전, 오른편에 아미타전, 왼편에 안심당이 아늑하게 배치되어 있다. 계단 길에 올라서면 가람에서 가장 높은 곳에 고려 때의 유물로 추정되는 마애여래입상이 버티고 서있다. 보물 822호.

 

  이 마애여래입상은 영월암의 상징이자 설봉산의 중심축이다. 높이 9.6m의 자연 암석을 다듬어 만든 마애상은 지그시 감은 눈, 후덕한 코, 두툼한 입술, 목까지 길게 내려온 귀가 고려 시대 지방호족의 우락부락함과 후덕함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아 손바닥을 밖을 향해 편 형태로 ‘큰 대(大)’ 자의 자세로 비스듬히 이천 시내를 내려다보고 평안과 안녕을 기원하는 모습이다.

 

  영월암에서 설봉산 정상까지는 400m, 돌아갈 시간이 촉박하여 정상까지는 오르지 못하고 약수 한 모금 마신 뒤 하산했다.

 

 

  오늘 여행은 시간을 잘 활용하여 많은 것을 둘러본 느낌이다. 설봉호 둘레길 걷기, 조각공원 탐방, 설봉산 기슭의 설봉서원과 영월암 탐방 등 설봉공원의 8할은 둘러본 셈이다.  특히 제자들과 함께한 여행이어서 보람 있고, 즐거웠다. 이천 시립박물관, 시립월전미술관, 더자세라피아, 문학동산 등은 다음 기회에 찾기로 하고 발길을 옮겼다.

 

 

 

◎여행 정보

 

▲주소 : 경기도 이천시 경충대로 2709번길 128 (관고동418-2)

▲전화 : 설봉종합관광안내소 030-634-6770, 한국도자재단 031-631-6501

▲개방 :연중무휴, 24시간 / 이천시립박물관, 시립월전미술관은 월요일 휴관

▲입장료 : 무료

▲가는 길 : 전철 경강선 이용 이천역에서 하차, 설봉산 입구까지 3,5㎞ / 주차 가능

 

 

▲A~F 지점은 모두 주차창

 

▲맛집 : 이천은 쌀밥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우리가 선택한 식당은 해물을 주로 하는 미반(증일동 101-8, 031-631-2676). 우리는 갑오징어볶음과 코다리찜을 시켰다. 물론 밥은 이천쌀밥, 매콤한 맛이 입안을 적당히 자극하는 맛집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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