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당화
- 한용운
당신은 해당화 피기 전에 오신다고 하였습니다. 봄은 벌써 늦었습니다.
봄이 오기 전에는 어서 오시기를 바랐더니 봄이 오고 보니 너무 일찍 왔나 두려워합니다.
철모르는 아이들은 뒷동산에 해당화가 피었다고 다투어 말하기로 듣고도 못 들은 체하였더니
야속한 봄바람은 나는 꽃을 불어서 경대 위에 놓입니다그려.
시름없이 꽃을 주워서 입에 대이고, "너는 언제 피었니?" 하고 물었습니다.
꽃은 말도 없이 나의 눈물에 비쳐서, 둘도 되고 셋도 됩니다.
- 시집 《님의 침묵》(1926) 수록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해당화’를 매개로 하여 떠나간 임에 대한 그리움과 야속함의 정서를 독백체로 표현하고 있다. 화자인 ‘나’는 임이 덜아오기를 기다리는 사람으로, 해당화 피기 전에 돌아오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은 임을 원망하며 간절히 그리워하고 있다.
이 시는 해당화가 피고 지는 자연 현상을 통해 임에 대한 기다림과 슬픔을 형상화하고 있으며, 슬프고 두려운 정서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면서, 여성적 어조를 통해 섬세한 내면 심리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경어체 어미를 사용하여 경건한 분위기와 운율을 형성하고 있다.
전 2연 6행으로 된 이 시는 1연에서 해당화 피기 전에 온다던 임이 약속을 어기고 오지 않고 있음을 드러내고, 2연에서는 해당화가 피었음에도 불구하고 오지 않는 임을 기다리며 그리운의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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