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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해당화 / 한용운

by 혜강(惠江) 2020. 10. 23.

 

 

 

 

해당화

 

- 한용운

 

 

   당신은 해당화 피기 전에 오신다고 하였습니다. 봄은 벌써 늦었습니다.

   봄이 오기 전에는 어서 오시기를 바랐더니 봄이 오고 보니 너무 일찍 왔나 두려워합니다.

 

   철모르는 아이들은 뒷동산에 해당화가 피었다고 다투어 말하기로 듣고도 못 들은 체하였더니

   야속한 봄바람은 나는 꽃을 불어서 경대 위에 놓입니다그려.

   시름없이 꽃을 주워서 입에 대이고, "너는 언제 피었니?" 하고 물었습니다.

   꽃은 말도 없이 나의 눈물에 비쳐서, 둘도 되고 셋도 됩니다.

 

     - 시집 《님의 침묵》(1926) 수록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해당화’를 매개로 하여 떠나간 임에 대한 그리움과 야속함의 정서를 독백체로 표현하고 있다. 화자인 ‘나’는 임이 덜아오기를 기다리는 사람으로, 해당화 피기 전에 돌아오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은 임을 원망하며 간절히 그리워하고 있다.

 

   이 시는 해당화가 피고 지는 자연 현상을 통해 임에 대한 기다림과 슬픔을 형상화하고 있으며, 슬프고 두려운 정서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면서, 여성적 어조를 통해 섬세한 내면 심리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경어체 어미를 사용하여 경건한 분위기와 운율을 형성하고 있다.

 

   전 2연 6행으로 된 이 시는 1연에서 해당화 피기 전에 온다던 임이 약속을 어기고 오지 않고 있음을 드러내고, 2연에서는 해당화가 피었음에도 불구하고 오지 않는 임을 기다리며 그리운의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1연에서 ‘당신은 해당화 피기 전에 오신다고 하였습니다. 봄은 벌써 늦었습니다’라고 진술한다. 여기서 ‘해당화’는 임과의 만남을 상징하는 동시에 오지 않는 임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을 의미한다. 그리고 ‘봄은 벌써 늦었습니다.’라는 것은 봄은 다 지나가는데 임은 오지 않고 있는 상황을 그려내는 것이다. 그리고 ‘봄이 오고 보니 너무 일찍 왔나 두려워합니다’라는 표현에는 기다리는 임은 아니 오고 봄이 온 것을 원망하는 화자의 심정이 스며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화자는 2연에서 ‘철없는 아이들이 뒷동산에 해당화가 피었다고’ 화자의 심정을 모르는 ‘철없는’ 아이들이 기뻐하는 소리를 듣고도 못 들은 체한다. 그런데 ‘야속한 봄바람은 나는 꽃을 불어서 경대 위에 놓입니다 그려’라고 한다. 여기서 ‘봄바람’이 야속한 것은 ‘봄바람’이 자신이 외면하려던 사실을 알려주기 때문이며, 꽃이 ‘경대’ 위에 놓였다는 것에서 화자가 여성임을 짐작케 한다. 또한, 보조사 ‘그려’를 어미 뒤에 붙여 청자에게 문장의 내용을 강조함하고 있다.

 

   화자는 오지 않는 임에 대한 간절한 마음으로 꽃을 주워서 입술에 대 보기도 하고, 꽃이 피고 져도 오지 않는 임에 대한 안타까움과 야속한 마음으로 꽃에게 ‘언제 피었니’라며 묻기도 한다. 그런데 꽃은 말도 없이 ‘나의 눈물에 비쳐서 둘도 되고 셋도’ 된다. 이것은 해당화가 피었어도 오지 않는 임 생각에 주체할 수 없이 흐르는 눈물 때문이다. 임을 향한 절절한 사랑 때문에 울고 있는 화자의 안타까움과 슬픈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난 장면이다.

 

   이 시는 이미 살펴본 대로, 돌아오기로 약속한 임이 기한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은 상황에 놓인 화자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해당화가 피기 전에 돌아오리라던 임은 봄이 오고 해당화가 핀 뒤에도 오지 않는다. 화자는 해당화가 피었다는 소식을 애써 외면하려 하지만, 봄바람에 경대 위에 놓인 해당화꽃을 보고 더 이상 상황을 회피할 수 없게 된다. 봄바람이 야속한 것은 결국 돌아오지 않은 임에 대한 야속함 때문이다. 꽃에게 말을 거는 것 역시 임에 대한 야속함과 그리움 때문이다. 이처럼 이 시는 해당화를 매개로 돌아오지 않는 임에 대한 그리움의 정서를 절실하게 표현하고 있다.

 

 

▲작자 한용운(韓龍雲, 1879~1944)

 

  시인 · 승려 · 독립운동가. 속명은 유천(裕天). 호는 만해(萬海). 충남 홍성 출생하여 1905년 불교에 입문했으며, 1918년 불교 잡지 《유심(愉心)》을 창간하여 편집인과 발행인이 되었다. 이때 《유심》에 시 <심(心)>을 발표함으로써 문단 활동을 시작하였다. 1919년 3·1운동 때 민족대표 33인의 한 사람으로 참여했으며, 일제에 체포되어 3년 형을 받았다. 1940년 창씨개명 반대 운동과 1943년 조선인 학병출정 반대 운동을 전개했다. 일제의 극심한 탄압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비타협적인 독립사상을 견지하다가, 조선총독부와 마주보기 싫다며 북향으로 지은 성북동 집에서 지내다 66세의 나이로 죽었다.

 

  1925년에는 한국 근대 시사의 불후의 업적인 <님의 침묵>을 펴내어 민족의 현실과 이상을 시적 이미지로 형상화했다. 불교 사상을 바탕으로 철학적 사색과 신비적 명상 세계를 형상화한 철학적·종교적 연가풍의 시를 주로 썼고, 김소월과 함께 한국 근대시의 정초를 놓았다. 시집 《님의 침묵》(1926) 외에 《조선 불교 유신론》, 《불교 대전》 등의 저서를 남겼다.

 

 

►해설 : 남상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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