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어
- 최승호
밤의 식료품 가게
케케묵은* 먼저 속에
죽어서 하루 더 손때 묻고
터무니없이 하루 더 기다리는
북어들,
북어들의 일개 분대*가
나란히 꼬챙이에 꿰어져 있었다
나는 죽음이 꿰뚫은 대가리를 말한 셈이다.
한 쾌*의 혀가
자갈처럼 죄다 딱딱했다
나는 말의 변비증*을 앓는 사람들과
무덤 속의 벙어리들을 말한 셈이다.
말라붙고 짜부라진* 눈,
북어들의 빳빳한 지느러미.
막대기 같은 생각
빛나지 않는 막대기 같은 사람들이
가슴에 시원한 지느러미를 달고
헤엄쳐 갈 데 없는 사람들이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느닷없이*
북어들이 커다랗게 입을 벌리고
거봐, 너도 북어지 너도 북어지
너도 북어지
귀가 먹먹하도록* 부르짖고 있었다
- 시집 《대설 주의보》(1983) 수록
*느닷없이 : 무엇이 나타남이 전혀 뜻밖이고 갑작스럽게.
*먹먹하도록 : 귀가 갑자기 막힌 듯이 소리가 잘 들리지 아니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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