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고양이로다
- 이장희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에
고운 봄의 향기가 어리우도다
금방울과 같이 호동그란 고양이의 눈에
미친 봄의 불길이 흐르도다
고요히 다물은 고양이의 입술에
포근한 봄 졸음이 떠돌아라
날카롭게 쭉 뻗은 고양이의 수염에
푸른 봄의 생기가 뛰놀아라
- 《금성》(1924) 수록
이 시는 1920년대 초기의 작품으로, 보들레르의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는 시는 당시의 시단이 퇴폐적 낭만주의, 상징주의 등 서구 문예 사조에 온통 휩싸여 있을 때, 퇴폐성이나 감상성에 휘말리지 않고 예리한 감각과 세련된 기교로 시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그의 시가 보여주는 세련되고 정돈된 형식, 묘사 중심의 감각적 시어의 사용, 다의적인 상징 기법 등은 바로 뒤를 이어 활동한 정지용(鄭芝溶)과 함께 이장희를 한국시사에서 새로운 시적 경지를 개척한 시인으로 평가받게 만드는 요인이 되었다.
'문학관련 > - 읽고 싶은 시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낙타 / 이한직 (0) | 2020.08.18 |
---|---|
가을 떡갈나무 숲 / 이준관 (0) | 2020.08.18 |
절규(絶叫) / 이장욱 (0) | 2020.08.17 |
바다의 마음 / 이육사 (0) | 2020.08.16 |
노정기(路程記) / 이육사 (0) | 2020.08.1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