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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아우의 인상화(印象畵) / 윤동주

by 혜강(惠江) 2020. 7. 29.

 

<출처 : 네이버블로그 '아이디스아이디스'>

 

 

 

아우의 인상화(印象畵)

 

 

 

- 윤동주

 

 

 

붉은 이마에 싸늘한 달이 서리어
아우의 얼굴은 슬픈 그림이다.

발걸음을 멈추어
살그머니 앳된* 손을 잡으며
“늬*는 자라 무엇이 되려니”
“사람이 되지”
아우의 설은* 진정코 설은 대답이다.

슬며시 잡았던 손을 놓고
아우의 얼굴을 다시 들여다본다.

싸늘한 달이 붉은 이마에 젖어
아우의 얼굴은 슬픈 그림이다

 

 

   - 출전 《조선일보》(1939)

 

 

◎시어 풀이

*앳된 : 애티가 있어 어려 보이는.
*늬 : ‘너’의 방언.
*설은 : 빈틈이 있고 서투른.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화자가 아우의 얼굴을 보면서 느낀 인상과 생각을 노래한 작품으로, 아우의 얼굴을 슬픈 그림에 비유하여 일제 강점기 청년들의 슬픈 자화상, 즉 암울한 시대를 살아야 하는 슬픔과 안타까움을 형상화하고 있다.

 

  화자는 직접 드러나지 않으나 ‘형’임을 알 수 있고, 형이 달밤에 아우와 대화를 나누며 걷고 있다. 형은 아우의 얼굴을 ‘슬픈 자화상’에 비유하여 사람다운 삶을 어렵게 만드는 암울한 현실에 대한 비애를 짧은 대화 속에 응축시키고 있다.

 

  아우와의 대화를 넣어 생동감을 주어 시적 의미를 강화하고 있는 이 시는 수미 상관의 안정적 구조를 통해 주제를 강조하고, 감각적 이미지를 활용하여 대상을 묘사하고 있다.

 

  1연에서는 아우를 바라보는 화자의 슬픔 모습이 그려져 있다. ‘붉은 이마에 싸늘한 달이 서리어’에서 ‘싸늘한 달‘은 일제 강점기의 암울한 현실을 감각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붉은 이마‘와 연결하여 냉혹한 현실을 공감각적 이미지로 표현하고 있다. 이것은 아우의 얼굴을 통해 화자의 슬픈 정서를 표현한 것으로, 암울한 현실로 인한 당대 젊은이들의 슬픈 비애를 드러낸 것이다.

 

  2연에서 화자는 발걸음을 멈추고 철없는 아우의 손을 잡고 형제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보여준다. ‘앳된 손’은 아우의 순수함, 세상 물정을 모르는 철없음을 부각한 것이다. ‘늬는 자라 무엇이 되려니’ 형의 질문 속에는 아우가 겪을 현실적 시련에 대한 형의 염려가 서려 있다. 이 질문에 아우는 ‘사람이 되지’라고 대답한다. 이 대답 속에는 현실을 모르는 아우의 천진함이 담겨 있다. 이 대답을 들은 형은 ‘아우의 설은 진정코 설은 대답이라고 진술한다. 화자는 어설프기 짝이 없는 아우의 대답을 들으며 암울한 현실에서는 사람답게 살기 힘들다는 판단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3연에서 화자는 슬며시 잡은 아우의 손을 놓고 ’아우의 얼굴을 다시 들여다본다‘. 아우에 대한 형의 걱정과 연민의 정서를 드러내는 대목이다. 그래서 4연에서는 수미 상관의 구조를 통해 1연의 진술을 반복, 변주하여 현실에 대한 화자의 부정적 인식을 다시 강조하여 아우가 자신과 같이 욕된 삶을 살아야 하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현하고 있다’

 

  결국, 이 시에 나타난 ‘아우의 인상화’는 당시 일제 강압기에 살아간 우리 민족 모두의 자화상이나 다름없다. 나라를 빼앗기고, 우리말 사용을 금지당하고, 이름조차 일본식으로 고치야 하는 현실에서 어찌 사람답게 살 수 있었겠는가? ‘아우의 인상화’는 우리 모두의 슬픈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작자 윤동주(尹東柱, 1917~1945)

 

  시인. 북간도 출생. 연희전문 졸업. 일본 도시샤 대학 영문과에 재학 중 사상범으로 체포되어, 이듬해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옥사했다. 1941년 연희전문을 졸업하고 19편의 시를 묶은 자선 시집(自選詩集)을 발간하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가 사후에 햇빛을 보게 되어, 1948년에 유고 30편이 실린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로 간행되었다. 주로 1938~1941년에 쓰인 그의 시에는 불안과 고독과 절망을 극복하고 희망과 용기로 현실을 돌파하려는 강인한 정신이 표출되어 있다. 작품으로 <서시>, <자화상>, <참회록>, <또 다른 고향> 등이 있다.

 

 

 

►해설 및 정리 : 남상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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