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감고 간다
- 윤동주
태양을 사모하는 아이들아
별을 사랑하는 아이들아
밤이 어두웠는데
눈 감고 가거라.
가진 바 씨앗을
뿌리면서 가거라.
발부리에 돌이 채이거든
감았던 눈을 와짝* 떠라.
◎시어 풀이
*와짝 : 1. 한꺼번에 나아가거나 또는 갑자기 늘거나 주는 모양. 2. 기운이나 기세가 갑자기 커지는 모양. 3. 여럿이 달라붙어 일 따위를 단숨에 해치우는 모양.
▲이해와 감상
어둡고 힘겨운 현실 속에서 소망을 향하여 살고자 하는 아이들에게 눈을 감고 가지 말고, 부정적 현실을 견디며 밝은 미래를 위해 준비하며 각성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화자는 직접 드러나지 않고 있으나 아이들에게 부정적 현실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시상을 전개하고 있으며, 역설적 표현과 명령형 종결어미를 사용하여 부정적 현실을 극복하자는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의미상 대립적인 시어를 사용하여 화자가 추구하는 바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1연에서 화자는 시적 대상인 ‘아이들’을 불러낸다. 여기서 시적 청자인 ‘아이들’은 순수한 존재로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 혹은 우리 민족을 상징한다. 그들은 ‘태양’을 사모하고 ‘별’을 사랑하는 존재들이다. ‘태양’과 ‘별’은 광명과 희망의 이미지로 이상과 동경의 대상, 즉 조국의 광복을 의미한다.
2연에서 화자는 아이들에게 ‘밤이 어두웠는데/ 눈 감고 가거라’고 명령한다. ‘밤’은 부정적 현실 곧 일제 강점기의 어두운 현실을 의미한다. 이런 부정적 현실에서 눈 감고 가라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역설적인 표현이다. 왜냐 하면 어둠이 짙을수록 눈을 크게 뜨고 걸어야 하는데 ‘눈 감고’ 가라는 표현은 모순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힘겨운 현실을 의연히 견뎌내면서 마음의 눈으로 희망을 보려는 의지적 태도로 볼 수 있다.
이어서 3연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가진 바 씨앗을/ 뿌리며 거거라’라고 당부한다. 여기서 ‘씨앗’은 미래에 대한 기대와 소망, 즉 조국 광복의 희망으로, 부정적 현실을 견디어 내되 희망의 ‘씨앗을 뿌리자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연에서 화자는 ’발부리에 돌이 채이거든/ 감았던 눈을 와짝 떠라‘라고 한다. 만약 희망을 지니고 의연히 걸어가는 길에 ’돌‘과 같은 현실적인 난관과 방해물이 가로막거든, 눈을 크게 뜨고 정신 차려 현실의 상황에 대처하라는 것이다. 여기서 ‘눈을 와짝 떠라’는 것은 평소에 ’눈 감고‘(2연) 견디던 태도를 바꾸어 눈을 크게 뜨고 현실에 대하여 각성(覺醒)하라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이 시는 어두운 현실을 살아가는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아이들‘에게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부정적 현실에서 식민지 백성으로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드러낸 것이다.
▲작가 윤동주(尹東柱, 1917~1945)
시인. 북간도 출생. 1941년 연희전문 졸업. 일본 도시샤 대학 영문과에 재학 중 1943년 7월 조선 독립과 민족문화 수호를 선동했다는 죄목으로 일본 경찰에 사상범으로 체포되어, 조국 해방을 보지 못하고 1945년 2월 16일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옥사했다.
19편의 시를 묶은 자선 시집(自選詩集)을 발간하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가 1948년에 유고 30편이 실린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로 간행되었다. 대표적으로 <서시>, <자화상>(1939), <참화록>, <또 다른 고향>(1948) 등이 있다.
'문학관련 > - 읽고 싶은 시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우의 인상화(印象畵) / 윤동주 (0) | 2020.07.29 |
---|---|
사랑스런 추억 / 윤동주 (0) | 2020.07.28 |
바람이 불어 / 윤동주 (0) | 2020.07.28 |
슬픈 족속(族屬) / 윤동주 (0) | 2020.07.27 |
새로운 길 / 윤동주 (0) | 2020.07.27 |
댓글